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18.31
Description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 그 이도다완은
실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힘 있는 구성과 섬세한 필력으로 가능케 한 역사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국보 ‘이도다완’이 조선의 막사발이었다는 게 사실일까? 이 막사발을 만든 이는 누구이며, 호시탐탐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노렸던 일본 권력자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오늘날 IT나 반도체 기술에 버금가는 도자기 기술을 선점하고 도자기 장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전쟁마저 불사했던 430년 전, 역사적 소용돌이에 휩쓸려 늘 엎어지고 넘어지고 무너지는 삶을 살았던 한 사기장의 삶과 장인정신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경남 스토리 공모전에 공개되자마자 “탄탄한 구성과 높은 완성도”를 구가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제왕의 잔』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숨은 한중일의 검은 속내와 야망을 ‘이도다완’이라는 의외의 소재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힘 있게 풀어나가며 한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계보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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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희

대학에서신문방송학을전공하고졸업후방송국기자로일했다.서울역노숙자들을취재한경험을바탕으로쓴시나리오『잿빛영혼들에게굿모닝!』이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0년MBC대하사극「김수로」의원안작가로방송계에입문했으며,2017년에는경남스토리공모전에소설『제왕의잔』이심사위원만장일치로대상을받았다.현재는드라마작가로도활동중이다.

목차

프롤로그7
죽어야사는사내9
황제,그리고휘몰아치는음모41
아아,가마의여신이여!77
엇갈린운명113
불사조와푸른천상자의비밀167
마음을움직이는그릇213
도자기전쟁257
사무라이조선도공305
운명을건경합371
제왕의잔413
에필로그423
작가노트425

출판사 서평

자료수집5년에자료분석2년,소설화작업1년간의대장정끝에탄생한소설『제왕의잔』.경남스토리공모전에서공개되자마자“탄탄한구성과높은완성도”를구가해냈다는찬사를받으며심사위원만장일치로대상의영예를거머쥐었던그소설이,도자기를담금질하듯마지막으로문장을다듬고살피는시간을거쳐마침내토마토출판사에서출간됐다.『제왕의잔』은임진왜란이라는역사적사건을‘이도다완’(막사발)을중심으로새롭게재구성한역사소설이다.박희작가는이작품을통해이도다완을차지하려는강대국들의이해관계와조선의도자기기술을탐하는일본의속내를가감없이보여주지만,그가이작품에서정말비중있게다루는것은“천한사기장”으로대표되는서민의삶과그들의일이다.좋은도자기한점을빚기위해좋은흙과장작을찾아헤매고,다완의모양을잡고,가마앞을지키며땀흘리는이들의모습은,430년의세월을뛰어넘어지금이자리에서묵묵히일하며자신만의삶과자부심을만들어가는우리의모습과크게다르지않을것이다.

“설령명나라를정복하지못한다고해도조선만차지할수있다면,
아니,조선의도자기기술만이라도장악할수있다면전쟁은손해가아니야…”
아시아의패권을장악하려는제왕들과이도다완에얽힌이들의야심
도요토미히데요시가임진왜란을일으킨‘진짜이유’

손끝에서느껴지는흙의감촉과유약에서풍기는묘한향에매료되어명문가의자식으로태어났으나스스로천한사기장의길을택한도경은,몰락한양반가의여식인연주를만나사랑에빠진다.하지만연주는새로부임한부사의첩으로보내질위기에처하고,이를알게된도경이연주와함께밀선을타고도망치려다붙잡힌다.부사는반역의죄를씌워연주를기생으로매도하고,홀로괴로워하던도경은연주와함께도망치게해주겠다는일본인지주地主소우의명에따라명나라경덕진으로향한다.명나라최대의도자기생산지인경덕진,그곳에서도명나라황실의도자기를전담생산하는‘어기창’으로.물론이모든것이연주를이용해사기장인도경의기술을탈취하고자소우가꾸민일이라는것은꿈에도모른채.그리고그곳에서,평생의악연이자라이벌인일본인도공요시와의인연이시작된다.
한편일본전국시대를통일한도요토미히데요시는이제일본을넘어천하를도모할생각에홀로회심의미소를짓는다.그리고그의이런야심을실현하기위한첫번째목표는조선을쳐서조선의도자기기술을탈취하고도자기장인들을납치하는것이었다.왜하필도자기였을까.그것은도요토미히데요시에게아부하는간신의말,“막사발하나에머스킷(조총)오십자루면,막사발천개에머스킷오만자루(…)그정도면전국통일은물론,조선을넘어명나라까지손아귀에쥘수있습니다”를통해유추할수있다.자체적으로도자기를생산해도자기에열광하는유럽과의무역에서막대한수익을올리고,그렇게쌓아올린부로조총을획득해천하를도모하는것.이것이도요토미히데요시의계획이었고,이것이일본의학계에서조차임진왜란을‘도자기전쟁’이라고부르는이유다.

