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 정신감정과 심신미약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교양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 정신감정과 심신미약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교양

$14.38
저자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충남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한뒤충남대학교병원정신건강의학과전공의과정을수료했다.이후충남대학교병원에서노인정신건강의학전임의를지냈으며돈보다시간이중요한워킹맘으로일과육아라는두마리토끼를잡기위해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으로이직,매일170명에육박하는범법정신질환자를돌보는주치의로5년여간일했다.치료감호소시절230건넘게정신감정을진행한저자는,우리사회에만연한형사정신감정과심신미약에관한다양한오해와편견을조금이나마줄여보기위해이책을썼다.지은책으로치료감호소내부이야기를처음으로다룬《나의무섭고애처로운환자들》이있다.

목차

머리말‘또심신미약타령이냐’는질문앞에서

1장정신감정이란무엇인가
2장프로파일링과정신감정은어떻게같고다른가
3장단한줄을위해한달동안고심한다
4장조현병은무조건심신미약판정을받을까
5장술마시고저지른범죄도심신미약일까
6장우울증,조울증그리고정신감정
7장사이코패스를정신감정에서만났을때
8장성범죄자를정신감정하는이유
9장자폐증과정신감정
10장치매정신감정하기
11장감정자체보다더중요한것
12장법정으로간정신과의사
13장나와우리를위한정신감정

출판사 서평

“인간에대한이해를넓히는데큰족적을남길만한책”
-이수정,경기대학교범죄심리학과교수

치료감호소시절5년간230건넘는형사정신감정을진행한
정신과전문의차승민의정신감정과심신미약이야기

2023년4월,어느화창한토요일오후대전에서60대남성이만취상태로운전해인도를걷던초등학생4명을차로치였다.그중한아이가사망한이사건은모든언론에대서특필되었고사람들은경악과분노에휩싸였다.가해자를향한분노속에는희생된어린생명에대한한없는안타까움과슬픔과함께,이런생각과맥락이포함되어있었을것이다.“파렴치하게술먹고기억나지않는다며책임을회피하려드는것아닐까?”,“혹시심신미약으로감형이라도받으면?”,“굳이심신미약제도같은건왜있는거지?”

그렇다면술을마시고범죄를저지른사람도심신미약으로봐야할까?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은범법정신질환자를수용하고치료하는국가기관인동시에‘형사정신감정’을수행하는곳이다.형사정신감정은범죄를저지른피의자에게법적인책임능력이있는지여부를가리기위해진행하는데,이것이왜필요하며어떻게이루어지는지안다면더정확한방향을향해분노할수있지않을까?

《나의무섭고애처로운환자들》에서치료감호소내부이야기를본격적으로다뤄화제를모았던정신과전문의차승민,그가2년만에두번째책을들고돌아왔다.제목은《법정으로간정신과의사》.부제는‘정신감정과심신미약에관해우리가알아야할최소한의교양’이다.부제에걸맞게그는정신감정이란무엇이며왜필요한지,정신감정은어떤과정을거쳐이루어지는지,심신건재와심신미약,심신상실판정기준은무엇이며판결에서는어떻게활용되는지실제사례를들어자세히기록했다.또한앞서의‘술에취해저지른범죄도심신미약으로봐야하는지’를비롯해‘조현병환자가범죄를저지르면모두심신미약처분을받는지’,‘심신미약을받으려고일부러속이려드는환자를어떻게감별하는지’,‘사이코패스도심신미약으로봐야하는지’등정신감정에관해일반독자시각에서평소궁금해할법한여러질문에답한다.

저자는“정신감정이나심신미약같은주제가생각보다우리삶에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고말한다.과거조두순사건부터앞서언급한음주운건사건까지‘술을먹어서또는정신질환을핑계로’자신의잘못을회피하려는사람이셀수없이많았으며비단강력범죄가아니라도정치인이공화장애나우울증을핑계로꼭출석해야하는재판이나조사에나가지않는것도모두심신미약에관한이야기라는것이다.뉴스를볼때마다‘이번에도또심신미약타령이냐’조롱하고분노하며피로감을호소하는이상황이야말로정신감정과심신미약이우리가까이에서일상에영향을미치고있다는방증이라고짚는다.

