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나비 - 서정시학 시인선 201

바다로 간 나비 - 서정시학 시인선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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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병구

1947년경남진주출생.
부산의대를졸업.내과전문의의학박사.
『시문학』으로등단.
전부산시인협회부회장역임.

목차

1부

한편의시詩를위하여|13
가을의기도|15
모닥불|17
제주조랑말|18
남해에서|20
안개마을|21
연극무대|22
어느시인의죽음|23
벌초|24
외갓집|25
벚꽃길|27
주점酒店에서|28
이별|29
도시의달|30
가야할곳없는길에서|32
가족|34
아침식탁|35
저녁식탁|36

2부

바다변주곡1|39
바다변주곡2|41
바다변주곡3|43
바다변주곡4|45
바다변주곡5|47
바다변주곡6|49
바다변주곡7|50
바다변주곡8|52
바다변주곡9|54
바다변주곡10|56
바다변주곡11|57
바다로날아간나비|58
종점부근|59
종착역|61
종점|62
허만하의바다|63
아침창을닦으면서|64
가을들판|65

3부

지리산가는길1|69
지리산가는길2|70
지리산가는길3|72
지리산가는길4|73
지리산가는길5|75
지리산가는길6|76
황혼녘|77
구도求道|78
등산|79
그네|80
줄장미핀아침에|81
목련|82
당신이깨무는포도|83
명창|84
내림굿|85
윤회의바람|87
가뭄|88
사춘기|89

4부

기도|93
첫눈|94
병상에서|95
추리소설가K씨|96
해부학실습실|97
번개|99
노을|100
연꽃|101
마네킹|102
장미|103
모기|104
가을에|105
춘란|106
도시의사냥꾼|107
산번지|108
동창회|110
삼월의눈부신오후에|111
해설|한편의시를위하여|남송우|112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살면서
언어의사찰로출가한
시인이다
읽을수록감칠맛나는
서정시의행간에녹아든
상징과암시를찾아보는
재미로읽고싶다
시의힘은짜임새있는
언어이다

책속에서

마리아상앞에서묵주기도를올리듯
누군가를위한애틋한사랑으로
그렇게쓰고싶어라
쓸쓸한세상한귀퉁이
불꺼진창에유령처럼서있던
잠못드는그사람에게
한편의시詩가되게하소서

저세상밖으로눈[眼]을떠보아라
적막한강물에발을씻고있던산山이
어디로흘러가고있더냐
하늘에떠있는구름한점으로
나도떠나고싶어라
무엇이되어다시만나기위해
험하고외로운길을탓하지말아라

어디쯤표표히떠도는혼을
무릎꿇고애타게불러보아라
문밖에서종일너를기다리며
살아있는돌부처가되고싶어라
떠도는자者여오너라
내게와서한편의시詩가되어라

네가있음에
새벽까지내목숨의불꽃을태우며
향긋한포도주로
그대타는목을적셔주마
내사타구니를내보이며
신명나게춤을추고싶어라
오너라모두모여앉아
한해의가장아름다운잔칫상을차려보자꾸나
한편의시詩를위하여…
-「한편의시詩를위하여」

숫처녀눈부신알몸으로
과물果物이풋풋하게익어가는과원
산비탈쪽으로쫓겨가는땡볕이
불시에밀어닥치는가을의
은근한배냇짓에잠시황홀해지는한때

방금따온과일몇깎아보라
가을의싱싱한살점을베어내어
은쟁반에담아보라
차린것은없어도풍성해지는가을식탁에
귓불붉힌소녀처럼부끄러운아내여
오랜만에잡아보는손으로감사기도를드린다
가을에
-「가을에」

각각의바람으로싸돌아다니다가
입맛이서로틀려버린식탁에앉아
인스턴트음식으로길들여진자식들은
아버지를동네북처럼두들겨패고있구나

거친싸움판에등이휘도록버티던
완강한힘은어디로갔나
흔들거리는이빨처럼슬며시빠져나와서
자식들에게무슨말로변명할수있나
비바람치던날은수양버들로흔들리고
무성한이파리를갉아먹던자벌레는
눈부신나비가되어날아가고
앙상한줄기만남아
이제가야할길은어딜까

얘들아,못난아버지의살과피를
각각의그릇에나누어주면서
함께등을기댈집한채를위해
함께기도드리자

-「저녁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