유쾌한 폭주 노년

유쾌한 폭주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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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생에서 걸음이 멈춰지는 순간은 죽을 때뿐이다.
최후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질주하라!
김욱 작가는 사실 번역 의뢰 때문에 만났다. 몇 권의 일서를 기획해 김욱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 대표는 50대 번역자로 지레짐작하여 출판사로 오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직접 만나서 뵌 작가는 당시 백발이 성성한 80대의 점잖은 노인이었다. 예상 밖의 노인을 뵌 필자는 일식집으로 모셔 정식과 함께 소주를 대접했다. 노인분께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배우자에게는 약해지시고 부드러워지지 않냐?”라고 통상의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 노인 작가는 당시에도 화가 나면 아내에게 “이 이상 화나게 하면 해운대에 휘몰아치는 집채만큼 큰 파도에 들어갈 것”이라 말하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하였다. 완전히 폭주 노년이었다. 편집자는 그 자리에서 ‘폭주 노년’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자고 했고, 김욱 작가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100일 만에 나온 원고는 정말로 재미있고, 의미가 있었다. 60대 중반에 보증을 잘못 서 쫄딱 망한 뒤 번역을 무기로 재기한 이야기도, 노인의 패기 있는 삶의 태도를 설파하는 내용도 점차 노화되는 사회에 의미를 던지는 것 같았다.
당시 4,000부를 찍었다. 동아일보나 농민신문 등에서는 큰 지면으로 인터뷰를 담았다. 그렇지만 독자의 반응은 썰렁했다. 어느 신문사의 출판담당 고참 기자는 “이 책이 10년이나 일찍 나왔다.”라고 평했다. 도서 전문가인 그의 말로는 86세대가 은퇴를 해야 노년의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라고, 은퇴를 해야 이후의 삶을 모색하며 이런 도서에 주목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독자들에게서 외면받아 서가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필자인 김욱 작가는 이곳저곳 매체에서 끊임없이 글을 썼고, 《약간의 거리를 두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같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95세의 나이로 영면하셨다. 30년간 기자로 활동했고, 평생을 숱한 책의 저술가와 번역가로 일했음에도 가실 때는 그 흔한 부음 단신기사도 없었다. 편집자에게도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소식이 닿았다.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사시다 냉담하게 가셨다.
필자는 떠났으나 편집자는 고집만 남았다. 고참기자가 말했던 ‘10년’도 지났다. 이제 86세대가 은퇴의 시간을 맞이한다. 그들에게 인생 후반전의 지혜와 용기를 줄 리커버판을 낼 때다. 그래서 출간된 것이 《폭주 노년》을 리커버한 《유쾌한 폭주 노년》이다.
저자

김욱

저자:김욱
서울대학교신문대학원에서공부한후서울신문,경향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등에서30년넘게신문기자로근무했다.사회부기자로살아온인생덕분인지역마살이라도들린것처럼뛰어다니던시절부터글을쓰는일을정말로좋아했다.퇴직후한국생산성본부간행월간지『기업경영』에서일반사원및중간관리자의자질향상을위한기획기사를집필했다.또한현대,삼성,농심,대우코오롱,제일제당등기업홍보지에서는칼럼을연재하기도했다.
지은책으로는『희망과행복의연금술사』,『탈무드에서마크저커버그까지』.『그들의말에는특별함이있다』,『취미로직업을삼다』등다양하다.옮긴책으로는『당신의인생이왜힘들지않아야한다고생각하십니까-쇼펜하우어아포리즘』,『무인도에살수도없고』,『약간의거리를둔다』,『황홀한사람』,『지적생활의즐거움』,『지식생산의기술』등100권이넘는다.2023년93세의일기로타계하셨다.

목차

들어가는말│노화혹은진화하는우리생애에축배를!-p.5

1부|전력질주를위한몸풀기
전원생활의허상-p.13
협심증약의치사량을헤아리다-p.23
휴먼캐피탈에서생애마지막대출을-p.29
산자를위한무덤은없다-p.35
마음의주름관리하기-p.40

2부|직함없는인생,얼마나좋은가
눈물펑펑쏟은이교장-p.49
무너진챔프의꿈-p.55
맨체스터의영원한감독-p.60
직함의껍데기가된신사-p.67
‘호적연령’에집착하는사회-p.74
정신을위한따뜻한밥한끼-p.81
아침엔홍안,저녁엔백골-p.87

3부|머리하얀짐승들의반란
억제를미덕으로착각하지말자-p.97
의병의생은초연해질수없다-p.103
늙은이의하루도24시간이다-p.110
머릿속에는교통경찰이없다-p.116
인생의10년주기설-p.123
내인생을위한총천연색무지개-p.136

