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산 기슭

흰 산 기슭

$18.00
Description
소설가 박덕규가 2000년 이후 25년 동안 발표한 신작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박덕규는 1980년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소설, 문학평론, 동화 등을 아울러 발표해 온 대표적인 다장르 작가다. 1996년 〈날아라 거북이〉, 1999년 〈포구에서 온 편지〉 등 단편소설집을 내면서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비속화한 삶의 일상을 다루는 한편으로 집단의 구조적 모순과 폭력 앞에 무너진 개인의 삶을 묘사해 온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탈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해박한 인식을 드러낸 일련의 작품으로 글로벌세계에 접어든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의 이면을 들춰낸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소설집 〈함께 있어도 외로움에 떠는 당신들〉 등). 이 소설집은 특히 지난 25년간 인터넷시스템의 보급과 정착 과정에서 변화해 온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현실에서 사라진 인물’에 대한 추적을 통해 드러내는 소설 여러 편을 앞세운다. 표제작 〈흰 산 기슭〉, 일반 단편의 두 배 분량인 〈구부러진 물길〉, 〈소나기〉(황순원) 이어쓰기로 쓴 기획소설 〈사람의 별〉 그리고 〈지렁이, 지렁이떼〉, 〈싸락눈〉, 〈비밀의 방〉, 〈조선족 소녀〉 등 총 7편을 실었다.

저자

박덕규

저자:박덕규
1958년생으로대구에서성장했으며,경희대국문과를졸업했다.1980년‘시운동’창간호에시를발표하면서시인등단,1982년『중앙일보』신춘문예평론당선으로평론가등단,1994년『상상』에소설을발표하면서소설가등단.시집『아름다운사냥』(1984),『골목을나는나비』(2014),『날두고가라』(2019),소설집『날아라거북이!』(1996),『포구에서온편지』(2000),장편소설『밥과사랑』(2005),『토끼전2020』(2018)등.곰곰나루문학아카데미등on,off-line강좌운영.단국대문예창작과초빙·명예교수.

목차

작가의말

지렁이,지렁이떼
싸락눈
비밀의방
조선족소녀
구부러진물길
사람의별
흰산기슭

해설:무너진사람들,그배후-김유림(문학평론가)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소설가박덕규가2000년이후25년동안발표한신작단편소설을모은소설집이다.박덕규는1980년시인으로등단한이후소설,문학평론,동화등을아울러발표해온대표적인다장르작가다.1996년<날아라거북이>,1999년<포구에서온편지>등단편소설집을내면서자본주의사회내에서비속화한삶의일상을다루는한편으로집단의구조적모순과폭력앞에무너진개인의삶을묘사해온것으로평가받아왔다.탈북문제에대한구체적이고해박한인식을드러낸일련의작품으로글로벌세계에접어든한국사회가처한현실의이면을들춰낸것으로도정평이나있다(소설집<함께있어도외로움에떠는당신들>등).이소설집은특히지난25년간인터넷시스템의보급과정착과정에서변화해온우리사회의다양한면모를‘현실에서사라진인물’에대한추적을통해드러내는소설여러편을앞세운다.표제작<흰산기슭>,일반단편의두배분량인<구부러진물길>,<소나기>(황순원)이어쓰기로쓴기획소설<사람의별>그리고<지렁이,지렁이떼>,<싸락눈>,<비밀의방>,<조선족소녀>등총7편을실었다.

출판사서평
이소설집의소설들은한국사회가분단이후산업화와민주화를연이어구가하던때로부터21세기현재에이르는동안의시대현실을밑바탕에두고있다.가령,일반단편소설의두배분량인구부러진물길은청장년기를1970~80년대대학가의시공간에서보낸인물들의일대기적삶을2010년대현재시점에서되살리는내용이다.표제작인흰산기슭은남북분단과연관해출생비밀을품은듯한인물이21세기문명기기를다채롭게활용하며통일방안을모색하는상황을보여준다.비밀의방은1988년서울올림픽과2002년한일월드컵으로상징되는한국의비약적인경제성장과정의이면에서출세지상주의를삶의지표로삼은인물들이명멸한다.싸락눈은세기말세기초사회전반의경제위기로몰락한형제들의비탄을담고있다.지렁이,지렁이떼역시정보화시대에가치혼란에빠진인물들의방황을그린다.또조선족소녀는작가가1990년대후반부터집중해온탈북문제를내면화하고있고,황순원의명단편소나기의이어쓰기기획으로집필한짧은소설사람의별은생태위기를주목하는시대적화두를SF양식에담아보인다.

