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김윤현 시집)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김윤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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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낮춤, 비움 그리고 중용과 평화의 시”
『들꽃을 엿듣다』, 『발에 차이는 돌도 경전이다』 등 원숙하면서도 깊은 시 세계를 보여 온 김윤현 시인의 새 시집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일상 삶에서의 ‘중용’에 대한 성찰은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인은 새로운 패러다임, 곧 중심이 해체되거나 모두가 중심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시인은 현실 삶 속에서 그런 세상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심에서 중용으로’ 가야 할 삶의 방향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아무도 중심에 서지 않아
둘레가 다 중심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걸까
못가 혹은 산비탈 어디에고 자잘하게 풀어놓는 삶이면 했지
새로운 것은 언제나 자잘한 데서 오는 법
모두가 둘레를 자청하고 살지
둘레를 키우며 아무도 중심을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
경계는 또다시 경계를 낳는 법이라고
경계를 풀어내고 뒤섞여도
다시 풀밭 하나를 벗어나지 않는 일상이면 했지
여럿이 모여도 하나 같은 둘레
언제나 세상은 낮고 푸르면 했지
- 「풀밭 세상」 전문

김윤현 시인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명제를 늘 가슴에 안고 시를 써 왔다. 그 명제는 시대의 대의에 부응하여 교육 현장에서, 문학운동의 현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견지해 오면서 자기의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중심 주제라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그의 시는 보다 사물의 물성과 생명력에 밀착되어 가까이 겪으면서 자신을 낮추어 성찰하는 시를 쓰기 시작했고, 스스로를 비우고 내려놓으려 하며, 경계를 허물고 사물과 세상을 뒤집어 보고 일상에서 중용으로 사는 법을 체득하려는 명상 수행을 시와 더불어 계속해 왔다.
흔히 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양식이라 일컬어지는데, 그의 시어가 “그려서 반, 그리지 않아서 반”인 묵죽(「반반의 묵죽」)이나, “완성을 버려 완성에 이르”는 (「판전」) 추사의 고졸古拙을 닮아 간다면 그의 시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인지 벌써 궁금해진다.
저자

김윤현

1955년경북의성에서태어났다.경북대사대국어과를졸업하고,1984년『분단시대』동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창문너머로』,『사람들이다시그리워질까』,『적천사에는목어가없다』,『들꽃을엿듣다』,『지동설』,『발에차이는돌도경전이다』,『대구,다가서보니다詩였네』등이있다.1994년계간『사람의문학』을공동창간했으며현재편집위원이다.한국작가회의회원.

목차

1부달아나는것이아니라다가서는
도배공김씨/청암사의가을/도도여,도도여!/잠들지못하는겨울/물처럼/중얼중얼/지름길/복개천을지나며/들꽃행/풀꽃의의지/그대여,맨몸으로오라/호찌민에와서생각함/세한도/남북또는북남/가위바위보세상/반대편을향하여/들꽃/말고/

2부어둠이빛나게하네
별을읽다/중심과중용/높은산/갓바위에묻다/보름에서그믐까지다시보름으로/동백은동백으로모란은모란으로/바닥에대하여/방하착/편들어주고싶다/구름다리/자연의화법/나무2/판전/자전거와지구/백문인을새기며/옹이처럼/반가사유/탑리리오층석탑

3부접속은자주하면서접촉은잘하지않는
옆보다곁/층층/꽃피는봄날/물길/사는일/먼저가먼저지/시작과끝/수양버들처럼/도랑같은사람/주산지에와보니/경계/하류/잎을어긋나게단참나리/해인에이르는길/풀밭세상/청산/가벼운깨달음/솔/

4부그냥지나가다니요
봄편지/정상에서/10월/깊어지는가을/가고있는길/슬몃/구름/꽃무릇/월식/가야산해인사/낮에나온반달/묵상/눈이오면소나무는/반반의묵죽/봄비/유등연지/그리운폭설/플라타너스

발문ㆍ배창환
시인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