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정연원 수필집)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정연원 수필집)

$16.13
Description
“팔순에 책을 냅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설렘에서 나는 화마로 아내와 시력을 잃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이 책은 23년째 걸어온 사람냄새 나는 도움의 이야기들입니다. … ” (머리말 중에서)
청담淸潭 정연원鄭然源 수필가의 첫 수필집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한국수필 100년 사파이어 문고 11번째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5부로 나누어 실은 48편의 이야기마다 크고 우람한 나무가 선사하는 깊은 그늘 같은 진한 감동이 넘실거린다.

함양군 안의면 시골 마을에서 피아노로 음악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하여 작곡가로, 교사로, 교육행정가로 수필가로 오늘날까지 긴 인생길을 걸어온 작가는 그간 자신이 삶으로부터 받은 무한한 사랑의 기록을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라는 악보에 그리움과 감사의 선율로 옮겨 담았다.
저자

정연원

(淸潭鄭然源)

-경남함양안의출생
-경희대학교음악대학작곡과
-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경복중학교,경북예술고등학교교사
-신일전문대학(학생,교무,학장직무대리)
-2000.10.22.사고로1급시각장애인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장역임
-2017년계간《문장》겨울호수필등단
-제7회매일시니어문학상수필부문수상
-전국장애인수필공모전등다수수상
-대구문인협회,문장작가회,문장인문학회,화요수필문학회

목차

책머리에

1그리운나무그늘이여
움막집/산수업/비질/예가아니여!/아버지는길이었다/에피슈라의삶/
그리운나무그늘이여/동계할아버지

2영혼의동반자
전우야잘자라/늦게쓰는답장/희망이/영혼의동반자/애창곡/해바라기꽃/
할짝/21주기를지나며

3가지치는나무
폭포수독서/힘을빼세요/아쉽지만/나는걷는다/봄날은간다/다이아몬드의밤/
청수의무대/오토와폭포/탄금대/백두산천지/가지치는나무

4꿀밤나무숲에서
광명천작은주인/삼중주단/오월의하모니/요정들의변주곡/거리두기/안경을닦는다/
안마를받으며/꿀밤나무/여울의물소리/꿀밤나무숲에서

5곶감
귀명창/곶감/귀밝이술/들돌/몸이하는말/반백년만의만남/사진두장/사람인다섯자/
쓰레기를버리면서/웃프클럽/어머니는피아니스트였다

발문│맛난만남이펼치는오케스트라_장호병

출판사 서평

삶의도중시력을잃는크나큰시련을겪고도“내삶은특별한행운의연속”이었다고,“나의전성기는내일”이라고자신만만한노년의작가가돌아본삶의길에는“포근하고달콤한”나무그늘로표현되는크고온전한사랑이그득했다.1부에서는일제의압제를피해산속으로화전을하러갈정도로충정과기개가넘쳤던할아버지께배운인·의·예·지와적선여경積善餘慶의정신,6·25동란과새마을운동까지가문과농촌을지키고자존심을지킨영욕의일생을꿋꿋이걸어간선비였던아버지가보여주신삶의이정표,우주같은사랑으로애지중지愛之重之를뿌리내리게한자랑스러운어머니,예禮를알고고고하고단아한기품을지녔던할머니의생생한면면등그들께물려받은의義,도리,값진유산과책무의교훈을감동적인수필작품으로형상화하였다.

