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그락대는 잎들의 소리 - 시의숲

잘그락대는 잎들의 소리 - 시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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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
박봉수 시인의 첫 시집.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온 시인의 시에는 일상과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 낡은 시골집과 마당에서 뛰노는 강아지들과 두 딸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시편들에 잔잔히 스며들어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날 때면 / 마당에 서서 // 복실아 누룽지야 / 잘 견뎌 내었구나 고맙다 / 이제 / 봄 가뭄, 여름 태풍만 견디면 / 가을 쓸쓸하고 헛헛한 마음 빼곤 다 / 괜찮겠지 // 눈빛으로 / 다독거린다 (「반려견」 전문)

시인은 암을 치료하는 중에도 다른 시인들의 시를 필사하고 틈틈이 시를 쓰며 “마당 한켠 텃밭 꾸릴 가늠을 한다”. “좀 있으면 봄이 될 거니까” 나지막히 이야기하며 봄을 기다리는 그의 마음에서 삶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가을 드는 햇볕이 아직 따가워 / 발치께 두고 마당에 앉아 / 모자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 낸다 / 떼 내는 만큼 생각이 없어지려나 / 떼 내는 만큼 그저 비워지려나, / 나무가 떼어 내는 것이 낙엽이 되고 / 구름이 떼어 내는 것이 눈이 되고 / 그렇게 떼 내도, 난 / 나무와 구름과 / 낙엽과 흰 눈을 생각하며 / 비우는 것 없이 또 채워 넣다 보면 / 발치 앞의 햇볕이 조금씩 더 동쪽으로 드러누워 / 지는 해가 다시 떠오를 곳을 가리키고 있다 (「항암 탈모」 전문)
저자

박봉수

저자:박봉수
1970년부산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국문과‘문학반’에서활동하면서몇권의‘문집’을내었다.직장생활,개인회사운영을하며사는중에도틈틈이글을써왔다.2010년용인으로이사해시골생활을시작했다.평범한삶을살면서한편으로는늘글쓰기를미뤄둔숙제처럼여겨왔다.

목차


1부
그리움/소나무야/낙산사/황혼/황혼2/고구마/헌사/근조2014/문제다/세대차이/반려견
가을걷이/가을바람/바람불던날/귀먹은복실이/해우/나비의주검을밟지말라

2부
국수나무/무논/부활/소나무야2/소나기오던날/낙산사2/나비/휘파람새/아흔이넘은처외할아버지/소연이생일/바위틈소나무한본/해후/사람말/하늘에대고/햇볕좋은마당한켠/봄이될거니까/시간이멈추면

3부
잘그락대는잎들의소리/오타/모기/난아무것도하지않았다/난아무것도하지않았다2/김추자의노래는슬프다/변태의꿈/안도의숨/타임머신의슬픔/예쁘나/먼산/고시레/일석이조/낮잠/갈피/가난한나무/산과다람쥐

4부
줄타기/항암탈모/도심산사/잘못든길/애초에없는것에대한고찰/눈물흘러가듯이/의사소통/사춘기/애매모호/망망대해의나뭇가지하나/황도복숭아통조림/갑자기알것같았다/태워서보내다/아내에게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잘그락대는잎들
오전햇빛에깜짝놀라
지들끼리조잘대는소리가모래알같다
손가락같은바람간지러운수다
지나가는자가신경쓰이지않는듯,
밤새참았던거라더잘근잘근
종종걸음하는참새같다
뜨거워지기전에여기서쉬었다가야
한댔다고오늘비올일은없지만
애들옷하나더챙겨야
될것같은데이것저것바빠벌써
시간이이렇게지났다는
이주머니저주머니주섬거리는손짓만큼
할얘기남겨둔게아쉬워
내일또보자는
명랑한새댁같다
-「잘그락대는잎들의소리」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