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희숙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희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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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희숙 시인의 첫 시집은 영혼의 세계에 마련한 안식처이자 보금자리다. 『그런데도 불구하며』에 실린 시들 중 〈달맞이꽃〉, 〈할미꽃〉, 〈가을 노래〉 등에서 보이듯, 그의 시는 순백의 설원 같고, 청초한 이슬을 머금은 풀잎 같다. 조미료 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시, 인위적이지 않으며 영혼이 때 묻지 않았다.
- 문학고을 회장 조현민 ‘축하의 글’ 중에서

김희숙 시인의 첫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육체적 아픔을 딛고 고단한 하루를 이겨가는 여인의 삶을 130여 편의 시로 압축한 인생이며,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에게 “문학적 창작을 넘어,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언어와 시로 시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를 이끄는 데 있다.”(네이버 지식에서)라는 시인이 역할과 사명을 밝혀주는 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 자겸 신경희 ‘축하의 글’ 중에서

이 시집에서 존재는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성취와 효용의 기준은 삶의 중심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각자의 삶은 이미 존중받을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존재를 경쟁과 비교의 질서에서 해방시키는 시적 윤리이며 살아 있음 자체를 하나의 책임이자 가치로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김희숙의 시는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 존재를 드러내며 그 드러남을 그대로 견뎌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도달하는 지점은 체화된 기억이 존재로 전환되는 자리이다. 기억은 더 이상 개인적 회상에 머물지 않고 삶의 선택과 태도를 규정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몸에 남은 감각은 현재를 살아가는 기준이 되며 그 기준은 조용하고 단단하다. 이 시집은 삶이 언제나 명확한 의미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 있음의 밀도를 감각과 언어로 증명한다.
- 이지선(시인)
저자

김희숙

1960경기안산출생
요식업
문학고을신인문학상수상
문학고을등단시부문
글벗지기자문위원
공저
문학고을시선집다수
문학고을우수작가상수상
현)문학고을경기지부지부장
첫시집:『그럼에도불구하고』

목차

5 시인의말
6 축하의글|조현민_“그럼에도불구하고” 상재를축하하며
9 축하의글|신경희

제1장사계의향연
18 오월
19 해바라기
20 눈오는날
21 달맞이꽃
22 단풍나무
23 봄비
24 여명
25 폭우
26 한여름의정겨움
27 봄맞을채비
28 저녁노을
29 보슬비
30 봄비에젖다
31 춘삼월꽃샘추위
32 변함없는사랑
33 봄의향연
34 오솔길
35 목련화
36 가을노래
37 비오는날의수채화
38 정화되다
39 할미꽃
40 낙화
41 아침
42 앵두꽃
43 해무
44 가뭄에단비기다림
45 초록을머금다
46 봄이오는길
47 바람부는날
48 라일락너의향기보랏빛이다
49 봄볕에담기다
50 지고지순동백꽃
51 사월을지나오월의문턱
52 이팝나무꽃
53 산딸기
54 진종일비내리다
55 보리수
56 밤비아우성
57 오래도록머물다
58 봄볕
59 여름소묘
60 유월의여정
61 유월
62 일년삼백예순다섯날
63 여름
64 삼복더위
66 장마
67 만추를꿈꾸다
68 능소화
69 입추사랑으로온다
70 가을이오는소리수놓다
71 가을로성큼성큼걸어간다

제2장사무친그리움사라진내고향
74 그리움
75 고향의봄
76 추억
77 내고향
78 어머니
79 협궤열차
80 찹쌀떡메밀묵
81 장독대
82 해루질
83 세월에장사없네
84 꽃물
85 먼지구르는신작로
86 어린시절수평선은
88 추억의이삭을줍다
90 기찻길옆맨드라미
91 달고나
92 수인선협궤열차
94 홍어애탕국
96 라떼는말이야먼곳의어둠이었어
98 호수공원여름갈대밭
99 60년대추억고향
100 어머니의등
102 사부곡

제3장존재의이유그것만으로도
106 삶
107 99°C
108 하고자함이있다
109 시작
110 흐름의미
111 깨달음
112 시인
113 일터
114 존재의이유
115 돌아가는길
116 정
118 삶의치유
119 둥지
120 둥글다마음은
121 삶의애증
122 부초
123 망설임
124 소리를잃다
125 행복
126 몇개월이에요
127 달빛사랑
128 사랑
129 파꽃
130 화단엔언제나꽃
131 질경이
132 도라지꽃
133 감자꽃
134 함축의미
135 어둠이하얗게사위어가는새벽
136 매미사랑으로울다
137 우산
138 사랑의미로
140 자화상
142 해뜨기전새벽이가장어둡다
144 모래톱과파도의밀어
145 종이배
146 포구의일상
148 비빔밥
149 인생
150 섬섬옥수
151 무궁무진
152 홍수
153 그렇게아름답게걷고싶다
154 식사하셔야죠
156 이례적인휴가
157 덤이라는건이음어울림
158 사랑을위하여기도합니다
160 상사화넌아린상처애쓰지마
162 당신의아침은눈부시다
163 인견모시삼베무명
164 그리움
165 새벽연가

