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와 기술 : 혼삶의 시대, 기술이 만드는 이웃감 - 북저널리즘 86

1인 가구와 기술 : 혼삶의 시대, 기술이 만드는 이웃감 - 북저널리즘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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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 혼자 산다’고 모두가 ‘잘’ 사는 건 아니다
1인 가구 천만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1인 가구 천만 시대’를 눈앞에 뒀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972만여 세대로 전체 가구의 41퍼센트를 차지한다. 1인 가구에 대한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예능은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나혼족’으로, 언론은 고독사나 은둔 청년, 혹은 비혼 등의 사회적 이슈로 그려낸다. 기업에겐 새로운 시장일 뿐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1인 가구를 새로운 가족 형태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1인 가구 폭증은 늘 뜨거운 화두지만 우리는 정말 1인 가구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얼까? 1인 가구가 마주한 문제는 외롭다거나 밥통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거나 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원룸촌에 모여 사는 1인 가구에겐 거실도 공원도 허락되지 않는다. 사람과 만나고 교류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인 가구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다.

1인 가구가 연결되어야 동네가 생기고, 동네가 유지되어야 로컬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탱된다. 서울대학교 사용자 경험 연구실은 대안적 주거 형태인 코리빙 하우스에서 AI 기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기술’은 1인 가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열 집 중 네 집이 혼자 사는 시대, 기술을 통해 1인 가구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

저자

이중식,김민주,유지수,이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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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혼자잘살기연구소,2년의회고

1_혼자사는사람들

어느새열집중네집은혼족
그렇게우리는남이된다
혼삶속문제들

2_혼삶을돕는기술들

소형화;작아지는가전제품
효율화와원격화;한정된시공간을넘어
안전한혼삶을위하여
혼삶의연결고리

3_대안주거를찾아서

쪼개진방
제3의공간
‘따로또같이’의문법

4_코리빙하우스탐방기

쉐어원신림;가성비좋은여성전용공간
맹그로브;코리빙속웰니스와게더링
홈즈스튜디오;기술을입은미래형코리빙
셀립순라;종로의아름다움을담다
테이블;코리빙에멤버십을더하다
코리빙의장단점

5_코리빙하우스와기술

코크리에이티브워크숍
스피커그리드;말로하는지식in
이웃감의재발견
프리핸션;공용공간알리미
공간텍스트의재발견

에필로그;기술을통한새로운관계맺기



북저널리즘인사이드;나의자취방에여전히없는것

출판사 서평

멀리갈것도없다.이것은나의이야기다.스무살이되고대학교근처에자취방을구했다.아주높은언덕에위치한주택이었다.계단을오르다멈춰뒤돌아서면도시의야경이보였다.하늘이가까워서울에서도별이잘보였다.그렇게숨을고르고남은계단을다오르면나의첫자취방이보였다.여기까지들으면꽤나낭만적일지도모르겠다.

이쯤하고좋은기억으로남기고싶지만그럴순없었다.내게허락된공간은2층을쪼개고쪼개만들어진다섯개의방중하나였다.약여섯평남짓이었다.화장실과싱크대가차지하고남은공간,침대와책상을놓으면끝이었다.하고싶은것도,갖고싶은것도많은스무살에겐너무나작은공간이었다.

침대,책상아래가됐든싱크대위선반이됐든조금의틈만있다면,그곳은수납공간이됐다.침대에누우면방이한눈에보였는데,구석구석에들어찬물건들이언제무너져내릴까불안했다.조건에비하면턱없이높은월세가빠져나가는날이면더욱그랬다.자려고누운머리맡에바퀴벌레가나타난날,처음으로혼자울었다.

그럼에도첫자취의기억이우울하지만은않은것은주변에서자취하던친구들덕분이다.그들은나와비슷한혼삶을살고있었고,바퀴벌레잡는데직방인약부터동네맛집까지혼자사는데필요한팁들을공유했다.그렇게첫자취방에서3년을살았다.원룸이사팁에따라이삿짐은박스대신일회용종량제봉투에쌌다.그렇게하면이사후에정리할때도쓰기좋다는것이었다.버리고버려도줄이고줄여도3년동안쌓인살림살이는제법됐다.100리터짜리봉투두개를가득채웠다.

