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21.00
Description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것은 가능한가
의사들이 말하는 조력임종의 모든 것
조력임종 찬성 여론이 80퍼센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력존엄사법’이라는 이름의 법안도 발의됐다. 그런데 우리는 이 새로운 죽음의 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한국인의 75퍼센트 이상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간병 살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사회에서, ‘스위스에 가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은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뜻을 넘어 지금 이대로 죽어가고 싶지 않다는 절망의 다른 표현에 가깝다. 이 책은 그 절망에서 출발한다.
암 병동에서 중증 질환 환자를 주로 만나는 정신과 전문의,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연구해온 신장내과 전문의, 의료윤리와 역사를 오래 가르쳐온 의료인문학 교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을 마주해온 세 사람이 함께, 조력임종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개념 정리부터 한국의 말기 돌봄 현실, 자기결정권의 이면, 네덜란드와 일본, 캐나다와 미국, 스위스에서 대만 등 해외의 실제 사례까지 조력임종에 관한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조력임종에 관한 전방위적인 해석과 현실적인 진단, 사례를 펼쳐 보인다는 데 있다. 초고령화사회, 조력임종 논의의 핵심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

박혜윤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서울대학교의과대학정신과학교실교수로,정신종양학·완화정신의학을전공하며암과중증질환을가진환자와가족들을진료하고있다.투병과정에서마주하는정신적고통,말기의료결정,사별돌봄을연구해왔으며,그과정의실존적물음들을탐구하고자시카고대학교맥클린임상윤리센터에서펠로우십을마쳤다.환자곁에서쌓아온임상경험과윤리적성찰을바탕으로,한국사회에서좋은죽음이가능하려면무엇이필요한지고민하고있다.

목차

머리말:깨끗한죽음에서연결된죽음으로

1부의사조력임종이란무엇인가:최은경
1장스위스행비행기를예약하는사람들
병원에서의죽음이두려운이유|조력임종은헌법상기본권에해당하는가
2장명칭이달라지면윤리도달라진다
치료를멈추는일과죽음을앞당기는일|죽음을돕는일의여러얼굴|죽게두는것도죽이는것인가

2부조력임종논쟁이한국사회에던지는질문들:박혜윤
1장죽음의모습
왜좋은임종을기대하기어려운가|‘의료의실패’가되어버린죽음|한국의생애말기돌봄제도
2장의사조력임종,깨끗한죽음의대안이될수있는가
의료에서자기결정권의의미|한국에서환자는무엇을결정할수있는가|치료거부권보장이중요한이유|말기돌봄과평안한임종을위해필요한것들
3장의사조력임종은안전하게이용될것인가
‘자발적선택’에가려진삶의다층적인맥락들|취약한사람들에게의사조력임종은어떻게작동할까|살아있어야하는이유를설명해야하는역설
4장의사조력임종과호스피스·완화의료
조력임종과완화의료사이의긴장관계|한국의호스피스·완화의료현실은어떠한가|돌봄부재사회,의사조력임종합법화의의미|그렇다면의사조력임종은언제도입해야할까|또하나의사각지대,정신·심리적지지체계
5장의사조력임종과자살은다른가
엄밀하게구분하기가어려운이유|의사조력임종이자살에미치는영향|자살률1위,한국사회에서의영향력
6장초고령사회에맞닥뜨리는새로운딜레마
삶에지쳤다는느낌|삶을삶답게하는것

3부누가,왜조력임종을원하는가:최은경
1장죽음을권리라고부를수있는가
자기결정권,조력임종을옹호하는가장강력한근거|고통,어디가얼마나아파야하는가|‘존엄한죽음’이라는말의진짜의미
2장‘자기가실현하는죽음’이제기하는질문
자기결정권의함정|고통과존엄은공존할수없는가|의사는죽음의동반자가될수있는가
3장지금우리가물어야할것들

