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대학교최고의인기교수이자베스트셀러작가인
사이토다카시의청소년진로가이드
《기대를현실로바꾸는혼자있는시간의힘》《어른의말공부》《세계사를움직이는다섯가지힘》《잡담이능력이다》《내가공부하는이유》《독서는절대나를배신하지않는다》《세상을읽는수학책》《열살우리들의미션》등등.그동안경제경영서를비롯해역사,인문학,사회과학,문학,자기계발,에세이등다양한분야의책을펴내면서우리나라에이름을알리고,또크게사랑받아온메이지대학교사이토다카시교수가이번에는청소년을대상으로하는진로소설《인생당서점》을내놓았다.
사실우리삶은끊임없이진로를찾아가는과정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한분야에서평생동안일하기가어려워진지금과같은시대에선더욱더그러하다.의료기술의발달로수명은길어졌는데,과학기술의성과로인공지능이사람의일을대체하는분야가늘어나고있는상황에서미래의삶을예측하고진로를탐색하기란결코쉬운일이아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나라아이들은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거치면서끊임없이“나중에무엇이되고싶냐?”는질문과마주하며,그에맞추어설계된교육과정을바탕으로각종진로활동을한다.참막막하고어려운일이지만,그길을잘걸어가기위해서는자신이잘할수있고,또좋아하는일을꾸준히찾아야한다.한마디로,‘나자신’에대한탐구를끊임없이해야한다는얘기다.
세상사람들이‘보통은이렇게한다.’고레일을깔아놓고있어도,어느길을선택할지는결국스스로결정하는수밖에없어.주변사람들과보조를맞추기가힘들거나하고싶은일이다르다면,천천히가기도하고다른길을골라도돼.그렇다고남들과다른길을반드시골라야하는건아니야.커다란조직에있어야능력을발휘하는사람도있게마련이니까.나이들어서자신이좋아하는일을찾는사람도있고.〔중략〕누가무슨말을하든주변에휩쓸리지않고자신이좋아하는일을찾아서몰두하는힘은분명너를단단하게지탱해줄거야.그러니까뭔가를좋아하는마음을소홀히여기지마.그마음을꾸준히갈고닦다보면세상을대할때도주체적으로임하게될거다.-51~52쪽에서
《인생당서점》에서사이토교수는“내인생은나자신의것이다.”라고외친다.세상사람들이제아무리뭐라고떠들어대어도어느길로갈지선택하는건자기자신의몫이라는뜻이다.누가무슨말을하든휩쓸리지말고자신이좋아하는일을찾아서몰두해야한다고강조하며,‘뭔가를좋아하는마음’을결코소홀히여기지말라고당부한다.
‘어떻게살아갈것인가’를둘러싼
메시와고흐,다카시아저씨의삼인삼색북토크
《인생당서점》은장차프로축구선수가되고싶어하는중학교2학년메시(진짜이름은‘아유’)와화가를꿈꾸는고등학교2학년고흐(진짜이름은‘히카리’)형제를중심으로이야기가전개된다.메시와고흐의시점이장별로교차하면서전개되는데,여기에메시네학교앞에‘인생당’이라는헌책방을연사이토아저씨가가세하면서‘어떻게살아갈것인가’란화두를둘러싸고삼인삼색북토크가알콩달콩맛깔나게펼쳐진다.
메시와고흐는학교생활을비롯해서고민거리가생길때마다참새가방앗간들락거리듯‘인생당’을찾는다.그때마다사이토아저씨는메시와고흐가형제인줄모른채일대일로인생멘토역할을매우충실히한다.고민의크기가작든크든가리지않고언제나따스한시선으로바라보며진지한태도로귀를기울이는것이다.그러고나서시대와공간을뛰어넘어많은이들에게삶의지침서역할을해준명작들을소개하고함께얘기를나눔으로써,책하고거리가멀다고대놓고말하던메시와고흐를독서의깊은늪(?)으로서서히빠져들게만든다.
아저씨는조금전에가져온발판위로올라가서《슬램덩크》를다섯권정도빼서메시에게건넸다.
“저쪽에접이식의자가있으니까거기서읽어봐.가끔은농구얘기도재미있을거야.”
“엇,정말요?안사도돼요?”
“아까여기서읽는것도대환영이라고했잖아.”
