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문화톡톡」에 문화평을 쓰고 있는 필자들은 공통의 주제를 선택해 매년 문화평론집을 출판해왔다. 2023년에 선정한 주제는 ‘공동체’이다.

『문화, 공동체를 상상하다』는 서곡숙, 안숭범, 김민정, 장윤미, 양근애, 문선영, 이주라, 김정희, 최양국, 김시아(수록순), 이상 열 명의 필자가 쓴 글을 통해 공동체라는 프리즘으로 문화적 재현과 다양한 이슈들을 톺아보고자 한 결과물이다. 공동체가 더 이상 유토피아적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는 시대라는 점을 의식하며 우선 공동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모순을 짚은 글들을 1부에 배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공동체의 지향을 그려낸 글들을 2부로 구성했다.

1부와 2부의 제목에 쓴 ‘거울’과 ‘유리창’은 문화가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아갈 방향을 넌지시 제시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비유다. 그러나 반전된 형상으로 자기를 지시하는 거울과 세상을 투명하게 비추면서도 안과 밖의 경계를 가르는 유리창의 양가적인 속성 역시 의식하고자 했다.

공동체는 문화만큼이나 크고 넓은 말이기에 망라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역사와 현실, 억압과 폭력, 장애와 돌봄, 능력주의, 가족 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를, 연극과 영화, 드라마와 OTT 시리즈, 소설, 동화, 그림, 역사문화 등 다채로운 대상을 통해 다룬 이 책이 문화와 공동체가 연결되는 하나의 방식을 잘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

서곡숙,양근애,이주라,김민정,김시아,김정희,문선영,안숭범,장윤미,최양국

문화평론가,영화평론가.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연극영화과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산업자원부산하기관연구소경북테크노파크에서문화산업정책기획선임연구원,팀장,실장으로근무하였다.현재청주대학교연극영화학부조교수로있으면서,한국영화평론가협회총무이사,한국영화교육학회부회장및편집위원장,계간지≪크리티크M≫편집위원장등으로활동하고있다.평론집으로는『영화와사랑』,『영화와범죄』,『웹툰과로맨스』,『영화와자화상』등이있다.

목차

저자소개
서문
-양근애:문화,공동체를상상하다

〈제1부〉거울:우리사회의모순을비추다

1장서곡숙:기득권의표피적공동체와폭력의배후
-공동체와폭력의상관관계
-육체적폭력과기만의공동체
-경제적폭력과보복의공동체
-정신적폭력과억압의공동체
-공동체의폭력과끝나지않는질문

2장안숭범:이것은중력에관한이야기이다
-만유인력과원심력
-선자의현해탄과솔로몬의태평양
-〈파친코〉가더말할수있는것

3장김민정:세상의모든창세신화는카오스에서시작되었다
-K-드라마의5가지공식
-‘K’란무엇인가
-‘K-컬쳐’의이름으로
-〈오징어게임〉의빛과그림자
-〈오징어게임〉과〈마이네임〉그리고〈지옥〉
-사적복수와다크히어로
-혼돈,그창조적힘에대하여

4장장윤미:‘돌보는마음’을얻기위해드는비용
-가족같은노동자를모십니다
-‘돌보는마음’은상품에포함되어있지않습니다
-직업윤리와돌봄노동

5장양근애:누구나자신의삶을스스로선택할권리가있다
-장애인이‘있는’곳은어디인가
-폐쇄된시설과움직이는연극
-이동또는움직여자리를바꿈

〈제2부〉유리창:다양성과연결을생각하다

6장문선영:모두를끌어안는,이상적공동체에대한소망88
-가깝고도먼,우리들사이
-아픔의공유와화해
-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가야한다면

7장이주라:능력주의시대,장애를넘어선소통의아름다움
-장애와사랑
-감정배제의오만함과감정교류의필요성
-아름다움은완벽함이아니다

8장김정희:백탑청연,백탑아래맑은우정이야기
-우리는어떻게친구가되는것일까?
-18세기한양의한복판,백탑아래의벗들
-백탑의맑은인연
-벗과함께한날들의추억

9장최양국:노란집-정원과해바라기그리고별
-〈노란집〉/공동체는/한계로/퇴색하니
-〈정원〉의/꽃밭같은/‘다양성’의/수용력과
-태양꽃/〈해바라기〉/‘지향성’의/정체성이
-겨울눈(winterbud)/‘나선형’성장/〈별이빛나는밤〉/
-이중창

10장김시아:새로운가족공동체와‘파란연못’
-그림책『파랑오리』,새로운가족공동체
-따뜻한색파랑,자유공동체
-문화와문학공동체공간,책방과도서관

출판사 서평

공동체는어느새낡은용어가되어버린듯하다.개인의존엄과자기성찰이강조되는시대에공동의목적을위해만들어진조직에자신을위치시키는일에대한저항감이크기때문일것이다.‘민족’이나‘국가’의이름으로공동체를호명하는일이‘민주’를위한일이라고믿었지만,대의를앞세우며개인의목소리를작은것으로치부해온역사가그저항감에한몫했는지도모르겠다.

그러나본의를잃어버린공동체의자리를‘커뮤니티’라는말이대체하고있는현상은아이러니하다.공동체와커뮤니티는연대의식이나결속력에기반한모임을뜻한다는점에서같은기의를공유하고있지만그쓰임이다르다.기존의언어가이미그의미를상실했거나오염되기시작하면언중들은같은뜻을가진새로운언어를찾아내기마련이다.대의가아니라‘나’로부터출발하여공유와공존의가치를모색하는이모임들을기존의언어로다담아내기는어려운것같다.커뮤니티는개별적이고유동적인정체성을확인받으려는자기표현이며,어떤관계속에서자기삶을꾸려나가고싶은지를정하는주체적인선택이다.말하자면,공동체와그와관련된문화가사라진다는느낌은일종의착시다.지금은바야흐로커뮤니티의시대,크고작은모임들이자유롭게생성되었다가또사라지기도하는흐름을새삼스럽게바라보아야할것같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문화톡톡’팀은올해세번째책으로『문화,공동체를상상하다』를내놓기로했다.그간『문화,on&off일상』(2021),『문화,정상은없다』(2022)를펴내며이커뮤니티가지닌느슨한결속력과공감의식이곧다양한시각으로문화평론을내는힘이아닐까하는생각을했다.‘공동체’라는말의실효성을의심하는문장을부려놓기는했지만,이책은결국공동체라는추상명사를저버릴수없는현재에대한진단이기도하다.인간은누구나취약함을가지고태어나타인과관계맺으며서로의존하는삶을살아간다.지금,공동체가동질성이나단일한정체성을바탕으로형성된다고볼수는없겠지만,타인과공존하며자기응시와관계맺음을통해변화를도모하는모임의형태는결코사라지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