4부세계는조력임종을어떻게겪어왔는가:신성준
1장요청에의한살인인가,자비로운죽임인가
무엇이환자를위하는길일까
2장네덜란드,세계처음으로안락사를합법화한나라
의사인딸에게죽음을요청하다|의사가형사책임을지지않게된네덜란드최초의사례|자비로운죽임으로받아들여지기위한조건|안락사의객관적조건을제시하다|안락사가이드라인|안락사합법화,충분한숙의에따른결과
3장일본,세계최초로안락사허용조건을제시한나라
인도주의적자비로운죽임|‘요청에의한죽음’의조건을제시한나고야판결|왜네덜란드는합법화했고,일본은그렇지않았을까|요청에의한살인으로기소된의사,요코하마판결|나고야와요코하마의안락사기준차이|우려와기대,그리고엇갈린시선들|위법아니면적법이라는이분법을넘어서
4장캐나다,자기결정권을근거로삼은의료조력임종
수로드리게즈의질문,내삶의주인은누구인가|23년뒤,케이카터와글로리아테일러|대법원이인정한‘죽을권리’|의사조력자살,의사조력죽음,그리고의료조력임종
5장미국,개인에서사회로이어진조력임종논쟁
자비의천사인가,연쇄살인마인가|사회적논의와주민결정에따른존엄사합법화,오리건주|미국의존엄사법현황
6장스위스,조력자살의상징이된나라
1942년,조력임종의길이열리다|디그니타스,그곳에서는|불편한진실|취리히호수에서발견된다수의유골함|조력자살의대상범위를어디까지인정할것인가
7장대만,아시아에서죽음의질이가장높은나라
44년간17세에멈춘소녀,왕샤오민|조력임종허용이높은‘죽음의질’을결정하지는않는다
8장대한민국,조력임종논의의출발점에서다
조력죽음을둘러싼헌법소원|행복추구권,사생활의자유,그리고자기결정권|돌봄의자리를찾아서|취약한이들의삶과고통을어떻게책임질것인가

맺음말:좋은죽음은좋은삶위에서만가능하다

대담:우리의삶과죽음은어떠해야하는가
부록1:주요윤리이론은조력임종을어떻게바라보는가
부록2:종교는조력임종을어떻게바라보는가
부록3:의사는환자의죽음을도와야하는가
부록4:미끄러운경사길,죽음으로이어지는환경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삶의마지막을인간답게지켜내기위해무엇을고민해야하는지묻는책”
-김범석,서울대학교병원종양내과의사·《어떤죽음이삶에게말했다》저자

재난에가까운말기돌봄공백사회,
조력임종이라는새로운죽음의방식이
나와우리공동체에남길영향력에관한절박하고진지한탐구
“스위스에가서고통없이삶을마무리하고싶어요.”
2024년조력존엄사법이발의됐고,조력임종도입에찬성한다는응답이80퍼센트에달한다는여론조사결과가나왔다.헌법재판소에는안락사를허용해달라는헌법소원이접수됐다.2023년기준스위스의조력자살단체디그니타스에회원으로등록한한국인은162명이다.죽음의방식을선택할권리에관한이야기가어느새입법문턱에까지와있다.
“고통없이,내뜻대로,존엄하게”죽고싶은마음에동의하지않기는어렵다.그러나우리는조력임종에관해무엇을,얼마나알고있는가.이뜨거운열망속에어떤논리와이야기들이숨어있을까.한국인의75퍼센트이상이병원에서생을마감한다.1990년대까지만해도이비율은30퍼센트에미치지않았다.병원에서의죽음이두려운이유를묻는조사에서1위로꼽힌것은‘본인의사와무관한연명의료’였다.호스피스·완화의료는일부에게만허락된제도로많은사람에게닿지못하고,‘간병살인’이라는말이낯설지않은사회에서돌봄은여전히가족과개인의몫으로남아있다.이런현실에서‘스위스에가서삶을마무리하고싶다’는말은단순히죽음을스스로선택하겠다는뜻이아니다.재난에가까운생애말기현실,돌봄공백속에서맞닥뜨리게되는절망의다른표현에가깝다.
이책은그절망에응답하고자하는절박한문제의식에서출발한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정신건강의학과·정신종양학전문의박혜윤,동국대학교의과대학일산병원신장내과전문의신성준,경북대학교의과대학의료인문학교수최은경.서로다른자리에서죽음의모습을오랫동안마주해온세사람이힘을모아,조력임종에관한논의를제대로시작하기위해반드시알아야할것들을이책《깨끗한죽음이라는환상》에담았다.
이책의특별한점은찬성과반대라는이분법에갇히지않고,조력임종에관한전방위적인해석과현실적인진단,사례를펼쳐보인다는데있다.책은인간의‘생명’은하늘이부여한귀한것이기에반대한다거나‘자기결정권’의측면에서죽을권리도권리이기에찬성한다는차원을넘어,조력임종이라는새로운형태의죽음을둘러싼윤리적,제도적,사회·문화적이슈를입체적으로파헤친다.

