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와 쑥부쟁이 - 서정시학 시인선 228 (양장)

씀바귀와 쑥부쟁이 - 서정시학 시인선 228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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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정구

저자:윤정구
1994년『현대시학』으로등단.
시집『눈속의푸른풀밭』,『햇빛의길을보았니』,『쥐똥나무가좋아졌다』,『사과속의달빛여우』,『한뼘이라는적멸』.시선집『봄여름가을겨울,일편단심』.산문집『한국현대시인을찾아서』.
대산문화재단창작기금,문예진흥기금수혜.세종도서문학나눔선정.
수주문학상,문학과창작작품상,공간시낭독회문학상수상.
시천지,현대향가시회동인.
한국시인협회회원.

목차


시인의말|5

1부유리시경

늴리리청명淸明|13
고읍지古邑之의딸고읍덕古邑德|14
유리시경琉璃詩境|16
목척교|18
온달이는‘V살이냐?|20
따오기편지|22
좌수서左手書만세|24
북숭아너트|26
세한歲寒편지|28
홍제동어르신의흰고무신|30
장죽長竹을문여인|32
옥산서원玉山書院탁배기|33
전생의내가나를업고간다|34
물결치는산,춤추는호랑이|36

2부채송화축지법

상강霜降|41
참새발자국글씨삼매|42
달빛녹취|43
레퀴엠은해마다계속된다|44
폴클레의초승달|45
섬잣나무의하늘|46
병정개미일병의모험|48
담쟁이|49
은행나무의가을그리기|50
봉저난상鳳?鸞翔|52
천금같은우리딸금ㅤㄷㅕㄱ今德이|54
채송화축지법|55
개복숭아꽃피는저녁무렵|56
바다주세요|58
검은돌과흰돌이소나기를기다린다|60

3부마음대로씌어지지않는시

세인트히말라야|63
수업중|64
기적|65
아오모리의검은새|66
뻐꾸기|68
마제파|70
적자몽赤紫夢|72
루시의모험|74
나귀의눈물|76
파킨스니스트|78
앙리루소의클라리넷독주|79
마음대로씌어지지않는시|80
사르코캡슐승선기|81
희여울역으로의귀향|84
낙산을바라보다|85

4부도깨비살던동네

흰나비무창춘색武昌春色|91
백마고지소년병|92
도깨비살던동네|94
수동골물소리|95
작두춤|96
땡감나무그늘|98
임자론|100
어머니의부활절|102
쑥국새와황촉규|103
사흘눈|104
씀바귀와쑥부쟁이|106
달분이엄마집떠나던날|109

해설┃기억의횡단자가제작하는시대적몽타주|권성훈|11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청계천8가
왕십리에서용두동으로건너가는
나무다리

사랑방천장갓집에갓을모셔놓고
중절모를꺼내쓴아버지가
볏짚으로엮은달걀몇줄들고
십리장마루길걸어가듯
흰고무신신고
아들입학식에가시는길

흔들거리는다리위
청계천양쪽으로무성한
판잣집성채城砦를내려다보며
아버지가고개를끄덕이셨다

-사람사는게천층만층千層萬層이다
무리해서가르치는뜻알겠지?

다리도성채도간데없는데
흰고무신그리웁다고
늙은버드나무가손사래를치고있다
-「목척교」전문

(열평이나될까,
쌈지공원이라부르기도좀뭣한)
조그만세모꼴잔디밭
느티나무아래
갯씀바귀가대궁셋을올려
세송이,네송이,다섯송이,
샛노란씀바귀꽃을피웠다

(캄캄한땅속에서어찌
저리샛노란빛깔을길어올렸을까)
두어발작떨어진모서리에
또다른씀바귀가
대궁하나올리고꽃한송이피워
이쪽을건네다본다

(얼마나아찔했을까,자칫하면)
아스팔트에떨어졌을그순간을떠올리며
야트막한꽃등을켜들고있는
토끼풀옆
아직대궁도밀어올리지못한
쑥부쟁이도꽃을피울수있을까

(아버지에게도꽃시절이있었을까)
스물일곱살에야밭한뙈기사서
초가집짓고
세구배미다랑이논세개만들때까지
봄여름가을다가도록
꽃을피우지않았던쑥부쟁이

벼두가마니를한등에짊어지셨던
구척장신아버지를
초례청에서처음
명주손가리개사이로본열다섯어머니는
겁많은노란씀바귀꽃
-「씀바귀와쑥부쟁이」부분

월악산오르는돌계단사이
개씀바귀두어포기
샛노란우산을펴들었다

계단을오르내리며
십리길학교오가는
산동네아이들의발자국이
용하게피해지나가는
둥근팻말은〈수업중〉이다

자세히보니
개미학교,개미병원,개미교회당
개미우체국이조르라니
돌계단옆으로숨어있다

우체국앞검은제복개미병정들
힘들여메고온폭탄알
던지지못하고돌아선다
편지쓰고있는소녀에게
폭탄을던질수는없다
-「수업중」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