천벌과도같은재능으로자신의운명과대적하는삶을살아야했던
한인간의처절하고아름다운싸움

이후도경은조선에서명나라로,다시일본으로그무대를옮겨가며온갖고초를겪는다.일찌감치그의가능성을알아본소우부터,한평생그를의식하고훼방을놓았던요시다뿐아니라,일본차문화의거장인센리큐와일본최고의권력자도요토미히데요시,도쿠가와이에야스까지,도경의솜씨에매료된이들은어떻게든그를이용하거나방해하려한다.전쟁과권력자들의이권다툼에휩쓸려원치않게자신의운명과대적하는삶을살게된도경은,이제자신이주변인들까지힘들게하는것을깨닫고무너진다.어쩌다이렇게되어버렸을까.사랑하는사람과함께하고싶다는평범한꿈은너무까마득한옛일이되어버렸고,자신을구하려던늙은스승은위태로워졌다.흙냄새가좋아시작했던사기장일은자신을너무먼곳까지데리고와버렸다.형언할수없는그세월의문앞에서자꾸만문고리를놓치고있는스스로를깨닫고,도경은이제모든것을놓고떠나려하지만…그럼에도그가손에서놓을수없는마지막한가지는,흙이었다.

해동은왜사기장이되려하는지물었다.
“그냥요,그냥좋아요…흙이손가락사이사이파고드는촉감도좋고,잿물을만들때그향도좋고요,불속에서다시태어나는그릇처럼…….”
그릇처럼자신도다시태어나고싶다는말은혀속에묻었다.
해동은그만두라는말도,열심히하라는말도하지않았다._본문중에서

담담히자신의삶을살아낸이들의하루하루가쌓여만들어내는‘역사’
그묵묵한날들에대한존경과경의

『제왕의잔』은일본의국보26호‘기자에몬이도다완’이조선의막사발이라는사실에착안해작가가문학적상상력을발휘해쓴팩션이다.오래전일본출장길에본이도다완이뇌리에강하게남았고,이후이작품을쓰기위해임진왜란과한중일의역학관계는물론,한중일의도자기역사와기법에대해본격적으로공부했다.그시간이무려자료조사5년에자료분석만2년이다.이러한각고정려끝에탄생한소설이기때문일까,정밀한연구에유려한필치가더해진그의글을읽다보면흙반죽을단련하고가마앞을지키는일련의과정들이눈앞에선연해지고,장작을패며땀흘리는사기장들의건강한흥얼거림이들리는듯하다.

반죽을끝낸태토는물레위에걸쳐지고도경의손길에따라다완의모양이잡혀갔다.다완은1차건조후채색과그림을입힌뒤유약을발라다시건조하고,초벌구이와재벌구이로이어지는일련의과정이더해졌다.도경은마지막까지다완의선과면과색과기운을살폈다.(...)드디어가마에불이타올랐다.도경은가마촌사람들과함께모든상념을태워버릴듯,밤새가마앞을지켰다._본문중에서

박희작가는이작품을쓰면서막사발을만든이름모를사기장에대한무한한존경과경의를느꼈으며이러한“평범한삶이주는벅찬마음”을널리알리고싶다고밝혔다.『제왕의잔』에는이도다완으로대표되는한중일의이권다툼과제왕들의야심도여실히드러나있지만작가가그보다더공들여다루고자했던것은“담담히자신의삶을살아낸”“이름없는”사기장들의삶그자체다.천한사기장이라고손가락질받으면서도자부심을가지고묵묵히자신의일에임해장인의경지에다다른그들의모습은,바로지금각자의자리를지키며자신만의삶과자부심을만들어가는우리의모습과크게다르지않을것이다.역사,그것은하나의천금같은명령이아니라평범한사람들의하루하루가모여완성된다는것을다시금확인하게하는소설이다.

