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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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다. 이 책은
어떤 한 사람, 사랑, 삶을 담아낸 한 편의 영화이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는 들쑥날쑥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열 곳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결혼식에선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기에 턱시도를 입었다. 느린 영화를 편집하는 사람이었다가 가장 빠른 방송 매체를 만들기도 했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며 살았지만, 가장 오래 지낸 도시 베를린을 집처럼 여긴다. 그는 섬을 떠날 수 없어서, 아직 육지로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아서, 제주 여행 중 텃밭 있는 집을 얻어서 이사를 감행한다. 그렇게 제주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이 책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를 썼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 사랑에 기대어 제 삶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그는 아주 용감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납작하지 않은 삶을 편집한 한 편의 영화이다. 영화는 크게 오각형으로 뻗어나간다. 하나, 기억의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어린 시절. 둘, ‘오픈리 레즈비언’으로 사랑하며 사는 모양. 셋, 영화와 연대를 배웠던 독일 베를린 시절. 넷, 수없이 바뀌어온 직업의 세계. 다섯, 꿈꾸는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피앙세’와의 지금. 이야기는 때로 거칠고 캄캄하지만, 그는 언제나 특유의 유머로 담백하게 담아내고, 그리하여 끝내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안는다.
저자

김나리

저자:김나리

사람들은저마다전투를하며살고있다.‘소화되지않은이야기는쓰지않는다’는원칙으로내삶의장면들을한권의책에담았다.이것이첫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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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_모든컷에는이유가있어야한다

1.나를이루어준세계
사장이난데누가사모요?/머리짧은아이의생멸치회/망둥이할아버지와닭잡는할머니/해가지는곳/아빠만믿어/기억의퍼즐맞추기/변사또의손녀/내별명은김변호사/열없습니더/열네살의전학생/레즈비언의사전적의미/ThankYou/유명인사와청국장/내가오그라고부르던옥이/특별한사과를키우는농부/큰엄마미역국

2.내가만난세계
구조역학/빨간티셔츠/따뜻한필름통과장갑,그리고색연필/외장하드/우리가지금사귀지않으면/초보운전이야기/반지하영화:hildhoodDays/모든것을사라지게만드는기계/다큐편집자는인물을사랑하게되지/세상엔다양한말이있다/정자를찾아서/기적,미라클

3.내가만들고싶었던세계
미디어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3미터의원/방송국14층사람들/새로운직업/우리에게도생긴답니다/이걸꼭말로해야돼?/작은회사대표의로망/뿌듯함을전할기회/나리님은멘토가있어요?/대표의냄비는광이난다/멘토

4.내가만나는세상Ⅰ
코리아치킨,몽골홀스/말레네의책/독일의이것들이그리웠다/용기/두번째차/불혹의은퇴자/지게차면허증을땄다/인생이모작/소년은울지않는다/말을참예쁘게해/못하지만잘하고싶다/그청년/어떤한사람/집/불이났다/백반집사장님

5.내가만나는세상Ⅱ
갑자기부부가남남이됨/우리는서로의전처가되었다/고양이의여행/섬에서떠날수없어서/세면대설치하는사람/회사빚다갚았어/부지런한텃밭일/칡넝쿨과의전쟁/집주인선생님/바뀐생활/소비하지않는사람이덜초라한곳/고양이의돌봄/우리가지금아니면언제

6.내세상이된사람
언니,나랑결혼할래요?/피앙세와의테스트동거/큰이모가너누구랑결혼하는지모르던데?/결혼식준비/그럼우리같은사람들이많다는걸알게되겠다/따로사는부부들/이모모,고모모/가장오래살았던도시의관광객/우리는베를린으로간다/심장이멎는줄알았다/밥은누가해요?/제주에서운전/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짐승처럼욕망해/내여권은아직녹색이다/인생의트레킹

에필로그_우리는살고싶은모양대로산다

출판사 서평

“삶은그렇게납작하지않아요.”
한사람의이야기는한편의영화같다.이책은어떤한사람,사랑,삶을담아낸한편의영화이다.

