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림의 조각들 (양장)

헤아림의 조각들 (양장)

$16.80
Description
깊은 헤아림으로 가능한 쓰기의 조각들
버티고 견디어 마침내 드러나는 사랑의 가능성

“단정한 문장과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연한 마음을 헤아려준다.” - 최진영(소설가)
첫 산문집 《연중무휴의 사랑》에서의 꿋꿋한 문장과 진중한 사유로 에세이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임지은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헤아림의 조각들》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서 임지은은 한층 더 깊고 너른 헤아림을 보여준다. 임지은의 헤아림은 오래 바라봄이다. 임지은 오래 바라보는 자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사태의 이면과 어둠마저도 끌어안는다. 사랑하는 할머니와 유년 시절의 기억, 잠시 스쳐 지나간 타인과 한 꼭지 뉴스 기사까지 임지은의 헤아림은 연중무휴,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종래 자기 자신의 끝까지 헤아려 살핀다. 거기에 고여 있는 위선과 거짓마저 까발린다. 그리하여 임지은의 헤아림은 곧 버팀이다. 들추고 살피는 과정을 버티고 견디어 마침내 발견하는 건 사랑일 수밖에 없다. 완성된 사랑이 아닌 사랑이 될 가능성의 조각들. 우리 안에 숨어 빛나는 헤아림의 조각들이 임지은의 문장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저자

임지은

1990년서울에서태어났다.산문집《연중무휴의사랑》,《우리둘이었던데는나름의이유가있겠지요?》(공저)를썼다.

목차

1부여전히좋아하지만
여전히좋아하지만9
목련과택시16
요즘나는이런것들을헤아리고있어23
아무튼,싫음31
할머니의드립백커피40
거기에있던나의무화과50
여름의연인을좋아하세요…60
멘토선생님들께70
그냥믿어야할때80
나를기른닭꼬치87
저많은사람중에서97
왜오래된연인은전처럼키스하지않을까105
천천한죽음112

2부우리가최선을다해볼미래
타인의기쁨이되는기쁨123
학생이라는쉬운부름133
나와다른나의A에게139
그저당신과의관계145
쓸모없는선물에대한과장154
나에게유리한방식162
최악을상상하는능력173
수요없는공급187
구림의적립195
놀리고만싶은교양있는사람들에대하여205
도둑맞은섹스212
웃는듯우는듯223
우리가최선을다해볼미래234

epilogue아무리헤아려도244

출판사 서평

■당신을헤아리면그제야

“그건윤리적가르침이라기보다는하지말아야할것혹은해야할것에대해내가족이어린내게길러준습관에가깝다.그리고요즘같은날엔그런습관이내가골몰하는어떤윤리보다도소중하게느껴진다.그윤리가여전히지하철을좋아하는이유가되기도한다.”-15쪽

우선헤아릴대상은가족이다.그리고가족과함께한유년이다.가족이머물었던공간이고부모가애쓰던일터다.임지은에게그곳은서울이며,서울의발밑에는오랫동안지하철이라는게있었다.작가는가판대가있던벽을기억한다.지하철을터전삼아일하던사람들의얼굴을기억한다.오래기억하고기억에기억을덧대는것은헤아림과다른말이아니다.지금은병상에있는할머니를아프게한철없던시절의기억은지금작가의심장을저리게하고그날의기억은얼마전할머니에게선물한드립백커피로조각을맞춘다.그로부터우리는늙음과돌봄을그리고죽음을헤아릴수있게된다.

