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기억은 모서리를 가졌다 (권수진 시집)

슬픈 기억은 모서리를 가졌다 (권수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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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는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말을 견디는 데 있다. 말을 견딘다는 것은 생이 가진 가장 뜨거운 진실에 닿는 일이며, 말로 증언할 수 없는 세계에 닿는 일이기도 하다. 진실을 목도 하면서도 증언할 수 없는 말이라니. 시를 쓰는 행위는 그 자체로 모순이거나 영혼의 모서리를 얻는 일일지 모른다.
권수진은 일찍이 시 쓰는 철학자라는 호칭을 얻었고, 철학자인 동시에 현재의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자였다. 모름지기 시인이 증명한 철학이란 답으로 가려진 세계에 질문을 찾는 일. 권수진 시인의 시는 그 자체로 생의 폐부를 찌르는 모서리였고, 상처받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천형을 가진 자였다. 이 시집이 우리에게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까닭은 시인이 가진 슬픈 기억이 우리가 이미 살아냈지만, 다시금 살아가야 하는 “영겁회귀”의 모서리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수진에게 있어 시는 빛이 아니라 빛이 거느린 어둠을 보는 일이자. 절망의 편에서 사람의 눈동자를 끝까지 지켜보는 일로 보인다. 그 눈동자를 끝까지 바라보는 일을 나는 긍휼의 시선이라고 부르고 싶다.
저자

권수진

경남마산에서출생하여경남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였고,동대학에서청년작가아카데미1기를수료했다.제6회최치원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하였고,시집으로는『철학적인하루』,『가이사의것은가이사에게로』및경상권시인들과함께합동시집『시골시인-K』를낸바있다.

목차

5 시인의말
109 해설슬픈모서리를가진,긍휼한시

제1부
12 천민자본주의
13 비누의자세
15 파놉티콘
16 너라는변수
18 테트라포드
20 설록차
22 이면의슬픔
24 2331년13월32일
26 여리고
28 오리
29 21세기의사바나
31 그러나
33 고추잠자리

제2부
36 2등은기억되지않는다
37 근묵자흑近墨者黑
39 각촉부시
41 광음여전光陰如箭
43 구두의품성
45 회맞이
47 아차산해맞이광장
49 사마귀
50 그릇
52 적서積書혹은적서嫡庶
53 영겁회귀
55 라떼들
57 슬로시티

제3부
60 카르페디엠
62 치킨게임
64 모서리
66 검토되지않은삶은살만한가치가없다
67 마천루의저주
69 면경面鏡
70 벚꽃질무렵
71 수묵담채화
72 시소
74 싱크홀
76 마을버스
78 불혹
80 문경생태미로공원에서

제4부
84 비무장지대
86 우봉마을의추억
87 삼각주
89 괭이바다
91 복어
93 경남의힘이되어준너에게
95 종이비행기
97 적폐청산
99 할머니와파로호
101 꽃게
103 고드름
105 갑진내란
107 가까운오지

출판사 서평

권수진시인은‘긍휼의시인’이다.시인은자신의시안으로보는세상의긍휼에대해애정을주고,각주를달고,치명적인단말마의고통에대한해결책을고민한다.그러나시인은안다.무자비한말들이폭풍처럼먼저지나간다는것을.그래서시인은아파트천국이되어버린대한민국에서일확천금에눈먼마천루의저주를생각하며현실에불편해한다.그불편이세상의모서리가될때그모서리에서시인은오늘의기록하는시를쓴다.그의시는찌든때를씻는비누다.이웃을위해아픔을씻어주며자신은닳아작아진다.‘다른사람을위해서/내가점점작아지는일이다’는진술처럼그의시는긍휼을씻어내는비누로찾아온다.시인의애정이지나간자리에비누향기같은시가남아환하다.그리하여시인은시가우리에게꼭필요한,필요충분조건이라는단단한명제를만든다.
-정일근시인·경남대석좌교수


뼈대있는집안이라는말이있다.권수진의시를읽다보면그말이실감이난다.권수진의시를읽다보면그‘뼈대’가느껴진다.줄기가굵고가지가단단하다.그뼈대위에잎과열매를달면벌나비가날아오는시가된다.시집전체를보면이렇다하게비상하는시는없고그렇다고못난시도없다.시들이균질하고전체적으로탄탄하다.하나라도삐끗한작품이없으니,그의시에신뢰가간다.그의시집에서전체를관통하는문장이있다.다른사람을위해서/내가점점작아지는일이다.(비누의자세)그의삶도겸손하다.그는누구나자기이름을내려는아우성속에서뚜벅뚜벅자신의길을걸어간다.그의구두도그의보폭을기억한다.나는그가문학사에서언젠가커다란사고를칠거라고예상한다.나는이런후배가있어서자랑스럽다.
-박형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