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 강의(큰글자책) (팬데믹 이후의 학교와 병원을 생각한다)

이반 일리치 강의(큰글자책) (팬데믹 이후의 학교와 병원을 생각한다)

$19.00
Description
* 이 책은 시력 약자를 위한 큰글자책입니다.

코로나 이후, 다른 삶을 상상하라!
공생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사유로 본
교육과 의료에 대한 실천적 성찰
이 책 『이반 일리치 강의』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라는 사상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염병과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재난을 넘어 우리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위기는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면서 전 세계의 자본과 노동과 상품을 연결하고, 끊임없는 소비로 지구의 온도를 한계까지 높힌 결과이며, 이런 위기를 성찰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속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공생’의 삶을 이야기한 이반 일리치를 꼭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용인의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를 꾸리고, 이 공동체를 기반으로 청년인문학스타트업 ‘길드다’, 양생공동체 ‘인문약방’ 등 ‘공유지’를 확장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고 있는 지은이 이희경은 이 책에서, 80년대부터 대안교육 운동을 거쳐 인문학공동체를 꾸리기까지 본인의 활동 국면마다 이반 일리치의 책들과 마주한 경험을 풀어내면서 전지구적 재난에 마주한 우리가 어떻게 이반 일리치의 사유를 실천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이고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일리치의 대표작 세 권(『성장을 멈춰라』,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에 주목하면서, 우리 시대의 성장과 교육, 의료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에 맞서 대안적 상상력을 기르고 실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리치는 자신의 여러 저서에서 망치와 드라이버와 같은 간단한 도구부터 공장이나 기계, 나아가 학교, 병원, 결혼제도 등 현대 사회를 이루는 모든 테크놀로지나 제도를 ‘도구’라고 규정하고, 이 ‘도구’의 규모나 속도가 어떤 한계를 넘게 되면 인간의 삶을 오히려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은이는 일리치의 이러한 비판적 사유가 오늘날 코로나 시대의 학교와 병원을 성찰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교육과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학교나 병원, 즉 교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과 공동체에 좋은 방향으로 재도구화할 때, 위기를 재생산하지 않는 ‘공생’의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이희경

일명문탁.〈연구공간수유+너머〉를거쳐지금〈문탁네트워크〉까지20년넘게인문학공동체에서공부하고있다.〈수유+너머〉시절에는한국근대젠더연구를,〈문탁네트워크〉에와서는인류학과선물의공동체,또동양고전과윤리적주체문제등을탐구했다.
최근에는공동체와영성,공동체와양생,늙음과죽음등에관심이많다.한마디로잡식성공부.이를통해공부와현장이결합되길꿈꾼다.지금구성하고있는현장은〈길드다〉라는청년인문학스타트업과〈인문약방〉이라는새로운콘셉트의양생공동체이다.
『루쉰과가족,가족을둘러싼분투』를썼으며,함께쓴책으로『문탁네트워크가사랑한책들』,『루쉰,길없는대지』,『신여성-매체로본근대여성풍속사』,『인물톡톡』이,풀어엮은책으로『낭송장자』가있다.

목차

머리말5

첫번째강의_성장을멈추어라:이반일리치의생애와사상

이반일리치,당연한것들에대한질문
사제이반일리치
대안을꿈꾸다
『성장을멈춰라』와공생의도구
생산적도구와반(反)생산적도구
공생적도구와조작적도구
좋은삶,버내큘러와커먼
첫번째강의Q&A

두번째강의_학교없는사회:공생적인배움의도구를상상하기

학교의역할과뉴노멀
불평등을확산시키는학교
학교화된사회
의례를넘어
학교를재도구화하기
두번째강의Q&A

세번째강의_병원이병을만든다:자기돌봄의능력을회복하기

의료는건강을증진시키는가
부작용의고통,임상적의원병
‘정상’이되라는명령,사회적의원병
죽음조차잃어버린삶,문화적의원병
건강에서양생으로
세번째강의Q&A

부록_신화가된학교

출판사 서평

『이반일리치강의』지은이인터뷰

1.이반일리치는그렇게널리알려진사상가는아닌데요.독자들을위해간단한소개부탁드립니다.

