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육체, 그 자유로운 몸짓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올해의 비평 주제로 선택한 ‘육체’는 영화가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육체가 영화적 서사 속으로 들어설 때, 그 형태와 의미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확장된다. 장르는 영화가 육체를 다루는 방식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고공 액션, 먹잇감의 사지를 찢어발기는 괴수, 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슬랩스틱 코미디, 음악의 리듬을 시각화하는 매혹적인 몸짓들, 그리고 SF 시대에 모호해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까지. 하지만 영화와 육체의 관계가 단지 장르적 접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삶의 흔적들을 간직하면서도 매 순간 늙어가며 죽음을 예고한다. 유동적인 젠더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몸은 우리에게 ‘보편적인’ 삶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영화 속 캐릭터가 잠시 빌린 배우의 몸에 주목하거나 영화를 하나의 살아있는 육체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를 넘어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육체의 존재와 그 의미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제 여덟 편의 글을 간략히 살펴보자. (서문 일부 발췌)
저자

김경,김현승,김희경,서곡숙,송상호,송영애,윤필립,이현재

저자:김경
영화평론가.이화여대에서특수교육학과국문학,동국대에서영화학석사와박사수료후SouthBayloUniversity에서한의학으로석사,AmericanLibertyUniversity에서한방정신분석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LA소재에너지한의원(EnergyAcupuncture)원장이다.영화사와방송프로듀서(PD)로기획과연출,시나리오작업을했으며,엘에이와샌디에이고영화제프로그래머및부집행위원장을역임했다.영화사와장르,문화연구에관해관심을두고있으며,현재정창화감독작품론을집필중이고,정신과몸에대한치료적접근으로영화와한의학을접목하는작업을하고있다.《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김경의시네마크리티크」를연재중이다.

저자:김현승
영화평론가.고려대에서역사교육과철학을전공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이론과전문사과정에재학중이다.2022년에제42회한국영화평론가협회신인평론상으로등단하였다.지금은《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김현승의시네마크리티크」를연재하고《씨네21》에서객원기자로활동하고있다.영화매체와관객성을다루는메타-필름에관심을두고있다.

저자:김희경
영화평론가.인제대학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교수.영상학박사이며한국경제신문기자,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예술경영겸임교수,국제영화비평가연맹한국본부사무총장,한국영화학회대외협력이사를지냈다.영상물등급위원회자체등급분류사후관리위원,은평문화재단이사,국제문화&예술학회이사,만화평론가로활동하고있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주최<2020만화·웹툰평론공모전>대상을수상했다.《한경비즈니스》에칼럼과《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평론을연재하고있으며,《CJ뉴스룸》에도글을실었다.저서로는『AI와영상콘텐츠』,『브람스의밤과고흐의별』,『호퍼의빛과바흐의사막』등이있다.

저자:서곡숙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청주대학교영화영상학과교수.한국영화교육학회부회장,한국영화학회대외협력상임이사,계간지『크리티크M』편집위원장을역임하면서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부천국제영화제,대종상등의심사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저자:송상호
영화평론가,경기일보기자로활동하며글을쓰고있다.2021년박인환상영화평론부문수상,2023년영평상신인평론상우수상수상을받았다.현재《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송상호의시네마크리티크」를연재하고있다.

저자:송영애
영화평론가.서일대학교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교수.한양대학교연극영화학과에서영화연출을전공했다.단편영화4편을만들었지만,실험영화에관심이생기면서대학원에서영화이론공부를시작했다.현재대중문화,영화역사,영화교육,대안영화등을연구하며,《세계일보》,《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기고중이다.공저로『영화예술의이해』(2000),『은막의사회문화사:1950~70년대극장의지형도』(2017),『한국영화감독1』(2020),『영화와배우』(2021),『영화와가족』(2022),『영화와권력』(2023)등이있다.

저자:윤필립
영화평론가,응용언어학자.대학에서강의하며한국언어/문화연구에집중하고있다.학부와대학원에서국어국문학(한국어교육)을전공했으며,(사)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영상작가전문교육원수료후무궁화스토리텔링공모전(동화),서울국제사랑영화제기독교영화비평상,동아일보신춘문예영화평론부문등에서수상했다.만화평론상,대종상,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의심사위원및영평상집행부등을역임했다.