여기,한여자가있다.그는들쑥날쑥한유년시절을보내며열곳의학교를옮겨다녔다.결혼식에선드레스를입고싶지않았기에턱시도를입었다.느린영화를편집하는사람이었다가가장빠른방송매체를만들기도했다.수많은나라와도시를여행하며살았지만,가장오래지낸도시베를린을집처럼여긴다.그는섬을떠날수없어서,아직육지로돌아갈준비가되지않아서,제주여행중텃밭있는집을얻어서이사를감행한다.그렇게제주에서재택근무를하며이책<삶은그렇게납작하지않아요>를썼다.마음이끌리는대로어디든가고,무엇이든배우며살아가는사람.사랑에기대어제삶의모양을만들어가는그는아주용감한사람이다.
이책은그의납작하지않은삶을편집한한편의영화이다.영화는크게오각형으로뻗어나간다.하나,기억의조각들이만들어내는쓸쓸하고도아름다운어린시절.둘,‘오픈리레즈비언’으로사랑하며사는모양.셋,영화와연대를배웠던독일베를린시절.넷,수없이바뀌어온직업의세계.다섯,꿈꾸는삶을함께만들어가고있는‘피앙세’와의지금.이야기는때로거칠고캄캄하지만,그는언제나특유의유머로담백하게담아내고,그리하여끝내포근하게우리를감싸안는다.

“우리는가족을이루고살기로했어.”
누군가에겐자연스럽지않게느껴질수있겠지만
이미너무도자연스러운,레즈비언의살아가는풍경

저자는자신이레즈비언임을드러내며살아간다.누군가는자신이성소수자임을감추는것으로,누군가는내보이는것으로저마다의방식으로스스로를보호하는건지도모른다.20세기,그가고등학생이었을때다.여자친구가있었던그는같은반아이에게이런질문을받는다.“너레즈비언이냐?”단어뜻을몰랐던그가찾아본국어사전에는이렇게적혀있었다.“레즈비언:여자끼리하는변태적성행위.”어린그를울게했던그납작하고못된문장은21세기들어변했지만,세상은여전히편협하고못났다.아직동성혼이법제화되지않은대한민국에서결혼식을준비하는그에게누군가말한다.“꼭결혼까지해야해?그냥둘이같이살면안돼?”평생들을법한말이지만,도대체어디서부터설명해야할지알수없는질문.‘그냥숨어서너네끼리행복하면안되냐?’는질문앞에대답할수없는것과같다.질문부터틀렸기때문이고,그가할수있는대답은하나다.“우리는가족을이루고살기로했어.”
결혼을앞두고‘와이프’를친척들에게소개하는자리,친척아이들이그녀를뭐라고불러야할지모두갈피를잡지못하고‘이모모,고모모’라는단어를개발(?)한다.가족은‘자연스럽게!’를외치지만,눈앞에보이는동성혼인이란그들이한번에감당하기엔어려운분야인듯하다.동성부부로살아가며받을상처를걱정하는가족에게그는말한다.“상처받으면어때.우리는평생동성애자로살아왔는데?”숱한차별과고통,혼인하지못해서일어났던일들,나열할수없고이해할수도없는많은일들은언젠가마치지난세기의일처럼옛사람의기억에만남게될것이다.그래야만한다.자신이존재하는모양대로살아가는건너무나도자연스러운일이고,그걸외면한채차별과혐오를일삼는건옳지못한일이니까.

