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리는 개

엎드리는 개

$18.00
Description
프랑수아즈 사강을 좋아하세요?
- 절대 고독과 사랑의 경계에 선 아름다운 영혼
전 세계가 사랑한 작가, 영원히 젊음으로 기억되는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한국에서도 대표작 《슬픔이여 안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강이라는 인물의 스타성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늦추었지만, 그럼에도 자유로운 감성과 세심한 관찰력, 담담한 문체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 사강의 작품들은 국내외 다수의 출판사에서 앞다투어 출판하고 있다. 안온북스에서 ‘사강 컬렉션’의 첫 책으로 먼저 선보이는 《엎드리는 개》는 1980년 초역(《드러눕는 개》, 애경, 1980)의 절판 이후, 소설가 김유진의 번역으로 40여 년 만에 독자들을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건조한 동시에 부드럽고 유연한 문체가 닮아 있기도 한 두 작가의 조우로 새롭게 탄생한 작품에 더 큰 관심이 기대된다. 사강이 마흔다섯 무렵에 써낸 《엎드리는 개》는 장 우그롱의 소설을 영화화하려다 이를 거절 당하자, 이 작품의 모티프들을 기반으로 새롭게 써낸 소설로, 출간 직후 송사에 휘말리게 되어 사강을 둘러싼 다채로운 스캔들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이 소설의 원제 ‘le chien couchant’는 사랑을 구하는 개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무방비 상태로 드러눕기보다 엎드려 바라보고 주시하는 조금은 긴장된 복종의 태도는 두 남녀의 불가해한 사랑을 단번에 이해하게 해준다. 선망의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볼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되듯, 이 소설에는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기를 바랐던 작가 사강의 고독한 삶이 투영되어 있다. 고통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대면해 멈추지 않고 써낸 작품에 담긴 특유의 유머와 재치는 무겁게 짓눌린 우리의 삶을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저자

프랑수아즈사강

(FrançiseSagan,1935~2004)
프랑스의소설가이자극작가로,본명은프랑수아즈쿠아레FrançiseQuoirez다.당시프랑스최고의인문대학인소르본대학교에입학한후,19세에발표한장편소설《슬픔이여안녕》으로베스트셀러작가반열에올랐으며이작품으로1954년프랑스비평가상을받았다.그뒤《어떤미소》,《한달후,일년후》,《브람스를좋아하세요…》,《신기한구름》,《해독일기》,《패배의신호》등다양한작품을발표했다.인간의고독과사랑의본질을그려낸사강의작품들은자유로운감성과세심한관찰력,담담한문체로전세계독자들에게오랫동안사랑받고있다.두번의결혼과이혼,도박,자동차경주,약물중독등자유로운사생활로‘사강스캔들’이라는말을남기기도했다.말년에는재산몰수로궁핍한생활을해야했으며,2004년사강이병환으로별세하자당시자크시라크대통령은프랑스의가장감각적인작가를잃었다며직접애도를표했다.

목차

엎드리는개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저자약력

출판사 서평

복종과사랑으로바라보는
서로의눈에투영된눈부신환영과상처

탄광회사회계과에근무하는4년차직원,스물일곱살게레에게는굴욕이일상이지만어느날담배를피우기위해찾은광재더미에서고가의보석주머니를발견하는것으로인생역전을맞이하게된다.그는곧신문에서보석의주인이열일곱번이나칼에난자돼살해됐다는것을알게되고,무미건조하던삶은누아르로전개된다.한편한때마르세유갱두목의여자로살았지만낡은주택에서작은정원을가꾸며지리멸렬하게사는마리아는어리숙하게만보였던자신의하숙생이잔인무도한살인자라고믿게된다.게레는자신의삶이변한순간과거의동시에마리아라는여자를새롭게인식하며사랑에빠지고그녀에게집착하게된다.게레에게서젊은시절자신의눈부신환영을발견한마리아가일순다른사람처럼매력적으로웃어보이는순간게레는자신을향한선망의눈빛을보게되었기때문이다.서로를향한,서로의눈에비친복종의감정이사랑이아닐수있을까.그러나역설적이게도이들이서로에게반하게되는순간은상대의눈에비친자신의모습이기에결국가장사랑한순간에도이들은자신만을마주하는진정한혼자가된다.소설속등장하는개파샤는게레주변을맴돌며따라다니지만때로는겁을먹고때로는피하며온전히배를드러내지못하는데,이러한개의속성은상처받은소설속인물들을한눈에형상화해내고있다.

