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함에 대하여

아득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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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득하다’. 나는 이것을 추상이 아닌 구체적 인격으로 대하였다. 내가 ‘아득함’을 몽롱한 추상에서 가깝게 풀어내는 동안, ‘아득함’도 나를 허공에서 일탈하거나 분산되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을까. 사막과 빙하와 지평선 너머 극지에 이르는 낯설고 광막한 ‘아득함’.
나는 그를 객관적 타자로 존중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였을 뿐, 그와의 동행이나 합일을 꿈꾼 적 없다. 그는 나와 무관한 높이에서 독특한 빛을 간수하였고, 나는 내 본연의 주소에서 홀로의 방향을 흘렀다.
해가 지면 달빛은 너그러워지고, 도랑물도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할 때, 문득 우리도 각기 이름을 달리하는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닐까,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
어느 날 눈을 들어 유난히 맑은 창공을 우러렀을 때, 높이도 모를 어디에서일까, 서늘하게 쏟아지는 청보석 같은 시선, 그가 내 오랜 ‘아득함’이었듯이 나 또한 그의 ‘아득함’이었다는 것을, 서로는 서로의 하늘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 시인의 산문 「생각의 씨」 중에서
저자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