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시선일여詩禪一如의세계”
초기김석의시는연작시선문답에서‘시는무엇인가’,‘삶은무엇인가’에대한깊은화두를참구했다면,이번4행시에이르러텅빈행간의울림을형상화하였다.흐르는찰나를‘선禪’의세계로끌어올린그의시는,선시「살불살조殺佛殺祖」에서도잘나타나듯,부처를만나면부처를죽이고조사를만나면조사를죽이는,‘낯선시’의경계를꿰뚫었다.언어이전과언어이후를교직한김석만의독창적시의독법을발견하였다.이번시집은깊이고뇌하고사색한자의입을빌려,4행시의도저到底한세계를열었다.
-김동원(시인,문학평론가)
책속에서
피면서지고,지면서피는꽃
꽃잎밟으며꽃놀이나온사람들
나무위쳐다보지만
발아래는못.본.척
―「시선」전문
능성동텃밭입구고장난전기밥솥
쌀안치고밥짓는어머니찾는
우체부,솥뚜껑열고
밥을준다.가끔씩
―「재활용우체통」전문
상추,쑥갓,파,부추,감자,고추,배추,무,계절마다텃밭에
점하나로그림을바꾸는
너,호미다!
날카로운붓
―「텃밭풍경화」전문
수국의자잘한꽃잎져,나리고
수국이있었다는사실조차지워진날
당신의웃음도지고
이름마저지워지고
―「지워지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