그렇게얻게된나의두번째자취방은열평원룸이었다.침대를놓고소파를놓고도공간이넉넉했지만,문제는벽이정말얇았다.옆집에는할머니가혼자사셨는데,아침이면할머니가보시는연속극소리가들렸고밤이면뉴스소리가들렸다.할머니와난얇은벽을사이에두고생활소음을공유하며사는동안딱한번마주쳤다.

1인가구로서연차가쌓일수록바퀴벌레는사라지고방은커지는등조건은나아졌지만,나의자취방에여전히없는딱하나,그건바로‘관계’였다.자취하며가장그리웠던것은하루와끝에자리한인사였다.‘좋은아침’,‘잘자’와같은인사를건넬사람이없으니하루가며칠이고이어지는기분이들었다.뜨고지는해만이하루의경계를만드는것은아니었다.혼사사는사람에게도관계가필요한이유다.

각각의혼삶은벽을사이에두고살아간다.열집중네집이1인가구인시대,관계의벽을허물필요가있다.1인가구가연결되어야동네가생기고,동네가유지되어야로컬나아가우리사회가지탱되기때문이다.기술은뜨겁지도차갑지도않다.기술의객관성또는중립성이새로운‘관계맺기’에도움이될것이라는책속의문장에기대를품는다.

책속에서

"모두가지상파의유명예능프로그램〈나혼자산다〉와같이사는것은아니다.혼삶이아무리자유로워보여도완전한자유가되기위해서해결해야하는문제는만만치않다.막상가까이서본1인가구의삶은바쁘고고달픈일과의연속이었다.요리,청소,세탁,쓰레기처리등모든가사노동을혼자해결해야하기때문이다."
---p.8

"고시촌언덕은거대한벌집같았다.1인가구의셀cell들로이뤄진이거대한성은낮동안에는슈퍼주인과부동산사장님만서성이는조용한곳이었다.그들이지키던빈성은저녁이되면퇴근하는사람들의행렬로잠깐동안붐비지만그분주함은오래가지않는다.각자의집으로흩어져들어간사람들은길밖에잘나오지않았다.거리에는삶의활력이나대인간교류의흔적을찾기어려웠다."
---pp.11~12

"우리나라의1인가구증가현상에는어떤특수성이있을까?비율도문제지만관건은증가속도다.5년마다약3~5퍼센트포인트씩증가하고있는꼴이다.같은시기유럽국가의1인가구비중이5년마다약0.5~2퍼센트포인트씩증가한것에비하면매우가파른속도다.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단순히지금열집중네집이혼자살고있다는점이아니다.열집중다섯집이혼자사는날이머지않았다는사실이다."
---pp.17~18

"혼삶속에서마주하는문제들은새로운수요로이어진다.다인가구에서1인가구로거주형태가변했을뿐삶의필수요소들이변하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가사,치안,사회적유대감은여전히필요하다.많은기업은이를겨냥한다양한제품을출시하는데,서론에말한것처럼4인가구전용가전을단순소형화한것부터시작해삶전반을더효율적으로만들어줄수있는제품까지있다."
---p.36

"1인가구는기술과의분담을통해가사에들어가는시간을절약하고있는셈이다."
---p.39

"1인가구가주로거주하는공간은4인가구에최적화된공간을나눈것이다.이미설계된주택은축소되거나부분제거된형태로1인가구에제공된다.쪼개진공간에서1인가구는4인가구와동일한삶의질을누리기어렵다."
---p.55

"다인가구에맞춰설계된주택과도시를당장바꿀순없다.법과제도도빠르게변하는현실을반영하기엔무리가있다.그렇다면주거의개념을바꿔보는건어떨까.이런시도에서나온것이바로‘공유주거’다."
---p.57

"친근함에중점을둔쉐어원위키의발화패턴이입주민에게그동안느껴본적없는‘이웃감’을선사해준것이다.그동안옆방입주민과한번도대화를나눈적없는한입주민은“쉐어원위키를사용하며공동체적친밀감을느꼈다”고했다."
---p.98

"프리핸션의배경이되는근본적문제의식은입주민간의커뮤니케이션부족이었다."
---p.104

"스피커그리드,프리핸션,공간텍스트,총세개의프로젝트를진행하며‘기계가관계를대신할수있는가?’라는질문을던졌다.리빙랩을2년간운영하며얻은답은‘그렇다’이다.새로운개인들이연결되기위해서는관계기계relationshipmachine가있어야한다.개인의파편화가만연한시대에맞는새로운‘관계맺기’방식이필요하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