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질투 (김조민 시집)

힘없는 질투 (김조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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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조민 시인은 내면 경험의 활력을 언어의 그것으로 환치하면서 스스로를 향한 확인과 다짐의 세계를 형상적으로 환기하는 역량을 충실하게 견지하고 있다. 다양한 관념과 사물에 고유의 실감을 선사하는 안목과 그것을 언어의 구체성으로 전환해내는 조형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김조민만의 시적 역량을 통해 사물과 상상력이 만나 빚어내는 역동적 이미지군群을 풍요롭게 만나게 된다. 이때 그의 시적 주체는 동경과 자긍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리듬을 반영한 신생의 언어를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을 정서적으로 위안하고 그들에게 인지적, 정서적 충격을 주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세계는 남다른 미학적 공명으로 독자들을 인도해갈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저자

김조민

저자:김조민
2013년『서정시학』으로등단.
2024년아르코문학창작산실지원금수혜.
미래서정문학상수상.(2019)
유튜브〈시읽는고양이〉크리에이터.웹진『시인광장디카시』편집주간.

목차

시인의말|5
1부

아직겨울이라나의언어는빈약합니다|13
느리게말라가는나뭇가지를꺾으며잠깐|14
잘못놓인보도블록처럼|16
상자를열어보아요|17
정답을찾기위한몇가지비공식전제|18
힘없는질투|20
심오해보이는헛소리의인식과수용에대해|22
목록을뒤적이는밤|24
겸허하게받아들이는풍요|26
위로를겸한놀이|28
없었던금기어에대한최초의증언|30
쿠키를쿠키처럼|31
밧줄|32
지도|34
기울어짐에대한변명|36
어느끝에서도들리는|38
바다가하는일|40

2부

현재의비밀|45
일요일과월요일사이,밤|46
잘못적은단어|48
윗집아저씨구두때문이아니었다|50
1평가게|52
편지를태우며|54
즐겁고유쾌한기분으로|56
끝|58
로코코식농담을곁들인담화풍의헛기침|60
번진자리를따라가다가|62
오늘의시간은끝났습니다|64
장면|66
10분남았습니다|67
낡은의자에앉다가|68
니들펠트를위한고양이동원령|70
오늘의그|72
서커스|74

3부

오늘의문을열면|79
와디|80
남은자의의문|82
암시暗示는아닙니다|84
통과점|86
무엇이남았나요|88
이미알고있었음에도|90
그네를타다가익사할확률에대한변수들|92
그러나이제우리는다음으로|93
단하나의이유를든다면|94
비그친후|96
더닝크루거효과로잘못알려진그래프|98
실토|100
어둑한오후의무료|102
달콤하고투명해서위험한밤이오고있어요|104
나의집|106

4부

각각의기억|109
고맙습니다|110
평범한식사를위해우리는|112
읽던집|114
닫습니다|116
계단참에서든생각|118
거짓말|119
그러니거기누구신가요|120
하관|122
모든것속에하나|124
감,잡다|125
늪|126
산책|128
디어루나|130
해설┃기억의파동이구현해내는자기귀환의미학|유성호|131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사라지는상처의기록들

삶에는울림이라는기록이존재한다.그것이환희이든상처이든문학속의삶은,시간에기록된그림자의형태를지워가는행위가아닐까?첫걸음마를하던일,스스로신발을신는일,햇살속에서눈을크게뜨는일,바람을등지고뛰는일등이삶의모든기록이라생각한유아기를지나면,우리는생이다할때까지선택의갈림길과죽음의공포에서자유롭지못하다.때론예측할수없이따라붙는삶의기록들이상처의흔적을남기기도한다.하지만내게문학은흔적으로남는다양한삶의그림자들을하나둘지워나가며곤궁한시간을위로해주는에너지가된다.특히늘함께살아가는죽음에대한철학적고찰은문학의길에한걸음다가가게해준정신의기록이라할것이다.삶속에서솟아나오는문학의소재는무궁무진하다.사용하고사용해도고갈되지않는울림의화수분을위해지금도나는주름진삶의노트를펼쳐한문장두문장나만의기록을하고있다.
2025년6월1일
김조민

책속에서

내가뒤돌아봤을때아무것도없었다누군가의발소리를들었다고두고온침묵이생각났다고부풀어오른어둠이등을떠밀었다고단지혼잣말을할수도있겠지만사실은발끝에걸린보도블록때문이었다누군가의아주사소한실수로잘못놓인사각형은자신의모서리하나를허공에놓고있었다연속성을잃은어제와오늘처럼예측할수없는다음이어서오히려간절한기도였다어쩌면나는갑작스런목소리를들었다고말할수도있었다멀어지지만않는다면돌아갈수있으리라갈래의길앞에서오랫동안말라가던그날은순간과순간사이에서뿌리내린그림자였다덩굴이었다밧줄이었다무엇이든낚아채는다짐이었다그때의내가차라리잘못놓인보도블록처럼현현한울음이었다면설명되어지는이전과이후가있었을까내가뒤돌아봤을때솟아난기척은너무은밀해서아무것도볼수없었다
-「잘못놓인보도블록처럼」전문

이토록다정한밤이라니

크리스마스가아직반년이나더남았는데
잔인한폭염위에누가벌써겨울을가져다썼을까

세상의아름다운모든한때를가늘고긴금에서로얽은채
반짝이는작은공몇개가길가에굴러다녔다

내주머니에든투명유리공안에는
감탄된적없던꽃송이만간헐적으로우아한데

세게쥐면부서지는하나의세계처럼
두손바닥으로감싸쥐면감쪽같이사라지는시간처럼
매번새로워지는은유속에서포함되었던것은그저
누더기였을까그러므로

과신했던목소리가뱀처럼기어나오고
불안한갈림길속에서빛나던것은
방향없이쫓기며멀어지던나의눈동자

이토록다감한밤을길에서맞다니

손바닥을펼치면부서진유리에베인하루를들킬것같아
가만히두손을모은채흐르는땀을닦지못했다
아직걸음은멀었는데
치닫지못했던나의질투는남몰래버려져야만했다
-「힘없는질투」전문

약속된기호속에슬픔을담기로했지
한번에하나씩,가끔은조금더길게
가끔은하품이나불순하게솟구치는반성들은
금방드러나서재미없는거짓말이었어

오늘은
죽었던어제의내가다시살아나살그머니
다음계단위에앉았지네가그랬던것처럼
눈을깜빡,그걸로끝

군데군데비어있는시간틈새로얼버무리듯실수가채워지고
흩어진글자들이모여그럴듯한유언이조립되고
미안,그러려고그랬던건아니었어

나이테에새겨진내력과꽃진계절의뻐꾸기와우기의그림자와가난했던언니의가방속처럼아직도유효한어제와그제와엊그제와의이별을위한창틀에는노란눈동자의고양이한마리

내일을꼴깍삼킬거야어제의표식이남긴모호
네가가위로오려냈던것은존재하지않았던이름이겠지만
상상해봐
어디든달라붙는먼지처럼질문을건너뛴정답은어디에있을까
-「정답을찾기위한몇가지비공식전제」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