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삐에로 - 서정시학 시인선 215 (양장)

굿모닝, 삐에로 - 서정시학 시인선 215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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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종명 시인은 가장 근원적인 질서이자 힘으로서의 모성적 상상력 안에서 오랜 시간을 관통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신생의 기운을 발견하고 표현해간다. 이 모든 생명은 사실 시인 자신이 써가는 ‘시詩’의 은유적 등가물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박종명 시편을 통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순간/영원’, ‘삶/죽음’ 등의 대립적 표지標識들이 지워졌을 때의 자유로움을 경험한다. 그 자유로운 신생의 순간을 생명의 속성이자 원리로 그려가는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의 불모성과 교감 단절 양상에 대한 유력한 미학적 항체를 안아들이게 된다. 박종명의 시는 이러한 생명 현상에 대한 지극한 긍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없이 우뚝할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저자

박종명

저자:박종명

서울출생.

고려대학교국어국문과졸업.

2010년『심상』으로등단.

시집『사랑한번안해본것처럼』,『봄을타나요』.

목차


1부

눈먼꽃|13
자기공명영상|14
볼패인꽃사과|15
동대문임대주택C씨|16
안녕,파킨슨|17
길고양이도기운다|18
몬트리올사람|19
꽃무늬지팡이|20
오지탐험|21
한숨쉼|22
다른별로보낸모르스부호|23
평행선|24
무중력의봄|25
탄원서|26

2부

굿모닝,삐에로|29
완도산진도산|30
이스탄불고양이|31
데스마스크|32
기침소리|33
내친구명자|34
꼽등이와모과|35
두살,아흔여섯봄마중|36
시린아이|37
비눗방울|38
클라크스빌어미사슴|39
고무장갑|40
백년초|41
빗자루|42
말문이트일때|43

3부

하늘쪽배|47
락희거리|48
침묵의마을|49
북두에의지한누각에서|50
팬데믹,하루|51
낯선손|52
웃음꽃|53
꽃몸살|54
그늘의그늘|55
정발산놀이터|56
거미는인증샷이필요없다|57
시익는마을|58
손때묻은바이엘교본|59
기적|60

4부

숨멈출때|63
미완의서재|64
만해선생|65
목마른둔재鈍齋|66
노을춤|68
코로나19수칙|69
가을마법|70
안반데기의별|71
나도봄나무|72
불면不眠소나타|73
찐나를만나다|74
옷장을열고|75
정월아침움터오는|76
창밖을읽는밤|77
해설┃근원적순수원형을찾아가는서정의기록┃유성호|78

출판사 서평

추천사

박종명시인은가장근원적인질서이자힘으로서의모성적상상력안에서오랜시간을관통하여새롭게태어나는신생의기운을발견하고표현해간다.이모든생명은사실시인자신이써가는‘시詩’의은유적등가물이기도할것이다.결국우리는박종명시편을통해인간이인위적으로그어놓은‘순간/영원’,‘삶/죽음’등의대립적표지標識들이지워졌을때의자유로움을경험한다.그자유로운신생의순간을생명의속성이자원리로그려가는사례를통해우리는이시대의불모성과교감단절양상에대한유력한미학적항체를안아들이게된다.박종명의시는이러한생명현상에대한지극한긍정과사랑을보여주는사례로한없이우뚝할것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인문대학장)

박종명의시적개성은따뜻한인간적매력에있다.돌아가신어머니와가족친지는물론그가만난사람들에대한애정과연민이그의시에정갈하게갈무리되어있다.물론그온기가화려한언어로만들어진것은아니다.그가지닌본연지성에서우러나온그의시는질박하지만웅숭깊다.마음깊은곳에서은은히우러나오는것이기에향기롭다.
얼른읽고던져버리는일회용시가아니라곁에두고음미하는시라는것이그의시의강점중하나이다.화려하고난폭한언어가난무하는시대그가지닌이런특성은오히려우리시단에서귀한자질이라말할수있다.
박종명은이미두권의시집을간행한시인이지만그의시는이제부터본격적으로전개되어심도있는세계로나아갈것이라확신한다.인간성부정의인공지능시대그가지닌인간적품성은더욱진정한시적가치를발휘할것이다.기교적수사법에의지한시가아니라본연지성에서우러나온진정성의시이기에그렇다.
-최동호(시인,고려대명에교수)

책속에서

은빛휠체어앉은
96세어머니

새벽녘머리단장하고벼른
나들이

들릴듯말듯
작은손바닥흔들며
떨어지는잎새

어머니
새처럼날아
기억속으로들어가셨나

요술지팡이쥐고
갈래머리풋풋한시절로
사뿐들어서셨나

한소녀가
당싯당싯
가을을
물들이고있다
-「가을마법」전문

손녀,
오늘은뭐야?
과일접시뚜껑을여니
하하하딸기코삐에로가
졸린눈으로웃고있다
하트모양감꽃위
사과나비,블루베리더듬이
새콤달콤아침인사
어제는바나나기차가
까만바퀴달고
블.루.베.리달렸는데
와신기하다
삐에로눈이커졌다

할머니,
오늘은뭘꾸미지?
세모토끼,네모유리창,동그라미애벌레
눈비비고기대하는손녀의아침
환하게밝아오기를
두근두근설레는할머니눈도
삐에로
-「굿모닝,삐에로」전문

사진속펼쳐진책이말을걸어온다

가운데책장이둥글게말아져만나니딱하트모양이다
하트갈피사이박주가리씨앗이솜털같은날개를펴고있다
책과씨앗외에아무것도등장하지않는사진이
조곤조곤이야기한다

안녕,파킨슨
느리고둔하게멀어진일상이지만
책갈피사이마음을모으니흔들리지않는중심이생긴다고
마음이기울때두손을잡으라고

주체할수없이떨리는
내손아닌남의손쥐고
밤새도록공들인숨결이
탁자위에서호흡을고르고있다

펼쳐진책갈피마다내려앉은마음
미완의설렘으로
날갯짓하는
누군가의깊숙이숙인아침인사를듣는다
-「안녕,파킨슨」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