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세미나 : 박세현 문학에세이

봉평 세미나 : 박세현 문학에세이

$12.63
Description
시라는 환상에 어떻게 속고 있는가
이 책은 시라는 환상에 어떻게 속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응답하려는 저자의 일관된 편견과 비좁은 아집과 가벼운 독설로 물든 무삭제판 에세이다. 저자의 서른 번째가 되는 이 책에 인쇄된 에세이와 스무 편의 시가 도달한 곳은 우리가 기득적으로 알고 있는 시의 국토는 아니다. 그곳은 더 낯설고 더 먼 언어 저 너머의 어떤 미지로 읽힌다. 문학에세이라는 부제가 가리키듯이 이 에세이들은 시와 시인의 존재론적 현상에 대한 저자의 관념(혹은 신념)을 방심하듯이 흘려 쓴 책이다.
저자

박세현

1953년강원도에서태어났다.
주로서울에서거주하고있다.

목차

1부근본환상
제정신/발광/쓰는인간/문학이라는증상/누구의허락을받고쓰는가/맹목성/너무나무라지는마세요/실패의쾌락/오다와가다의사잇길/혼잣말로중얼중얼/근본환상/내가읽고싶은시/열려라참깨/너무많은인생/사랑은이제그만/그저쓰지요/나라는문법적착각/늙은시인의징징거림(상)/가진것은없지만/새벽세시/늙은시인의징징거림(중)/골방시인/이가없으면잇몸으로

2부스무편의시
여기내가있다/시는왜이다지도/무슨그런말씀을/내시쓰기의기원/보슬비오는거리/이팝나무그늘/무직에서근무하다/그러니까그게/부질없음에대하여/여생/春三月/내가시를쓸때/반성이후/한컷의슬픔/문학합니다/제목마저지운/다정하여라/뜻없는시/누가뭐라든/작가의길

3부성공적인오해
50년뒤/허공중에헤어진이름/평서문/침묵의단계/지구최후의밤/더재미없을날들/늙은시인의징징거림(하)/카일리블루스/카일리로가는전철/벌판에서/최소한의목례/시쓰지마라/싱어송라이터의심정/섞어찌개같은/연극이었어/독자는관념/시를그만둘수없는/문학평론가/사나운격언몇조각/아무렇지않은시간/제목시선공개/매일등단합니다/내책내가읽기/보너스트랙/수레와커튼/벽돌을갈며/질문과대답/퀴즈,한국문학사/에필로그-봉평세미나/에필로그이후

출판사 서평

박세현은박세현처럼쓴다.그는다른필기방법을모른다.그가꾸역꾸역또는반복적으로산문을쓰는것은시에서흘러나온부산물을담아내는작업은아니다.그렇다고시의행과행사이에걸쳐있는여백에대해묻고따지는일도아니다.그가쓰고있는산문은말하자면산문이고말하자면에세이인것이다.다시말해어떤명명에도적절히부합하지못하는임시팻말과같은호명이다.번외와같은저자의시가그렇고그의삶도이러한도정을연기하고있다.봉평은강원도의지명이고,세미나는학구적인용어지만책에서는이두가지에대한해명은없다.봉평과세미나를기반으로쓰여진에세이가아니라는말이다.그것은일종의맥거핀이다.에세이속에이러한단서가희미하게박혀있을뿐이다.스무편의시가에세이한가운데에탑재되어있는것도나름특별하다.시와에세이가서로에게기대면서혼종적으로흘러가는형식이다.

책속에서

강릉에서에세이를수정하고있는동안,이헛수고에매달려있는동안,두권의책발간소식이들려왔다.6년만에발매된하루키의장편소설과홍정선교수의유고평론집이다.에세이수정이끝나면,이헛수고가마무리되면나는중계동에서저책을읽고있을것이다.더불어문학을나눌인적이끊겼다.저문길을혼자간다.그러면된다.그래야한다.에세이를

쓰면서나는여러말을했다.쓸만한내용이없는줄번연히알면서이렇게또썼다.줄여서말하면커피와와인을파는가게에서다른건없냐고묻는진상노릇을했다.존재하지않는무엇을찾고있는중이었다.그것이무엇인지나도알지못하는상태다.글쓰기가특히시가천덕꾸러기인줄알지만나는쓰고인쇄한다.왜?시에대한환상때문이다.저렇게멋있는사람은무언가다를거야.이게내환상의실체다.다르지않다는사실을잘알지만난쭈욱그렇게생각할거다.달라야한다.이렇게주문을외운다.다른문필인도그렇겠지만

나의생각은책으로묶였을때만그것이별거아니라는정체가확인된다.과하게말하자면나의사유가별볼일없음을확인하기위해굳이쓰고굳이인쇄한다.거의헛소리에준하는아름답고쓸쓸한노동이다.동네뒷산도올라봐야산을이해하게되는이치와다르지않다.마침내시를읽어야할이유나근거는100%아니500%해소되었다.이순간을위해한국문학은100년을달려왔다.그래서?존윌리엄스의스토너는죽기전에자기에게최종적으로말한다.

넌무엇을기대했나?
이질문은나의것이기도하다.
평생시를쓴다고했지만나는무엇에대해썼는가.
평생시를쓴다고했지만그노동의의미는무엇이었나.
나는아무것도기대하지않았다.
마당귀에서감나무잎들이받아내는한여름빗방울소리들려온다.
지금은그것으로충분하다.충분하다.
(‘에필로그이후’에서)

벽돌을가는인간이되고싶다.
벽돌이거울이될것이라믿는인류도있고,
무망하다고믿는인류도있다.하지만벽돌갈기를
일심으로밀고가는인류도있을것이다.
있어야한다.있다.나는후자의줄에선다.
거울이되지않는다는것을알면서
벽돌을갈다가덧없이사라지려는꿈이
내문학의무모한행로다.
(뒷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