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는 로봇이다 :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들 - 안온 미니픽션

바리는 로봇이다 :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들 - 안온 미니픽션

$15.00
Description
“바리는 될 수 있는 가능성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야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 여기에 당도한 이야기
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는 옛이야기를 지금의 관점으로 다시 쓴 미니픽션 앤솔러지 《바리는 로봇이다》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바리데기, 인어공주, 라푼젤, 손톱 먹은 쥐, 헨젤과 그레텔, 아랑설화, 성냥팔이 소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었으며, 우리가 어린 시절 귀로 들었고, 시간이 지나서 글과 영상으로 만나왔던 여덟 편의 옛이야기가 강성은, 김미월, 김유담, 김현, 박서련, 배예람, 오한기, 조예은 소설가를 통과하여 새롭게 탄생해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였다. 《바리는 로봇이다》에는 오랜 시간 살아남은 이야기 특유의 통찰과 옛이야기의 관습을 통렬하게 뒤집는 반전이 함께 존재한다. 말하고 읽으며 쓰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한 이야기는 늘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비로소 지금 여기에 필요한 이야기가 된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타인을 살피게 한다. 《바리는 로봇이다》는 옛이야기를 다시 탄생시킴으로써 좋은 이야기가 가진 힘을 한 번 더 발휘한다. 그리하여 선물처럼 이곳에서부터 다시 전해질 것이다.

저자

강성은,김미월,김유담,김현,박서련,배예람,오한기,조예은

1973년11월경상북도의성에서태어났다.책과음악이끌어준길을따라오다보니시를쓰게되었고여전히책과음악을좋아하는사람으로살고있다.겨울을좋아하고눈내리는풍경을좋아한다.잠을많이자고꿈을많이꾼다.세계의다양한캐럴음반컬렉션을갖는것이꿈이다.스물일곱,심심해서무작정서울로올라온이후로홍대인근에서십여년째살고있다.2005년문학동네「12월」외5편의시...

목차

바리는로봇이다박서련7
스위밍김현41
탑안의여자들69
속초도수치료후기103
새그물을뒤집어쓴엘제127
헨젤과그레텔의거처159
아랑은참참참193
빛을가져오는사람219

출판사 서평

■새이야기의가능성

『바리는로봇이다』에실린작품들은2022년한해동안‘웹진안온’에서“다시쓰는이야기”라는제목으로연재되었다.통상적인단편보다짧은형식으로,안데르손이나그림형제혹은우리옛설화와같이널리알려진이야기를색다른시각으로패러디하려는시도였다.어떤이야기를비틀고재구성할수있다는건그이야기의힘이세다는의미이기도하다.여덟명의작가가고른이야기는모두오랜기간우리곁에살아남은강인한이야기이기도해서,그것을새로쓴다는건적지않은용기가필요한도전이었다.그럼에도용기를내는데주저함은없다.이야기를짓는사람들은이야기가되는‘가능성’만을가늠하는존재이므로.그리고지금을사는우리이게는지금의이야기가필요하니까.

도전의결과물은하나같이흥미롭다.효녀담으로전승되었던‘바리데기신화’의주인공바리는로봇이되었다.지금시대직장인으로사는‘인어’에게더는왕자가불필요하다.라푼젤과마녀는탑이라는둘만의공간에서다시조우하게되었다.어떤도수치료는그옛날손톱을먹은쥐처럼그사람의분신을만들어야만완벽해진다.남편에의해새그물에갇힌엘제는그물을하나하나뜯으며새삶을다짐한다.임차인이되어집을구해야만하는헨젤과그레텔앞에나타난건현대판과자집이다.아랑설화는2022년밀양의고3수험생에게또다른기회가된다.성냥팔이소녀는연약한소녀가아닌신비한힘을가진공동체가되었다.모든이야기의끝에는작가가붙인짧은메모가있다.이야기와이야기사이의기다란선을이어야하는독자에게소중한도움이될것이다.이렇듯옛이야기는『바리는로봇이다』에모인작가들에의해새이야기가‘되었다’.

■옛날옛날,새날새날의이야기들:작품소개

표제작『바리는로봇이다』는박서련작가특유의온기있는상상력이느껴지는작품이다.바리는이제는할머니가된유명배우의주문으로만들어진다.그녀는자신의열다섯살시절과똑같은모습을원했고바리는그렇게만들어졌지만,곧바로버림받는다.바리는박물관으로가는길에전쟁에휘말리고그렇게긴여행은또다른누군가에의해기록된다.

김현작가의『스위밍』은‘인어공주’의재해석이자재구성이라할수있다.출판사에다니는수영은어쩔수없는일정에몰려급히책을만든다.그것은인공지능에기반한3D가상인간,‘디바아몬’의삶을다룬책이었고AI가쓴가상인간에대한첫책이었다.수영은이윽고‘스위밍’이되어지금보다더광활한어떤세계로뛰어든다.

조예은작가의『탑안의여자들』은동화라푼젤을다시쓴소설이다.마녀는본래마녀가아닌,전당포주인이었다.그녀는도박에중독된이들에게담보를받아돈을빌려주었다.어느날어린여자아이를품에안은남자가여자를찾아온다.어쩔수없이그녀는아이와돈을바꿔내어주고아이는담보로남는다.여기서둘의이야기는시작된다.

