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레레 (가엾게 여기소서)

미제레레 (가엾게 여기소서)

$17.02
Description
국내 장르문학의 매력을 한껏 담은 ‘토마토 문학 팩토리’에서 최난영의 장편소설, 『미제레레 : 가엾게 여기소서』를 출간한다.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 ‘김승옥 신인 문학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 최난영. 인간에 대한 첨예한 시선으로 재치 있는 작품을 써왔던 그가, 이번에는 미스터리·호러 문학으로 돌아왔다.

『미제레레』는 이상하고 혐오스러운 여자, 이영음의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불길(不吉)을 그리고 있다. 영음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음식을 먹지 못하는 여자다. 세상이 영음에게 허락한 건 오로지 녹말 이쑤시개 하나뿐이지만, 영음은 늘 강렬한 식욕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의 죽음을 목도한 후부터 기이하게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는데……. 식욕에 압도될 때마다 영음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죽음. 대체 이 여자는 무엇일까. 왜 늘 죽음의 가운데에 이 여자가 있을까.
저자

최난영

대학과대학원에서문예창작학을전공했다.『물랭루주에서왔습니다』로‘2022대한민국콘텐츠대상스토리부문우수상’을받았으며『카페네버랜드』는‘2024광양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다.이외에도여러작품을통해다양한문학상을수상하며꾸준하게활동하고있다.

목차

1장.방술…9
2장.반두라…47
3장.상아장식…85
4장.쇠망치…127
5장.소주병…167
6장.지상의양식…199
7장.구두한짝…227
8장.작성자이영음…259

출판사 서평

이상하고혐오스러운여자의입에서새어나오는소리.
오독,오독,오도독.

영음은깡마른여자다.음식을먹을수없는병에걸린탓에‘녹말이쑤시개’와링거로삶을연명하고있다.그렇게된지벌써10년도넘었다.그래서일까.사람들은영음을걸어다니는미라나해골따위로부른다.영음을본아이들은울먹거리고,어른들은인상을찌푸리기일쑤다.영음은그런사람들의시선으로부터익숙해져야만했다.매번시선을의식했다가는더버틸수없을게분명했으므로.
열여덟무렵이었다.불현듯영음은음식을먹을수없게됐다.음식을입에넣었다하면끔찍한고통이찾아왔다.목에당구공이걸린듯한느낌이들었고,숨을쉬기어려울정도로고통스러웠다.의사들도고개를내저었다.이유모를병,원인을규명할수없는병.영음은살기위해등교할때마다물총을챙긴다.그안에희석한꿀물을담아목구멍을향해방아쇠를당기기를수차례,최소한의영양분도섭취받지못한몸은결국바닥으로추락하고만다.
영음의가족들은어린영음을데리고지푸라기라도잡는심정으로굿판을연다.사람크기만한인형을멍석위에놓고,무당은그주변을빙빙돈다.무언가에빙의된듯한무당.별안간그의입에서붉고하얀것이쏟아져나온다.굿판은참담한소란속에서끝나버린다.
그러나영음의부모는포기할수없다.자신의딸이뭔가를먹을수만있다면뭐든하겠다고되뇐다.그들의집념덕분일까.영음은우연히음식점카운터에놓인녹말이쑤시개를보게된다.오독,오독,오도독.영음의입에서경쾌한소리가새어나온다.마침내‘먹을수있는무언가’를찾아낸것이다.


그녀의목구멍에매달린기이한식욕,
“나는지금무엇이라도삼킬수있을것같은기분이든다.”

영음은녹말이쑤시개를씹으며성인이되었다.변변찮은월급으로병원에가서링거를맞고,모멸감에익숙해지고자노력하면서.그러나식욕은사라지질않는다.음식을보면‘먹고싶다’는강렬한욕망에시달린다.

하지만식욕이라는놈이원하는건이런게아니었다.직접이로음식을잘게부수며맛을음미하고이윽고그걸생명과직결된몸속의긴관으로흘려보낼때얻는만족감.바로그행위에굶주려있었다._본문속에서

먹는다는것,그게바로산다는것이므로.먹어야살수있으니까.본디생물이란그러한존재니까.그런데,영음은그럴수없다.그러질못한다.이쑤시개로는도저히해결되지않는식욕이자꾸만넘실거린다.그러던어느날,영음은한남자의죽음을목도하게된다.

몸이사시나무처럼떨렸다.그런데이상하게도그럴수록목안의당구공이,호두알만해지고,또땅콩만해지는느낌이들었다.
영음은무언가에홀린듯남자가이야기했던그생크림케이크를주문했다._본문속에서

그때부터였다.영음은달콤하고부드러운생크림케이크부터시작해서,그간먹고싶었던음식을차례로먹기시작한다.음식을삼켜도고통스럽지가않다.바로그사실이영음을행복한사람으로만든다.이상하고혐오스러운여자가아닌,그저행복한사람으로.그러나예고없이찾아온행운은갑작스레사라지기마련이다.영음은또다시먹을수없게됐다.
차라리영영몰랐다면좋았을것이다.그러나영음은먹을수있다는사실이주는만족감과행복감을알아버리고말았다.영음은자신의식도를다시열어줄행운의열쇠를찾아헤맨다.이후소설은영음의주변에서연쇄적으로일어나는불행을섬세하게직조하면서그소용돌이의중심을향해나아간다.


“그냥아무나,아무나죽어버렸으면좋겠다고소망했다.”
그럼에도읊조리는한마디,부디가엾게여기소서.

식욕은인간의가장기본적인욕망중하나다.살아가기위해선먹는일을그만둘수없다.그러니인간이무언가를먹고자하는일은결코이상한일이아니다.최난영작가는그기본적인욕망,‘식욕’에서죽음의자리를발견한다.작가의첨예한시선이돋보이는순간이다.죽음앞에서는누구나공포를느끼고,그건영음도마찬가지다.하지만영음은그와엇비슷한공포를몇십년간느꼈던사람이기도하다.늘제곁을맴돌았던두려움과슬픔에시달리다가가까스로욕망의끄트머리를쥐게된이여자에게,우리는무슨말을할수있을까.

다른음식을먹을수있는기회를연이어경험한후,식욕은점점더잔인해졌다.어둠속에서그것의이빨이자꾸번득였다.그녀가스스로를두려워할만큼.(…)영음은그사과가꼭자신에게하는말처럼들렸다.죽지못해죄송합니다.먹을수있게돕지못해죄송합니다._본문속에서

자신의생을이어가기위해타인의죽음을봐야만한다는것,이는가히난제라불릴만하다.소설은이를직시하며읽는이를향해서늘한그림자를드리운다.어렸던아이가‘침묵하는대중’이되길택했던것은과연잘못이라부를수있을까.사람들은어째서진실을왜곡하고가공하는걸까.한사람의불행을그저관람하기만해도괜찮을까.『미제레레』는오컬트의문법을통하여이러한문제를섬세하게풀어낸다.소설을덮고나면“인생의제비뽑기에서항상불행의심지만”을뽑았던어느여자가머릿속에맴돌고,그리하여우리는어쩔수없다는듯이“가엾게여기소서”라고중얼거리게될것이다.어쩌면당신에게도“목구멍안에가둬둔”이가있을지도모른다.이여름,최난영작가가지핀불길(不吉)속으로여러분을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