우선,이반일리치는메이저사상가가아니라마이너사상가입니다.하지만아주강렬한팬덤을가진사상가이지요.우리나라에서는70년대부터책이번역되고소개되었는데얼마지나지않아절판되곤했어요.그런데머지않아또복간되더군요.늘어디선가누군가는반드시이반일리치를다시소환하고있는겁니다.이런점에서보면이반일리치는신기할정도로생명력이긴사상가입니다.
두번째로이반일리치는유럽출신이지만남미에서20년을살았습니다.그를일약세계적인스타로만든『학교없는사회』(1971)는푸에르토리코에서의교육경험이직접적인바탕이되었습니다.‘가난한사람들에게더욱많은교육기회를주기위해도입된의무교육제가왜가난한사람들을계속가난하게만들뿐이지?’‘사회적평등을달성하기위해행해지는학교교육이왜결과적으로사회적불평등을확대하는거지?’푸에르토리코에서일리치는그런질문을했습니다.다시말해1960년대남미,소위‘저개발국’에서광범위하게행해진‘경제개발○○개년계획’같은프로젝트를눈앞에서목격하면서‘발전’(development)에대해질문한것이지요.개발,발전,성장,즉“모두가부자되세요~”라는근대의슬로건이달성가능한지혹은생태적으로바람직한지를물었던것입니다.이반일리치는근대문명에대해가장본질적이고급진적인비판을한사상가입니다.
셋째,이반일리치는대학제도밖의연구자입니다.하지만그의강연은늘사람으로북적거렸고,그가쓰는책마다족족베스트셀러가되었습니다.예를들면『학교없는사회』(Deschoolingsociety,1971),『성장을멈춰라』(ToolsforConviviality,1973),『행복은자전거를타고온다』(EnergyandEquity,1974),『병원이병을만든다』(LimitstoMedicine,1975)같은책이지요.
그런데재밌는것은일리치가자신의그런책을‘팸플릿’이라고불렀다는점입니다.종교개혁,프랑스혁명,러시아혁명등세계문명의근본적전환기에기존의제도출판밖에서소책자형태로간신히제본만하거나때로는표지도없이찍어서배포되었던팸플릿!이반일리치는자신의책이아카데미가아니라거리에서사람들에게읽히고새로운정치적행동의자극제가되기를원했습니다.네,맞습니다.이반일리치는‘거리의사상가’였습니다.
넷째,이반일리치는사제서품을받은신부님입니다.하지만사제생활초기부터그는살아있는기독교공동체신체로서의교회와제도와권력으로서의교회를구별했습니다.덕분에로마교황청과불화하고결국파문당했지만끝까지신앙인으로살았습니다.이점은매우중요한데요.왜냐하면이런개인적토대가그를다른좌파정치인과다른에토스를갖도록만들었기때문입니다.이반일리치에게희망이란,권력의교체문제가아니었습니다.그의정치적대안은환대의기풍과우정의정신을가진새로운공동체들의건설이었습니다.정치성과영성이함께가는사상가!사람들에게가장강렬한영감을주는대목입니다.

2.이반일리치의책들을,선생님께서몸담고계신〈문탁네트워크〉의‘소의경전’(핵심사상이담긴경전)이라고까지말씀을하셨습니다.일리치사유의어떤점이선생님과문탁네트워크활동에영향을끼쳤을까요?

소박하고자율적인삶이죠.이반일리치가주장한것은우리는모두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서스스로자기삶의양식을창안할능력이있다는것입니다.우리는내가누구인지나에게무엇이필요한지그것을어떻게충족시킬지를사회적명령이나전문가의진단에따를필요가없습니다.
문탁네트워크의출발도그러했습니다.‘여러가지이유로삶의전환기에놓인갑남을녀들이어떻게살아야잘사는것일까’라는질문을가지고공부를시작했습니다.대학원을가거나유학하러간게아니라우리집거실에서세미나테이블하나를놓고작은세미나를열었지요,그걸기점으로우리는머리를맞대고우리에게필요한것들을스스로만들었습니다.각자의주머니를털고,지혜를모으고,크고작은능력을섞었습니다.그렇게마을작업장을만들어화폐경제밖에서자립하려고노력했고,마을학교를만들어서제도학교에가지않거나갈수없는청소년들과함께공부했습니다.그뿐아니라마을공유지를만들어공동식탁을운영했습니다.순환의지혜와나눔의기술을익힌다면한끼2,500원으로도풍성하고즐거운식사를할수가있더군요.이제는마을약국을만들어몸과질병,늙음과죽음의네트워크를구성하려고합니다.
그런데중요한것은마을작업장,마을학교,마을약국처럼겉으로드러난어떤성과가아닙니다.진짜소중한것은너무다른개성을가진사람들이모여언성을높여서싸우기도하고같이헤매기도했지만,그과정에서서로의말에귀를기울이고자신의관점을기꺼이바꾸고새로운영감을만끽할수있었다는것입니다.돈과권력이아니라서로돕고협력하는삶이이렇게짜릿하고흥분되고기쁨을주는것인지를경험할수있었던것은정말행운이었습니다.지난십여년간우리는“우정이없었더라면서로에게불가능했을존재형식에버팀목이되어”주었습니다.일리치에게받은최고의선물이죠.