심신미약이라고무조건감형받는것아냐…
감정서에적는단한줄을위해한달을고민하는의사들
그동안몰랐던정신감정제도에관한모든것

형사정신감정이란담당법관이정신건강전문가에게의뢰하여피의자의정신상태를의학적으로판정하는일을의미하는데,형사재판에서피의자가범법행위에어느정도책임능력이있는지판단할필요가있을때진행한다.근대형법은개인이자기행위를책임질수있을경우에만(책임능력이있을때만)형사처벌대상이된다는것을전제한다.이전제에따라제정한대한민국형법에도책임능력이부족하거나없는,심신장애자관련조항이존재한다.심신상실조항(형법제10조제1항“심신장애로인하여사물을변별할능력이없거나의사를결정할능력이없는자의행위는벌하지아니한다”)과심신미약조항(형법제10조제2항“심신장애로인하여전항의능력이미약한자의행위는감경할수있다”)이그것이다.

여기서주목할것은‘제2항’심신미약조항이역사에따라변화를겪었다는점이다.(1장)저자는1953년10월18일처음형법이만들어진당시에는“감경할수있다”가아니라“감경한다”로명시했다고짚는다.이둘의차이는크다.법에명시된‘한다’는언제나해야하는일이지만,‘할수있다’는경우에따라할수도,안할수도있다는의미이기때문이다.왜이런변화를겪었을까?
2008년미성년자를강간했음에도술을먹었다는이유로심신미약을인정받아형을감경받은‘조두순사건’이후,심신미약이라고해서무조건형을감경해야하는지를두고논란이거세게일었다.이때성폭력특별법에‘아동성폭력범죄의경우음주나약물에따른심신미약이라면감경하지않도록’부칙이생겨‘무조건감경’이무너졌다.그러다2018년서울강서구PC방살인사건으로그해12월8일부터는일반범죄에도심신미약의무감경을폐지했다.이사건들로인해심신미약이라고해서무조건형을감경하는일은역사속으로사라졌다.한마디로심신미약이라고해서모두감형받는것은아니라는의미다.

무엇보다정신과의사가정신감정결과를냈어도그것은재판에서‘증거물중하나의자료’로활용될뿐증거능력을인정해감형여부를결정하는것은판사의몫이다.(1장)의사는전문가로서의학적판단을제공하고,법적처분은법률가가한다는뜻이다.심신미약판정을받았다고무조건감형되지않는또다른이유다.저자는‘정신감정결과를과연믿을수있는가?’라는근본적인질문에대해서는“언론에서보도하는한줄의결과를완성하기위해한달이넘는시간동안고심한다”고답한다.(3장)한달간의사뿐아니라임상심리전문가와간호사등여러의료진이다각도로면담하고모니터링해쌓은근거를기반삼아종합적으로판단을내린다는것이다.한달간감정을진행하는또다른중요한이유는피감정인의‘병동생활’을관찰하기위해서다.아침부터저녁까지이어지는일상생활을굳이한달간관찰하는이유는,정신질환이남들에게는당연하게여겨지는단순한생활조차제대로할수없도록지장을초래하기때문이다.

조현병이라도심신건재판정가능
술에관한심신미약판결은더엄격해져…
정신감정에관한대표적인오해와편견에도답한다

책은정신감정과심신미약제도를향한대표적인오해와편견도해소해준다.보통‘정신감정과프로파일링을같거나비슷한것이라고생각하는데실제로는어떻게다른지소상히알려준다.(2장)프로파일링은개인의심리와행동특성을분석해특정상황이나영역에서어떤행동을보일지예상하는것을뜻하며,범죄뿐아니라일상생활에서도활용된다.마케팅에서특정소비자를분석하거나경찰이특정계층이나성별을검문대상으로삼는것도프로파일링이다.

