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지옥

$16.00
Description
“지옥은 유황불과 쇠꼬챙이가 아니라
즐비한 상점, 안락한 의자가 있는 공항 대기실이었다.”
프랑스의 젊은 지성, 가스파르 코에닉이 그려낸 이 시대의 서늘한 초상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성실하고 평범하게 살아온 한 남자가 평범한 병을 앓다가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에 죽었다. 무빙워크를 타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이동하던 그의 앞에 드디어 게이트의 문이 열렸다. 공항이었다!
5분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널찍하고 세련된 최첨단 공항. 면세점과 상점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새로 사들인 물건을 캐리어에 잔뜩 싣고 바쁘게 움직인다. 무언가를 살 수 있는 자유는 거대하고, 세계 어느 도시든 마음대로 갈 수 있으며, 한도 없는 신용카드 그리고 지친 몸을 달래줄 디저트와 오락, 특별한 마사지까지 무한 제공된다. 고통스럽고 치명적인 병마와 싸우며 온갖 괴로움을 겪었으니 천국에서 그 보상으로 휴가를 얻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결과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는 고급 맞춤 양복을 구입해 입고 천국에서의 첫 번째 여행지를 선택한다. 보츠와나의 카사네. 그러나 카사네 공항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결코 공항 밖을 나갈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쉼 없이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지만 미로같이 연결된 거대한 공항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남자는 자기가 도착한 곳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옥은 이글거리는 불구덩이가 아니라 등받이가 조절되는 안락한 의자가 즐비한 공항 대기실이었다. 이 거대한 공항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남자는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선정 및 수상내역
★★★공쿠르상 최종 후보 노미네이트 ★★★2016 제릴리 마리모 문학상 수상
★★★《르피가로》《르프엥》프랑스 유력 일간지 강력 추천
저자

가스파르코에닉

GaspardKoenig
철학자이자정치가로열다섯편의에세이와소설을집필한작가이기도하다.2002년리옹고등사범학교에입학해2004년스물두살의나이로철학교수자격증을취득했다.같은해출간한첫소설⟪옥타브는스무살이었다(Octaveavaitvingtans)⟫로세계3대문학상으로꼽히는공쿠르상최종후보에노미네이트되었다.이후질들뢰즈철학에관한다수의도서를출간했다.자발적복종을경계하고자유주의를예찬한⟪혁명가,전문가,그리고괴짜(Lerévolutionnaire,l'expertetlegeek)⟫로2016년정신과학·정치학아카데미에서수여하는제릴리마리모문학상을수상했다.한편2016년출간한소설⟪납치(Kidnapping)⟫는프랑스예술전문채널‘아르테’에서드라마로각색되기도했다.2013년싱크탱크‘제네라시옹리브르’를설립하며정치계에첫발을내디뎠고,2021년5월정당‘생플’을창당해2022년대선에출사표를던지기도했다.사상적으로신자유주의를배격하며인공지능이개인의자유의지를저해한다고주장하는그는프랑스유력일간지와경제지의논설위원으로도활발하게활동하고있다.

목차

1장_7
2장_16
3장_25
4장_70
5장_93
6장_137
7장_162
8장_184
9장_227

출판사 서평

★★★공쿠르상최종후보노미네이트
★★★2016제릴리마리모문학상수상
★★★프랑스유력일간지《르피가로》《르프엥》추천

“죽음에관한온갖진부한통념은모두산자들이퍼트린것이었다.”
프랑스의젊은지성,가스파르코에닉이그려낸이시대의서늘한초상

머리에심은마이크로칩으로비행기티켓을사고갖고싶은물건을떠올리기만해도쇼핑과결제가동시에이루어지는초효율시스템이구축된사후세계에서한남자가벌이는사투를그린《지옥》이시프에서출간되었다.
저자가스파르코에닉은교수,과학자,고위공무원을양성하는엘리트대학원인리옹고등사범학교를졸업하고2004년스물두살의나이로철학교수자격증을취득했다.같은해출간한첫소설《옥타브는스무살이었다(Octaveavaitvingtans)》로공쿠르상최종후보에노미네이트되었으며,2016년자발적복종에문제의식을제기한또다른소설로정신과학·정치학아카데미에서수여하는제릴리마리모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과에세이,비평등장르를넘나들며십여편의작품을써온그는철학자,경제학자,정치학자로활동하며프랑스내유력일간지에고정칼럼을쓰고있다.
《지옥》은늘새로운물음을던지며현실의부조리를섬세하고집요하게포착해온작가의세계관이응축된짧은소설이다.“드디어사후세계가어떤곳인지보게될것이다.그러나한가지는확실하다.천국과지옥,그리고그에관한온갖미스터리를묘사했던작가들은우리를완전히기만했다는사실이다.실제로저승은생각보다훨씬더익숙하고훨씬더불가해한곳이었다.”소설속한구절
처럼,가스파르코에닉은죽음과조우한한노교수의여정을따라기묘하고독창적인세계를펼쳐내보인다.죽음에관한진부한통념들을매장면마다깨버리는이책을통해가스파르코에닉이시도하는것은결국우리자신,우리가발디딘이세계의반사판이다.


“지옥은유황불과쇠꼬챙이가아니라
즐비한상점,안락한의자가있는공항대기실이었다.”
기발한상상력과블랙코미디,통찰이벼려진지극히현실적인디스토피아

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성실하고평범하게살아온한남자가평범한병을앓다가늦지도이르지도않은나이에죽었다.무빙워크를타고어딘지모를곳으로이동하던그의앞에드디어게이트의문이열렸다.공항이었다!5분마다비행기가이륙하는널찍하고세련된초현대식공항.면세점과상점이즐비하고사람들은새로사들인물건을캐리어에잔뜩싣고바쁘게움직인다.무언가를살수있는자유는거대하고,세계어느도시든마음대로갈수있으며,한도없는신용카드에지친몸을달래줄디저트와오락,특별한마사지까지제공된다.