우리의삶이미래에대한거창한목표나설계는커녕그저하루하루살아가는것에급급한것처럼보여도,그급급한하루하루가모여서때로는거대한파도가되어운명과맞서기도하고,때로는잔잔한수평선이되어삶을견뎌낸다는사실에홀로가슴벅차는순간들이었다.그렇게평범한삶이주는벅찬마음을많은사람들과공유하고싶었다.이것이21세기에‘막사발사기장’도경을소환한이유이자『제왕의잔』을꾸역꾸역완성한나의변辯이다._「작가노트」중에서

책속에서

일본도요토미히데요시의절대적신임을받았던다성茶聖센리큐가극찬했던‘이도다완井戶茶碗’은그생김새가우물모양과같다고해서‘이도井戶’라고명명했다.차를따르면그투박함이신비로운기물이되고,햇살에비치면그깊이가우물같은환상을불러일으키며,자연스러움과조용함과청정함이오롯이담기는그릇이라는의미다.
현재까지도일본최고의보물로전해내려오는그이도다완은실은조선의막사발이다._7쪽

도경이조정의실세이조판서도윤수의아들이라는사실을듣고놀랐다.아니,궁금했다.도대체무슨기구하고절박한사연이있기에실세의아들이신분을속인채이척박한땅에서버러지처럼사는가._36쪽

도경은일단뒷산에올라쪽을뜯어왔다.염색장이를찾아가쪽물을들이는방법까지알아왔다.쪽의일부는삶아서물을내고나머지는날것을그대로물에불려색이우러나기를기다렸다.그사이굴껍데기를스무시간불에태워말린것을가루로만들었다.굴껍데기가루는색을더욱선명하게해주는효과가있었다.어느정도쪽물이우러나자쪽삶은물과날물을섞고굴껍데기가루를넣어가면서열시간이상저은뒤하루더발효시켰다.다음날쪽물바닥에가라앉은뭉글한덩어리만거둬잿물을넣고다시하루를더발효시켰다.푸른빛을만드는데만무려나흘의시간이걸렸다.드디어끈적한액체덩어리가완성되었다.푸른빛이더없이영롱하여눈이부실지경이었다._224쪽

센리큐는두손가득알맞게들어차는막사발을쥐고경이로운눈빛이되었다.
“헌데격식있는다완들도많은데와하필이투박한것을…….”
해동이말끝을흐렸다.
“글쎄요…그저언뜻보이는그볼품없음이그윽하고,투박한것이모난것을감싸니,부족한제마음마저오롯이담기는것같습니다.”_241쪽

도경은그새자신이많이늙었을거라고생각했다.불혹을넘긴나이.세상일에정신을뺏기거나미혹되지않는나이.오직하나에만매몰되어나락으로떨어질수도있는나이.욕망도욕심도기꺼이버릴수있지만여전히부대끼는운명때문에갈등하는나이.도경은그형언할수없는세월의문앞에서자꾸만문고리를놓치고있는자신을보았다._327쪽

어느한때아름답던시절이있었고,그시절을살아내던순간들이서로를갈망하게했다.그갈망이불우한현실에서벗어나고싶어서로를부추겼지만모두실패했다.
시절은과거로이어지고,과거는아픔이되어오늘이아픔을목도하게할뿐.현실은운명이라는이름으로찬란히빛나지않고,돌아서야할때를미루면더깊은수렁의지옥에던져질터._343쪽

“막부어마시고,막말아먹고,막사발이네!막사발!”
덕배의너스레를들으며도경은막사발을지그시들어보였다.우물물을퍼서막사발에부어벌컥벌컥마실때의그청량감이좋았다.사기장들의식사를챙겨주는함안댁이가끔그막사발에탁주를부어마시고는곤하게낮잠을잘때도있었다.물을담으면물처럼,술을담으면술처럼,막사발은무엇을담아도그무엇이되었다._405쪽

일본은왜이렇게까지조선사기장들에게집착하고조선의도자기에열광하게되었을까.16~17세기도자기기술은지금의IT나반도체기술에버금가는것이었다.무엇보다일본은,도자기를자체적으로생산할수있다면유럽과의무역을통해원하는만큼조총을사들일수있다는사실도알았다.도자기기술이없는일본입장에서는도자기선진국이었던조선과명나라가부러움의대상이었을것이다.도자기를팔아조총을점유하고조선을넘어중국대륙까지손아귀에넣겠다는일본의야심,임진왜란은그렇게시작되었다._4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