『속초도수치료후기』는오한기작가의개성을짧고강렬하게맛볼수있는작품이다.한때소설가였지만이제는파워블로거로활동중인‘나’는속초가족여행중에갑작스러운허리통증을겪는다.급히인터넷에검색해보니,마침해외유명작가도다시찾을정도로도수치료로알려진정형외과가속초에있다.그는간절한마음으로도수치료사는찾는다.

김미월작가의『새그물을뒤집어쓴엘제』에서엘제는보다너른세상으로나아가길원한다.본래이야기에서헛똑똑이에불과했던엘제는이작품에서눈에보이는것들에호기심을갖고자신의처지에대해서도합리적인의구심을표한다.남편은그런엘제에게새그물을뒤집어씌우지만,엘제에게새그물의방울소리는이제아무것도아니다.

배예람작가의『헨젤과그레텔의거처』는지금우리에게과자집은어떤방식으로가능하겠는지묵직한질문을던진다.갑자기거처를구해야하는상황에직면한김헨젤과김그레텔남매는정체를알수없는광고에이끌려골목을헤매다한집을발견한다.거기에는남매가꿈꾸던달콤살벌한안락이이어진다.

김유담작가의『아랑은참참참』은아랑설화의고장인밀양을배경으로지금의이야기를생생하게재현한다.남다른가정사와입시스트레스에시달리는‘나’는담임으로부터아랑규수선발대회에나가라는제안을받는다.수시모집원서에넣을실적을위해서이지만,나에게그런대회는구시대적으로만느껴진다.

책의마지막작품은강성은작가의『빛을가져오는사람』이다.최초의성냥이름은‘루시퍼’였다고한다.작품은루시퍼가될수밖에없었던아이들과아이들을대하는어른들의모습을그린다.성냥불하나에의지해야만했던소년소녀는어느덧두려움의대상이되었지만,그들은세상에빛을가져올유일한존재이기도하다.

책속에서

나는…….
긴고민끝에바리는말했다.무엇이되고,되지못하고는당장답할수없는어려운문제였다.그렇지만하나만은확실했다.매우사소한희망이고,그럼에도불가능했지만,분명히원하는것하나가바리에게도있었다.
나이를먹고싶어요
---「박서련_바리는로봇이다」중에서

무엇보다수영은디바아몬과대화하며프리다이빙을배워해저를유영하고싶다는꿈을품었다.할수있다면더멀리더깊이나아가고싶었다.오로지자신에게집중하며다른생명의박동에감응하는‘수영’이길바랐다.그러므로디바아몬에관한모든허구는사실이었다.
---「김현_스위밍」중에서

여자는초인종소리에눈을떴습니다.창밖으로는더이상하늘이보이지않았습니다.온통반질반질한고층빌딩의창뿐이었죠.노쇠한몸을일으킨여자는한발한발,계단을내려가기시작했습니다.아주오랜시간이걸렸어요.그러다딱한층이남았을때,여자는자신의기다란머리카락에발이걸려미끄러지고말았습니다.1층으로굴러떨어진그는간신히일어서,문을열었습니다.
“당신은여전히이곳에있었군요.”
---「조예은_탑안의여자들」중에서

선생님이잖아요.
도수치료사가씩웃었다.
네?
내가되물었다.
본인이시라고요.
도수치료사가침대에엎드려있는남자를가리켰다.
저라고요?
내가되물었다.
네,당신이요.
---「오한기_속초도수치료후기」중에서

바람한점없는밤,사방이고요했습니다.그때언덕꼭대기의떡갈나무밑에서시커먼그림자하나가천천히몸을일으켰습니다.그것이한쪽팔을들자방울소리가났습니다.그것이한쪽다리를들자또방울소리가났습니다.그림자는키득거리며소리내어웃었습니다.그것은새그물을뒤집어쓴여자,엘제였습니다.
“그래,나쁘지않아.”
---「김미월_새그물을뒤집어쓴엘제」중에서

꽃한송이가꽂힌화병을올려둔우드서랍장이놓여있는벽.그레텔은화병을바닥으로내려두었다.마음같아선꽃을바닥에냅다던져버리고싶었지만,아침마다물기를잔뜩머금고있는꽃한송이에는아무잘못이없었다.화병을치우자드러난흰벽을손톱으로살살긁어보았다.했는데,했는데,했는데.목소리는분명그안에서들려왔다.
---「배예람_헨젤과그레텔의거처」중에서

여느밀양아이들처럼나도매년5월초에열리는축제기간이되면괜히들뜨곤했다.밀양강다리위에서올려다보는불꽃놀이와야시장나들이를특히좋아했다.그러니까딱그만큼,객으로적당히즐기는게좋았다.한복을입고어깨띠를두른채로지역특산물을홍보하며억지웃음을짓는아랑규수라니,두고두고비웃음거리가될게빤했다.굳이자처해서흑역사를추가할건없지않나.
---「김유담_아랑은참참참」중에서

소문이퍼지자사람들은기이해하는동시에두려워했다.그것은유령일지도모른다고했다.또그것은천사일지도악마일지도모른다고했다.사람들을홀리게만들어젠가는족쇄를채우고지옥으로끌고갈지도모른다고했다.어둠을두려워하는사람들은더열심히기도했고천국을만나고싶은사람들도더열심히기도했다.어둠에서소녀를만나게해달라고기도하거나어둠속에서소녀를만나게될까봐전전긍긍했다.떠도는이야기중어디서부터사실이고어디까지가거짓인지아무도알수없었다.
---「강성은_빛을가져오는사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