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김병종 여행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김병종 여행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벅찼던 순간순간의 기억들, 그 기억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풍경이 풍경에 연이어 있듯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것에 허기져 한세월 세상의 풍경을 헤집고 다녔다. 여기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그 풍경 스케치의 일부를 내놓는다. 몇 쪽은 이미 발표된 글과 겹쳐지기도 하고 더러는 세월이 흘러 시간의 퍼즐이 잘 맞지 않는 곳도 있다. 풍경 자체가 바뀌었거나 혹은 그 풍경을 대했던 마음 자리 또한 달라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설렘 속에 내가 만나거나 지나왔던 곳들은 첫사랑처럼 기억 창고에 차곡히 보관되어 있다. 가끔씩 햇빛에 바래거나 희미해진 그 기억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나의 여행을 새로 시작해본다. 이번에는 나 역시 여행의 추억을 들려줄 그대가 필요하다. 그 기억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풍경이 풍경에 연이어 있듯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화첩기행≫ 이후 약 7년 여 만에 돌아온 김병종 화백이 여러 나라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그의 눈에 저장된 풍광과 외국 예술가에 대해 탐구하고 사색한 내용을 담았다. 예술가들의 흔적을 비롯해 그들이 재능을 키워간 도시에도 초점을 맞춰 공간과 예술가의 유기성을 작가만의 섬세한 사유로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여행을 하면 나도 잘 모르는 제3의 에너지가 발동되는 것 같아요. 신명이랄까. 그리고 독특한 성벽인데, 나는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글로 적고 그림으로 그렸을 때 비로소 여행의 완성, 즉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여행을 떠나면 글을 끄적거리고, 평소엔 잘 그리지도 않으면서 여행을 할 땐 호들갑을 떨면서 그림을 그리죠. 숙제처럼 밤에 아무리 피곤해도 꼭 글을 쓰고 그림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스케치만이라도 해두죠.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그런 지각적인 체험, 망막 속에 남아 있는 사람과 사물의 풍경, 그런 것들을 체험하는 것으로 여행이 종료되는 게 아니라, 낮 동안 내 감성의 포충망 속에 잡혔던 것들을 밤이 되어 다시 끄집어내 글로 정리하고, 그림으로 그려야 해요. 내 나름대로의 문장과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영 찜찜한 기분입니다. 표현하지 않은 채 구경만 하고 돌아오면 어쩐지 변죽만 울린 것 같죠. 표현을 한 후에야 여행이 육화(肉化)되는 것 같아요. 제 여행의 방식은 그런 면에서 좀 독특한 것 같아요.”
여행의 방식이 독특한 저자 덕분에 여행의 제약이 따르는 요즘, 간접적으로나마 눈과 마음을 충족시켜 주는 이야기를 만났다. 꼭 필요했던 이야기이기에 마음에 풍족한 힐링을 가져온다. 바램을 이어본다면 저자의 에세이 여행을 마치는 즈음엔 우리도 각자가 기억하고 싶은 삶의 순간들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표현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풍광 얼마나 가지고 계십니까?
살아간다는 건, 정작 가슴 설레는 그 좋은 순간들을 기억하고 다듬어 나가는 일 아닐까?

오늘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벅찬 가슴의 희열…….
지금 찾으러 떠납니다.
저자

김병종

열다섯살무렵처음시골역앞다방을빌려〈혹(或))〉이라는이름의전시를열었다.그리고그곳에서멀지않은인쇄소에서시를모아찍어냈다.그림과글의동행은이때부터였다.그림이밥,글이반찬이었다.그림그리는일을미치도록좋아했지만,문제는이시절부터이미문학쪽으로의외출이잦았다는점이다.
사십여년간서울대미대에서가르쳤고,삼십여회의국내외개인전과함께《화첩기행》(전5권)등삼십여권의책을냈다.
피악,바젤,시카고등국제아트페어와광주,베이징등비엔날레에참여했다.대영박물관,로열온타리오미술관등에작품이소장되어있다.지금은런던과LA에서개인전준비와함께세권의책을집필중이다.여전히그림이밥,글이반찬이다.
서울대명예교수,가천대석좌교수로있고,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초기작〈바보예수〉에서부터근작〈풍류〉에이르기까지작품이상설전시되어있다.

