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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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발장법’ 위헌 결정을 받아낸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이 전하는 세상과 사람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내 그 안에서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경계를 조금씩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향하게 할 수는 있을까? ‘장발장법’ 위헌 결정을 받아낸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는 국가가 배정해준 피고인들을 변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 한 사람들의 풍경을 오랫동안 기억하길 택하며 그 질문에 답하는 듯하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는 저자가 변론을 시작하고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중증조현병으로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이와 그를 감당해야만 하는 부모, 목수인 아버지와 조폭이었던 아들, 신념 문제로 차라리 범죄자가 되길 택했던 어떤 20대, 국선변호사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 저자는 이 조각난 이야기들을 통해 “사건의 본질이 흐릿해질 즈음에 비로소 시작되는 아주 짧은 만남을 반복하면서 수면 아래 저 깊은 삶의 실체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고백하지만 “그럼에도 썼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가 별로 전해지지 않아서였다”고도 말한다.
피고인들의 변론은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가난을 탓하며 범죄자로서 삶을 반복하고 신념을 이유로 헌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또 누군가는 법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각난 이야기들은 지나간 누군가의 과거가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창이자, 그동안 사회가 외면했던 자들을 형상하는 몽타주이다. 그는 책을 통해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야기의 힘을 빌린다면 더 넓은 공감으로 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낙관해본다. 그의 말처럼 한 건의 범죄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경계를 넘어 그 안쓰러움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공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해당 에세이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정 에피소드 원작이다.

저자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대구에서태어나경북대학교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영남일보기자로15년일했다.법학전문대학원이개원하던2009년강원대학교에서법공부를시작,졸업후서울고등법원재판연구원을거쳐수원지방법원에서6년째일하고있다.

기획취재를좋아하던기자시절,신문에다담지못한이야기를모아『태양도시』,『착한도시가지구를살린다』,『골목을걷다』(공저)를펴냈다.전직업의영향으로본인을무엇이든쓰는자(記者)로여기며법학전문대학원졸업무렵변호사시험기록형수험서를쓰기도했다.국선전담변호사로일하며피고인이라불리는약2천명의이야기를듣고이를법의언어로풀어서말하고쓰며변호사의길을배워가고있다.

목차

프롤로그빙산의일각에서본풍경

1장그에게도가족이있다
-각자의시간
-아이들의편지
-당당한거짓말이그리워질때
-미처하지못한말
-아버지와아들

2장그날이후삶이바뀌었다
-낙숫물이바위를뚫은기적
-이러려고대한민국에왔나
-생과사
-장발장법,그뜻밖의인연
-어떤소나기

3장재범은늪과같아
-예견된조우
-죄는미워도미워지지않는선수
-중독의굴레
-나도피해자라고요

4장변론의처음과끝,소통
-그들의변호인
-뫼비우스의띠
-주제넘은상담
-좋은국선,나쁜국선

5장법과사람사이
-무죄가부끄러울때
-일명자뻑변론의종말
-돈과국선의상관관계
-이웃집아줌마의가르침

에필로그사소하고조각난이야기를넘어

출판사 서평

국선전담변호인,빙산의일각에서풍경을보다

“마음에큰병이있는데도수십년방치되고치료받지못해이상한행동을하는이들,폭력이일상인환경을견뎌내고살아남아폭력을그토록두려워하고미워했으면서도어느새자신이폭력을행사하는것을발견하는한때피해자였던가해자들,돈이너무궁한나머지앞뒤가리지못하고대출이나취업의미끼를덥석물었다가부지불식간에엄청난범죄조직의하수인이되고만이들,절대다시는‘이런짓’을하지않겠다고다짐했건만이를지지해줄사회안전망이없는상황에순간의유혹앞에서번번이무너져버리는무력한이들,어리숙하고모자란탓에‘진짜나쁜놈들’에게이름을빌려줬다가범죄자가되고자신도모르는빚까지떠안는이들···.”
국선전담변호사인저자는사건이벌어진지3~4개월,대개6개월이나1년후,어떤경우는거의10년이지나서야이들의사연을듣는다.성범죄및마약범죄전담재판부에배정돼매달살피는25건내외의형사사건에는범죄자체만이아니라국선변호인을만날자격을갖춘취약계층이맞닥뜨리는,예나지금이나변치않는현실이있었다.그리고저자는사건을적나라하게분석할수록이들의사연은개인의잘못과우리사회의문제가만들어낸잔혹한현실이라는걸부정할수없었다.그는책을통해이렇게말하고있다.
“빙산에서본이사소한이야기도분명우리사회의모습이었다.”

“내마음의문을두드린몇몇이들이내어준눈물을마신덕에나는변호사로,그이전에한인간으로조금씩성장했다.”

피고인이면무조건극악무도할거라는편견과다르게그에게도가족이있었고그들이인간이기에하고야마는나약한선택과잘못된굴레안에갇히는이면들도있었다.저자가피고인을변론하는국선변호사로서마음을다해도이해할수없는사람들도있었고주제넘은연민이화를불러올때도있었으며,그의잘못된자만심으로피고인을범죄자로만들뻔한적도있었다.그렇게이사회에서소외되고상처받은사람들을대상으로변론을해오는사이저자도연차가쌓인국선전담변호사가돼더깊어진눈으로사건의이면을바라볼수있게됐다.변론을시작하고끝마치면서스쳐지나가는피고인들의사연을통해저자는한명의변호사로,그이전에한인간으로조금씩성장할수있었다.
법과사람사이에서는우리사회의일그러진현실이흔하게널려있었다.저자는이들의눈물을보려고하지도않거나애써외면하며지나친적이훨씬더많았다고실토한다.하지만오랫동안그의마음을계속두드리는사연들이여기저기흩어져있었고변호사로서저자는그러한삶의안팎을살피지않을수없을것이다.

우리사회의‘불완전하고조각난,미완’경계를넘어

범죄안팎의풍경은너무나작고사소하고,또조각나있다.아마앞으로도현실은쉽게바뀌지않을것같다.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처럼이야기의힘을믿어본다.하나의이야기가모여사회를변화시킬전환점이될수있을것이라기대하며,이들의분절된이야기들이쌓여서우리사회의‘불완전하고조각난,미완’경계를넓히는시도하고자한다는그의말처럼우리사회에이작고분절된이야기들이가닿길바란다.《변론을시작하겠습니다》의끝에쓰인말처럼국선변호제도를더효율적으로운영할방법이든,더크고구조적인‘악’에대한대책이든,범죄에취약한계층의자립을돕는방안이든,그무엇이든실질적인대책으로우리사회의경계가넓어질수있었기를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