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장

아침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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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계이 시인의 시의 생명성은 과장된 언어보다 절제된 이미지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시인의 시는 거대한 담론보다 작은 사물과 낮은 숨결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접근한다. 또한 시의 또 다른 특징은 일상의 미세한 장면들을 통하여 존재의 깊이를 포착한다는 점이다. 그의 시 속 풍경은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대신 매우 평범한 사물과 계절과 몸짓이 시적 중심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시간의 흔적이 은밀하게 스며 있다.
특히 김계이 시인의 시의 핵심 구조 가운데 하나는 시간의 순환성과 기억의 변화 과정이다. 이 시집에서 시간은 매우 복잡한 곡선을 보여 준다. 과거는 현재 속으로 되돌아오고 현재는 이미 미래의 상실을 예감한다.

『아침의 문장』은 그렇게 끝없이 뜨는 아침의 시선으로 지켜낸 사람들의 언어이다. 시인은 “시는 늘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의미를 찾기보다 머물렀던 자리의 온도를 기억하려 했다.”라고 했다. 시인은 우리를 끝내 살아가게 하는 것은 거대한 확신이나 찬란한 희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오래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작은 문장 하나라는 사실을 말하듯 이 시집을 통해 오래 닳은 손등, 저녁 밥상의 김, 바람 스쳐 간 담장, 이름 없이 흔들리던 꽃 한 송이를 비춘다.
- 이지선 시인┃해설 중에서
저자

김계이

전북김제출생
원광디지털대학교동양학과졸업
문학고을신인문학상수상
문학고을등단
시,동시,수필부문
문학고을최우수작가상수상
공저
종합문예지청목및문학고을
시선집다수참여

목차

시인의말|첫시집을내며

제1부시인의마을

나도세례한다
개나리
서로다른무게
시인의마을
산사의초록
시간의이음매
앵두등
숨의포물선
여름일기
붉은원피스
바람을달고
실개울의새해
후리지아
지나가게둔다
기억의털갈이
이름이오는중이다
딸에게
母子
금줄
아침의문장

제2부해지되지않는삶

좁은물길
돈과관계
동창생,춘재
왱열이각시
장지미아지매
머위꽃이피어도
해지되지않는삶
같은열
은적사에서
삼신의손-유나엄마에게
갈림길은묻지않는다
번역된사주
논어의그늘
의자왕
적벽대전
산중별곡
폭포
그집
잘못들어온고지서
첫서리

제3부어떤귀향

입추의메일
대설
운동장을연다
‘국화옆에서’를읽으며
겨울서문
달주머니
강을건너지못한말
낙장불입
뒤꿈치로걷는다
등기부등본
정류장
돌의맥박
담장너머
할미꽃
어떤귀향
호랑이의오후
백삼보
동지
12월27일
강마을로가는길
해설
빛이세계를읽기시작하다|이지선

출판사 서평

빛이세계를읽기시작하다

이지선


한편의시가인간에게어떻게전달되어지는가?오래된질문이지만,오늘의문학앞에서는더욱조심스럽게되묻게된다.거대한이념은해체되었고세계를설명하던언어들은점점효력을잃어간다.모든것이빠르게소비되고폐기되는시대속에서시는자꾸만가장느리고가장작은자리로밀려난다.그러나역설적으로바로그지점에서시는다시시작된다.김계이시인의『아침의문장』은그작고낮은자리에서천천히세계를복원해나가는시집이다.

이시집을읽으며떠오르는것은2020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시인루이즈글릭의문학세계이다.노벨위원회는글릭의시세계를두고“절제된아름다움으로개별적존재를보편적차원으로확장시켰다”라고평가한바있다.실제로글릭의시는거대한사건이나화려한수사를통해인간을설명하지않는다.대신가족,계절,상실,침묵같은매우사소하고일상적인요소들을통하여인간내면의균열과회복을응시한다.김계이시인의『아침의문장』또한이러한계보와깊은친연성을형성한다.루이즈글릭의시가상실이후남겨진인간의내면을절제된언어로응시했다면,김계이시인의시또한과장된비극이나감정의폭발대신오래퇴적된체온의흔적을따라간다.특히작은사물과계절의움직임속에서인간의내면을길어올린다는점에서두시인의서정은묘한친연성을형성한다.다만김계이시인의시는서구적개인주의의고독에머물지않고기억과생활의결을더욱깊이품고있다는점에서한국적서정을보여준다.