해설
168 체화된기억의시학그리고존재|이지선

출판사 서평

■해설일부


김희숙시인의『그럼에도불구하고』

체화된기억의시학그리고존재


이지선



김희숙시인의시집은기억을회상하는차원에머무르지않는다.이시집에서기억은과거를떠올리는심리적작용이아니라현재의몸속에남아지속적으로작동하는감각의층위로나타난다.기억은이미지나간시간이아니라살아있는현재의조건이며몸이세계를통과하며축적해온흔적의방식으로존재한다.이러한시적태도는기억을이야기의대상으로삼기보다기억이언어를낳는토대로작동하게한다.
이시집에서드러나는기억의형식은체화된기억이라는개념으로접근할수있다.체화된기억은의식의저장고에보관된이미지가아니라몸의자세와감각과반복된행위속에스며들어현재의삶을구성하는힘이다.음식의온기손의노동냄새와맛의잔존은과거를호출하는장치가아니라지금여기의존재방식을형성하는감각적기반이다.김희숙의시는기억을재현하지않고기억이스스로현재를발화하도록허용한다.
이러한시적감각은모리스메를로퐁티가말한몸과주체의개념과깊이연결된다.메를로퐁티에게몸은의식이사용하는도구가아닌세계와이미얽혀있는존재의양식이다.세계는사유이전에몸을통해먼저살아진것이며지각은인식이아니라존재의방식이다.김희숙의시에서기억이작동하는방식또한이와유사한궤적을따른다.기억은머릿속에저장된과거가아니라몸이세계를살아낸결과로남아현재의감각을통해다시드러난다.
『그럼에도불구하고』에드러난언어는관념적설명으로나아가지않는다.시적화자는기억을해석하거나평가하지않는다.대신반복된일상과노동과관계의감각을통해기억이자연스럽게표면으로떠오르게한다.이는기억을정리하거나극복의대상으로삼지않는태도이며삶의깊숙한층위에서기억을함께살아가는방식이다.이러한시적태도는감정의과잉이나서사의비극성보다감각의지속성과존재의밀도를강조한다.


1.몸에각인된감각의원형

제1장「사계의향연」은김희숙시집전체의감각적기초를형성하는장으로서계절을자연현상으로재현하지않는다.이장에서사계는시간의구분단위가아니라몸이세계를인식하는기본리듬으로작동한다.봄여름가을겨울은순환하는배경이아니라감각이세계와접속하는방식이며삶이자신을갱신하는리듬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사계절이무지개다

계절이소리없이바뀌고
바람이느낌이다르고
볕이다른향기로온다

봄은연두로다가와
꽃비로형형색색
여름은초록을품고
꽃다지알알이피어나고
가을은서풍데려와
오색찬란단풍즐기고
겨울은북풍한설
하얗게하얗게소복소복
아름다운우리강산
사계절이무지개다
-일년삼백예순다섯날

「일년삼백예순다섯날」은이장의시적태도를가장집약적으로드러낸다.사계는색채와온도와바람과향기의변화로제시되며추상화되지않는다.계절은의미로환원되지않고감각으로남는다.봄은연두로다가오고여름은초록을품으며가을은서풍을데려오고겨울은북풍한설로세계를덮는다.이러한전개는계절을설명하지않고계절이몸에남긴지각의흔적을따라간다.

이장에서중요한것은계절이기억의대상이아니라기억의조건이라는점이다.김희숙의시에서사계는이미몸에새겨진감각의저장소이며시는그저장소를호출하는언어적장치로기능한다.계절은반복되지만,동일하게돌아오지않는다.매번다른감각의강도로몸에스며들며그차이가삶의깊이를형성한다.
이러한시적구조는메를로퐁티가말한시간의체험개념과맞닿아있다.시간은외부에서측정되는연속이아니라몸을통해살아지는지속이다.제1장의사계는달력의시간이아니라몸의시간이다.햇살의농도바람의결결빙과해빙의촉감은모두몸이시간을체험하는방식이다.김희숙의시는이체험을개념화하지않고감각의배열로제시한다.
따라서제1장은자연을노래하는장이아니라세계와몸이처음접속하는방식에대한시적탐구라할수있다.사계는삶을장식하는배경이아니라존재가스스로를인식하는리듬이며김희숙시인의시는그리듬을언어이전의감각상태에가장가까운형태로포착한다.이장에서시는기억을불러오지않는다.시는기억이형성되기이전의감각적토대를드러낸다.

2.사라지지않는공간의지속

제2장은제1장에서형성된감각의리듬이공간으로이행하는장이다.여기서공간은좌표와거리로측정되는외부적대상이아니다.고향은더이상되돌아갈수있는장소가아니지만,몸에남아지속적으로반응하는감각의구조로제시된다.장소는사라졌으나장소를살아냈던몸의기억은현재의감각속에서멈추지않는다.이장에서공간은상실의결과가아니라존재의지속방식으로전환된다.

내고향사리포구는
갯벌이놀이터였고표본실이었다
싸죽이백사장처럼깔고앉았고
고둥은줄지어어디론가향해
엉금엉금기어갔다
짱뚱어날아다니고
게들은술래잡기하고
조개들은물푸레질을했다
싸죽조개삶은국물에수제비떠서
싸죽조갯살을빼서함께먹었었지
해풍은찝질하고끈적했지만
싫지않았다
노을이아름답다며바라보노라면
어느새땅거미지고칠흑같은바다는
때론자장가인듯잔잔한소리로
때론성난듯큰소리로외쳐대던파도
내고향사리포구는
애잔한추억과그리움을남겨두고
호수공원에잠들었다
-내고향

「내고향」에서사리포구는복원되지않는다.갯벌의생물들해풍의끈적한질감놀이의소리와파도의리듬은하나의풍경으로통합되지않는다.시는고향을설명하지않으며고향을재현하려하지도않는다.대신감각의파편들이나열되며공간이몸에남긴흔적이드러난다.고향은바라보는대상이아니라이미몸속에스며들어삶을인식하는방식으로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