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의 눈 (양장본 Hardcover)

적막의 눈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이복현의 자유는 소유에서 해방되면서 자유를 획득하는데 그것은 ‘고도화된 자유’로 쓰인다. 이 고도화된 자유는 그의 시편에서 윤리적 화법으로서 현출하는 인간존재의 사유를 담보하고 있다.
(중략)
이 시집은 이복현 시인이 “평생토록 준비한 선물”로서 그것은 내외적 경험 속에서 얻은 가치이며 “침묵으로 말하는 눈동자”라는 이성적 영역에서 “내 거친 영혼이 어쩌다가 피워올린” 정신적 영역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이때 정신적 영역을 밝히는 것이 영혼이며, 영혼은 바로 자유로 환원된다. 그의 영혼을 담보로 피워올린 시편들은 “아름다운 무늬를 엮어가는 삶”(「부끄럽지 않다」) 속에서 부끄럽지 않게 써 내려간 겸손에의 표상으로 “온몸으로 쓴 시”이며 “땀과 사랑과 결핍으로 쓴 시”라고 말한다. 그의 시편들에 숨겨진 땀과 사랑과 결핍이야말로 ‘윤리적 고백’으로서 이복현을 읽어내는 핵심어이기도 하다. 거기에 그의 시 의식은 온몸으로 밀고 나간 “날줄, 씨줄, 매 순간의 짜임 짜임이/올올이 고운” 시적 담론으로 증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 누구도 훔칠 수 없는/찬란한 태양을 품고”(「천일염」) 뜨겁게 축출한 언어를 행간에서 가공하고 있는 이복현 시편들을 긍정하게 된다.
- 권성훈(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저자

이복현

저자:이복현
1999년대산창작기금(시부문)받음.『문학과의식』겨울호로활동시작.1994년중앙일보시조장원및『시조시학』신인상수상.
시집『사라진것들의주소』등4권,시조집『눈물이타오르는기도등2권.
충남작가상(시),한국시조시인협회상(시조),시조시학상등수상.
대산창작기금,서울문화재단,충남문화재단등지원금을수혜.
한국시인협회,한국작가회의,한국시조시인협회회원.

목차

시인의말|5

1부

울음의열매|13
적막의눈|14
그리운새|16
별이부끄러운밤|18
이삭하나의마음으로|20
자라는눈물|22
심해생각|23
그림속에서비를맞다|24
사립문열어두고|26
새들의무덤|29
긴꿈|30
숲의정사|32
구절초꽃|34
자아自我분실신고|35
비문|37
봄비젖어피어나다|38
일출|40

2부

비갠하늘보름달|43
흰새만큼만|44
푸른길|45
백마강|46
11월의저녁|48
조각구름|50
반딧불이|52
늦은저녁의비파가락처럼|54
대룡리|56
자국마다꽃이핀다|58
한여름의폭죽|60
등꽃그늘|61
어디에나경전|62
거울을닦으며|63
양파|64
그리움의뼈|65
멸치|67

3부

불면의바다|71
책갈피에꽂아둔노래|73
유달산|75
캠프파이어|77
입동|79
어머니의잠|81
백년이넘도록피어있는꽃|83
고목의유서|84
옹이|86
보은報恩|88
워낭|89
민달팽이|91
밤의보석들을캐는광부|92
나무비린내|94
이팝나무꽃|95
저녁,시골버스정류장|97
월하미인月下美人|99

4부

살아있는날의명상|103
바보들의천국|105
눈물의힘|106
어머니의빈고방庫房|108
겨울소나무|110
아무것도남기지않는새|112
죽은새들을추억함|114
내마음의보석|116
오래된세탁기|118
얼음궁궐에들다|120
가업의힘|121
고라니생각|124
비너스|126
광복절아침에|130
부끄럽지않다|134
천일염|136
영원한선물|137

해설┃윤리적고백과고도화된자유|권성훈|139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내삶의가을날
헐거워진길목에섰다.

잎을털어낸나목처럼
간결해지고싶다.

허명너머,오롯한
진실의뼈를보여주고싶다.

어느날계절이바뀌고
소리없이곁을떠났을때
이름도기억못할친구들이
내가앉았던빈자리를
두고두고그리워할,

그런사람이되고싶다.
그런시를남기고싶다.

책속에서

내영혼이
비갠하늘을날아가는
흰새만큼만맑았으면좋겠다

뻘밭을걸어도발빠지지않고
검은연기속으로날아가도
끝끝내,

끝끝내젖지않는,
-「흰새만큼만」전문

이젠꽃을피우리라
붉은열매를맺으리라

오랜침묵으로
겨울을건넌나목처럼
푸른몸부림으로일어서리라

적막에뿌리내린말들
동토에잠들었던슬픈기억들
가슴깊이묻어둔그리움의씨앗들
환하게눈뜨고깨어나리라

겨자씨하나같은
아프고작은말들이눈뜨고일어나
헐벗은산야에큰나무되어
땅속깊이뻗어내린실뿌리로
맑은수액을쉼없이빨아들여

불타버린검은언덕에
연둣빛꿈들로무성하게움돋아
여린가지마다푸르른이파리들
깃발되어펄럭이게하리라

적막의뿌리에서솟구쳐올라
수관을타고흐르는생명의노래
상한가지마다움트는
꿈을위해부르리라
위로받지못한사랑을위해,
뜨거운눈물을위해부르리라

얼어붙은대지의심장을열고
고요히눈뜨는,
적막을위하여
-「적막의눈」전문

하늘에찍힌새들의발자국이
무수한별이되어
잠언처럼반짝인다

발자국과발자국이뒤섞여
걸어온길이다보이지않는
난맥일지라도
우리가한길을걸어왔으며
몸과몸이부딪히며
삼천겁의인연을가졌다는사실

세상모서리마다아픔이숨어있어도
하루치의눈물이기름이되어
저녁식탁에환한등하나켜올리고
몇몇날의슬픔이우리의잔을들어올려
잠시라도하나가되는
이순간을노래하자

마을의은은한불빛들과
하늘에새긴새들의발자국이
어둠을밝히는밤
남몰래향기를짓는
깊은산속이름모를풀꽃들
눈물자국지운자리마다
송이송이환하게피어난다.
-「자국마다꽃이핀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