*
박덕규의소설은캐릭터창조나서사적구조,화자와시점운용등에서예상을뒤엎는상상력으로,한국사회의문제를지적하는흔한리얼리즘적인주제를새삼뜻밖의일로환기하는데능통하다.극단적인예를들면사람의별에서원작소나기의소녀를‘생태계파괴의위기를맞은어느별에서오염되지않은지구의시골마을농부자식으로파견된인물’로설정한것과같은‘기상천외함’이박덕규소설에있다.혼자일방적으로기이한통일운동을제안하다가갑자기종적을감춘듯한시애틀동포(흰산기슭),자신들이파멸시킨당사자에게정자를제공받아임신하고출산에성공한부부(구부러진물길),한국의젊은여성과결혼하기위해상당재산을걸고공개모집을하는벨기에부호(비밀의방),개강을앞두고갑자기종적을감춘대학겸임교수나폭력과돈으로장악한여고생에게순정을다바치는경찰관(지렁이,지렁이떼),위조한여권으로탑승한비행기가공중폭파되어영원한실종자가된사업가(싸락눈),거주할곳을얻지못해중국의어느산속닭장에서살고있는탈북자가족(조선족소녀)등의뜻밖의인물설정도바로그렇다.재미동포(흰산기슭),탈북민과재중동포(조선족소녀),국제미아(싸락눈),히말라야여행자(구부러진물길),지구여행자(사람의별)등노마드인물이편편이등장하는것도이색적이다.서사적지위가다른여러시점인물을릴레이로연결하면서중심서사와주변서사를혼재하는서사구축방법도매우남다르게느껴진다.

*
근대소설의전통에서볼때박덕규의소설은우리가겪는사회변화를비판적으로드러내는매우낯익은‘사회비판유형’에가깝지만,주제와소재를직조하는다채롭고다각적인시도를통해그러한현실의반영과비판을상당부분낯설게행한다는점에서‘포스트모던양태’로이해할수있다.

*
박덕규의여러편소설은이처럼서사의현재적정황에서는‘없는’인물인데도서사적전개에압도적인영향을주는인물이작동하고있다.그인물은현재실종또는사망또는은둔을한상태이고다른주인공이나주변인물은그를추적하고회상하거나크게의식하는상태를유지한다.그과정에서박덕규소설은사소하고자잘한일상적사건과현실에서부딪히기어려운충격적인사건이뒤얽히는서사를구축해보인다.이사소함과중후함의뒤얽힘은얼핏불협화음을일으켜독자의편한독서를방해하곤한다.그러나그것은일차적으로독자가서사상황을쉽게수용하는것을지연시키고나아가결국은재독하게만드는,작가가노린일종의소격효과라할수있다.

*
박덕규의소설이실종상태이거나은둔해있거나사망한인물을다른주요인물이나주변인물이들춰내는과정을서사의축으로삼는특징이있음을앞에서이해했다.서사의현재상황에는출현하지않으면서도서사전개에상당한영향을주는‘없는데막강한’인물의효과가특별하다는점도밝혔다.또한이런방식이‘의도적으로감춰놓은것을추적해서조금씩찾아내는’추리물패턴과매우닮아서‘미스터리한효과’마저얻는다는점도아울러새길만하다고생각한다.

*
박덕규의이번소설에서‘없는데막강한’인물들은대개이처럼‘자본논리에빠져비속화한삶’의당사자이거나희생자로연루한다는공통점이있다.그인물들은작중서사에서가족등다른인물에상당한영향을미친상태이며,그가족이나친지등은몰락이나해체,위기,혼란등을겪고있다.

*
여기서흥미로운것은몰락한그들대부분이일차적으로남성,그것도대개가부장시대의관점에서보면모두가장또는그에준하는지위의인물이라는사실이다.중세(싸락눈),김하근(지렁이,지렁이떼),‘나’(조선족소녀),차동하(구부러진물길),동진(흰산기슭)은모두한집안의가장이고,정균(비밀의방)은집안장남으로서장차집안을이끌어야할존재였다.출세를하지못한가장으로서게다가몰락한상황이라면그것으로가계에미칠영향이빤하다할수밖에없다.따라서이들소설이그린가장의몰락은그자체에그치지않고산업화시대이후한국사회에나타나는‘남성성의거세’라는사회적의미로확산되기에이른다.

*
이소설집의소설들은대개물질이가치를결정하는세태에대한강한비판을그세태의조력자이거나피해자로‘사라진’인물에대한추적서사로완성하고있다고할수있다.그러다보니전체적으로‘출구없는암울한현실’자체를소설적으로재구성해제시한것으로이해되기도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각작품들은미래의삶에대한희망의빛을지우지않음으로써또다른주목을요한다.가령지렁이,지렁이떼는함몰해버린김하근의가치를되살리려는학생들의자기세대다운‘영상적행동’은서사의중심에시종생동감을불어넣는다.또는싸락눈에서중세의몰락과더불어남은가족이“이곳이지옥이라면내가곧지옥에떨어진인간이지않을까”라는절망에빠진상태에서원준이보여주는“격의없는폭소”나조선족소녀에서“연길에서조선족의딸로태어나한국에유학와서여러가지문화적차이와심각한따돌림을겪으면서적극적으로학교생활에임하고있는대견한”용옥의태도또한각작품에남다른윤기를더해준다.

*
이쯤되면박덕규가왜그토록사라진인물들을사라진그자리에두지않고끝까지들춰내온것인가를이해할만하다.즉,이소설은자본주의적세계가막아놓은진정한삶의세계를온몸의무너짐이라는극적서사로복원하려는신선한시도의연속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