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모르면아무리노력해도답을구하기어렵다
그모름을알게해주는것이선지식의역할이다
보배가있어도그귀함을모르는사람에게는가치가없고,훌륭한도구가있어도그쓸모를알지못하면맨손으로하는것만못하다.얼마전까지한국불자들의상황이그랬다.전세계불교전통에전해지는여러가지수행법가운데최고로손꼽히는방법,깨달음에단도직입하는최상승수행법이라는간화선(看話禪)을가지고있으면서도그원리를이해하고제대로활용하는사람이드물었다.아무나시도할수없는고난도수행이라서일까?아니면타고난근기의사람들만할수있는신묘한수행이어서일까?모두아니다.간화선이어려운수행으로오해받고점차사람들한테서멀어진이유는다름아닌수행을지도해줄선지식이부재했기때문이다.
그동안한국불교는불자들에게간화선의탁월함을이야기하면서도정작수행은조사선(祖師禪)의방식으로지도해왔다.그러다보니어디가서배워도간화선에대한이해가깊어지지않고,아무리열심히수행해도원하는결과에도달할수없었다.이책의주인공수불스님역시처음사람들에게수행을지도할때같은실수를저질렀다.수행하러온이들에게‘부모한테몸받기전에나의본래면목은무엇인가?’‘송장을끌고다니는놈이누군가?’와같은조사들의유명한화두를던져주었지만사람들은답을찾지못했고시간이지날수록집중력과흥미를잃어갔다.이에스님은스스로를성찰하여문제를직시하고단호하게결심했다.
수불은단호하게결심했다.일상생활이바쁜신도들에게일주일안으로화두체험을시키지못할실력이라면포교당을접어야겠다고결론을내렸다.신도를속이고자신도속이는포교당운영이라고판단했던것이다.수불은옛조사들의공안에집착하기보다는자신만의활구를제시해야겠다고스스로에게약속했다._본문중에서
몇번의시행착오끝에수불스님이찾은답은‘활구(活句)로써체험케하기’였다.의심만을지속하게하는조사선의방식을버리고,의심을바깥의벽으로여기고이를타파해자신의본성을깨달을수있도록살아있는화두를던져주는것이다.방편으로삼은것은이른바탄지(彈指)화두였다.
수불은집게손가락을튕기면서신도들에게말했다.“무엇이이렇게하는것인가?”(중략)새롭게제시한화두는신도들에게작년과달리집중력을불러일으켰다.수불은이때다싶어신도들을거세게몰아붙였다._본문중에서
효과는즉각적이었다.흐느끼는사람,비명을지르는사람,눈에핏발이터진사람등반응은제각각이었지만다들온몸으로화두를들고있었다.며칠이지나자,하나둘자신의본성을깨닫고체험하는사람들이생겨나기시작했다.소문은삽시간에전국으로퍼져나갔다.이내‘수불스님’,‘안국선원’은현대간화선의대명사처럼한국불교계에회자되었다.
나를알게해주고
세상을알게해주는
간화선의힘
이책에는간화선을대중화하고세계화하기위해불철주야노력해온수불스님의행보가다채롭게그려진다.그과정에서여러이름난이들과만난사연도등장하는데,대표적인인물이혜민스님,로버트버스웰교수(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회원,전동국대불교학술원장),차드멍탄(구글엔지니어),베누스리니바산(TVS모터스그룹회장)이다.혜민스님과로버트버스웰교수는수불스님의지도아래안국선원에서직접간화선체험을했고,차드멍탄과스리니바산회장은수불스님을만난뒤스님을스승으로삼았다.수불스님에게간화선에대해듣고배운이들은하나같이한국불교간화선이가진힘에놀라워했다.이들과의만남을통해간화선의대중화와세계화에대한수불스님의의지역시더욱견고해졌다.
선은인간속의이기적배타주의를돌려자기의본래면목에사무치게하고세계와역사를자기생명속에서합일하는대승의눈을열어준다.그래서선은궁극적으로자기와남을둘로보지않는절대평등의세계를열어더불어사는자비문과원융하게되는것이다.따라서재단법인대한불교조계종안국선원은조계종의종지종풍에의거하여인류의마음에진리의외침이울리게하고,세계만방에지혜의눈을밝히는선의범세계화로만민평등의세계일화를우주법계에가득꽃피우고자한다.
_본문중에서
수불스님이부산금정구남산동에안국선원을개원하면서제시한선원의이념이다.여기에는상호존재하는생명의본질을바로보게해주는선으로써현대사회가겪는여러가지병폐의근본원인이자타의구별과이분법적사고를넘어서리란결의가담겨있다.그런마음으로한걸음한걸음걸어온세월이이책에오롯이새겨져있다.2,600여년전석가모니붓다로부터시작된불교는이제국가와인종을넘어많은사람의내적·영적성장지침이되어가고있다.선의가치도날로높아지고있다.수불스님의바람처럼선(禪)의선한영향력이서서히전세계에퍼지고있다.
10여년의인연,8개월간의집필과정
글짓는수행자정찬주작가의내공이빚은작품
‘시간이없다’는간곡한당부의말을담아전하다
“본래의자기자신으로돌아와살기를바란다.”대쪽같은삶을살아간인물과수행자들의정신세계를탐구해온정찬주작가가밝힌이책의집필의도다.10여년전처음수불스님을만난작가는아내와자녀의변화를목격한이후간화선에대한확신이생겼고,수불스님과간화선을주제로책을쓰리라다짐했다.이후2019년스님과함께한부처님성지순례길에서자신의뜻을전하고2021년겨울부터올해7월까지집필에몰두했다.긴시간을거쳐탄생한이책은,오랜시간글짓는수행자로살면서선지식들을만나고,그들의가르침을깊이배우고,그들의삶과가르침을이야기로전해온정찬주작가가자신의삶에서체험하고길어올린또한편의역작이다.
부처님께서방일하지말라고말씀하셨는데가만히아무것도안하고있으면되겠어요?수행은안하고시간을흘려보내서야되겠냐는거지요.어차피한정된시간을살다가가는데어떻게보내야하겠느냐는겁니다.부처님가르침을접할기회가왔을때공부해야지요.이런의미에서시간이없다는거지요.내입장에서도신도들한테가르쳐줄시간이점점줄어들고있어요.시간이없는거지요.앞으로내가몇번이나가르치겠어요?
_본문중에서
작가의말에따르면,수불스님은법문때마다이런취지의말을자주한다고한다.이것이소설의제목이‘시간이없다’로정해진연유다.소설가로서,선지식의삶과가르침을널리알리는데뜻을둔전법사(傳法師)로서,어쩌면정찬주작가역시수불스님과같은마음일것이다.선지식의삶과가르침을글과이야기로전함으로써우리역사와전통과문화에존재하는뛰어난스승과가르침을드러내는일을업(業)으로삼고있으니말이다.그렇게보면이책은소설속주인공인수불스님과정찬주작가의간곡한마음이겹겹이담긴따듯한당부와도같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