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열린 어둠

$16.80
Description
‘관능’과 ‘트릭’을 아름답고 기묘하게 결합한
아홉 편의 초절정 반전 미스터리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꼽은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
“대담한 수수께끼, 빈틈없는 수렴, 광풍의 반전,
아름다운 문장이 빚어내는 미묘한 심리와 서정까지!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책”
_옮긴이 양윤옥

『백광』 단 한 권으로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최고의 몰입감과 문학적 충격을 동시에 선사한 천재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 『열린 어둠』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독자들을 환상적 미스터리의 늪에 빠뜨릴 아홉 편의 단편 미스터리가 담겼다. 치밀한 서술 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한없이 냉철한 시선으로 응시해 서정미 넘치는 문체로 담아내며 문학적 격조까지 놓치지 않는 렌조 미키히코. 그의 작품들은 빈틈없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트릭’과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인간적인 욕망’이 완벽히 융합한다.

『열린 어둠』은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홉 편의 이야기는 컴퓨터가 설계한 듯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트릭이 작동하며 전개되는데,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로직으로 서사가 매끄럽게 짜여 있다. 뿐만 아니라 고아한 동양풍과 모던한 서양풍, 서민적 코믹풍과 하드보일드한 느와르풍 등 단편마다 다채로운 분위기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눈 밝은 일본 미스터리 애독자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로 꼽힌 작품들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열린 어둠』은 비슷비슷한 장르소설에 지루해진 독자들의 본능을 건드리며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3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모두가 애타게 기다려 온 환상적 추리 명작의 화려한 귀환을 직접 확인해보자.

저자

렌조미키히코

‘장르적재미’와‘문학적예술성’으로독자들로부터는탄성을자아내고,동시대작가들에게는경외에찬질시를받은천재작가.1948년아이치현에서태어나와세다대학정치경제학부를졸업했다.대학교재학중에『변조2인극』으로겐에이죠신인상을수상했으며,1981년『두번의동반자살』로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1984년『달맞이꽃야정』으로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을수상했다.같은해에『러브레터(戀文)』로나오키상을수상했다.1996년『음울한코미디』,『나라는이름의변주곡』,『장식불』,『지는해의문』,『미의신들의반란』등을발표했다.2013년타계했다.

렌조미키히코의열렬한팬으로알려진이사카고타로는『백광』을두고“충격이연속으로이어지는더할나위없는렌조미키히코표미스터리의걸작”이라는극찬을보내면서다음과같이말한다.“각장마다화자가바뀌며고백하는형태로이야기가진행됩니다.그때마다사건을다른각도에서바라보게되는데,고백이끝날때마다독자들로부터‘뭐,정말그랬던거야?’라는비명이절로터져나오게만드는충격적일정도로놀라운반전이준비되어있습니다.”그렇다,『백광』은『은하영웅전설』의작가다나카요시키가“이런작가가있는데어떻게미스터리를쓸수있겠는가!”라며경탄을금치못했던그렌조미키히코의마스터피스다.

목차

두개의얼굴007
과거에서온목소리057
화석의열쇠095
기묘한의뢰129
밤이여,쥐들을위해175
이중생활231
대역273
베이시티에서죽다321
열린어둠359

출판사 서평

렌조미키히코의미스터리걸작선,국내최초출간!

어둠이열리면드리워지는욕망의아홉가지그림자
렌조미키히코가쳐놓은덫에서결코빠져나갈수없다!

초상화여인에게홀려모델을살해하는화가의이야기(〈두개의얼굴〉),유괴사건의진상을고백하는전직형사의이야기(〈과거에서온목소리〉),밀실에서목졸린채발견된반신불수소녀의이야기(〈화석의열쇠〉),아내와남편양쪽을동시에미행하는흥신소직원의이야기(〈기묘한의뢰〉),쥐를위해친구의인생을훔치는남자의이야기(〈밤이여,쥐들을위해〉),사랑과배신으로얽힌남자둘,여자둘의이야기(〈이중생활〉),자기자신과대결하는국민배우의이야기(〈대역〉),6년을기다려복수를완성하는조폭의이야기(〈베이시티에서죽다〉),하루아침에살인용의자가된폭주족고등학생의이야기까지(〈열린어둠〉).『열린어둠』에실린이야기속주인공들은각자다른상황에놓여있지만,모두마음에비밀스러운욕망을품고있다.어떤인물은‘정념’을,어떤인물은‘복수’를,어떤인물은‘진실’을또어떤인물은‘인간의따스한온기’를욕망한다.인물들은빛(사회의잣대)아래에서는감추어두던욕망을어둠(개인의잣대)아래에서는자유롭게꺼내기어이실현하고야만다.그러나욕망을실현하는순간인물들은자신이좇던게욕망의그림자였을뿐욕망의본모습이그게아니었음을알게된다.마침내맞닥뜨리게되는의외의진상이광풍의반전이자마지막한방이되어독자의가슴을후려친다.