저자:이현재
경희대학교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리서치앤컨설팅그룹STRABASE뉴미디어·콘텐츠섹터연구원.「한류스토리콘텐츠의캐릭터유형및동기화이론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글로벌게임산업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저작권기술산업동향조사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등에참여했다.2020동아일보신춘문예영화평론부문,2021한국만화영상진흥원만화평론부문신인평론상,2023게임제네레이션비평상에당선되어다양한분야에서평론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서문

제1부관객과소통하는육체
1.김경의「<동사서독>,충만한기관없는몸에대한깨달음」
2.윤필립의「육체와감각의재구성,<폴:600미터>그리고한국형괴수물」
3.송영애의「존재하지않는육체의존재감」

제2부기계와결합하는육체
4.김현승의「플라톤의그림자:SF시대정신과육체의이분법」
5.송상호의「원본의가치가무용해진시대,<익스펜더블>로본육체의위기」

제3부경계를넘어서는육체
6.김희경의「영화가그리는성별의제약과여성의육체」
7.서곡숙의「영화<69세>:노인여성의육체와폭력」
8.이현재의「공연하는육체앞의단호함」

출판사 서평

영화와육체[편집자의글]영화가담을수있는육체의가능성은무한하다.《육체,그자유로운몸짓》은영화라는매체가육체라는주제와만날때발생하는흥미로운긴장과다층적인의미에주목한다.이책을기획하며가장중점을둔부분은영화가육체를통해장르를넘어실존적이고철학적인질문을던지는방식을탐구하는것이었다.

영화는육체를표현하는가장탁월한예술형식중하나이다.이는단순히신체의움직임이나형태를묘사하는데그치지않고,존재와정체성,생명과죽음의경계를넘나드는근본적인질문들을제기한다.이책에서다룬다양한작품들은육체의한계를시험하면서영화적표현속에서새로운의미와통찰을제시한다.액션의긴장감,슬랩스틱코미디의본능적웃음,SF장르가불러일으키는인간과비인간의경계문제까지,독자들은육체라는렌즈를통해다채로운영화적경험을탐색할수있을것이다.

제1부에서는영화와관객간의소통에주목하여,영화가어떻게관객의몸과감각을자극하고소통하는지를탐구한다.제2부에서는기술이인간의몸을변형시키는과정과그결과가초래하는존재론적위기를다루며,SF장르의대표작과현대작을통해이를심도있게분석한다.제3부에서는성별,나이,예술적퍼포먼스등다양한정체성의경계를횡단하는육체의표현과재현방식을깊이있게고찰한다.

이책이영화와육체의관계에대한독자들의인식을확장하고,육체를둘러싼영화적표현과그의미를보다심도있게이해하는기회를제공하기를기대한다.영화라는예술이인간의존재와삶에던지는본질적인질문을중심으로이책을읽으며새로운통찰을얻으시기를바란다.
<르몽드코리아편집부>

책속에서

1장<동사서독>,충만한기관없는몸에대한깨달음
김경

육체와신체그리고영화몸

육체는유물론적인몸으로서흔히정신혹은이성과대립하는개념으로사용되어왔기때문에,의식이살로변한육화된의식을포함한다는의미를내포한‘몸(Physiologie)’을세계해석의출발점으로삼기도한다.
신체라고변별할수도있겠지만,한국어의몸(body)과마음(mind)이라는단어가보이는음양적구조까지내포한‘몸’을채택하는것이문화적인맥락이담긴몸을표현할수있다.그러므로,몸이라는말은근본적으로통합적이다.

2장육체와감각의재구성,<폴:600미터>그리고한국형괴수물
윤필립

디지털영화시대영화적체험이란

영화는태생적으로관객을전제한다.여기서관객이란심오한눈과날카로운지성으로작품의가치를평가하는영화전문가만을뜻하지는않는다.그것은오히려덜전문적이지만영화보기를즐겨하는일반인들을의미한다는점에서전문가집단보다는불특정다수의대중을의미한다고보는것이옳다.이렇게볼때영화는대중예술임을알수있겠다.그런데대중예술은일차적으로대중과의소통이이루어져야한다.그래서개별영화작품들은어떤형태로든관객들에게말을걸게마련이며,관객들은그렇게말을걸어오는영화에자신만의방식으로반응을하게된다.바로이러한반응이곧관객들의영화적체험이다.일반적으로영화를보는관객들은영화적체험을위해육체로느껴지는감각을동원한다.흔히오감으로일컫는미각,시각,청각,촉각,후각같은것들말이다.

