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벽 (최세은 장편소설)

세벽 (최세은 장편소설)

$16.52
Description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길과
모든 것을 잠재우는 물길 속에서
‘세상의 벽’을 부수고 진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소녀
토마토출판사에서 최세은 작가의 장편소설 『세벽:도련님, 히입니다』가 출간됐다. 저택에서 일하며 주인님과 도련님을 보필하던 하인 ‘히’와, 주인님의 유일한 핏줄로서 저택의 차기 주인이 될 준비를 하는 도련님. 이들은 이 저택의 유일한 어린아이로서, 평소에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지만, 또다른 하인의 죽음과 방화사건 이후 자신들이 전부라고 믿었던 세상에서 ‘내던져진다’. 『세벽』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안락한 보금자리를 잃은 후 각각의 개인이 세상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번 작품으로 소설가로서 첫 발돋움을 한 최세은 작가는, 신비로운 세계관과 호소력 짙은 이미지, 확장되고 변모하는 유연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

최세은

이야기가가진힘을믿고,계속해서쓰고싶은사람.전주에서태어나대학에서소프트웨어공학을전공했다.IT개발자로커리어를시작했으나소설가로마무리짓고싶다.

목차

1부세상7
2부벽65
3부그너머199
에필로그297

출판사 서평

주인님과도련님을보필하던어린하인‘히’
열일곱,‘세상의벽’을부수고진짜삶으로나아가다

부모님을여의고저택에서일하는여덟살하인히.그녀는먼지가풀풀이는작은쪽방에서얇은홑이불하나만덮고잠을청하며아침부터저녁까지허드렛일을해야하지만,그래도자신을진심으로사랑해주는로자아줌마가있어하루하루외롭지않게살아갈수있다.부모님도,의지할곳도없는히에게,로자아줌마는자신에게따뜻한말을속삭여주는사람이고,가엾다는말을하지않은유일한사람이기도하다.히는그런아줌마의퉁퉁한살집을꼭껴안고자신이가장좋아하는‘따뜻한부엌냄새’를맡는다.그러던어느날,히는여섯살도련님앞에서게된다.마치정물을보듯,고고하고오만한눈빛으로히를보며“신기하다”고말하는도련님.이저택에있는유일한어린아이인히는도련님을보필하며그의말동무가되고,다행히도련님도히와보내는시간이즐거운듯하다.
히는그렇게도련님을통해‘서재’와‘책’을접하고,서서히글도깨우친다.하인중유일하게글을읽고쓰는기쁨을누리게된히는점점더감사와동경을담아도련님을바라보게된다.스스로를“나는도련님을관찰하는데아주최적화된인간”이라고말할만큼,히의세상엔도련님이라는존재가크게자리한다.그리고열다섯이되던어느날,마침내그녀를만난다.신비로운에메랄드빛눈빛과우아한몸짓,청아한목소리…바로,도련님의약혼녀였다.

자그마한체구에반짝이는에메랄드빛눈동자.몸에벤듯한예의바르고우아한몸짓은열세살답지않을정도로기품이넘쳤다.도련님은유순했고여자아이같은외모를지녔지만그녀에비하면완전히남자다웠다.안녕하세요.높고청아한목소리로그녀가말했을때,나는나도모르게내목울대에손을댔다.그건더이상내가바랄수없는목소리였다._본문중에서

주인님과도련님,로자아줌마등매일마주하는몇몇저택사람들이인간군상의전부이던히의작은세상에,도련님의약혼녀는히가처음으로받은문화충격일것이다.그리고그녀는몰랐을것이다.제한된사람들만살아가던저택에처음들어온낯선존재가,어떤끔찍한균열을낼지.
그날은도련님과약혼녀가하인몇을대동하고근처숲으로처음산책을나가던날이었다.너무나도평범하고특별할것없는보통날.밤늦게까지돌아오지않는도련님일행을기다리던히는,그날밤약혼녀의비밀을알게됨과동시에그녀가가장사랑하는로자아줌마의죽음을마주한다.그리고히가마주한이뼈아픈시련은,도련님에대한배신감과저택사람들에대한증오로옮겨가며소설은또다른국면을맞는다.
열일곱,마침내히는자신의세상이었던저택을박차고나온다.그리고그녀가저택밖에서마주한‘진짜세상’은,안에서‘알고있던’그것과는전혀다른것이었다.