먼저읽은일본독자들은“살아있는동안이책을읽을수있다니행운이다!”라는찬사를쏟아냈다.아홉편의이야기는모두1980년대에발표되었지만시대적거리감이나문화적이질감이전혀느껴지지않는다.그이유는이이야기들이우리로하여금알고싶지만쉽게알수없는의외의진실에대한질문을던지고정답을맞혀보게만드는미스터리의본질을탁월한품격으로구현하고있기때문이다.『열린어둠』은묻는다.당신이품고있는비밀스러운욕망은무엇인가?그리고그욕망을실현했을때비로소알게될욕망의진짜모습은무엇인가?

누구도알아맞힐수없는아홉가지수수께끼
“이이야기,대체어떻게수습하려는걸까?”

방금‘침실에서’‘내손으로죽인’아내가,‘번화가러브호텔에서’‘누군가에의해살해됐다는’형사의전화를받는다.어떻게이게가능할까?

“절대로있을수없는일인것이다.게이코가신주쿠에있는이름도들어본적없는호텔에서살해되었다니….게이코라면바로방금전까지이카펫위에쓰러져있었다.내가죽였다.이손으로,이침실에서내가죽였다.”(〈두개의얼굴〉중에서)

첫번째작품〈두개의얼굴〉은읽으면읽을수록더불가해지는상황이펼쳐져작가가어떻게개연성을갖춰이야기를마무리지을지,어떤트릭을활용할지아무리상상해봐도도저히복선의회수가불가능할것만같다.그러나결말을읽고나면빈틈없이수렴되는트릭과이러한트릭을창조해낸작가의상상력에절로무릎을치게된다.이것이독자가만끽하는첫번째충격이다.

두번째작품을읽으면서부터는첫번째작품속트릭을이해했으니작가의트릭을간파할수있겠다는자신감으로작가의수를읽어보지만예측은빗나갈것이다.이어아홉번째작품을다읽을때까지독자는단하나,렌조미키히코의트릭은결코학습할수도간파할수도없다는점만을분명히알게된다.작품마다독창적이고완벽한트릭으로똑같은사기꾼에게아홉번속는듯한어이없는느낌을선사하는이책은크게속을수록크게기쁠미스터리독자들이라면두손들고환영할만한책이다.

뜨거운정념과차가운복수를넘나드는가식없는욕망으로의초대
“누구도도망칠수없는건,바로마음”

욕망은가지지못한것에대한갈망이다.인간은가지지못한것뿐만아니라가질수없는것까지도갈망하는존재다.그래서때때로욕망은비극을불러온다.당신은무엇을욕망하는가?그끝에비극이기다리고있다고해도그것을욕망할것인가?『열린어둠』의인물들은욕망을거침없이추구한다.상대를죽이기도하고,자기자신을파괴하기도한다.심지어는가질수없으면부서뜨리고,믿을수없으면속여넘기고,살릴수없으면죽여버리는등비합리적이고비상식적인방법도가리지않는다.그들에게서는분명한이유를가지고뜨겁게살아가는생명력이느껴지기도한다.하지만욕망은결코채워질수없기에인물들은자신들이욕망하는대상을가질수없음을깨달았을때살아야할원동력을잃어버리고만다.상대에게복수를하겠다는이유로자살을계획하는여자(〈이중생활〉의‘마키코’)에게서더는살아갈가치가없음을깨달은이의우울감이엿보이고,대역에의해서자신이살해될것임을인지한남자(〈대역〉의‘하세쿠라슌’)에게서어떤연기를해도자신이아닌것같았던배우의해방감이전해진다.