3.이책의2장과3장에서는‘학교’와‘병원’이라는주제를다루고있는데요.교육과건강의수준을높이기위해만들어진제도인학교와병원을일리치는어떤이유에서비판적으로바라보고있는것일까요?

건강하게살고싶고,존엄한죽음을맞이하고싶고,원하는곳에가고싶고,세상사에대해더많이배우고싶고,누군가와사랑을나누고싶은것은대부분의사람이추구하는가치입니다.그런데그것을추구하는방식은근대사회에서표준화되어버렸죠.아프면누구나병원에갑니다.무엇인가를배우고싶으면학교나학원에갑니다.이동하고싶으면더빠른자동차가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좋은삶에대한욕망은이런식으로전문가와그들이만든제도에대한의존으로바뀌었습니다.이것을일리치는‘가치의제도화’라고부르고이런사회에서우리는자기삶의주도권을잃어버리고살면살수록무능해진다고말합니다.
그리고이런가치의제도화를습득하는첫번째장치가바로학교입니다.왜냐하면학교는‘지식의전수’나‘인격의함양’같은가치와관계된곳이아니라근대소비사회의신화를저장하고유통하는게임의구조로작동하는곳이기때문입니다.학교라는게임의규칙은다음과같습니다.배움을교과별,학년별로잘게나누고,시험이나점수로그것을측정하고,전문가가만들어놓은평가척도를통과하면다음단계로진급합니다.즉커리큘럼에의해세분되어제공된지식을소비하면다음단계의지식소비로나아가는것이지요.그것은앎의기쁨이나삶의깨달음과아무런관계를맺지않아도더높은단계를향해중단없이‘진보’하는형태로조직되어있습니다.일리치가보기에학교에서익히는것은무엇보다바로이런게임의규칙,미션수행을통해다음단계로이동해야살아남는다는게임의규칙입니다.
병원도마찬가지입니다.역사적으로보면각문화마다병을치료하고통증을해석하고죽음을받아들이는고유의방법들이있었습니다.그런데역사의어느시점이되면(이반일리치는이시점을1950년대중반쯤으로잡습니다)그동안은간단한처치나사소한생활습관의변화로도고칠수있는작은질환조차모두병원에가서전문가의사의진단을받아서치료되어야하는것으로사회적배치가바뀌게됩니다.진단과치료는의사가독점하고우리는자기몸으로부터완벽하게소외되어버립니다.이런상태를이반일리치는‘삶의의료화’라고말합니다.이반일리치에따르면,근대사회는의료권력(생명권력)의사회입니다.

4.우리는이미거대한규모의도구들이제공하는편의속에서살아가고있습니다.특히디지털이일상화되면서,이무형의‘도구’는우리삶을더동여매고있는듯한데요.이런상황에서어떻게생각의방향을전환하고실천을이어나가야할지말씀부탁드립니다.

물질적풍요가주는쾌락은달콤하지요.더빠르거나더맛있거나더편리한것들을우리는선호합니다.그것이팬데믹을가져오고,북극곰을굶어죽게만들고,고래의뱃속을플라스틱빨대로채우게한다는것을알면서도말입니다.
멈출것인가?멈추지못할것인가?인류가어떤기로에선것은분명해보입니다.어떤사람들은우리가멈추지못할것이라는비관론에빠져있고,또어떤사람들은인간이결국닥친문제를해결해나갈것이라는낙관론을펼치지요.저는솔직히잘모르겠습니다.쉽게미래를낙관하게되지는않습니다만그렇다고종말론자가되고싶지도않아요.그래서저는,일리치주의자로서(이런말이가능하다면말입니다)저는,희망에기댑니다.희망은일리치에따르면기술적해결이아니라자연의선을신뢰하는것입니다.그러면서이런말을하죠.인류의생존여부는희망을사회적힘으로재발견할수있는가에달려있다고.
저는제가할수있는일을하려고합니다.혼자서는힘드니까친구들과함께하려고하고,너무힘들고어려우면하기힘드니까재밌고쉬운것부터하려고합니다.그뿐만아니라이미우리사회에서는이미친속도에서탈주하려는수많은시도가있습니다.이분들에게서도계속배웁니다.희망을잃지않는사람들의작은실천들을사부작사부작엮어나가는것.다만이것을꾸준히하는것.이것이제가사는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