용어의의미부터찬반쟁점,해외사례와한국의현주소까지
의사들이말하는조력임종의모든것
1부는조력임종에관한개념의지도를그린다.이름이달라지면논의의방향도달라진다.언뜻비슷해보이지만사실은조금씩다른뜻을지닌‘안락사’,‘존엄사’,‘조력자살’,‘의사조력임종’이각각무엇을의미하는지,그차이가왜중요한지를먼저짚는다.또한‘죽음을앞당기는행위와죽음을막지않는행위는도덕적으로같은지혹은다른지,의사가직접약물을주입하는것과환자가스스로약을복용하는것사이에는어떤차이가있는지,치료를거부할권리는어디까지인정되는지’등조력임종을둘러싼다양하고첨예한질문에먼저답하며논의의좌표를잡는다.
2부는조력임종논의가한국사회에어떤질문을던지는지들여다본다.특히조력임종을향한열망이온전히자유로운자기결정의표현인지,아니면돌봄의공백과경제적압박이만들어낸절박함인지를집요하게묻는다.한국의자살률은2024년기준인구10만명당29.1명으로OECD국가중1위다.조력임종이합법화된네덜란드와캐나다의자살률이인구10만명당약10명으로OECD평균수준인것과대비된다.특히노인3분의1이빈곤수준에놓인한국사회에서사회·경제적으로취약한사람이충분한돌봄을받지못한채사실상죽음쪽으로밀려날가능성은추상적인우려가아니다.자살률이우리나라보다낮은캐나다에서조차장애인들이통증이아니라빈곤때문에조력임종을떠올리게된다고증언했고,비말기환자로조력임종을선택한사람중주거가불안정한이들의비율이전체사망인구에서의비율보다높았다는연구결과도나왔다.반면완화의료로도해결하기어려운극심한고통이실재한다는것,그고통앞에서사회가짊어져야할책임이존재한다는점역시이책은외면하지않는다.나아가‘조력임종과자살을명확히구분할수있는지,자살률OECD1위사회에서이제도가어떤파장을일으키게될지’까지촘촘하게다룬다.
3부는조력임종을옹호하는세가지핵심논거인자기결정권,고통,존엄을의학과철학과윤리학의언어로하나씩해부한다.자기결정권은조력임종을옹호할때사용하는가장강력하고직관적인논거지만,이책은그안쪽을들여다본다.임종과정에서자기결정권을실현하려면역설적으로타인의도움이반드시필요하다는점에서,온전한자기결정권이란존재하는지묻는것이다.고통에관해서도이책은섣불리답하지않는다.신체적통증은어느정도객관적으로측정할수있지만,정신적고통은사람마다경험의양상과강도가크게다르다.책은고통을조력임종의요건으로삼을경우,그기준을어디에어떻게설정할것인가에관해의문을제기한다.존엄또한마찬가지다.‘존엄’이라는단어가조력임종을옹호하는진영과반대하는진영에서전혀다른의미로쓰이고있음을보여주며,그개념적혼용이논의자체를얼마나흐트러뜨려왔는지를짚는다.
4부는세계가지난수십년동안조력임종을둘러싸고실제로겪어온것들을기록한다.1973년포스트마사건에서시작해2002년세계최초로안락사를합법화하기까지,네덜란드는30년에걸친법원판결과사회적논의를통해합의를다듬었다.일본에서는1962년나고야판결과1995년요코하마판결을통해세계최초로안락사허용조건이제시됐지만,지금까지도합법화에이르지못했다.왜네덜란드는할수있었고일본은그렇지않았는가.이책은그차이가단순히법조문의차이가아니라,의사의개입여부와의사에대한사회적신뢰도의차이에있음을보여준다.캐나다는2016년의료조력임종법을제정한이후적용대상이말기환자에서비말기환자로,다시정신질환자로빠르게확장됐다.미국에서는자살기계를발명한잭케보키언의등장으로조력임종이개인의이야기에서사회적논쟁으로번졌고이후오리건주를시작으로존엄사가합법화되었는데,책은그과정을소상히담았다.조력자살의상징이된나라로,전세계에서죽음을원하는이들이찾아오는장소가된스위스가어떻게현재의모습에이르게됐는지도자세히다룬다.반면조력임종을허용하지않고도아시아최고의‘죽음의질’평가를받은대만의사례는,이문제가단순히제도의도입여부로풀리지않음을보여준다.