가까운곁에서부터시작한헤아림은이제타인에게로향한다.사춘기시절을함께보냈으나이제는소원해진친구,만난지오래되어이제는예전의열정을잊은듯해보이는동거인,조금은불편할정도로조언과격려를일삼는지인까지모두타인이며,헤아림의대상이다.가끔졸업앨범을보면서할생각의조각을그러모아작가는지금여기에서관계에대한이유와방식을고민하게한다.열렬한사랑이후지긋하고단단한신뢰를형성한작가의이야기는사랑의이해를구하게한다.격려와조언을불편해하는세태를꼬집어진심과정성이사라지는현실을생각하게한다.이렇듯임지은의글을읽으면우리는거기에있는당신을생각하게된다.그거리감을섬세하게헤아리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

■나를헤아리며마침내

“사랑하는사람과사랑을주고받는일이내게언제나가장큰의미라는사실은어떤식으로든나를괴롭혀왔다.여전히타인의기쁨이되어야만하는슬픔을해결하지못하고있으니까.나의충동과버릇은내가원하는나의모습을오염시키고,타인을너무헤아리다못해나를잃어버릴것같으니까.”-131쪽

끊임없이주변부를탐색하던헤아림은마침내자기자신에게로발걸음을옮긴다.자신을페미니스트라칭하면서도모순적인상황에놓일수밖에없는성향과습관을고백한다.모든인간은모순적이라말하는대신,자신의모순을폭로하는식이다.SNS에‘좋아요’를받기위해올린서정적이고교훈적인글에예상과사뭇다른댓글이달리자그에대한필요이상의분노를일으키는자신의모습을작가는가감없이쓴다.고집을부리는자신의낯선목소리를녹음하고다시듣기를두려워하지않는다.임지은의자기헤아림은이렇듯가혹한측면이있다.타인을헤아릴때는충분히이해하려들면서도자신을헤아릴때는어떻게든들춰내려한다.그렇게해야버틸수있다는듯이.그렇게하는것이내글쓰기의전부라는듯이.

이처럼에세이스트임지은은자신에게혹독하고타인에게관대하다.담담한자기고백은차라리폭로에가깝지만,타인에대한판단과정의는머뭇거리는자세를취한다.당신의감정과사정을헤아리고그때그럴수밖에없었던당신의감정과사정을헤아린다.조언과공감전에깊은헤아림으로써읽는이를위로한다.남과다르게생각하되,충분히겸허하게말한다.가령자신이이루지못했던한때의목표를덤덤한목소리로회고하지만타인의현재와그경험이맞는지점에서는한없이조심스러워한다.작가로서자신의포즈와욕망을다소위악적으로풀어내지만,동의할수없는타인의의견에동일하기보다는동등하기를택한다.

만약이책에서마주한당신이스스로를혐오한다면,임지은은오래도록알아온당신의근사함을떠올릴것이다.그리고함께고민할것이다.우리가최선을다해볼미래에대해서.이모든게가능한것은헤아리면헤아릴수록도리없이가중되는사유의고달픔과쓰기의지난함을작가가버티고견뎠기때문이다.헤아리고헤아려도모두알수는없지만,작가임지은의의해『헤아림의조각들』은우리풍경의일부가되었고,우리는그부분을바라보는걸좋아하게될것만같다.

■작가의말

나는홀린듯해변에앉아한줌의모래를헤아린적이있다.어디에선가밀려든각기다른수많은조각을하나하나세어보고싶어서였다.그러다보면어떤걸알게될거라는듯이.아무리헤아려도다헤아릴수없다는걸알게될뿐이었지만,지금생각해보면그저나는나역시그풍경의일부분인게좋았던것같다.

나혼자는원하는모습에가닿을수없다는게언제나커다란위로가된다.

추천사

임지은은이곳에서저곳으로가는한걸음한걸음을섬세하게살핀다.지름길을알기에일부러에둘러걸으며독자에게목적보다소중한과정을선사한다.감추고싶은마음은때로말하고싶은마음에더가까울수도있음을이책을읽는동안깨달았다.책의끝에쓰인“내가할수있는것을했다”라는문장을마주했을때,목례와함께감사를전하고싶었다.『헤아림의조각들』은단정한문장과진솔한이야기를통해우리의연한마음을헤아려준다.
-최진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