4부|폭주하라,인생후반전!
머리검은짐승을조련하는법-p.143
세상에서가장비참한것-p.149
그나이먹도록그런것도몰라?-p.155
은퇴한늙은이의냄새-p.161
회색의노년에서장미색노년으로-p.169
닭처럼크게홰치며살자-p.175
말띠들이여,말춤을추자-p.184
탑골공원에모이는고독-p.190

5부|죽을힘으로산다
죽는걸겁낸페미니스트-p.197
집단자살의시대-p.204
나는늙은찐따다-p.211
겨울에피는꽃도있다-p.218
대기만성한노인의시대가온다-p.224
인생에는보이지않는마디가있다-p.228
죽음은내것이아니다-p.232

맺음말│최후의전력질주를위하여-p.238

출판사 서평

■죽을때까지자신의삶을개척한한노인이고백하는희망의역전극

60대중반에보증을잘못선바람에30년넘게모은재산을잃은노인.번역을무기로제2의인생을살며기적처럼다시살아난노인.80대가넘은나이에도열정적으로웃고울며분노하고슬퍼하던노인.95세의나이에죽을때까지멈추지않고글을쓴노인.이모든말은바로‘폭주하는노년’김욱작가를가리킨다.그는《유쾌한폭주노년》에서자신의인생이수렁에빠진순간의심경을덤덤히고백한다.“나는저깡통만도못한것일까?”당시작가는엉뚱한재테크로전재산을날려여생이막막한상황에봉착하였다.그때굴러다니는빈깡통을보며본인의삶이쓰레기만도못하다고느낀것이다.그러나“사람이아무리빈깡통을발로밟고짓이긴다한들재활용을거쳐새로운상품으로거듭”나듯이사람도마찬가지라고생각했다.쓰레기도재활용되는세상에서,정년은퇴를한노인의경력이,한평생일을한노년의능력이재활용되지말라는법은없다.절망의지옥에빠져허우적거리던60대노인이새로운인생을살겠노라각오한이유는마음속에떠오른단한문장때문이었다.“다른누구도아닌바로나의삶이니까.”
김욱작가특유의진솔하고발칙한표현을빌리자면이기적인마음이그의역전극을이끈원동력이었다.오직한목숨,이대로비참하게끝내고싶지않다는지극히이기적인욕심과미련이다죽은줄만알았던영혼의불꽃을점화했다.그런마음이들자그는곧바로행동으로옮겼다.“번역을하자.내글을써서인세를받자.내가할수있는일로나의삶을,나의인생을지키자.”그렇게김욱은죽는날까지《당신의인생이왜힘들지않아야한다고생각하십니까》,《혼자일수없다면나아갈수없다》.《그대들,어떻게살것인가》,《문이닫히면어딘가창문은열린다》,《찬란한문학의문장들》,《약간의거리를둔다》등숱한베스트셀러를번역하며출판계에서명성을얻었다.팬티한장만입은채거리에앉을뻔했던노인이출판계의위대한저술가로거듭나는데에걸린시간은30년이었다.그의인생후반전은청춘을바친전반전30년보다더욱처절하고아름다웠다.
김욱작가는《유쾌한폭주노년》에서패기넘치는노인의삶,인생후반전을폭주하기위한이야기를담아냈다.베이비붐세대가은퇴하고있는지금,노년의삶이라는화두가부상하며여생을어떻게보낼지고민하는독자들이늘어나고있다.작가는세상을떠났으나이책에담긴메시지는여전히유효하다.은퇴의시간을맞이한중장년들에게,인생후반전을당당하게보내고싶은독자들에게앞서늙어본자의지혜와용기를일깨워주고자《유쾌한폭주노년》을리커버판으로재출간했다.제목과달리노년층독자만읽어서는안된다.오히려노년을기다리는,저항할수없는노화의저주를축복으로승화하기를소망하는중장년독자에게더욱유익할것이다.일상을열정적으로보내는법?의미를탐색하는고뇌?변화하는세상에적응하는노인의지혜?그따위뻔한메시지는이책에서다루지않는다.이책에서제시하는‘폭주’는말그대로치열한질주요,정열적인쾌주다.
사람은누구나늙는다.노화는저주가아니라섭리이고축복이다.사람은죽는순간까지하고싶은일,좋아하는일,바라만봐도황홀해지는무지개를볼때가슴이뛴다.그렇게뛰는마음은결코마모될수없다.자신의후반전이초라하지않기를바라는모든이에게이책을추천한다.