『열린어둠』은욕망을추구하는인간의본성에대한놀라운통찰을보여준다.욕망과충동에이끌리고허물어지는인간적인캐릭터들을냉철한시선으로응시하고유려하고섬세한문장들로표현해낸다.수수께끼의연출과해명에중점을두는장르문학의경우인간의감정묘사나장면의예술적연출에는소홀해지기쉽다.그러나렌조미키히코는누구도자유로울수없는,인간을살아있게도하고,죽게도만드는욕망이불러일으키는인물의심리와극적인장면들을더없이아름다운문장에담아내문장그자체를음미하는즐거움까지선사한다.트릭만으로는만족할수없는독자들에게분명깊은여운을남길이책에서쉽게빠져나오기는어려우리라.

책속에서

절대로있을수없는일인것이다.게이코가신주쿠에있는이름도들어본적없는호텔에서살해되었다니….게이코라면바로방금전까지이카펫위에쓰러져있었다.내가죽였다.이손으로,이침실에서내가죽였다.(〈두개의얼굴〉중에서)

화들짝놀란아저씨도강선배와똑같이내작은몸을덮치듯이납작엎드려들여다본것입니다.그때아저씨를놀려주려고숨을멈추고죽은척했던내입이며심장에필사적으로들이대던귀의감촉이생생하게되살아났습니다.
이십년이지난지금,그유괴범이내심장에귀를대는것같았습니다.
선량한인간의귀….
(〈과거에서온목소리〉중에서)

남청색과노란색의줄무늬넥타이가소녀의가늘고작은목을파고들었다.소녀를짓누르고있는자의얼굴은전등불빛을역광으로받아어둡게그늘져있었다.그늘진얼굴은고통으로일그러졌고울어서그런지눈만번들거렸다.소녀는그늘진얼굴이왜울면서험악한표정을짓는지알지못했다.입에서는신음하는듯한거친숨이소녀의뺨에훅훅끼쳤다.그입은조금전에“무섭지않아.편해지는거야.걱정할거없어”라고소녀의귀에다정하게속삭인참이었다.
(〈화석의열쇠〉중에서)

문득이여자는오해라는걸다알면서도유리를죽인게아닐까하는마음이들었다.값비싼요리에담뱃재를떨듯이,고가의귀걸이를구둣발로짓밟듯이,유리를죽인것은이여자의마지막최고의사치였는지도모른다.
(〈기묘한의뢰〉중에서)

“멍구야.”
나는다시한번여덟살의목소리로불러보았다.그리고그게내가멍구에게던진마지막목소리였다.멍구의입도더이상아무대답이없었다.어차피멍구역시단한번도내게본심을말해준적이없었다.그가내게들려준목소리중에유일하게본심이었던것은이십여년전에내칼에놀라내지른비명뿐이었다.
(〈밤이여,쥐들을위해〉중에서)

작업용앞치마주머니에서남천촉열매를꺼내시즈코는그빨간빛을가만히들여다보았다.저절로입가에미소가번졌다.그미소를머금은채은꽃의오목한곳에두알세알떨구고한알씩끌의칼날끝으로짓이겼다.진홍빛껍질이터지면서하얀즙이흘러나왔다.비릿한냄새가코에엉겨든다.구역질로목이울컥했지만시즈코는아직도웃고있었다.고역스러운이냄새만이현관앞에서맡은그여자의향수냄새를지워줄것같았다.
(〈이중생활〉중에서)

실제로카메라의눈같은게느껴져서나는뒤를돌아보았다.문을등지고한남자가서있었다.나였다.나와똑같은옷을입고나와똑같은얼굴을하고있었다.나는더이상아무것도부르짖지않았다.모든것이너무도단순한수식처럼명료하게이해되었다.이렇게되리라는것을처음부터알고있었던듯한마음이들었다.출연직전에거울로내얼굴을확인하듯이(〈대역〉중에서)

교코는두팔로내목에매달리듯이품에안겼다.스카프위로잡은권총끝이교코의가슴을파고들었다.더욱더몸을바짝대면서교코는내귓가에아까와마찬가지로속삭였다.
“쏴.”
교코는내어깨에,나는그머리칼에,서로의얼굴을묻고있었다.교코의머리칼은달콤하고부드럽고,어젯밤과똑같이내가먼옛날에맡은흙냄새가났다.
(〈베이시티에서죽다〉중에서)

“아까내가아카자와선생을죽인범인이그비밀을들키는바람에다카기를죽였다고말했었지?즉범인은아카자와선생을죽였기때문에다카기도죽였다고했던것인데,그게완전히반대였어.스즈타는아카자와선생님을죽이지않았기때문에다카기를죽일수밖에없었던거야.”
(〈열린어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