목차

서문풍경채집,기억의창고

거기서나는죽어도좋았다

거기서나는죽어도좋았다
밤중에온하얀꽃
여행,세개의감탄사
여행,세개의단계
폐허도아름답다
운자크레보의사과나무
천국체크인,스완호텔
그여름의켄스턴공원
지친삶을누이다,호텔코르소281
세상에서가장높은호텔
동화속의마을들,코츠월드
카멜비치,한뼘의호사

치유하는사하라

아름다운기억의그늘에서는
치유하는사하라
달구나,나일강변의잠
낙일落日의룩소르,느린시간예찬
몰타에서광기와천재의메두사를만나다
로마,한나절의드로잉
명품,두오모,빛의기둥으로세운집
고도는아직도돌아오지않는데
하늘의도서관
히말라야의사랑곳
키르기스스탄,‘도루’의추억
모로코의마조렐정원
튀니지의문인카페,카페데나트

베를린에서옷벗기

베를린에서옷벗기
파리필모그래피,도시는우아하게늙어간다
파리,문학과미술의동행
말言,색色과연애하다
숲길따라샹티이성
아모,애잔한별채
몽마르트르의검은이슬
생말로를아시나요
에트르타,거대한풍경그리고작아지는붓
슬프도록아름다운검은몸의춤

강江의전설

새벽3시,조금만울게요
바닷가미술관
가나자와,눈의나그네
베이징,라오서차관
내사랑라틴
애들은가라,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밤의카리브
붓과색의행로,카리브에서북아프리카까지
우울한날이면남미로가자
대초원팜파를달리는기차
탱고포에버
음악이약이다
강江의전설
금강을목놓아부르게하라
강의동쪽,또다른고향

출판사 서평

저자김병종화백,9월‘사치아트페어’서풍죽ㆍ화홍산수등10여점완판!
생명ㆍ자연소재시적정서물씬NFT히트에이어국내외서주목
최신작품에세이에포함,출간에이어특별전예정

얼마전작고한이어령초대문화부장관은김병종화백에대해“날치가물을차고오르듯힘찬붓질과아름다운색채로생명의시를쓰는화가”라고평가했다.
서울대미대학장을지낸김병종화백은2010년대‘생명의노래’에이어최근2,3년전부터‘풍죽’과‘송화분분’등의작품을공개,국내외미술애호가들로부터사랑을받아왔다.
런던의사치갤러리(SaatchiGallery)는김병종화백을올가을런던아트페어에초청하기도했다.
저자김병종화백의최신작품은본에세이에도수록되었으며,중국최대의현대미술관인진르(今日)미술관과독일의구아르드니미술관,헝가리기욜미술관,프랑스몽트니갤러리와가나보브르갤러리,전북도립미술관등에서대규모의초대전과기획전을열은바있는저자는세계3대아트페어로일컬어지는피악(FIAC),바젤,시카고등의아트페어에도두루작품을출품했다.

◼본문에서꺼낸저자의생각

왜지극한아름다움앞에서는눈물이나는걸까.
왜그아름다움의한가운데고여있는마알간슬픔이보이는걸까.
왜모든아름다움은곧지고말것같은떨림을주는걸까.
왜도대체왜그러는것일까.

가끔씩햇빛에바래거나희미해진그기억들을다시꺼내보게된다.그리고그지점에서나의여행을새로시작해본다.그기억들을누군가와나누고싶다.풍경이풍경에연이어있듯사람에게는사람이필요하다.

나는어디에서지상의삶을마감하게될까.내게죽음의미학을가르쳐주고떠난이어령선생처럼나도창밖에푸르고청정한소나무가있는나의집에서죽음을맞고싶다.
그이처럼가족들이둘러선속에서일상의한자락처럼그렇게죽음의페이지로넘어가고
싶다.내가퍼트린색의분자들이‘밈’이되어민들레꽃씨처럼퍼져나가는가운데고요히떠나고싶다.아련히찬송가의코러스를들을수있다면더좋겠지.

나는가끔누구도알리없는나만의여행이지닌그확장성에홀로겨워한다.낯선지도위를걸으면서차창의공기처럼뺨을때리고지나가는,평생과도바꾸고싶지않은순간의느낌들.고유한원초적생명체로서있는것같은자아와그것을둘러싼행복한흥분.
세계관과시야가넓어지며알을깨고나오는것같은그황홀과공포.그리고그것을기록하는밤과새벽의시간들.힘들게돌아와다시가방을꾸리는이유이기도하다.

아련하게떠오르는내‘행복’지도가하나있다.열서너살무렵의기억,사면이책으로둘러싸인헌책방.밖에는흰눈이소담하게내린다.푹푹끓는무쇠난로위의주전자.그리고그곁에서의자에앉아발을까딱이며책을보는서점집여자아이.그헌책방을지나
칠때면생각하곤했다.언젠가나도사면이책으로둘러싸인곳에서살고말거야.천장에닿도록책을쌓을거야.세상의책이란책은다모아서그렇게쌓아놓고그안에서살거야.그토록책가난에허덕이며닥치는대로빌려다읽곤했지만,그래도허기는채워지지않았다.아,마음껏읽을책이쌓여있는도시에서살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생각하곤했다.
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