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하필스님이되었냐고요?
제대로행복해지고싶어서요!
몇시간씩줄을서서기다리는수고를마다하지않고소문난맛집을찾아다니는사람들,다음날쓰린속을부여잡고해롱댈것을알면서도코가삐뚤어질때까지술잔을기울이는사람들,더높은자리에오르기위해밤잠을줄여가며스펙쌓기와실적쌓기에올인하는사람들….저렇게까지해야하나싶을만큼독하게사는사람들에게도대체왜그러고사냐고묻는것은어리석은짓이다.돌아올답이뻔하기때문이다.“그게좋고행복하니까요.”
생존에필수적인일을제외하고인간이하는모든행위의궁극적인목표는딱하나다.‘행복추구’.스님들,이책은쓴해인사승가대학학인스님들이출가해서머리깎고사는이유역시마찬가지다.배고파서초코파이얻어먹으러법당에들어간사람,20대에희망퇴직을당하고출가를결심한사람,여자친구와헤어지고방황하다가은사를만나출가한사람등사연은저마다다르지만하나같이행복을찾아부처님가르침귀의했다.연애도못해,결혼도못해,맛난음식도맘껏못먹어,부와명성도쌓기힘든데,출가해서사는게어째서행복을위한일이냐고반문할지모른다.하지만스님들이찾는행복은보통사람이생각하는그것과는거리가멀다.사랑,돈,명예처럼수시로변하는것들로부터얻어지는잠깐의행복감이아닌변치않는삶의본질(진리)을터득하는것이야말로스님들이바라는참행복이다.
“내일일은나도몰라요.지금좋으면된거죠.”이런하루살이인생같은태도로세상을살아가는이들은공감하기힘든얘기일수있다.하지만진지하게자기삶의무게를고민하는사람,무언가를소유함으로써얻은찰나의즐거움끝에허무함과덧없음을맛본사람이라면,누구보다깊고오래삶의본질을성찰하는스님들의이야기가마음깊이와닿을것이다.
집떠나면개고생이라고?
집떠나사는재미도있다!
천천히걷고먹고마신다.항상말과행동을차분하게하고,좋든싫든감정기복과표현이적다.사계절내내민머리를하고칙칙한색깔의옷을입고검은색아니면흰색고무신을주로신는다.인적이드문산중에살면서밤9시가되면불끄고잔다.스님에따라,생활환경에따라조금씩차이가있겠지만대부분스님생활이이렇다.그래서‘스님’혹은‘스님의삶’하면떠오르는첫인상은단연‘재미없음’이다.만약누군가에게단하루만이렇게살아보라고하면심심하다못해좀이쑤셔서안절부절못할것이다.
그런데도스님들은즐겁다고말한다.즐거움을넘어매순간삶의경이로움을느낀다고말한다.과연이말을믿는사람이얼마나될까?아마스님을빼면아무도없을것이다.이책을쓴학인스님들도그랬다.출가하기전까지부처님,절,스님에대해서‘1’도관심이없었다.하지만인연에따라출가한뒤직접살아보니밖에서살때보다훨씬더행복하다는게공통된이야기다.남에게잘보이기위해서든자기만족을위해서든,억지로애쓰고꾸미고살필요가없기때문이다.자연스럽게사니까몸도마음도편안해지는것이다.
출가생활이마냥편하고즐겁기만한것은아니다.특히어엿한스님으로거듭나기위해새롭게배우고익혀야할게많은학인스님들의하루는고단함그자체다.새벽부터밤까지이어지는공부와수행,사소한일하나까지규율에맞게행동해야하는불편함,거기에단체생활에서오는각종스트레스까지더하면굳이머리를밀지않아도저절로머리카락이빠질것같은게스님들의일상이다.그러니오해하지말자.스님도사람이고절도사람사는곳이다.스님으로사는건생각만큼느슨한일이아니다.
사람모인곳은다그렇듯스님들생활에도희로애락이공존한다.성격과생각이서로달라서,때로는다투기도하고본의아니게실수를저지르기도한다.다만세속에서는다툼과잘못이갈라섬의원인이되지만절에서는오히려결속과자기성장의토대가되어준다.남을탓하기보다스스로를먼저참회하고,자신의모난곳을다듬고깎아서원만한사람으로자라나는계기로삼기때문이다.순간순간이수행인삶,겉멋이아닌속멋을가꿔나가는삶,여기에스님으로사는즐거움의참뜻이숨어있다.
어쩌면당신의이야기가될지도모를이야기
평범한사람들의평범하지않은출가이야기
걱정없이사는사람은아무도없다.점심으로무엇을먹어야할지,내일은어떤옷을입어야할지같은하찮은고민에서부터성적,취업,결혼,집장만등현실적인과제에이르기까지현대인의머릿속은걱정거리로가득하다.다행히이런걱정들은시간이지나면자연스럽게해결된다.아니면미리준비하고대비함으로써해결할수있다.진짜문제는인생,죽음,행복,존재의목적같은본질적인것들이다.이런의문을품고사는사람들은쉽게현실에안주하지못한다.남들이부러워할만큼잘먹고잘살아도속으로는어딘가텅빈듯한공허함을느낀다.그런사람들에게이책은작은실마리를보여준다.