“관계에는끝이있지만,사랑의기억은영원하다.”
베를린에서마주한존중과소통,
그리고자신을돌봐준마음들을기억하는태도
저자는대학생때독일로유학을떠난이후오랫동안베를린에서살았다.그는베를린에서친구들과함께영화를만들고,존중과소통,그리고연대를경험한다.또한연애도빼놓을수없다.자신을졸졸따라다니던“그애”가한말,“언니,우리가지금사귀지않으면언제사귀어보겠어요?”덕분에두사람은서로의‘전여친’이되었다.독일에서는동성혼이가능하기에그는그곳에서여자친구와결혼도했다.결혼이있으면이혼도있어서,동성부부이혼전문변호사를통해두사람은서로의‘전처’가되었다.이지난한“혼자하는이혼”의과정을저자는책에담담하게써두었다.
그는자라는동안대부분의시간을부모님과함께살지않았다.반지하에서혹은고시원에서혼자살때도있었다.그의말에따르면,자신을키워준건팔할이할머니들과할아버지들,큰엄마,큰이모같은사람들이었고,나머지이할은백반집사장님처럼밥잘먹는사람예뻐해주는분들이다.“방실방실웃고,혼자잘놀고하니까월매나키우기가쉽노.내는가스나저거지살라고저런다싶어가맴이안좋았다.”하는큰엄마는그가좋아하는큰엄마표미역국을해주며눈물을닦는다.“가스나저거미역국만끓이줘도맛있다카고,착해가지고.”없는살림에‘숟가락하나얹어서’아이를하나더키워야했던큰엄마에겐미역국하나면다되는그가가엾고다행이었으리라.그는자신을함부로대한사람들을떠올리는대신자신을돌봐준마음들을기억하고기록한다.한겨울,거리에홀로서있는중년여성을마주했을때,그는조심스럽게그녀를더나은삶으로이끌기위해애쓴다.타인의삶을멋대로짐작하거나납작하게보지않으며,어쭙잖은동정이나과잉친절대신상대가바라는거리를고려해행동하는모습은그동안그를돌봐주었던많은손길을떠올리게한다.그는이렇게쓴다.“나도삶에서스치는사람들에게따스하려고한다.세상에는그것으로자라는아이들이있다.”

“매일같이당장내일지구가망할것처럼사랑할거다.”
정말로우리를만드는것은시도하고망하는경험들인지도모른다.
어쩌면인생은40부터진짜재밌어진다.
그는무엇보다수없이시도하고망하며지금의‘김나리’로빚어졌다.20대초반,독일에서영화학교에가고싶었던그는무엇보다현장경험이중요하다는사실을알게되고,전화번호부속베를린에있는영화사300여군데에전화를했다.겨우한군데에서와보라고했는데,가보니문은잠겨있었다.외국인이전화해서대뜸영화현장실습을하고싶다고하니까흥미로워서와보라고하고잊은것일뿐,그를영화현장에써줄생각은없는사람이었다.전화작전(?)은실패했지만이후영화현장일을하게되면서날마다새로운것을배웠다.지원마감을앞두고울면서준비한포트폴리오였는데,지원해보는것도경험이라는생각으로내본거였는데,떨어지면한국에갈상황이었는데,영화학교에합격도한다.영상편집일을하던그는이후지인의제안으로한국에서영화보다훨씬호흡이짧은뉴미디어를다룬다.그는큰망설임없이함께일하는사람들을믿고자신을던진다.자기사업을창업하고,그흥망성쇠를모두지켜보기도한다.그는해도될지걱정하지않고,해보고싶은건바로바로해봤다.그러다실패도많이했다.사람에게상처도받았다.그는쓴다.“나는완벽하지가않다.나는내가좀모자라서행복하다는사실을알게됐다.예전엔똑똑해야할것같고,다제대로해야할것같기도했다.망한이야기는하고싶지않았고,성공한것들에대해서만말했다.분명성공의경험은참좋았다.하지만정말로나를만든것은많이망해본경험이었다.그걸이제서야안다.”
지금그는사랑하는사람,20년가까이함께하고있는고양이니모와함께제주에머물고있다.‘영끌’해서회사빚을갚은다음93,303원이남은통장을보면서“사람이다시시작하기딱좋을만큼많은돈”이라고생각한다.그동안인생에서시도해서얻은다양한경험에서그는배웠기때문이다.잘살기.그에게는하고싶은일이있고,그것에도전할시간도있다.앞으로도살다가또무리할지도모르고,그러다다시금고장날지도모르지만,그때는그때가서소소하고만족스러운일상을찾아낼거다.그는이렇게쓴다.“화가나면소리를냅다지르고그런나를자책하며괴로워하다가다시웃을거다.그리고무엇보다,매일같이당장내일지구가망할것처럼사랑할거다.”
그가앞으로어디에서무엇을하며어떻게재밌게살고있을지벌써궁금해진다.그는자신이원하는“너그러운할머니”가되어갈것이다.책장의마지막페이지를덮는순간,그의영화는끝이아니라새로운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