범죄영역에서쓰이는프로파일링은한마디로범죄자의심리행동을분석하는‘과학적수사기법’이다.즉범죄자프로파일링의목적은범죄자의정보를알아내진범을잡는데있다는것이다.반면정신감정은수사가아니다.정신감정을하는정신과의사에게는그사람이범죄를저지를의도가있었는지가아니라사건당시피의자의정신의학적상태가어떠했는지가더중요하다.그렇다면조현병에관해서는어떨까?조현병환자가범죄를저지르면무조건심신미약으로감형받을까?(4장)대부분그럴거라고생각하지만,항상심신미약판정을받는것은아니다.저자는“만약조현병환자가무조건감형받는다면굳이정신감정을할필요가없을것”이라고못박는다.

실제정신감정에서는조현병증상이‘사건’에영향을주었는지아닌지가중요하다.사건을일으킨당시,조현병증상이범죄의직접적인원인으로작용했다는것이확실해야심신미약으로본다는것이다.책에서저자는같은조현병을앓더라도서로다른정신감정결과를얻을수밖에없었던상황에대해,실제사례를들어자세히풀어놓으며독자의이해를돕는다.마지막으로앞서던진가장뜨거운질문,‘술마시고저지른사람도심신미약으로볼수있을까?’에도답한다.(5장)저자는정신감정의가장중요한판단기준(13장)은바로‘사건당시’라고말한다.특정사건을저지른바로그순간변별능력에문제가있었는지아닌지를본다는것이다.그래서술에취해저지를범죄의경우라도정신감정결과가심신미약일수도있고,건재일수도있다고답한다.실제로책에는그기준에근거해정신감정을진행한여러사례가실려있다.다만최근에는음주범죄사건에관해서판결이더‘엄격’해지고있다고짚는다.특히형법제10조제3항은“위험의발생을예견하고자의로심신장애를야기한자의경우에는전2항(심신미약)규정을적용하지않는다”라고명시하고있는데,술이나약물을사용한뒤범죄를저지른경우‘스스로원해서’사용한것으로보고형을감경하지않는추세다.

정신감정제도자체에대한비판많지만,
나쁜사람과아픈사람을구분하기위한가장중요한시작점

저자는물론정신감정을나쁘게이용하려드는사람도많다는것을인정하면서도(2장에진짜환자와가짜환자를감별해낼수있는이유,즉의사를속이기어려운이유가자세히실려있다),그렇다고정신감정이아예가치가없다거나심신미약제도자체가없어져야한다고생각하지는않는다고말한다.특히“정신감정이범죄자의감형이나회피에정당성을부여하기위해만든제도가아니”라며“정확한정신감정이야말로나쁜사람과아픈사람을구분하기위한가장중요한시작점”이라고힘주어강조한다.

물론현재의정신감정제도가완벽하다는건아니다.정신감정과심신미약에관해서여전히논란이되고있는부분이분명존재하는데,정신감정이범죄자도피를위해만든제도가아님에도여전히대중이‘정신감정’하면거부감부터보이는이유를저자는“정신감정의표준적기준이존재하지않아신뢰받지못하기때문”이라고지적한다.이를위해전문가들이객관적이고중립적인기준을표준화해야한다고제언한다.

책에따르면,정신감정은안전한사회를구축하는일에복무한다.무엇보다저자는정신감정이치료기회를놓쳤던누군가에게치료를개시하는실마리를제공하는단초가되는데이‘치료’는그저그사람개인의복지를위한것이아니라고단언한다.정신질환으로인해범죄를저지를사람이라면증상을개선하는치료자체가재범을막는,사회안전망을구축하는일이된다는것이다.

책은그동안미처알지못했던정신감정의세계를여러겹열어보여준다.조현병(4장),음주로인한범죄(5장)뿐아니라치매(10장)나자폐증(9장),우울증과조울증(6장),성범죄자(8장)와사이코패스(7장)까지다양한영역에서정신감정이어떻게이루어지는지어렵지않게차곡차곡알아갈수있다.그래서이책을모두읽은후라면,매일의뉴스속사건이조금다르게보일것이다.‘또심신미약타령이냐’는말을하고싶은마음을누르고정신감정의사가신중하게분석하고감정하는모습을그려보는것,그럼으로써덮어놓고(진짜)정신질환자와범죄자를손쉽게동일한카테고리에넣으려는시도를보류하는것,이책은그주요한단서이자마중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