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정해도 괜찮아 (돌봄에 지친 당신에게)

나에게 다정해도 괜찮아 (돌봄에 지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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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제는 끝난 줄 알았습니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의 울음에 고민할 필요도 없고, 짧은 팔을 붙잡기 위해 몸을 기울일 필요도 없었기에 조금 가뿐해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돌봄은 여전히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은 종종 찬란했고, 때로는 숨을 조여 왔습니다. 영유아 돌봄에서 벗어났지만, 일시적일 뿐 생애 주기를 따라 돌봄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는 성장했지만 돌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노년으로 접어들었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은 늘어만 갔습니다. 돌봄의 굴레 속에서 나의 소진을 알아채지 못한 채 우리는 모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최근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도서가 출간되었습니다. 분명 공감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질문이 자리 잡았습니다. 왜 나는 돌봄이 이토록 버거운지, 억울하고 울분이 차는 나의 감정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돌봄을 수행하면서 자꾸만 숨고 싶고,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이기심도 들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펼쳐 든 이론서는 현실에서 겪는 돌봄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답답함이 남았기에 여섯 명의 저자들은 돌봄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수많은 돌봄의 형태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온몸으로 겪고 있는 생애주기의 돌봄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로 했습니다.

1장에서는 워킹맘의 돌봄을 되짚어봅니다. 일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한다는 전통적인 시선과 일터에서 한 명의 노동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순을 재조명합니다. 저자는 일하는 여성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과부하에 주목하며, 유독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의 무게를 담담히 그려냅니다. 또한 돌봄의 무게를 오롯이 혼자 감당하지 말자는 보편적이지만 절대적인 사실도 함께 전해줍니다.

2장에서는 가부장 사회와 손잡은 자본주의에서 ‘가정주부의 돌봄 노동’에 관해 묻습니다. 왜 가정주부는 수많은 일을 하고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는지, 그녀들의 재생산 노동으로 성장한 자본주의에서 역설적으로 이름을 잃어버린 여성의 삶을 되짚어봅니다. 가부장 사회를 대변하는 저자의 가족을 통해 여성의 돌봄 노동을 재조명하며, 가정주부 대신 가정 돌봄 제공자로 불릴 것을 제안합니다.

3장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돌봄 현장을 따라가 봅니다. 사회가 성장할수록 가정에 떠맡겼던 돌봄은 사적으로만 해결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학교 안으로 돌봄을 전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 시설은 어느새 돌봄 현장이 되었고, 교육자는 직업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교육과 돌봄, 그 경계에서 정신적 소진을 겪는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돌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4장에서는 자식과 부모의 돌봄 사이에서 소진되어 가는 40대의 번아웃을 들여다봅니다. 사랑과 희생적 돌봄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정 고갈은 알아채지 못했던 현실을 고백합니다. 유년 시절 형성된 ‘착한 아이’의 감각은 자식을 위한 끝없는 희생과 부모 돌봄을 당연한 몫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감정은 외면해 왔습니다. 그러나 돌봄은 자신을 돌볼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가 가족과 함께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5장에서는 사별을 통해 혼자가 된 엄마의 돌봄을 살펴봅니다. 저자는 경제력으로 정체성이 부여된 돌봄 제공자와 돌봄 대상자가 사실은 호혜적 관계임을 힘주어 말합니다. 손주의 돌봄 제공자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찾아가는 엄마의 여정은 개인에서 사회로 뻗어가는 돌봄의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돌봄의 손길로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돌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합니다.

6장에서는 치매를 앓는 엄마의 돌봄을 통해 돌봄의 윤리를 되묻습니다. 그동안 돌봄 제공자의 시선에 머물러 있던 질문을 넘어, 돌봄 대상자의 인권과 함께 돌봄 제공자가 갖춰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또한 한 사람에게만 가중된 돌봄은 지속 불가능함을 깨달은 저자는 사회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하며, 사회복지사로의 경력을 바탕으로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치매 돌봄의 방법도 함께 엮어냈습니다.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외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각자 위치한 자리는 달랐지만,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에서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진실은 자기돌봄에 있었습니다. 이대로 괜찮다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자기 존중과 함께 자신을 돌봐야지만 타인의 돌봄이 지속 가능함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여섯 명의 깨달음이 당신의 돌봄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분명, 당신은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저자

신은영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출근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지쳐가는 현생
을 살면서,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고 있다. 저서로 소설 《렌탈인간》, 에세이 《새벽 4시 반, 엄마 마음 일기장》,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나’입니다》가 있다.

