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배우가 : 김신록 인터뷰집, 두 번이 만남, 두 번의 이야기

배우와 배우가 : 김신록 인터뷰집, 두 번이 만남, 두 번의 이야기

$20.00
Description
불확실성 속에 머무르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해나가는 사람들과 나눈
삶이 예술이 되는 아름다운 순간들
연극 〈비평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드라마 〈괴물〉, 〈지옥〉, 〈재벌집 막내아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신록이 4년여간 스물다섯 명의 배우를 만나 오직 ‘연기’에 대해서만 치열하게 묻고 답한 인터뷰집 《배우와 배우가》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개별 배우들이 연기에 대해 어떻게 사유하는지를 기록한 예술서인 동시에 저자 김신록의 적극적인 질문에서 촉발한 논의들을 현재적인 문답으로 이어가며 여럿이 함께 써낸 연기 이론서이기도 하다. 배우는 연극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몸을 통과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를 구현해냄으로써 추상적인 요소를 사유하게 해준다.

저자 김신록은 이러한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데 바쳐온 삶의 순간순간을 오롯이 길어 올리며 한 편의 예술론을 완성해나간다. 연기라는 활동을 누군가는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준비된 상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나를 확장하고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책에 모인 말들을 통해, 하루 다섯 시간 이상씩 몸 훈련을 하며 연구하는 한편, 서울과 지방을 오가거나 새벽 노동 등으로 몸을 던져 구현해낸 삶의 편편이 예술이 되는 숭고한 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 지망생이나 배우는 물론 세계를 탐색하는 예술가 혹은 일상을 사는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만나길 기대한다.
저자

김신록

배우.연기를통해삶을,삶을통해연기를생각한다.〈비평가〉,〈마우스피스〉,〈살아있는자를수선하기〉등의연극과〈괴물〉,〈지옥〉,〈재벌집막내아들〉등의드라마에출연했다.

목차

프롤로그두번의이야기

황혜란act1scene1배우라는빈그릇|scene2무한히쪼개지는가능성의세계
양족욱act2scene1새로운몸?문화를위한정거장,사츠|scene2도대체우리극장에서뭐하고있는거야?
김석주act3scene1주체와세계의전복,‘되어지는몸’|scene2그걸해보고싶어
김석영act4scene1나만의드라마를따라,플라스티크리버|scene2망한이야기,마음의곡예사
김은한act5scene1뿌리까지씹어먹는식이요법|scene2어항을뒤집어쓰고우주로떠난사람
이리act6scene1사회와의접점을통해확보되는‘다중현존’|scene2제꿈은당사자의강력함을넘어서는거예요
안재현act7scene1일상속에세워지고스러지는헤테로토피아|scene2한동작을천번한사람의마음가짐
사막별의오로라act8scene1나와인물의‘고유감각’이만날때|scene2나라는생명이너무귀하다
배선희act9scene1이상하고생경한이미지,인서트|scene2취약함과용기
이자람act10scene1익히고부수고새로세우는‘형’|scene2시간이너무없어요오오오
최희진act11scene1도달해야할이상향은없으므로,자유롭게|scene2못된할머니가되고싶지않아
김진영act12scene1고립의시대연결의경험,소리동조|scene2움직여봐야균형을잡지않을까
조연희act13scene1역동적인거리두기|scene2이번생은배우로사는것으로
강말금act14scene1나만의비밀,나만의꽃,나만의고유명사|scene2서쪽숲나라공주
이종무act15scene1자기에대한성실한발견으로|scene2연극은즐겁게
황순미act16scene1내가나를놀라게하는|scene2만났다
이형훈act17scene1정확하게그러나살아있게|scene2삶의사고
강보람act18scene1내가한다|scene2경로이탈
이봉련act19scene1거기있다|scene2연기가더나의‘일’이었으면좋겠어
강명주act20scene1악보가먼저,해석은그위에온다|scene2아주행복한기분을느껴
어린이배우들act21sceneı다같이긴줄넘기를해요|scene2잘지냈어아주잘지냈어

에필로그다음이야기

출판사 서평

몸들의세계―
배우는자신을통과해세상을비추고,우리는그들을통해세계를이해한다

인터뷰집《배우와배우가》에등장하는스물다섯명의배우들은한사람의몸자체가총체적예술의세계라는것을증명하듯오랜시간갈고닦아온자신만의연기론을펼쳐보인다.인터뷰어김신록은각배우들이주목하고있는연기관을끌어냄과동시에스스로가배우로서경험한실제적고민들을던져준다.그리하여이들은반문하고동조하고서로를반영하며우리에게새로운영감을전달한다.자신의신체특성에맞게욕구를드러내면서도무대위에서여러사람과하나가되려고하는윤리적인몸,중요한순간을맞닥뜨렸을때스스로를활성화시켜가능성을여는몸,주체와세계의작용반작용에대한치밀한탐구로동시대인을이해하려는몸,어디로든달려나갈수있는장전된총알과같은몸,매일매일의훈련으로단련하는몸은물론연극계의지형변화에따라규격화되지않은자유로움을펼쳐내는몸,당사자성을담아내기위해현실세계와싸우는몸,미래에가닿기위해부패한권력에저항하는몸,기후위기와생태문제에참여하는몸,장벽을허무는배리어프리를실현하는몸등이살아가고살아내는엄청난세계가이책안에펼쳐져있다.시간차를두고각각두번씩이어진이인터뷰들은이러한몸들이굳어진형상으로서가아닌환경의변이와시간의흐름에따라변화하고조정되며‘애씀’의형태로쌓아가는삶의지속성을찬찬히펼쳐보여준다.

