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에 닿다 (방예자 시집)

꽃섬에 닿다 (방예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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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방예자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화가로서의 색채 감각을 시적 언어 속에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색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보다는 삶의 기억과 희망, 생명의 순환을 담아내는 정서의 매개이며, 자연은 그 색채가 스며드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점에서 『꽃섬에 닿다』는 삶을 하나의 그림처럼 그려 나가는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붓을 내려놓고 펜을 쥔 순간, 그림은 시가 되고 시는 또 다른 그림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서로 다른 예술 장르의 결합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어가 색을 품고 색이 다시 삶의 시간을 품는 창작의 본질을 드러내는 고백이다. 방예자 시인의 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풍부한 색채 감각을 바탕으로 삶의 시간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 낸다. 작품은 화려한 장면보다 조용한 계절의 변화와 기다림, 기억과 희망의 순간들을 담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 또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꽃섬에 닿다』는 자연과 색채,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서정의 세계를 통해 삶의 깊이와 존재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형상화한 시집으로 완성됐다.

- 이지선 시인┃해설 중에서
저자

방예자

시인화가
대학교교육학학사
대학원선교목회학수료
사회복지사자격증2급
문학고을신인문학상수상
문학고을등단시부문
종합문예지청목22호
삼중광산업대표

목차

시인의말|첫시집을내며

제1부

소로의오두막
사냥음악학교가다
프라하천년의미로가건넨위로
기분좋은저항
피란처
도전은아름답다
흰물꽃피는밤
밤의카페테라스
모래의집
다시,버찌가익을무렵
만년설에핀얼음꽃
꽃을켜다
기억은낙엽처럼
바람의넋
별을그린서사시
운중호수의가을언덕
가을,그들녘
리크위르의달의변주곡

제2부

꽃섬에닿다
풀리지않는함수
산수유피던날
수평선에머문기억
바람의전언
툰드라의휘파람
시간이멈춘듯이
캔버스위의탱고
버킷리스트
돛배의행로
요일은파랑
삶은늘흔들린다
시간은수채화로번지고
고갱의푸른말
칠월이익어가는숲
그해봄,꿈길을걷다
해바라기
별변주곡
백야,그런사람
만취
초극
자적
시공을넘는미소
호수에흐르는연가
달빛마중
말없는철학
비경의야상곡
온종일달린자의저녁
산속의매혹

제3부

새벽을품은초승달
찰나의무한
서라벌봄날의기억
끝나지않은여행
달빛에묻다
초록요람
환한고독
햇빛풍경한장
유월
어디서무엇이되어
우회하는계절
푸른꿈을건너는중
해당화의저녁
벼랑의노래
꽃등이켜진징검다리
그림속의강
당신이오신날
산속에들면
들밖양치기의노래
얼음의음계
별에도꽃이핀다

해설

시간을그리다|이지선

출판사 서평

방예자시인의『꽃섬에닿다』

시간을그리다
이지선

시는인간과세계를새롭게이해하도록이끄는문학양식이다.인간은시를통해익숙한일상의풍경을다시바라보고평범한자연과사물속에스며있는시간과생명의흔적을발견한다.이러한경험은존재와삶을성찰하는과정으로이어진다.방예자시인의시역시자연과일상이라는가까운세계를바탕으로인간의삶과기억을탐색하며,계절의변화와생명의순환을섬세한시선으로포착하여삶의본질을성찰하게한다.

방예자시인의자연은단순한배경이나감상의대상이아니다.꽃과나무,산길과들판,바람과별,바다와숲은오랜시간삶을지탱해온기억의공간이자생명의질서를드러내는시적대상이다.시인은자연의작은변화와계절의흐름을세심하게응시하며그안에축적된시간을읽어내고인간의삶을자연의순환속에서이해하고자한다.자연은인간과분리된외부가아니고삶의기쁨과상처,성장과치유를함께품는공간으로확장되며,독자는이러한시적공간을따라가면서자신의삶과기억을되돌아보게된다.
방예자시인의시세계의또다른특징은자연을다채로운색채이미지로형상화한다는점이다.시인의시에반복적으로등장하는파랑과녹색,황금빛,분홍빛,무채색과파스텔톤은단순히풍경을묘사하기위한시각적장치를뛰어넘어생명과희망,기억과시간의의미를드러내는상징으로기능한다.괴테는『색채론』에서색채를인간의감정과정신을표현하는살아있는언어로이해하였는데,이러한관점에서방예자시인의시에나타나는색채는자연을더욱생동감있게드러내는동시에삶의정서와존재의의미를구체화하는시적매개가된다.작품에서자연과색채는서로분리되지않고하나의시적질서를이루며방예자시인의시세계의미학적특징을형성한다.