김계이시인의시는세계를해석하거나장악하려하지않는다.대신오래바라보고,스며들고,견디며머문다.시인의시속사물들은배경뿐아니라기억과시간의숨결을저장하는장소들이다.
무엇보다이시집의중요한시선은설명보다여백에가깝고주장보다체온에가깝다.독자는지나가버린시간의그림자,이름없이견뎌낸하루들,미처다말하지못한마음들을조용히비추는시인의빛을보게된다.그리고바로빛의밀도속에서시는다시인간이살아갈이유를밝히기시작한다.


1.

김계이시인의『아침의문장』에서1부의가장두드러진특징은생명을바라보는시선의근원성에있다.시에서생명은단순한자연의순환이나감상적대상이아니다.그것은기억과육체,시간과언어가서로얽혀생성되는처음의근원에가깝다.특히제1부의시편들은‘태어남’‘생명’이라는근원적순간을보여주면서인간존재의시작과회귀를서정적으로탐색한다.

첫작품「나도세례한다」는이러한특징을가장선명하게보여준다.시인은“삼신할매품,뽀얀양수속에눕는다”라는시어를통해생명의기원을한국적원형상상력속에서복원한다.여기서삼신할매는민속신앙을뛰어넘어생명의생성원리를상징하는모성적근원을보여준다.또한‘세례’라는종교적의식과‘양수’라는육체적이미지를결합함으로써삶과죽음,탄생과회귀가하나의흐름안에놓여있음을암시한다.이는존재를단절이아닌순환의과정으로바라보는시인의사유가매우깊다.
이러한생성의감각은「개나리」,「숨의포물선」같은작품에서도이어진다.「개나리」에서“봄은/울타리틈/노랑에서시작된다”라는표현은거대한계절의도래를미세한틈의감각으로환원시킨다.여기서봄은가장작은자리에서은밀하게시작된다.
또한김계이시인의시의여성성이작품전체에포괄적으로보이는데,1부에서도시인의여성적시선을볼수있다.그시선은지금까지우리가보아왔던단순한감성의차원에머물지않는다.그것은생명을품고돌보며시간을이어가는생성의세계로확장된다.「딸에게」와「母子」에서나타나는모성은희생의철학보다존재의순환구조에가깝다.늙은어머니와백발의아들이서로를돌보는장면은인간존재가결국돌봄과의존의관계속에놓여있음을보여준다.

김계이시인의시의생명성은과장된언어보다절제된이미지속에서더욱깊어진다.시인의시는거대한담론보다작은사물과낮은숨결을통해존재의본질에접근한다.또한시의또다른특징은일상의미세한장면들을통하여존재의깊이를포착한다는점이다.그의시속풍경은특별한사건을중심으로전개되지않는다.대신매우평범한사물과계절과몸짓이시적중심을형성한다.그러나그평범함속에는인간존재의고독과시간의흔적이은밀하게스며있다.
특히김계이시인의시의핵심구조가운데하나는시간의순환성과기억의변화과정이다.이시집에서시간은매우복잡한곡선을보여준다.과거는현재속으로되돌아오고현재는이미미래의상실을예감한다.
이시집에서1부에수록된「아침의문장」은특히시집전체를관통하는정점이라할수있다.

파란고요를골라
강은하늘을옮기고

안팎의경계가

입술을닫는다

구름이눈뜨기전생명은
터널처럼좁아져
호흡하나에
끊어질듯매달린다

바람이건넨말이
혀끝에매운이슬이되고
홍매화는
막배운말처럼
더듬으며피어난다

실안개번지는뜰에
빛은
낮은자리부터
읽히기시작한다

-아침의문장

여기에서강은하늘을운반하는존재로시인의특별한상상력이빛을발한다.특히“빛은/낮은자리부터/읽히기시작한다”라는시어는김계이시인의시세계전체를설명하는힘을보여준다.시인의시선은작은것들,오래침묵해온것들로부터세계를읽어낸다.시의언어는화려한수사보다투명한감각을중시한다.그투명성은단순함과다르다.오히려오래숙성된감정과침묵이쌓인결과에가깝다.따라서읽을수록깊이가드러나는서정을형성한다.
김계이시인의『아침의문장』제1부「시인의마을」은존재와생명그리고근원을탐색하는문학의중요한성취로평가할수있다.시인의시는자연과인간,시간과기억,모성과침묵을서로분리하지않는다.대신모든존재를유기적흐름속에서바라보며,낮고작은것들속에서생명의본질을발견한다.
특히존재론적서정,여성적정서가현실과밀접하게유기적관계를맺으며,현대적변용이결합된형태를보여준다.『아침의문장』제1부는현대한국서정시의중요한흐름속에서충분히주목받아야할작품군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