삶의지도―
세계를탐색하는예술가에게,세상을딛고살아가는당신에게

이책은연기이론서이자실천서로서전문적인연기술들이자주등장하지만배우들의삶속에녹아든용어들은어렵지않게우리의삶과연결되어이해된다.그렇기에저자는동료들이자신의삶과연기의이정표라고말한다.함께대화를나누고연기에대한,인간과세계와삶에대한생각을곱씹고의문하고반박하고새로생각하며,자신의사유가깊어지고넓어지는것을느꼈기때문이다.배우들이세상을대하는‘방식’에서,20대에도30대에도40대에도계속해서혹독하게연기훈련을거듭하며새롭게터득해가는‘태도’에서일상을사는우리또한새로운삶의지도를그려볼수있다.연기가무엇인지인생이무엇인지를묻고답하는이들의대화가운데에서도,경제적인어려움이나신체적제약이따르는어려운상황에서도여기의배우들은우리와함께지금을사는동반자로서,이시대에도좋아하는일을하며살수있다는것을증명하고있다.이토록아름답게자신의삶을살아내는사람들의이야기를통해우리는예술적순간을경험하게된다.이러한예술적체험은우리삶이곤경속에서도나락으로떨어지지않고좀더나은차원으로향하게이끌어줄것이다.여기모인배우들의삶과예술의이야기가세상을딛고살아가는당신에게그것을가능하게해주리라믿는다.

책속에서

이책은배우와배우가만나이야기를나눈인터뷰집이지만제게는연기이론서이자실천서입니다.배우가되고싶은누군가에게,배우에게,세계를탐색하는예술가에게,세상을딛고살아가는당신에게이책이무엇이될수있을지궁금합니다.이책을읽게될당신이,당신의경험이,저의바람대로라면새로이열릴당신의하늘이궁금합니다.(p.8)

배우라는건‘직’이다.‘업’과‘직’은다르다.주어진달란트가업,실제로어떤일로업을풀어낼것인가가직,합쳐서직업.그래서‘직’은실제로매일매일수행하는것이굉장히중요한것같다.수행을다양하게정의할수있지만,‘실제로함’으로써그행위가다른가능성을열어젖힌다고생각한다.무대에서의즉흥도,일상도.(p.19)

사츠란중요한것과맞닥뜨릴때신체의활성화상태인듯하다.중요한것과마주하거나그안에들어갔을때나의신체상태를얼마나잘사용할수있는가.진짜중요한것과맞닥뜨렸을때진짜내감각을얼마나이용할수있는가.어마어마한것과만나면동공이커지고,몸이이렇게된다.그것은저게내게뭔가를주기때문이다.이때내몸이일상보다살아있는,생명력있는몸으로조정되는것같다.내게뭔가를요청하는것과맞닥뜨렸을때내몸은생명력을높이는일을한다.호르몬,근육,심리상태를조정하게된다.최적의생명력을갖고있는상태,그것이사츠가아닐까.(p.32)

‘몸의감각’이쌓이면연습을하지않을때보다는실제당사자들의경험과조금이라도가까워질거라는믿음을가졌다.짐을싸짊어지고피켓을들고있는당사자들의필사적인감각을배우가연습실에서실행할수있는감각안에서찾아보는거다.나도어떻게든연습실에매일짐을싸짊어지고나가서매일피켓을들어보고,목소리를높여서치열하게논쟁해보며연습실에서배우가경험하는실제감각과실존인물이느꼈을‘몸의감각의접점’을계속찾아나갔다.(pp.109~110)

기본적으로우리팀은몸에관심이있다.팀소개에는‘몸’과‘여자’라는키워드에관심을갖는다고썼다.이제까지의작업은‘젠더를수행하면서살아가는몸의불안’에집중해있었다.2014년첫작업부터2019년에공연한〈메이크업투웨이크업2〉까지쭉외모강박을추동하는사회적압박에대해,그안에서몸이어떻게살고있는지에대해탐색했다.우리는그몸을‘어쩔줄모르고끊임없이움직이는불안한몸’이라고부른다.(p.134)

전에는모든걸계획해놓고그이상을못갔던것같다.연습하면서매순간의‘말과몸의형상을만들어놓고그것을반복적으로수행’했던거다.사실그것만큼재미없는게없는데.너무지치고재미없고괴로웠다.‘다만들어지고짜여진걸반복하는게연기가아니’라는생각을최근에다시하게됐다.틀에짜인걸하는게아니라‘어느정도는열어놔야한다’는생각이들었다.규정되거나고정되면소통할수없으니까,상대배우와도관객과도.
(pp.178~179)

배우술이라고하는것,말이뭔지,자연스러움이뭔지,이런것들은현장에서드러나면안되는것같다.배우안에숨어있어야하는거다.배우술과관련된화두가있다면살면서질문으로품고훈련방법을찾고,이렇게해야하는거다.나만의비밀스러운것이다.(p.224)

나는햄릿이왜여자여야하는지는별로궁금하지않았고‘왜나여야하는지’가궁금했다.나는언제나성비보다그배우의고유성으로캐스팅되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했다.이번〈햄릿〉도캐스팅성별전복이이작품이가진본질을덮어버리지않을까걱정도했다.여성서사나젠더문제등에무책임해서가아니고…….나는예쁜여자도아니었고작고왜소했다.그런데선배언니들이“봉련아,여기있는역할들중에남자역할도여자역할도네가못할게없다”라고말해줬다.그때열렸던것같다.(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