“깨끗한죽음을넘어연결된죽음으로”
남들에게폐끼치지않고스스로통제하여결정하는죽음,
그것이정말우리가추구해야할죽음의모습인가
부모가중환자실에누워계셔연명의료여부를결정해야하는상황에놓였을때,혹은내가그침대에누울날을막연히떠올리게될때,조력임종은그순간과이미연결되어있다.나와우리가족의이야기가될수있는조력임종에찬성하거나반대하기전에,이것의실체가무엇인지먼저제대로알아야하지않을까?여론은뜨겁고법안은발의됐지만,이제도가실제로무엇인지,어떤조건에서어떻게작동하는지,세계는어떤대가를치르며이길을걸어왔는지를정확하게짚어준책은없었다.《깨끗한죽음이라는환상》은그공백을채우는첫번째책이다.
책말미의대담에서저자들은‘조력임종법’도입에보인높은찬성여론을신중하게해석한다.찬성률80퍼센트라는숫자는법내용을충분히이해한결과라기보다,생애말기경로가재난처럼느껴지는현실속에서‘죽음만은내뜻대로,고통없이,존엄하게’맞이하고싶다는절박함의표현이라는것이다.실제로용어와개념을정확히설명하면찬성률이50퍼센트대로낮아진다는연구도있다.의사들의찬성비율이일반여론의절반수준에그치는것도같은맥락이다.
여론과제도의간극은정보의불균형에서온다.그간극을메우는이책은,법과제도도입을논의하기에앞서그법이실제로작동할사회의모습을먼저그려야한다고말한다.나아가법안에서살아갈사람의‘삶’을함께살펴야한다는점또한놓치지않는다.
이책이끝까지붙잡고있는전제는하나다.‘어떻게죽을것인가’는‘어떻게살것인가’와분리되지않는다는것.어떤제도가고통을회피하기위한기술로만소비되거나사회·경제적으로취약한삶을떠미는구조로작동하게된다면,그것을‘존엄을지키는제도’로보기어려울것이다.
조력임종은절박한상황에서벗어나깨끗한죽음으로나아가는‘매력적인대안’처럼보인다.그러나책의머리말에서말하듯“어떤존재를칼로도려내듯삶에서지워내고,남은이들이아무일도없었다는듯살아갈수있는죽음은없다.”한사람의죽음은어떤방식으로든주변에흔적과울림을남기고,따라서‘연결된죽음’이우리가마주해야할현실에가깝다.이책이‘깨끗한죽음’을넘어선연결된죽음’에관한이야기를시작하는첫번째실마리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