이책의주인공인스님들은처음부터스님이아니었다.학교다니고회사다니면서평범하게살다가,어느순간전혀다른삶의방식을좇아서불교에귀의했다.인류역사상가장깊이존재의문제를탐구했고마침내진리를깨달은부처님의가르침에의지해내면의의문을풀기위해서다.출가는보통일이아니다.지금까지쌓아온것들을모조리버려야할만큼큰결심이필요한일이다.그래서스님이된다는건특별한선택이자완전히새로운삶으로의나아감이다.하지만간절히답을구하고자하는마음이있다면더없는기회의장이자,누구에게나활짝열려있는길이다.
살다보면내안에서본질적인물음이샘솟을때가있다.잠깐의고뇌로넘겨버리는사람이있을것이고,또누군가는심각하게고민할것이다.만약지금삶이행복하지않다고느껴진다면,세상에더나은길이있을거라고믿는다면,이책에서희망과용기를얻을수있을것이다.남들이말하는대로가아닌내가바라는대로,내가원하는모습으로살아가길원하는모든이들에게이책을권한다.
책속에서
용돈이간절했던나는급식비로부족한용돈을메우기로했다.하지만굶는것도하루이틀이지,한창혈기왕성한나이에어떻게배고픔을참을수있으랴.몇번은몰래급식을타먹기도하고친구밥을얻어먹기도했지만,결국주린배를채우기위해매점으로달려갈수밖에없었다.애써모은용돈은흔적도없이사라졌다.그런나에게한줄기빛처럼구세주가등장했다.바로초코파이였다!
---p.14
스님은내게이렇게말씀하셨다.“사람들은자신의마음을돈에의지하고,집에의지하고,권력에의지하며살아갑니다.하지만사람의일이란한치앞도알수없어서하루만에집을잃고,직장을잃고,전재산을잃어버리기도하지요.이때의지처를잃어버린마음은혼란스러워하며절망하고맙니다.”그말을듣고곧장이해가되었다.왜냐하면나도하루만에여자친구를잃어버렸으니까!
---p.41
얼마나지났을까.필기시험에합격했다는안내문자가왔다.악을쓰고할때는안되더니다내려놓고출가하려니까합격이라니,인생참묘하다.이래서알수없는게사람일이라고하는가보다.어쩌면내가마지막시험에합격할수있었던건집착을멈춘상태로마음을비웠기때문인지모른다.만약끝까지합격에매달렸다면좋은결과가있었을까?
---p.68
몰래마을버스를타고내려가서속초행버스에몸을실었다.시내에도착해서영화한편보고,볼링도치고,짜장면도맛있게한그릇사먹고,후식으로커피까지마시고백담사로복귀했다.아무일없었다는듯저녁공양시간이지나갔고다들들키지않았다며내심안심하고있었는데웬걸,저녁정진시간에선원장스님이들어와오늘밖에나갔다온사람은자수하라는게아닌가?‘아차’싶었지만이미엎질러진물이라어쩔도리가없었다.
---p.93
학인스님들은체육대회2~3주전부터축구울력에돌입했다.연습이아니라울력!절에서대중울력은‘죽은귀신도나와서한다’라는말이있을만큼중요한일과다.한사람도예외가있을수없다.더군다나중차대한결전을앞둔만큼1학년은빠짐없이참여해야했고누구보다열심히뛰어야했다.목표는두말할것없이우승이었다.(…)나는이한몸불사른다는각오로발에땀이나도록운동장을누볐다.그렇게한참을공을따라다니다가상대편선수와부딪히는바람에무릎을다치고말았다.
---p.127
1학년때입승스님이“시간만나면자”라고조언을해주신기억이난다.나는그말을충실히따라진짜틈만나면잤다.그덕에좀덜피곤하게지낼수있었는데,돌아보면비록몸은고단해도마음만은가장편했던시절이었던것같다.잡념없이소임만열심히하면됐으니말이다.그때는학년이올라가면좀나아지겠지하며어서시간이흐르길바랐는데,막상2학년이되고보니신경쓸일이더많아졌다.위에서누르고아래서치고올라오고….
---p.147
사람이죽기전에마지막까지살아있는감각이청각이라고한다.나는어머니가눈감으시기전에이생의미련이나인연일랑다잊고편안하게가시라고부처님말씀을들려드렸다.반야심경,무상게,천수경,금강경을반복해서염송했다.새벽쯤문득얼굴에평온이깃들더니이내후우하고긴숨을내뱉으며어머니는눈을감으셨다.나는멈추지않고염송을계속했다.다내려놓고가시라고마음속으로기원하면서,이것이내가받은은혜에대한보잘것없는보답이라고생각하면서.
---p.184
인생은어디로흘러갈지예측하기어렵다.한치앞도내다보기힘들다.내가해인사승가대학에와서처음공양간에들어갔는데,웬우락부락한인상의행자가한명서있는걸보고는속으로이렇게생각했다.‘아,행자생활꼬였네!’그런데시간이지나서그행자와나는누구보다가까운사형사제가되어함께강원생활을하고있다.재밌지않은가.
---p.228
나무가멋진예가될수있다.나무는때가되었다싶으면내려놓는다.잘무르익은열매든아름답게물든잎이든미련없이떨군다.겉모습에집착하기보다뿌리를더깊이뻗고나이테를늘린다.사람도그래야한다.사람은태어나서죽을때까지여러가지경험을한다.개중에는좋은것도있고나쁜것도있기마련이다.어느것에도집착하지말고차별없이받아들이고다시내려놓아야한다.핵심은좋은것과나쁜것을구별하지않고열린자세로경험하는것이다.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