3장존재하지않는육체의존재감
송영애

영화와육체의관계

영화와육체의관계는매우폭넓어서다양한접근을통한논의가가능하다.철학적,역사적,사회적,윤리적논의를비롯해정신분석학,인지주의,현상학적접근을통해서도여러개념을적용할수있다.육체의의미를넓게규정하고영화자체를‘물리적으로존재하는몸체(body)’로본다면,영화의물질성에대해서도논의할수있다.예를들어,영화를저장하는필름,비디오테이프,메모리와같은저장매체,그리고영화를디스플레이(display)하는스크린,브라운관,액정등은모두영화를가능하게하는‘몸체’이자‘물질’로서논의의대상이된다.더나아가저장/통신미디어라는물질을통해재구성되는환영(illusion)에관한논의또한가능하다.

4장플라톤의그림자:SF시대정신과육체의이분법
김현승

‘인간’승리

2024년극장가는<듄:파트2(Dune:PartTwo)>(드니빌뇌브,2024)열풍이었다.티모시샬라메를앞세운초호화출연진과거장감독의역량도분명중요하겠지만,<듄>시리즈의흥행에서가장큰지분을차지한것은장대한세계관을실감나게구현해낸컴퓨터그래픽의힘이다.컴퓨터그래픽은이전까지감히엄두도내지못했던스케일의영화를현실로만들어냈고,이새로운기술의최대수혜자는다름아닌SF장르다.
<터미네이터2(Terminator2:JudgmentDay)>(제임스카메론,1991),<쥬라기공원(JurassicPark>(스티븐스필버그,1993),
<매트릭스시리즈(TheMatrix)>(워쇼스키스자매,1999~2021),<에이아이(A.I.ArtificialIntelligence)>(스티븐스필버그,2001)까지.화려한시각효과로중무장한SF걸작들은관객의시선을사로잡았다.<달세계여행(ATriptotheMoon)>(조르주멜리에스,1902)이뿌린씨앗이세기를넘어새로운기술과만나비로소꽃을피운것이다.


5장원본의가치가무용해진시대,<익스펜더블>로본육체의위기
-동시대스크린에더이상육체의자리는없나
송상호

육체라는매혹

전통매체환경속에서영화는,몇가지제약조건에놓였을때존재의의를획득한다.적절한규모와상영장비를갖춘폐쇄적인공간에서,다수의관객과연동될가능성을탐색해야만한다.그렇다면다소거칠지만,수많은관객을대중이라명명한뒤논의를이어가보자.그때그사람,그때그시절,그때그장소가카메라에담긴뒤영사되면영화는그제야집단성을주무르는예술이된다.다시말해영화가내가가봤거나,혹은만났거나,혹은경험했던순간들에관한매개체로작동하는셈이다.이러나저러나영화엔사람이있고공간이나와야하며,공간이제시되면사람들이녹아들어있어야한다.

6장영화가그리는성별의제약과여성의육체
-셀린시아마감독의작품을중심으로
김희경

세상엔헐겁고느슨해보이는제약들이존재한다.그래서누군가는이제약이끊임없이작동하고있음을인지하지못하고,때론알면서도외면하기도한다.하지만누군가에겐무엇보다불가항력적이며견고한장벽으로작동한다.
프랑스출신의셀린시아마감독은이제약의헐거움과견고함을함께보여주는인물이다.시아마감독의작품에선대체로큰갈등이일어나거나커다란충돌이일어나진않는다.그러나제약안에갇혀버린존재,그존재의생동하는본질을보여줌으로써그이중성을강렬하게드러낸다.

7장영화<69세>:노인여성의육체와폭력
서곡숙

노인여성육체에대한성폭력피해와영화<69세>

성폭력은상대방의의사에반하여가하는성적행위이자성적자기결정권을침해하는모든행위이며,신체적,정신적,언어적폭력을포괄하여타인에게위해를가하는폭력적행위와상대방의의사에반하는성적인접근이다.대표적인성폭력인성폭행은강간을완곡하게표현한것이며,폭행,협박을통해상대의의사에반하여강제로성관계를하는것이다.한국사회는2000년대초기에익명으로조심스럽게시작되었으나2010년대부터본격화된미투운동을계기로성인지감수성이달라졌다.특히이러한성폭력중에서가장끔찍한성폭력인성폭행이영화에서어떻게재현되는지주목할필요가있다.

8장공연하는육체앞의단호함
이현재

카메라에담기기로한육체의단호함

코로나가한참이던2020년12월12일,사카모토류이치는도쿄NHK509스튜디오에서무관객콘서트를열었다.불투명한미래와불확실한현재에대한위안이라는어젠다로열린2020년공연은라이브스트리밍으로전세계에송출되었으며,티켓을보유한관객에한하여4번재관람할수있는권한이주어졌다.당시사카모토류이치는직장암이재발한상태였으며폐와간,그리고림프에도암이전이됐다는진단을받은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