고독으로남겨진가장쓸쓸한결말의소설

프랑수아즈사강의소설《엎드리는개》를번역하며소설가김유진은사강의나이든모습을떠올려보려했지만잘그려지지않았다.무려2000년대를,69세까지살았던작가이지만사강은영원한젊음으로기억되는작가이기때문이다.김유진에따르면“이작품의긴장감은우연한행운으로인생역전을꿈꾸는스물일곱살청년의욕구와한때마르세유갱단보스의정부로이름을날리던여자의노스탤지어적욕망이부딪치면서증폭”되는데“그긴장감은게레가마리아를사랑하게되는순간,처절함으로뒤바뀐다”.마리아를향해애정을갈구하는게레나게레를지켜봄으로써그를향한자신의복종을표현하는마리아의사랑은결국사랑,동경,연민과같은감정적동요의극단에서역설적이게도“결국자신으로수렴”되는“고독으로완성”되는가장쓸쓸한결말을예고하기때문이다.
김유진은이소설을번역하는내내‘복종’이니‘순종’이니하는단어를떠올렸다.무엇에대한복종이냐고물어보면사랑이아닐까,대답하려했지만서로의눈에투영된자신의욕망과상처를대면하는일이었기에이소설의결말을가장쓸쓸한승리라명명하고있다.

마리아는문지방에서있는것으로,길한가운데미동없이머물러있는것으로자신의복종을표현한다.그리고그런때의그녀는역설적이게도늘혼자다.그녀는삶이결국자신으로수렴된다는것을안다.그녀의복종은고독으로완성되기에,그런의미에서소설의결말은가장쓸쓸한승리라할수있지않을까?_김유진,〈옮긴이의말〉에서

■책속에서

방에걸린거울앞에서,그는냉혹한표정으로잠시동안자신을바라보다가손을윗옷주머니에넣었다.손가락으로총모양을만들어거울로향하게하더니욕설과명령의말을읊조렸다.그는거울에비친자신에게총을겨냥했다.금세평소의초췌하고난감해하는얼굴로돌아와,이태연한갱스터를의심스럽게바라보는사내에게말이다.p.38

이상하게도,미친듯이,그는이침울하고가혹한여주인의발아래무릎꿇고싶었다.그는그녀에게피든목숨이든보석이든,무엇이든바치고싶었다.그녀의시선을다시얻을수만있다면,한번만더,존경과욕망이뒤섞인그기묘한표정을…….p.48

마리아는차갑고조금은적대적인얼굴로자신을대면했다.스푼을내려둔손이턱으로,머리카락으로올라갔다.간단한동작으로풍성하게볼륨을만들어보았지만,거기엔눈에띄는흥미도열의도없었다.꼼짝하지않고아득히머물러있는,권태와무관심그자체인얼굴이었다.그러므로오만한눈꺼풀아래맑고단단한눈에서너무나둥글고응축된눈물이아무런전조없이연달아솟아올랐을때,그녀가느낀감정은괴로움이아닌놀라움일수밖에없었다.그녀는귓가에오토바이소리가들려올때까지흐르는눈물을바라보았다.pp.131~132

그가당황했다.그리고그녀는어떤안도감과도같은기분을느끼며당황하는그를바라보았다.게레의수상쩍고위험스러운면모,그녀가존경하고거의사랑하기까지한살인자나싸움꾼으로서의모습은사라져버렸고,선량한시민이자근면한4년차회계원의면모가드러난것이다.그리고그의초라한야망은그녀가스스로에게증명할필요가있었던얼핏본이사랑의어리석음과부질없음의증거이기도했다.pp.14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