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읽는동안몇번이고멈춰서야했다.화려한수사도,극적인반전도없는문장들인데이상하게자꾸숨이막혔다.아마도그이유는,저자가자신의아픔을전시하지않고그저‘지나온시간’으로담담히내려놓기때문일것이다.
난임을다룬글은이전에도있었다.하지만이책이다른지점은,임신에성공하는순간을결말로삼지않는다는데있다.마흔일곱에아이를낳은뒤에도저자의삶은계속흔들린다.백일의기적을기다리다이앓이를마주하고,통잠을자기시작하면이유식이기다리고있고,자아가생긴아이앞에서초점을잃은눈으로앉아있는날들.이책은'엄마가된이후'까지정직하게따라가면서,난임의고통과육아의고단함이결코별개의서사가아니라하나로이어진삶이라는사실을보여준다.
가장인상적인대목은에필로그다.저자는“나는아내나엄마라는역할에서우등생이되지는못할것같다”고고백한다.그리고곧묻는다.결혼이늦었던것도,쉽게누군가와함께살아갈결심을하지못했던것도,어쩌면처음부터가장나답게살아온결과는아니었을까하고.이질문은난임이라는개인적경험을넘어,‘늦음’을실패로규정해온우리사회의시선전체를되돌아보게만든다.
늦었다는말,그이면에있는것들
우리는종종‘적기’라는말로삶을재단한다.몇살에는결혼을,몇살에는출산을해야한다는암묵적인시간표.이책의저자최경진은그시간표에서한참을비켜난자리에서있던사람이다.마흔둘의결혼,다섯해의난임치료,마흔일곱의출산.세상의기준으로보면매번‘늦은’선택이었지만,저자는이책을통해그늦음이실은실패가아니라자신만의속도였음을조용히증명해보인다.
이책은난임이라는무거운주제를다루지만정보서나투병기가아니다.서른편의에피소드를통해저자는난임병원이라는낯선세계에처음발을들이던순간부터,시험관시술을그만두겠다고선언하던날,포기이후에야비로소보이기시작한것들,그리고마침내엄마가된이후의새로운혼란까지삶의전체궤적을가감없이펼쳐보인다.특히아이를얻은뒤에도이어지는육아의고단함,그안에서다시‘나’를잃어가는감각을솔직하게써낸에필로그는,이책이단순한해피엔딩으로봉합되지않는진짜이유다.
늦은결혼,난임,고령임신,독박육아이책이다루는키워드들은저마다다른얼굴을하고있지만,결국하나의질문으로수렴한다.나는나답게살고있는가.그질문앞에서흔들리고있는모든독자에게,이책이먼저그길을걸어본사람의다정한동행이되어주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