“아버지는내음악의모태다.…나에게는농부인초라한모습의아버지와부끄러웠던쌀자루가남아있다.초라한모습은부끄러움이없는예禮로변했고쌀은마음의양식인악樂이되었다.쌀은굶주린사람의배를불리고악은마음이가난한사람을채워넉넉하게한다.그악樂은아픈마음을낫게하고모난마음을부드럽고둥글게만든다.힘들고마음이괴로울때면나를바꿨던아버지의초라한모습과무거운쌀자루가떠올랐다.”
(「그리운나무그늘이여」중에서)

“…그때다.오른손의감각이달라졌다.그렇게소원하던어머니의새우등이서서히펴지고있었다.정말!소원처럼어머니는이생을떠나면서온전한모습을갖추었다.“감사합니다.”나도모르게감격의탄성이터져나왔다.얼굴주름마다내게친숙한미소를남기셨다.고종명考終命이었다.해조음같이고르고규칙적이던어머니의베짜던소리와사랑이거대한해일로나를덮쳐왔다.내어머니의삶은에피슈라였다.”(「에피슈라의삶」중에서)

““신발벗어놓은모양을보면그사람의정신머리를알수있는법이여.”“신발이헝클어지면마음도어지러워지는법이여.”“신발을밟으면그사람을밟는법이여.”“신발에대한예禮가아니여!”‘바른모양은바른행동을하게된다’는할머니의특별한손주사랑이었다.”(「예가아니여!」중에서)

“노래는대화이고열정이며공감이다.그리고위로와희망이다.음악은철학이나세계관도아니다.세상이부르는스스로의찬가이며삶에대한선율로된증언인셈이다.”(「전우야잘자라」)

작가는2부에서6·25전쟁전장에서편지를보내온큰형님,끝내전사한큰형님의목숨값으로산소희망이,먼저세상을떠난아내,어머니등그립고아픈혈육과그들의애틋한사연을음악에실어이야기한다.‘쇼스타코비치교향곡11번4악장’,‘차이콥스키ViolinConcertoDMajor’,‘과수원길’‘오빠생각’,‘베토벤교향곡6번1악장’등떠나간사람을추억하게하고상실의고통을위로하는음악과글이아름답게버무려졌다.“삶이곧음악,또한생활의안식처이며영혼의동반자Soulmate”임을아는전문음악인작가의남다른그리움과설렘이있는인생살이가아름답게그려졌다.

“손주들의노랫소리가들린다.기분이좋은날인것같다.그런데나에게는새신랑때부른‘까로미오벤’의가락이비집고나온다.편도선수술로특이한아내의불안한음정이모처럼섞여든다.오늘은더듬거리면서끝까지따라오고있다.손주들의노래와나와아내의노래가여울목에서만나함께흘러간다.오,내사랑오,내기쁨~.”(「애창곡」중에서)

“화마가집을휩쓸고나는아내를잃고시력을잃었다.…새로주어진내삶은캄캄하였다.나를지배하고있는혼돈과고통은숨쉬기조차힘들었다.”작가는처절한그고통을이겨내기위해독서,수행,걷기,여행,치료등있는힘을다해삶에전력투구하였다.그때의기록을소재로그린3부의작품들에서는“낯선어둠에떨어져산산조각났을때,흩어진나를하나둘모아이물처럼푸르고검게만들어준것은주위의애정어린보살핌과폭포와같은독서였다.머지않아나는번쩍이는비늘과굳센날개를달고내리꽂히는폭포를거슬러위로날아오르리라.(「폭포수독서」)”와같은수정처럼빛나는용기의문장으로삶을무한히긍정하는시시포스같은불굴의인간상을그리고있다.

“침묵을통해지금까지만나본적이없는내자신의몸과마음을보게되는인연이었다.처음으로온전히나와마주하며바라보았다.그안에는누구의참견이나영향도받지않는꾸밈없는나밖에없었다.”(「힘을빼세요」)

“땀범벅에넘어지고미끄러졌다.며칠지나자옷은찢기고온몸은타박상으로멍투성이다.푸르스름한멍이산빛에물이든것같다.아프기보다내가만든삶의흔적이니탓할수도없었다.”(「나는걷는다」)

“무심코지나쳤던낙화를바라본다.꽃잎은이승을떠나는마지막길을가고있다.거친숨을몰아쉬고있는내게꽃잎이날아와무릎에앉는다.순간내안에쌓아온‘그러면안돼.그렇게해야만한다.’는쌓인관념과체면의둑이무너졌다.”(「봄날은간다」)

