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처절하고솔직하고지적인고백이라니…
100킬로그램이넘는40대여성칼럼니스트,
다이어트기업웨이트워처스에가다
웨이트워처스는우리나라사람들에겐다소낯설지만,‘오프라윈프리’가성공한다이어트프로그램으로유명세를떨친기업이다.모든음식에점수를매기고하루동안나에게부여된점수를넘기지만않으면모든음식을먹을수있다.웨이트워처스가타기업의다이어트프로그램과다른점은정기적인‘모임’을갖는다는것이다.웨이트워처스의다이어트프로그램으로체중감량에성공한8,300명의리더가이끄는3만1,000개의모임이세계각지에서열리고있고,웨이트워처스회원이라면원하는모임에어디든참여할수있다.
머리사멜처는진니데치의삶을추적하면서웨이트워처스에가입한다.그리고일요일마다브루클린에서열리는웨이트워처스모임에도참석한다.멜처는그곳에서체중이불어난사연도,다이어트를하게된이유도제각각인사람들을만나1년동안그들의이야기를듣고어디서도하지못한자신의이야기를털어놓는다.그안에서그녀는진정한지지와나눔,‘마침내내이야기를이해하는’사람들에게실컷속을터놓는후련함을비로소경험한다.그리고이처럼각양각색의사람들을‘비만인’이라는한단어로뭉뚱그려납작한캐릭터로환원시켜버리는사회를향해그들의생생한웃음과눈물,좌절과희망을가감없이드러낸다.
《디스이즈빅》은어떤대안을제시하는책이아니다.비만인으로사는데위안이나긍지를느낄만한해방적인치료책을주장하지도않는다.멜처는독자를향해직접말하지않는다.일기를쓰듯,보고서를쓰듯상황과내면의생각을진술할뿐이다.오히려독자들이스스로생각의폭을넓히고사고의근육을단단하게키울현미경을제공하는쪽에가깝다.그현미경을통해100킬로그램이넘는40대여성이그누구보다가까이에서비만과여성의관계에대한불공평함을지켜보고직접겪어낸삶을들여다보도록초청한다.
이책의또다른미덕은비만여성으로살아가는이야기를우울하거나한탄하는톤으로묘사하지않는다는데있다.분명히슬픔과좌절,자기혐오의경험을고백하고있지만지나치게감정을드러내기보다는끊임없는성찰을이어간다.어쩌면저자의이런글쓰기자체가비만인은자기관리를못하는충동적인사람이라는인상을깨끗이반박하는지모른다.글곳곳에서저자의지성은빛을발한다.뚱뚱한자신의몸이괴물같다고말하는순간,기분좋게필라테스수업을받다가거울에비친자신의뱃살을보고갑자기우울해졌다고고백하는순간,누가고통스럽지않을까.하지만멜처는평생질리도록느껴왔을환멸과고통을숨기지않고글로풀어낸다.깡마르고까칠한사람의지성뿐아니라뚱뚱한사람의내면도충분히날카롭고재기넘치고명랑할수있다는것을유감없이보여주면서.
“나는다이어트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자기혐오와다이어트,신체수용사이에서
비만인의유토피아는어디서찾을수있을까
머리사멜처는스스로를페미니스트라고정의한다.“전통적인페미니즘의시각에따르면외모때문에칭송받는즐거움을추구하는것은자기자신에대한억압에동참하는것”(206~207쪽)이지만멜처는적극적으로다이어트를하면서자신이잘못된페미니스트거나페미니스트가아니라는죄책감에휩싸인다.
훌륭한페미니스트는다이어트를하지않고,한다해도입밖에꺼내지않는다.나자신을그자체로사랑하고나의신체를긍정해야한다.요즘들어부쩍여성에게자기몸과화해하라는,자기몸의셀룰라이트,터질듯한허벅지를나의일부로인정하고아름답게여기라는요구가늘어났다.이런요구는여성들에게또다른압박으로작용한다.한쪽에서는내몸을수용하지못하는무능을지적받고,다른한쪽에서는사회의부정적인압력에또다시노출되는이중구속에갇힌다.
