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삭임 : 영화 속 우리 사는 이야기

빛의 속삭임 : 영화 속 우리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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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주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오랫동안 희곡을 강의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조은영 전주대학교 명예교수와 함께 떠나는 영화 속 인문과 삶으로의 여행이다. 80년대 중반 하와이대학교에서의 체험을 통해 문학과는 또 다른 영화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서울문예마당에서 주관하는 ‘씨네 토크’를 통해 많은 이들과 나누었던 영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풀어놓는다.

특히 이 책은 영화의 촬영 기법 등의 기술적 요소보다는 영화의 플롯이 담고 있는 이야기 그 자체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현실’이 어떻게 스크린 위에서 재구성되는지를 분석하며, 독자들이 영화를 통해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영화를 소재로 삼아 우리들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1장 ‘부부 이야기’에서 4장 ‘메멘토 모리’까지는 결혼, 인생, 노후, 죽음으로 이어지는 인간 생의 4가지 단계에 따라 선정된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주목하지 않았거나, 외면해 오고 있었던 인생의 화두를 이야기한다.

또한 5장 ‘차별과 위선’에서부터 9장 ‘세상의 끝에서 희망을 말하다’까지는 사회적 차별, 소수자의 연대, 자본주의와 기술발전의 명암, ‘인류 멸망’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 깨달음 등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선정하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각자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10장 ‘삶과 예술’은 ‘미술’을 소재로 삼은 영화, ‘영화’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통해 현실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개념으로서의 예술과 미디어의 가치에 대해 탐구한다.

저자

조은영

전주대학교명예교수

1981년부터전주대학교영문학과에서현대드라마를주로강의했다.희곡을공부하고강의하다유학을떠났다.한국과달리영화가종종교재로사용되는점이의아하기도새롭기도했다.캠퍼스에고전영화를주로상영하는곳과아트포르노라는장르의영화를상영하는별개의극장도있었다.게다가그곳에서상영되는영화가읽어야할책목록과나란히올라와있는점이수상하고놀라웠다.지난세기80년대중반하와이대학에서의일이다.
책에서읽던삶과세상을스크린에서보며영화에빠졌다.영화학도로서전문성을갖춘영화보기가아니라문학작품으로서드라마를분석하듯영화의텍스트에치우친영화보기였다.영화속에서도세상과인생이,삶의메타포가생생했다.이때곁눈질을했던결과물이『영화읽기』였다.10년이지난지금아직도‘영화읽기’에빠져있다.
예전에보았던영화를다시보며그때와전혀다른해석과느낌을기쁘게받아들이고,새영화를보며옛영화를떠올리기도한다.2시간남짓응축된다양한삶의모습에서삶을반추하기도,사소한지혜를새삼떠올리며겸허해지기도한다.가끔씩은스크린바깥의세상을보는시선이확장되기도,깊어지기도하는경험을하고있다고자평한다.
영화를보며비평가의환호를받은영화도그저그렇다는평을받은영화도나름대로담아내고싶은메시지로가득함을알게되었다.영화를사랑하게되었다는고백이다.뻔하게드러내보였든꼭꼭숨겨놓았든사랑스러운눈길로품으면삶을향한귀한깨우침이보이고세상을향한외침이들린다.영화속삶의미덕,빗나간열정과욕심,일그러진세상을보며마음의자세를고쳐,더많은사람과더넓은세상을따뜻한시선으로볼수있기를바라고있다.

목차

저자의말4

/부부의세계/

결혼이야기14
:행복한결혼?꿈깨세요

카페벨에포크26
:내가행복했던곳으로가주세요

/미혹과불혹의사이/

괜찮아요,미스터브래드36
:이건내가생각했던내모습이아니야!

위아영48
:언젠가한번화려했던것들은우리를서글프게한다

/노년과고독/

바운티풀가는길62
:길은때때로통하다가막히고,강산은날마다적막하고쓸쓸하네

밤에우리영혼은73
:하나님,저외로워요

어바웃슈미트84
:이제인생을묻지않는다.다만여기에있는기적뿐!

/메멘토모리/

내가죽기전에가장듣고싶은말94
:괜찮은인생이었어,죽음만완벽하다면!