목차

추천사

PART 1. 완벽함이 아닌, 안전함으로
1. 나는 고개 숙인 워킹맘이다
2. 엄마라서 미안한 우리들
3.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합니다
4. 경고음이 시작되면 돌봄은 멈춘다
5. 출근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매일 자란다

PART 2. 가정주부 대신 가정 돌봄 제공자
1. 콩콩팥팥의 저주
2. 미스터 가부장과 가부장 주니어
3. 쉬지 않고 울리는 사무실 알람
4. 어느 날, 지갑이 말했다
5. 자본주의 씨, 할 말이 있는데요
6. 제 직업은 가정 돌봄 제공자입니다

PART 3. 이만하면 충분한 선생님
1. 수업은 부업입니다만
2. 스물 다섯 개의 우주를 돌보는 지구인 한 명
3. 선생님도 워킹맘
4.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
5. 회복의 시간

PART 4. 지속 가능한 홀로서기
1. 첫째 아이는 엄마 대신이야
2. 그만 불러!
3. 책임과 선택은 어디까지일까?
4. 굴레를 벗어던진 돌봄
5. 당신도 할 수 있어요

PART 5. 돌봄은 오가는 일이었다
1. 잠깐, 제가 엄마의 보호자라고요?
2. 외로움도 결제가 되나요?
3. 분노와 책임의 경계 그 어딘가
4. 미안함이 쌓아 만든 죄책감
5. 돌고 도는 돌봄
6. 세상을 돌보러 나간 엄마

PART 6. 엄마를 돌보다
1. 합쳐진 살림, 멀어진 마음
2. 놔줘요, 파킨슨씨
3. 엄마의 사냥
4. 고장난 전화기
5. 제발 시키는 대로 해, 엄마
6. 안녕하세요, 선생님
7.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돌봄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돌보기로 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왜 이토록 버거운가.
아이를 키우고, 학생을 가르치고, 늙어가는 부모를 부양하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지쳐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지침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죄책감이 밀려온다. 더 아픈 사람이, 더 약한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죄책감의 정체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나에게 다정해도 괜찮아』는 여섯 명의 저자가 각자의 생애주기에서 겪은 돌봄의 현장을 정직하게 펼쳐 놓은 에세이다. 워킹맘과 전업주부, 초등학교 교사,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40대, 사별 후 홀로 된 노모를 부양하는 딸,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사회복지사. 영유아에서 노년까지, 돌봄이 놓이는 모든 자리에 저자들이 서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 시기의 육아서도, 노인 돌봄 안내서도 아니다. 돌봄의 연속성 그 자체를 정면에서 다룬 책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깨닫게 된다. 돌봄은 어느 한 시기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모습만 바꾸어 되돌아오는 삶의 조건이라는 것을.

이 책이 여느 돌봄서와 다른 지점은 분명하다. 대개의 책들이 감정적 위로에 머물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서에 갇혀 있을 때, 이 책은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저자들은 개인의 경험을 날것으로 꺼내 보이는 동시에, 그 고통이 왜 발생하는지를 집요하게 되짚는다. “집에서 논다”는 한마디에 존재가 흩어지는 전업주부의 하루, 에너지 1퍼센트를 남겨 집으로 '출근'하는 교사, 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는 자식의 밑바닥. 이 생생한 장면들 뒤에서 저자들은 가부장제와 재생산 노동, 얇아진 사회 안전망이라는 구조를 드러낸다. 돌봄 제공자의 소진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책임을 홀로 떠안긴 구조의 문제라는 것. 이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단단한 위로다.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용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돌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희생이 아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을 돌보다 오히려 존재의 쓸모를 되찾는 어머니, 딸을 돌보다 딸에게 돌봄을 받게 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들 속에서, 저자들은 “누가 돌봄 제공자이고 누가 대상자인지 그 경계는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돌봄은 주고받으며 돌고 도는 순환이며, 그 순환이 멈추지 않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는 일이다. 빈 그릇으로는 아무것도 대접할 수 없듯, 소진된 사람은 누구도 지속적으로 돌볼 수 없다. 자기 돌봄은 이기심이 아니라,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책임 있는 태도인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곁을 지키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여섯 통의 편지와 같다. 화려한 해결책을 약속하지는 않지만, 돌봄의 최전선에서 소진되어 가는 당신에게, 죄책감 없이 나를 돌볼 권리가 있다고 같이 보듬어준다.

책장을 덮을 때 독자가 받아 드는 것은 명쾌한 답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다. 우리는 이미 스스로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