《슬램덩크》의작가는이노우에다케히코인데,《소년점프》라는주간만화잡지에서크게인기를끌었던연재만화다.연재가끝나고단행본으로출간된뒤에도꾸준한사랑을받고있는명작이다.강백호(사쿠라기하나미치)라는싸움잘하고약간멍청한고등학생이첫눈에반한채소연(아카기하루코)의관심을끌기위해농구를시작했다가청춘을바친다는성장스토리…….
메시는책을읽기시작하자마자생각에잠겨들었다.
‘뭐야,이강백호라는녀석.여자애를사귀려는거지,농구를좋아하는게아니잖아.흥,바보아냐?’
그런데《슬램덩크》를한권두권계속읽어나가다보니,지난일년간메시의가슴속에있던뭔가가꿈틀거리기시작했다.
강백호는농구의‘ㄴ’도모르는상태에서시작을하지만,아무리실패를해도절대포기할줄을몰랐다.드리블과패스등의기초훈련을받을때는쉴새없이투덜거렸다.그런데어느틈엔가농구에최선을다하고있는게아닌가.처음에는오로지채소연의관심을끄는것이목적이었다.채소연은강백호가멋대로라이벌이라고믿는서태웅(루카와카에데)을짝사랑하고있었다.강백호는채소연의기대에부응하기위해열심히연습하다가점차농구의매력에빠져들게되었다.
《슬램덩크》를읽고나자눈앞의안개가확걷히는듯했다.‘그래,나도강백호처럼아무것도없는것에서시작하는거야.잃을것도없잖아.그깟자존심이뭐라고.’.-22~23쪽에서
사이토아저씨는서점에서못다한말을편지로써서메시나고흐가품고있던고민을해결하는데도움을주는것뿐만아니라,생각의스펙트럼을확장하게만들어다양한각도로진로를탐색할수있게이끈다.
처음에추천한《슬램덩크》는안경선배라는캐릭터가등장하니까꼭끝까지읽었으면해.아저씨도안경을써서친근감이들거든.ㅎ안경선배는주장채치수와중학교때부터같이농구를했어.고등학교에서는부주장이되어성실하게팀을이끌어가지.선발라인업에서스스로빠지고나서도어떻게하면팀이하나가될지,이팀으로어떻게전국대회를나갈지항상고민하는친구야.팀경기든,개인경기든,아니사회에나가서도자신의이상과현실의괴리감에좌절하거나경쟁상대에게밀려서상하관계가뒤바뀌는일은수없이일어나.인생에서언제나자신이주인공일수는없거든.영화를찍을때도주인공이있으면조연이있게마련이잖아.감독에서시작해조명,음향,도시락을발주하는사람에이르기까지셀수없이많은사람들이모여서일을하듯이말이지.
이사회는그런사람들이서로복잡하게얽힌채굴러가고있는거야.오늘너와얘기를나누다보니아저씨의학창시절이떠올랐어.그래서그만화시리즈와책을추천한거야.그때의아저씨라면이런책을읽고싶었을것같거든.메시,어쩌면네가아니라그때의아저씨에게추천하고싶었던건지도.아저씨도지금새로운도전을해서고전중이라는걸새삼깨달았으니까.이게모두너와얘기를나눈덕분이지.아저씨도《슬램덩크》와《핑퐁》을다시읽어봐야겠다.-27~28쪽에서
사이토아저씨는이렇게편지를통해메시와고흐의고민을건너편에서바라보는관찰자혹은방관자역할에머물지않고,자신의인생으로까지연결해서진지하게성찰하는모습을보인다.이를테면‘너’만의이야기가아니라‘우리’의이야기로넓혀나가는것이다.그것은곧독자로하여금메시와고흐,그리고사이토아저씨가나누는이야기에자신도모르게몰입하게만드는힘으로작용한다.
꿈과진로,빈곤과교육,다양성과공존,환경과인간……
행복한미래를열어가기위한진로키워드16
《인생당서점》은단지장래희망이나미래의직업을찾는데급급하지않는다.인생이라는기다란길위에서어떤사람으로살아가야하는지,학교에서굳이여러교과목을왜배워야하는지,타인을어떠한시선을바라보아야하는지,조직속에서어떻게자리매김해야하는지등등우리가세상을살아가면서맞닥뜨리게되는갖가지상황들에대해고민하고사색하는시간을갖게한다.
고흐는메밀향을즐기면서시야에들어온빨간색표지의책들을물끄러미바라보았다.과목별기출문제집이열권정도꽂혀있었다.