하지만우리가사는현실은진공속이아니다.내몸을보는내시각과무관하게사회는끊임없이뚱뚱한몸에편견과공격을쏟아낸다.여성들은하루에도수차례,믿을수없을만큼무례한말을듣고,그렇게말하는사람들의표정을본다.그걸어떻게무시할수있을까.그래서머리사멜처는이렇게말한다.“우리가사회를바꾸는것보다우리몸을바꾸는것이어쩌면더빠를지모른다는것이냉혹한진실이다.”(389쪽)
1960년대로거슬러올라가진니데치가체중을감량한뒤특유의리더십을발휘해웨이트워처스를설립하고기업을확장하고일선에서물러나세상을떠나기까지의발자취를따라가다보면남편의서명없이는임대차계약도할수없고,집밖세상의일엔관심을끊고가정주부로서의삶을소명으로여기며,여성의꾸밈노동을당연한일이라여기는,지금의여성관과는거리가먼모습들에실소를머금게되기도한다.하지만저자는웨이트워처스가여성의외모를관리하는기업으로서이윤을추구했지만집안에갇혀자신의목소리를낼수없었던여성들을밖으로끌어내연대의장을마련했다는기여와한계를냉철하게짚어준다.
다이어트산업의발전과그것이몰고온압박으로특징지어지는사회상에대해이야기할때도곳곳에서페미니즘적인통찰이보이지만절대이것을이론적으로풀거나이즘을주장하지않는다.자신이현실에서실제로겪은갈등과상처를통해여성의몸과자기이해,사회의폭력을묘사한다.
멜처는말한다.자신은평생‘다이어트를하느냐’와‘다이어트하지않기를수용할것이냐’는두가지상반된이데올로기사이에서선택을강요받아왔다고.자신의유토피아는두쪽모두를거절하거나차라리양쪽을서로에게가까이끌어당기는데있다고.
1800년대의하비-밴팅다이어트에서2010년대의웰니스까지
‘날씬함’에대한강박은어떻게변화해왔는가
머리사멜처는뷰티,건강,피트니스와관련된기사를작성하는저널리스트다.직업상여성을타깃으로하는제품이나관리법을시험해보거나유명인과시간을보내는일이잦다.따라서《디스이즈빅》안에는수많은유명인사,모델,배우,코미디언뿐아니라작가,드라마,미용및식품브랜드,한시대를풍미했다사라진온갖다이어트법,건강과아름다움에대한시대별캐치프레이즈가풍성하게등장한다.
대공황,두번의세계전쟁을거치며부유한삶의표식이었던비만이육체적으로나도덕적으로나쁜것으로변화해가는과정,칼로리개념의대중화,가공식품의증가,패스트푸드열풍,마약류계통의약과카페인,담배등이다이어트에효과적이라는믿음….이처럼몸,몸무게라는하나의축을두고수많은담론과전제,가치가마치절대적인것인양위세를떨치다가다시새로운가치에밀려촌스러움으로치부당하는과정을파노라마처럼펼쳐놓으며지금우리가과연무엇을위해이가치를좇고있는지돌아보는시간을제공한다.더불어이런유행의패턴이결국미디어,자본과손잡고엄청난부를낳는수단이되어왔다는사실도확인할수있다.
따라하지않으면당장바람직한여성상에서밀려나는양호들갑을떨던이슈들도시간이흘러뒤돌아보면아무것도아닌것으로변한다.이모든강박은‘유행’일뿐이다.그렇게현재와과거를교차하며50년이상의시간을훑으면서여성의몸을둘러싼이해와산업이어떤변천을겪어왔는가를살피다보면,독자들은지금우리시대를사로잡은화두인‘웰니스’조차조금거리를두며볼수있게될것이다.웰니스는몸에투자한노력과헌신이살빼기라는낮은수준이아닌뭔가더고차원적인목적을위한것이라는위안을채워주는개념일뿐이다.결국다이어트든웰니스든여성의‘두려움’을이용한하나의산업인것이다.
《디스이즈빅》은이룰수없는몸을욕망하도록여성들을몰아가는세상속에서나는과연어떤종류의경험을하며어떤삶을살고싶은지물음을던지는계기를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