책속에서

시골살이가인간에게,특히정신노동으로먹고사는인간에게얼마나치명적인지를나는20년전에몸소배웠다.책상앞에앉아있어도아무생각이안난다.시골은도시와달라서태양이무지하게강렬하다.뜨겁다는의미가아니라비유컨대도시의태양은비닐하우스에서보는태양이고,시골의태양은노지에서직접몸속으로투과되는태양이다.창밖으로그따스한빛줄기가쏟아지면책도눈에안들어오고,컴퓨터키보드도만지기가싫다.그냥밖에나가서혼자멍하니논둑을,밭둑을헤매고싶은살랑살랑한마음뿐이다.
「전원생활의허상」18p중에서

‘전직’이란말이얼마나무서운가하면이픔앞에서직함이떼어진사내는노숙자나교장이나대기업회장이나대통령이나다똑같다.아무도써주는데가없고,할것도없는무산계급이다.그것도버려진무산계급이다.매력이없다.쓸만한구석이라곤하나도없다.그런걸누가찾겠나.나라도안찾는다.나만해도이교장을찾아간게아니라데낄라를찾아간거다.
「눈물펑펑쏟은이교장」53p중에서

내친구들은신문보기도버겁다고한다.기사나부랭이를몇줄만읽어도눈이아프고머리가뱅뱅돈다고한다.소주도잘못먹는다.1930년대에태어났으니그럴만도하다.하지만다그렇다고해서나까지그렇게살라는법은없다.내몸과머리와가슴은나의호적에기록된출생년도를무시하고여전히뜨겁다.앞으로10년은더뜨겁게일하며살아야한다고나를다그친다.나는그목소리를따라갈뿐이다.누구의목소리도아닌,내안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며살아갈뿐이다.
「'호적연령‘에집착하는사회」80p중에서

기껏해야노는게목표라니,무슨망발이냐고생각할지도모르지만막상놀아보려고하면뜻대로되지않을때가많다.놀이라는‘아웃풋’을위한‘인풋’이축적되지않았기때문이다.인풋은외부자극에서얻어지는생각의변화다.바깥과의접점을만들어두라는이야기다.내안에고립되지말고바깥에서고독이느껴지더라도여기저기기웃거리고,익숙한곳,익숙한사람들이아닌처음가는곳,살면서만날일이거의없던이들과얼굴을마주하는기회를자꾸만들다보면마음의불씨가다시금빨갛게타오를것이다.
「내인생을위한총천연색무지개」139p중에서

일요일에집근처대형마트에갔더니여기가치악산등산로입구의파전가게인가싶을만큼돌아다니는사람마다등산복에등산화를신고있다.산에가려는사람도있겠지만,대부분은등산복을외출복으로입고온것이다.부부가나란히등산복을맞춰입고마트에와서장을본다.등산화도척보기에좋은걸신었는데흑이하나도안묻는새거다.그꼴이얼마나우습던지앞으로는기분나쁜일이있을때마다마트에와서등산복입고장보는군상들을구경하면되겠다고생각했다.(……)산을오르면서구두에셔츠를입는것도문제지만,산에가지도않을거면서지금당장백두대간종단이라도떠날것같은옷차림으로마트시식대에서녹말이쑤시개로소시지나주워먹는꼴도여간같잖은게아니다.
「세상에서가장비참한것」151p중에서

사람은동물이아니다.먹고싸면장땡이아니다.봐야하고,들어야하고,말해야한다.눈과귀와입이채워져야한다.갓난쟁이가부모의희롱에까르륵거리듯인간은죽기직전까지세상을보며웃고울고감동해야한다.나를보며웃고,나를보며우는것은소용없다.바깥과의소통이제일중요하다.젊은사람들눈에는한겨울에밥한끼먹겠다고저런몸을이끌고파고다공원을찾는노인네보기가넌덜머리날지는몰라도노인이병든몸을이끌고서라도지하철을타고종로2가를찾는진짜이유는거기가나이들어갈수있는유일한‘바깥’이기때문이다.
「탑골공원에모이는고독」193p중에서

죽음을생각하지말아라.이것이살아있는자가지켜야할법칙이다.죽으면죽는거다.미리부터죽음에대해이것저것갖다붙일필요가없다.살아있는날에충성을다하는배고픈자가되어야한다.죽음이생각나지않을만큼나자신에게충성하며맹목적으로사랑해야한다.
「죽는걸겁낸페미니스트」203p중에서

이겨울동백으로살다가꽃송이로낙화할것인가,아니면가을부터앙상한배나무가지로메말라갈것인가는개인의선택이지만,부디동백꽃으로서의삶을욕망해내길부탁하고싶다.
「겨울에피는꽃도있다」223p중에서

인생을흔히마라톤에비유한다.백년을바라보는우리의기나긴인생은42.195킬로미터라는육상최장거리에비할만하다.최후의5킬로미터는인생의막바지,즉노년기다.우리또한이마지막구간에서전력질주하지않을수없다.‘폭주노년’인것이다.
「맺음말?최후의전력질주를위하여」239p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