원더풀라이프105
:내가살아있었다는증거를찾고싶어요

/차별과위선/

헬프116
:흑인여성차별의미시사

모나리자스마일128
:미소짓고있는그녀는행복했을까?

파워오브도그136
:파멸을부르는말할수없는비밀의무게.

/연대의아름다움/

바그다드카페152
:땀에젖은여자와눈물훔치는여자가피워낸사막의꽃
원스165
:당신의멜로디를내가따라부릍게요

/자본주의의꿈과꿈꾸는자본주의의세계/

모래와안개의집174
:우유는상했고꿀은도둑맞은후였어

글렌가리글렌로스185
:탐욕은좋은것이다

하워즈엔드195
:단지연결하라!

/테크놀로지디스토피아/

트루먼쇼206
:이쇼는우리모두함께하는쇼야

마이너리티리포트220
:살인으로이룬살인없는세상

/세상의끝에서희망을말하다/

칠드런오브맨232
:놀이터에서아이들소리가사라졌어요

더기버244
:따뜻한햇살을받는느낌을다른사람에게어떤말로전할수있을까?

/삶과예술/

진주귀걸이를한소녀256
:푸른터번의소녀와북구의모나리자

카이로의붉은장미268
:난천국에있는것같아요

출판사 서평

<출간후기>

스크린속웃음과눈물을통해우리의삶을되돌아보다

1895년프랑스파리의한카페에서사진기술자였던오귀스트뤼미에르,루이뤼미에르형제는시네마토그래프라는신기한장치를선보입니다.이장치를통해상영된세계최초의영화는열차가역으로진입하는50초가량의짤막한영상에불과했지만엄청난센세이션을불러일으켰고,‘인류최초의영화작품’이라는타이틀을얻게됩니다.

이책『빛의속삭임』은1981년부터전주대학교영문학과에서현대드라마를강의해온조은영전주대학교명예교수의영화를통해바라보는우리의인생과세상의흐름에대한인문학적고찰로서미디어와정보과잉의시대에살아가고있는우리들에게스크린속에재연된다양한종류의삶과세계를통해현실을새롭게고찰할수있도록인문학적화두를제공합니다.

‘이혼’의과정을현실처럼생생하게그려냄으로써우리가당연하게여겨온‘결혼’의본질을되돌아보게돕는<결혼이야기>,인종차별이정당하던시대의부조리를통해현재는과연얼마나변했는가를되묻는<헬프>,SF적상상력을통해당시의미래이자오늘의현실을놀라울정도로예측해낸<트루먼쇼>와<마이너리티리포트>등의영화를통해이책이던지는질문은독자들의지적욕구를한껏충족시켜줌과동시에더나은세상을만들어나갈수있는실마리를제공할것입니다.

<저자의말>

영화는오늘날대중들의대표적인오락매체가되었지요.그러나대부분의사람들에게영화는일회성소비에그칩니다.같은영화를2-3번보기,영화평론쓰기,그리고직접영화제작하기.트뤼포감독이말하는영화를사랑하는방법입니다.영화가무수한다른오락거리와경쟁을하는시대이기도하고OTT서비스등영화보기가쉬워지며선택의폭이넓어진것도오히려같은영화를다시보기어렵게하는이유인듯합니다.또한영화를보려면시각과청각을온전히스크린에고정하고대부분의경우2시간정도꼼짝없이앉아있어야합니다.이어폰꽂고음악들으며동시에햄버거먹으며채팅하는것하고는다르지요.

영화와소설은사실이아닌허구를다룹니다.펠리니감독은“허구속에는일상적으로보이는현실보다훨씬깊은진실이있는것인지도모른다”고합니다.영화와마찬가지로신문이나역사책에도사람사는일의현재와과거가가득하지요.이들매체는주로숫자와정보로무장한‘사실’들을전달합니다.그러나이들‘사실’이가슴에와닿기는어렵습니다.앙상한사실에는삶이지닌깊고풍부하고다양한무늬,삶의디테일이없기때문이지요.