또한방예자시인의시에는시간의흐름을천천히응시하는태도가일관되게나타난다.계절의순환과생명의성장,오래된공간에켜켜이쌓인흔적은인간의기억과결합하면서삶의지속성을환기한다.기억은단순히과거를회상하는데머물지않고현재를이해하고미래를향해나아가게하는힘으로작용하며,자연속에서발견되는작은생명과변화하는색채는시간의흐름을감각적으로드러내는중요한시적장치가된다.

이러한특징은방예자시인이구축한서정시세계의중요한성과라할수있다.시인은자연을오래바라보는시선과풍부한색채이미지를통해생명의가치와시간의깊이를형상화하고평범한일상의풍경을새로운의미의공간으로확장한다.자연과색채가어우러진그의시는존재의아름다움과삶의지속성을섬세하게드러내며,독자로하여금인간과자연,시간과기억의관계를새롭게성찰하도록이끈다.


1.자연을품은시간-「소로의오두막」의자연

시집에서「소로의오두막」은단순히한장소를노래하는작품이아니다.이시는인간이어떠한삶을선택하며살아갈것인가를조용히질문하는작품으로제목에서부터떠오르는‘소로’는자연속에서의자발적인고독과사유를실천한인물이다.

조각달머물다간자리
산등성이에흩뿌려진삶의꽃들이여

벚꽃진달래곱게필때면
잃어버린고향의향수가
한움큼광휘로흘러나온다

푸르게일렁이는산새소리
칡덩굴얽혀핀하얀찔레꽃은
홀로피다질테지만

상큼한내음품은바람과
꽃들의향연으로
온통보드레꽃물들겠다
애수어린저녁이슥히,
소로의오두막에등불하나켜진다.

-소로의오두막

방예자시인이소로를불러오는이유는자연과더불어살아가는삶의태도를현재의시간속에서다시성찰하기위해서이다.따라서시속의오두막은역사적장소이면서도동시에화자가마음속에마련하고자하는정신적공간으로기능한다.

시인은오두막이라는작은공간을중심으로인간과자연의관계를차분하게풀어낸다.높은산이나거대한숲을강조하지않고사람이몸을누일수있는작은거처를통해삶의본질을바라본다.이러한공간은자연의일부로머무르는장소이며,삶의속도를늦추고자신의내면을돌아보게하는쉼의공간이된다.현대사회에서공간은생산성과효율을기준으로평가되는경우가많다.넓고화려한공간일수록높은가치를인정받는현실속에서시인이선택한오두막은전혀다른삶의기준을제시한다.작고소박한공간은마음이머물수있는충만한장소로그려진다.
이러한시선은미국의사상가헨리데이비드소로가『월든』에서보여준삶의태도와도자연스럽게연결된다.소로는자연으로부터멀어진인간의삶을비판하면서스스로숲속오두막에서생활하였다.그의관심은자연을찬양하는데있지않았으며,인간이삶에서무엇을남기고무엇을내려놓아야하는가에있었다.방예자시인의시역시자연을이상적인공간으로미화하지않는다.자연속에서살아가는인간의마음을들여다보며삶의무게를덜어내는과정을보여준다.이러한점에서「소로의오두막」은자연예찬의시라기보다삶의방식에대한성찰을담은작품으로이해할수있다.
시를읽다보면시집에서작가가보는자연은끊임없이인간과호흡을맞추는존재로나타난다.바람과나무,빛과계절은화자의감정을대신설명하지않는다.각각의존재는저마다의시간을살아가면서도인간의삶과나란히놓인다.이러한배치는자연을인간의감정을비추는배경이아니다.하나의독립적인생명으로존중하는태도를보여준다.시인은자연을오래바라보고그안에서자신의삶을되돌아본다.자연을향한시선은결국자기자신을향한성찰로이어지며,독자는그과정을따라가면서자신의삶을돌아보게된다.자연은인간을위해존재하는환경보다는함께시간을살아가는이웃으로형상화된다.시인이작은나무와꽃,바람의움직임을세심하게바라보는이유도여기에있다.그시선은생명의크기를구분하지않으며,작은존재하나에도충분한의미를부여한다.

또한「소로의오두막」은현대인이잃어버린‘머무름’의가치를환기한다.오늘날사람들은끊임없이이동하고,더많은성과를위해자신을재촉한다.빠른변화는일상이되었고멈추어자신의삶을바라볼여유는점차줄어들고있다.이러한시대적흐름속에서오두막은삶의속도를늦추는상징으로기능한다.작은공간에서자연과함께보내는시간은특별한사건이없더라도삶을충만하게만드는경험으로이어진다.시인은그경험을과장하지않고담담하게풀어내며,독자가스스로그의미를발견하도록여백을남긴다.이러한절제는방예자시인의중요한미학가운데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