「이승에서는부자가아니셨죠?돈쓰는게얼마나재밌는지곧알게되실거예요.여기서는모두평등하니까요.부의평등이라니,정말기발하죠!(본문30쪽)」

고통스럽고치명적인병마와싸우며온갖괴로움을겪었으니천국에서그보상으로휴가를얻는것은지극히합당한결과라고남자는생각했다.남자는고급맞춤양복을구입해입고천국에서의첫번째여행지를선택한다.보츠와나의카사네.그러나카사네공항에도착한뒤얼마지나지않아,남자는결코공항밖을나갈수없다는현실을깨닫는다.쉼없이이륙하는비행기를타고세계어디든날아갈수있지만미로같이연결된거대한공항에서단한발짝도벗어날수없는운명인것이다.

「저희는어떤출구도완전히쓸모없게만들었어요.선생님은아무런부족함도느끼지못하실거예요.몇백년,아니몇천년후면곧알게되실거예요.형편없고예측할수없는바깥에서뭘찾으시려고요?이초현대식공항에서영원히,완벽한안전을보장받으며모든것을할수있잖아요.가상현실로보츠와나코끼리들틈에들어가볼수도있고요.(본문68쪽)」

남자는자기가도착한곳이천국이아니라지옥이었다는사실을깨닫는다.지옥은이글거리는불구덩이가아니라등받이가조절되는안락한의자가즐비한공항대기실이었다.이공항에숨겨진비밀은무엇일까?붉은옷을입은관리인들은누굴까?남자는출구를찾을수있을까?


“우리는미래를깡그리빼앗겼으면서도쉼없이미래를대비해야했다.”
그토록꿈꿔온이상향의민낯은지옥그자체였다

《지옥》은실험적이면서동시에고도로문학적이다.각장의도입부에는단테의신곡에서따온구절들이실려있다.소설로구축된탄탄한사후세계는환상적이면서도섬찟하고곳곳에예상못한반전과유머가깃들어있으며,이에더해물질주의,실용주의,소비사회,신자유주의에대한심오한철학적질문이숨어있다.그래서환상문학처럼흥미진진하게시작된책은루이16세,밀턴프리드먼,아들테오,구척장신관리인,코드명‘BEATRX666’의구식화장실관리자,노파등여러인물을만나전개되면서어느순간철학우화로장르를탈바꿈한다.
무엇보다《지옥》속세계는표면적으로는자유와평등을지향하지만철저히계급지향적이고,극도의효율을추구하지만완벽하게비효율적인곳이다.시스템에순응하지않을때마다하향조정되는등급과각등급에맞는권리가뚜렷이구별되는세상,다음날쓸것을마련하느라오늘하루를쇼핑하는데다써버려야하는삶……거대한공항으로구현된지옥에서사람들은미래를깡그리빼앗겼으면서도쉼없이미래를대비한다.

「이곳에서우리는꿈을꿀수없다.우리는자신의상념이라는감옥에서영원히나올수없는종신형을받은죄인들이었다.(본문81쪽)」

더욱이이곳에구축된시스템은지난날,그러니까살아생전남자가숱한논문으로주장해온것이었다.남자는의도적으로단명하게끔제작된제품의장점을내세우며한시적으로소비되는상품을통해더치열한소비경쟁을유발해야한다고썼다.어떤오류도일어나지않는촘촘한시스템사회를이론화하려했고,이런냉정한공리주의를학생들에게,연구논문에,결국에는다른이들의삶을좌지우지할수있는사람들의의식속에전파했다.지옥은곧남자자신이그토록꿈꿔온현실이그대로이루어진복사판이자이상향그자체였다.그리하여공항구석의망자들이찾지않는구식화장실에서나이지긋한관리자가“왜영원히살고싶지도않은세상을만들려고했나요?”라고물었을때,남자는외면하려고애썼던끔찍한결론과대면한다.

「극에달한효율성의원칙은모든것을완벽하게기능적이고완전하게쓸모없는거대한공항으로만들어버렸다.죽음을맞이한이후,내가꿈꿔온세상을경험하고있는것이아니겠는가?죽음을맞고서야나는나의위선을마주했고내스스로가만들어놓은독배의찌꺼기까지모조리다들이켤수밖에없는처지에놓이고말았다.그것은심지어형벌이아닌그저당연한결말이었다.(본문209쪽)」


《지옥》이현실이되게놔두지말라!
강요된욕망을넘어삶의본질을회복해가는첫걸음

가스파르코에닉은프랑스에서도손꼽히는반(反)권력적인작가로,오랜시간자유와행복의문제,시스템과과학기술,물질주의의문제에천착했다.《지옥》은남자가조금의오류도없어보이는공항의시스템에서작은구멍을발견해내고탈출을감행하는과정을보여주면서끝을맺는다.소설을통해‘거울’앞으로독자를데려가며작가가스파르코에닉은묻는다.우리에게강요된욕망을거부하고우리를통제하는온갖시스템에정당하게맞설수있는가.돈과소비,물질의가치만이세상의룰이라는전도된가치관을바로잡고삶의본질을회복할수있는가.
거대한공항처럼생긴소설속‘지옥’과소름끼치게닮아가는오늘날의세상에그의질문은귀하다.공항의구멍을통해《지옥》의시스템에서탈출하는주인공의첫걸음은독자들의관점을바꾸는신호탄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