“…불타버린그루터기의악몽들,현실을인정할수없었던몸과마음,차별의아픔도견디기힘들지만내자신의편이더힘들었던일들,나를괴롭히던문제들이금강소나무숲의운기로밀려나고있었다.”(「가지치는나무」)

한때고향인기백산“광명천의작은주인으로불리면서약수처럼살겠다고다짐”하였지만,“아버지의자리이타自利利他와상선약수上善藥水같은삶에는미치지못했다.”라고한탄하는작가는“음악은광명천이내안에흐르고있는물소리의화현이며광명천마음”이라고음악에대한사랑을고백한다.삶의온갖희로애락을음악에빗대이야기하는작가의작품은예술적향기높은음악수필이라고할만하다.누군가의연주라는도움없이는혼자서소리를낼수없는장애인이된작가가피아노삼중주,합창,변주곡이의미하는자식며느리손주들의헌신적인사랑과하모니의힘으로절망을넘어자기삶의지휘자로우뚝서게되는삶의과정을수굿하게그려내기때문이다.

“딸과사위가처음나를살려내는듀엣duet을맡았다.주치의가된사위와간호사,간병인을맡은딸의연주는체계적이고섬세했다.나는형체를구분할정도의시력을회복하고유치원들어갈정도의체력으로생기를얻었다.시각장애인시아버지를모시겠다는며느리가나타날때까지4년반이었다.큰며느리의연주는지극한정성이다.작은며느리를맞았다.나를보살필수있는자식들이모두가정을이루어딸과며느리세사람이되었다.자연스럽게그들의보살핌은3중주三重奏,trio형태였다.그리고나는닮은점이많은베토벤피아노트리오대공大公Archduke(LudwigVanBeethoven,1770~1827)Pianotrio(No.7B♭op.97Archduke)이되었다.대공은난청의장애로불안과괴팍한베토벤을끝까지후원한오스트리아황제의막냇동생인루돌프대공에게헌정된곡이다.”
(「삼중주단」중에서)

“우리의인생도변주곡과같다고하겠다.변주곡은리듬과박자조성이변하면서확장하는음악형식이다.일상생활도변주곡처럼다양하게변화되면서나의요정들은스스로상호존중과질서의식을익히며품격을만들어나갈것이다.또한,사고의틀이자라면서사랑의영역도넓어지리라.”(「요정들의변주곡」중에서)

『그리운나무그늘이여』의표지그림은삼중주단의일원인효성스러운큰며느리가,각부에제목에걸맞은그림은작가의사랑스러운요정인다섯손녀가그려서책을환히빛내고있다.

한때“누군가에의해껍질이벗기고실오라기하나걸치지못한알몸으로내걸린둥시가되었다.하늘을원망했다.수많은탓과하소연들은메아리가없다.보이지도않는햇빛과별빛을온몸으로받으며숱한한숨과울분을토”(「곶감」)했던삶은이제“자신을건사하고이웃과사회에봉사하면서잘마른곶감이되고싶다.”라는소망으로환골탈태하였다.“내계산법은‘세상에고맙지않은일은없다.”라며고난의삶에서체득한사랑의주법으로연주하는원숙한삶의이야기『그리운나무그늘이여』이다.

“오랜방황끝에여울물에서소리의향연을맛본다.노을을맞으며교교한달빛이중천을넘어기울고풀벌레소리가끊기면서물소리가달라졌다.느리게분리된소리가하나씩들어와전체에어울리는기이한현상이다.바람이산산이부서지고달빛이몸속을비추며샅샅이씻어낸다.익숙한시끄러운여울물소리가아니다.조약돌마다희로애락의사연을가득담고있는것이다.우아일체宇我一體,무아無我의세계다.나는비로소여울의물소리와하나가되었다.”(「여울의물소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