그러나이러한디테일이한번에머리에,가슴에와닿기는힘듭니다.영화를좋아하는대부분의사람들이영화평론을하거나더욱이영화만들기에도전하는것도쉽지않지요.만만찮은기억과해석의부담,나아가현실적제약이따르기때문이지요.‘재회,재발견,회상이야말로거의모든즐거움과기쁨의원천’(막스밀러)이라는말은영화에도적용되지요.자세히여러번,함께생각과느낌을나누며보면영화가훨씬더사랑스러워지리라는생각입니다.

영화는문학과음악,무엇보다도온갖종류의시각예술이복합적으로어우러진장르입니다.음악과더불어색채와빛의사용이전반적분위기와인물들에대한정보와주제를암시하기도하지요.의상과세트,영화속공간도중요한힌트를제공합니다.특정공간이나의상이등장인물의고통과절망,고독을혹은그반대의감정을증폭시키기도합니다.영화속다양한요소에눈썰미가밝아지면읽어내는의미의스펙트럼도넓어지겠지요.

영화에서배우들은그야말로스타입니다.그들의존재감은압도적이지요.사람의얼굴은6000개표정의오케스트라라고합니다.섬세한눈떨림,자글자글한주름이눈꼬리를따라펼쳐지는우아한미소,혹은불안하게흔들리는시선이클로즈업되며영원같은순간을선사해주기도하지요.무심한듯한작은제스처가영혼에흔적을남기기도합니다.아무런말없이남녀가무심하게스쳐지나가는모습이슬로우모션으로표현될때는또어떤가요?찰나가영원으로확장되며애틋함의극치를보여주지않나요?

얀마텔은“소설의운명의반은작가의몫이고반은독자의몫이다.독자가소설을읽음으로써작품은하나의인격체로완성된다”고하였지요.소설은한문장을몇번이고되읽기도하고,잠시접어두었다다시읽기도하지요.그사이생각이숙성되기도하고미처깨닫지못했던복선과숨겨진감정을살피며읽는재미가더해지지요.이러한읽기에서소설은독자와교감을나누며다양한해석과감동을주고받는인격체의경지로이어지기도하겠지요.

이책속에서불안한편린으로제시되는영화이야기에서받는느낌은제한적일수밖에없지만글을읽고영화를다시한번더보는것으로이어진다면소설을곱씹으며읽는것과비슷하리라는생각입니다.이책에서소개한대부분의영화는탄탄한원작을바탕으로한작품이거나감독자신이뛰어난작가입니다.영화를만들수는없지만책을읽듯영화와재회하며재발견으로이어진다면트뤼포가말한영화사랑으로이어지리라고생각합니다.

우리의삶도매순간이하나의컷인영화이고,우리는세상이라는무대위의배우입니다.스스로각본을쓰고연출하며알아서‘컷’을외치기도해야하는일인다역의배우이지요.다만리허설이없다는점이다르지요.NG컷도OK컷도인생의한부분이고,실은어느컷이OK컷인지는어느정도시간의몫이기도합니다.

영화속에서만나는다양한삶의모습을보며어쩌면내가잘못살아온것은아닐까하고잠시생각해볼수도있지요.매일의삶에열심이었지만그삶이가짜인걸깨닫는모습을보며우리의삶도얼마나많은미망에과부하가걸려있는지마음의환기를할수도있지요.운이좋다면번쩍깨달음의순간이오고그림자에속아절절매었다는걸알게되면얼마나속이후련할까하는생각도합니다.온갖부패와타락의모습을보며세상을바꿀수는없어도세상이나를바꿀수는없도록마음의다짐을할수도있습니다.물론콧날이시큰해지는감동을경험하기도합니다.어쩌면삶을겸허하고찬란하게해주는한줌의지혜를길어낼수있을지도모르지요.

이책은서울문예마당에서함께보고토론했던영화중몇편을추려엮은것입니다.이책이기억에서멀어져가는영화와의재회,나아가재발견의자그마한계기가되길바랍니다.이책은무엇보다함께동참했던분들이있었기에가능했습니다.기꺼이매달씨네토크에참석했던모든분들에게감사드립니다.함께하는시간을기다리는누군가가있다는생각이모임을이어가는동력이되었다고생각합니다.매번공지를올리고연락을맡으며번거로운치다꺼리를불평없이맡아준마당지기에게도감사드립니다.

조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