저택밖에서마주한세상의맨얼굴

이소설은총3부와에필로그로이루어져있다.1부는히가책을읽으며세상을깨우쳐가다부조리함을깨닫고저택을나오기까지의일들이압축적이고흡인력있게펼쳐진다.히가여덟살부터열일곱살까지의일이다.그러나2부부터는작품의배경도,분위기도완전히바뀐다.동서양이혼재된20세기초의어느지역을배경으로하는듯한1부와달리,2-3부는국가의경계가사라지고사람들이자신의이념에따라조직생활을하는미래의어느시점을배경으로한다.그조직들중국가체계를부정하고‘모든것이거짓’이라는사이비단체FAKE가세력을키워나가자,이에대항하는또다른단체인Take.b도이들을무섭게따라붙는다.Take.b의목표는FAKE가만든허상을부수고모든것을원래대로돌려놓는것,즉,FAKE의해체였다.
히의결단으로엉겁결세상으로내던져진도련님은2부에서‘션’이라는이름으로활동하며Take.b의조직원으로서전세계곳곳을누빈다.저택안에서권력자로살아가던그에게바깥세상은그야말로혼돈,그자체였으리라.자신의삶을이런혼돈속으로떠밀었지만,그럼에도션의마음속엔늘히에대한막연한그리움이자리잡고있다.그리고임무수행차찾은마을예고리에서,션은꿈에도그리던히를만난다.
히와션의관계가주축을이루던1부와달리2부와3부에서는션의동료인주원과예고리에서만난레시,예고리의어린아이들인민수,려상,제시등남녀노소를불문한다양한인물들이등장한다.그리고우리는이인물들을통해세상을대하는각각의방식이나,개인과조직,세계의관계에대해생각해볼수있다.또한‘호수의주인’이지켜주는마을예고리에서평화롭게살아가는인물들의모습은,주체적이고비판적인세계관이얼마나중요한지역설적으로보여준다.

신비로운세계관과호소력짙은이미지,
농염한서스펜스로벼려진서늘한로맨틱환상문학

1부에서마음둘데없는히가로자아줌마라는따뜻한어른을통해치유받았듯,어른이된히와션역시,예고리에있는세아이들에게좋은어른이되어준다.좋은어른이란,마음을다독여주고의지가되어주는사람이기도하지만,각자의신념에따라스스로판단할수있도록냉정한조언을해주는사람이기도할것이다.션과히는각각다른목적을가지고이곳으로왔지만,어른의명령에맹목적으로복종하고순종하는예고리아이들을위해한마음으로분명한조언을건넨다.마치이아이들은자신들이경험했던거짓세상을경험하지않게하겠다고다짐하는양.

“너희들이납득하는범위를넘어선명령은다시생각해봐야해.대의와명분은중요하지않아.그명령이정말필요한거라면,나아가너희들자신을위한거라면,그게무엇이든누구든제대로충분히설명해주는게맞아.”_본문중에서

『세벽』은나와타인의관계,세대와세대간의관계,개인과세상과의관계로점점확장해가며관계에대해,그리고진실에대해겸허히성찰해보게하는작품이다.이작품에서제시하는신비로운세계관과복잡다단해보이는설정들은이러한주제의식을더날카롭게벼리는장치일것이다.너무무겁지않으면서도시사하는바가확실하고첨예한,무게중심을잘잡은장르문학이라할수있다.그리고그런서늘한세계관을배경으로한히와션의애틋한로맨스는,우리가거대한세상에내던져진실존적개인이라는점을시사하는바와동시에,그럼에도불구하고결코혼자가아니라는것을확인시켜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