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와 쑥부쟁이

씀바귀와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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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윤정구 시인의 이번 시집 『씀바귀와 쑥부쟁이』는 시대의식을 역사성과 함께 견인하면서 사회적이고 문화적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는 시인의 시대적 체험과 기억, 그리고 언어에 함의된 인식이 시편을 형성한다. 말하자면 “겨울 잣나무와 소나무 아래”(「홍제동 어르신의 흰 고무신」) 소나무만큼 오래된 “둥근 창을 열고 있는 집 한 채”를 바라보게 한다. 그의 기억에는 “쪽 곧은 쪽파를 기르던” 과거의 “흰 고무신의 홍제동 어르신”을 떠올리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마모된 시간’을 되살리면서 역사의 “바큇자국이 새겨진 한 치 새싹”처럼 피어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윤정구 시인은 ‘과거’와 ‘체험’이라는 두 가지의 기억을 통해 이번 시집을 완성하고 있다. 그의 과거의 기억은 시대를 통해 역사를 견인하면서 오기도 하고, 그의 체험은 파편화된 현실을 기억을 통해 완성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이럴 때 윤정구는 자신의 ‘본성’을 존재자로서 긍정할 수 있으며 또한 고유한 존재로서 ‘뒷산 늙은 엄나무’가 들려주는 것이 그의 ‘생태적 서정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생태적 서정시는 과거와 현실 사이에서 〈수업 중〉 포획한 핵심 키워드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현시하는 ‘기억의 횡단’을 통해 제작하는 시편들의 ‘시대적 몽타주’를 자연스럽게 유추하게 된다.
- 권성훈(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저자

윤정구

저자:윤정구
1994년『현대시학』으로등단.
시집『눈속의푸른풀밭』,『햇빛의길을보았니』,『쥐똥나무가좋아졌다』,『사과속의달빛여우』,『한뼘이라는적멸』.시선집『봄여름가을겨울,일편단심』.산문집『한국현대시인을찾아서』.
대산문화재단창작기금,문예진흥기금수혜.세종도서문학나눔선정.
수주문학상,문학과창작작품상,공간시낭독회문학상수상.
시천지,현대향가시회동인.
한국시인협회회원.

목차


시인의말|5

1부유리시경

늴리리청명淸明|13
고읍지古邑之의딸고읍덕古邑德|14
유리시경琉璃詩境|16
목척교|18
온달이는‘V살이냐?|20
따오기편지|22
좌수서左手書만세|24
북숭아너트|26
세한歲寒편지|28
홍제동어르신의흰고무신|30
장죽長竹을문여인|32
옥산서원玉山書院탁배기|33
전생의내가나를업고간다|34
물결치는산,춤추는호랑이|36

2부채송화축지법

상강霜降|41
참새발자국글씨삼매|42
달빛녹취|43
레퀴엠은해마다계속된다|44
폴클레의초승달|45
섬잣나무의하늘|46
병정개미일병의모험|48
담쟁이|49
은행나무의가을그리기|50
봉저난상鳳?鸞翔|52
천금같은우리딸금ㅤㄷㅕㄱ今德이|54
채송화축지법|55
개복숭아꽃피는저녁무렵|56
바다주세요|58
검은돌과흰돌이소나기를기다린다|60

3부마음대로씌어지지않는시

세인트히말라야|63
수업중|64
기적|65
아오모리의검은새|66
뻐꾸기|68
마제파|70
적자몽赤紫夢|72
루시의모험|74
나귀의눈물|76
파킨스니스트|78
앙리루소의클라리넷독주|79
마음대로씌어지지않는시|80
사르코캡슐승선기|81
희여울역으로의귀향|84
낙산을바라보다|85

4부도깨비살던동네

흰나비무창춘색武昌春色|91
백마고지소년병|92
도깨비살던동네|94
수동골물소리|95
작두춤|96
땡감나무그늘|98
임자론|100
어머니의부활절|102
쑥국새와황촉규|103
사흘눈|104
씀바귀와쑥부쟁이|106
달분이엄마집떠나던날|109

해설┃기억의횡단자가제작하는시대적몽타주|권성훈|11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청계천8가
왕십리에서용두동으로건너가는
나무다리

사랑방천장갓집에갓을모셔놓고
중절모를꺼내쓴아버지가
볏짚으로엮은달걀몇줄들고
십리장마루길걸어가듯
흰고무신신고
아들입학식에가시는길

흔들거리는다리위
청계천양쪽으로무성한
판잣집성채城砦를내려다보며
아버지가고개를끄덕이셨다

-사람사는게천층만층千層萬層이다
무리해서가르치는뜻알겠지?

다리도성채도간데없는데
흰고무신그리웁다고
늙은버드나무가손사래를치고있다
-「목척교」전문

(열평이나될까,
쌈지공원이라부르기도좀뭣한)
조그만세모꼴잔디밭
느티나무아래
갯씀바귀가대궁셋을올려
세송이,네송이,다섯송이,
샛노란씀바귀꽃을피웠다

(캄캄한땅속에서어찌
저리샛노란빛깔을길어올렸을까)
두어발작떨어진모서리에
또다른씀바귀가
대궁하나올리고꽃한송이피워
이쪽을건네다본다

(얼마나아찔했을까,자칫하면)
아스팔트에떨어졌을그순간을떠올리며
야트막한꽃등을켜들고있는
토끼풀옆
아직대궁도밀어올리지못한
쑥부쟁이도꽃을피울수있을까

(아버지에게도꽃시절이있었을까)
스물일곱살에야밭한뙈기사서
초가집짓고
세구배미다랑이논세개만들때까지
봄여름가을다가도록
꽃을피우지않았던쑥부쟁이

벼두가마니를한등에짊어지셨던
구척장신아버지를
초례청에서처음
명주손가리개사이로본열다섯어머니는
겁많은노란씀바귀꽃
-「씀바귀와쑥부쟁이」부분

월악산오르는돌계단사이
개씀바귀두어포기
샛노란우산을펴들었다

계단을오르내리며
십리길학교오가는
산동네아이들의발자국이
용하게피해지나가는
둥근팻말은〈수업중〉이다

자세히보니
개미학교,개미병원,개미교회당
개미우체국이조르라니
돌계단옆으로숨어있다

우체국앞검은제복개미병정들
힘들여메고온폭탄알
던지지못하고돌아선다
편지쓰고있는소녀에게
폭탄을던질수는없다
-「수업중」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