“의외네요.저런책도있어요?”
사이토아저씨가고흐의시선을따라갔다.
“아아,기출문제집.저런건잘팔리니까비교적새것이들어오면앞쪽에놔두고있어.아저씨도먹고살아야하니까.”
“다들교과공부를열심히하는구나.그런데그런공부에무슨의미가있을까요?”
“너한테는아무의미가없어?”
“어제미술입시학원에처음가봤거든요.근데거기온사람들모두데생실력이장난아니었어요.전그동안그림에는어느정도자신이있었는데……,아무래도너무만만하게생각했던가봐요.음,기가죽은건아니고스위치가탁켜진느낌이랄까?그러고나니까교과공부하는시간이아깝다는생각이들어서요.”
“아깝다고?”
“국어나영어같은거요.그림을그리는데꼭필요하진않잖아요.딱히필요하지도않은과목을입시를치르기위해열심히공부해야한다는게좀그래요.하고싶은일이정해지니까그일만하고싶어져요.그래서자꾸만그런걸공부하는시간이쓸데없다는생각이드나봐요.”
“교과공부는단지대학에들어가는데만필요하고,다른일에는전혀쓸모가없다는뜻이니?”
아저씨는알쏭달쏭한미소를짓더니,평소처럼의자를가져와가까이앉았다.-85쪽에서
사이토아저씨는여타어른들처럼정답을미리정해놓은뒤자신의생각을강제로주입하려들지않고,질문을하나씩하나씩던져가면서메시와고흐가스스로해답을찾아가도록유도한다.이른바생각의길을터주는셈이다.그길을따라메시와고흐는자연스럽게여러가지책을읽으면서다양한생각들을접한뒤자기자신의마음을객관적으로들여다보고정밀하게탐색하는과정을거친다.
《슬램덩크》《핑퐁》《창가의토토》《토토의눈물》《죽음의수용소에서》《가난없는세상을위하여》《침묵의봄》《센스오브원더》《반고흐,영혼의편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방법서설》《헬렌켈러자서전》…….이작품에서는고전이라일컬어도부족함이없는명작들을수없이만나게된다.그명작들을기반으로해서‘자기실현과우정’,‘꿈과진로’,‘빈곤과교육’,‘예술과철학’,‘다양성과공존’,‘동경과사랑’,‘환경과인간’,‘삶과죽음’등,우리가세상을살아가는데자양분이되는키워드에관해이야기를나눈다.그리하여지식을넓히고교양을쌓는차원을넘어세상을어떻게바라보고,또모두가행복한사회를구현하기위해서는어떤가치관을지녀야하는지깨닫게해준다.
이때사이토아저씨는책읽기를좋아하지않는아이들에게글전체를읽으라고강요하지않고,줄쳐진부분만읽으라고하든가재미있는부분만골라읽으라는식으로의무감과부담감을해제해준다.독서에대한부담감을떨친메시와고흐는나중에스스로책을찾아끝까지읽게되는극적인효과를자아낸다.독서에는정답이없다는사이토아저씨의말이가슴깊이와닿는이유이기도하다.
또이작품에서눈여겨볼만한부분은어른들의역할이다.사이토아저씨를위시해메시의담임선생님인슈조,메시와고흐의엄마,그리고마지막장에서삶과죽음의의미를되새기게하는메시와고흐의할머니등은바람직한어른의모습을잘보여준다.어떤문제에있어서든어른의생각이옳다고우기거나강압적으로지시하기보다는아이들이스스로문제를해결하고바른길을찾아갈수있도록선택권을주고느긋하게기다리는모습이참으로인상적이다.아이들뿐아니라어른들도어떻게살아가야할지곰곰생각하게만드는대목이다.현명하고지혜로운어른들의초상이라고나할까?‘나가는말’에서작가는이런말을한다.
이책에는사람과사람의인연이나옵니다.저자신도지나온인생을돌아보면인연의힘이느껴집니다.우연한인연이인생을바꾸는경우가종종있습니다.여러분이이책을읽게된것도어떤‘인연’입니다.언어에는힘이있습니다.그힘은개인을넘고시대를넘어서전해집니다.이책에도청소년여러분에게용기를주는언어의힘이깃들어있기를기대합니다.언어의힘을믿고힘차게살아갑시다!
지금처럼어려움이많은때일수록다같이기운차게살아갈수있도록언어의힘이활기를빚어내고빛을발할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