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일기

해독 일기

$15.00
Description
전 세계가 사랑한 작가, 영원히 젊음으로 기억되는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한국에서도 대표작 《슬픔이여 안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강이라는 인물의 스타성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늦추었지만, 그럼에도 자유로운 감성과 세심한 관찰력, 담담한 문체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 사강의 작품들은 국내외 다수의 출판사들에서 앞다투어 출판하고 있다.

안온북스에서 ‘사강 컬렉션’으로 선보이는 《해독 일기》는 2013년 출간(《독약》, 소담출판사, 2013) 이후 절판되어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다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더욱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섬세한 문장으로 울림 있는 감성을 전달하며 한국문학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 백수린이 직접 번역해 눈길을 끈다.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후 진통 치료를 받던 중 모르핀에 중독된 사강의 치유 일기인 이 책은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문장과 더불어 사강의 글만큼이나 파격적이고 날것처럼 느껴지는 베르나르 뷔페의 흑백의 그림이 압도적이다. 이 그림들은 괴로운 상태에서 구심점 없이 흩어지는 글 너머로 짐작해볼 뿐인 사강의 괴롭고 헐벗은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사강만의 독특한 문체가 20세기 프랑스 화단의 대표 화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을 거쳐 작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우리에게 도달하게 된 《해독 일기》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그 기대가 크다.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대면해 멈추지 않고 써낸 문장과 그 안에 담긴 특유의 유머와 재치는 무겁게 짓눌린 우리의 삶을 새로운 세계로 고양시켜줄 것이다.

저자

프랑수아즈사강

1935년06월21일프랑스출생.2004년09월24일타계.본명은프랑수아즈쿠아레((FrancoiseQuoirez)로,마르셀프루스트의소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의등장인물인사강을필명으로삼았다.사강은1935년프랑스카자르크의부유한가정에서태어나소르본대학교를중퇴하였다.19세때발표한장편소설'슬픔이여안녕'이전세계베스트셀러가되어문단에큰반향을일으켰고,이작품으로1954년프랑스문학비평상을받았다.통속적인연애소설작가라는비난의시선도적지않았고,'운'이좋아당선이되었다는의혹도많았다.하지만사강은2년뒤두째소설'어떤미소'를발표해첫소설'슬픔이여안녕'못지않은수작이라는평을받으며세간의의혹을일축했고,'운이좋은소녀'란오명을벗고진정한작가로거듭나기시작했다.프랑스소설가프랑수아모리악은사강을두고"유럽문단의매혹적인작은악마"라평했고,"지나칠정도로재능을타고난소녀"라고불렀다.어린나이에데뷔해발표하는작품마다베스트셀러를기록한사강은당시'천재소녀'로불리며하나의아이콘이되었다.

목차

해독일기

옮긴이의말
저자약력

출판사 서평

언제나자기자신과대면하기,그리고쓰기를멈추지않기

“나는글쓰는게몹시좋다.”

앰풀의양을줄이고투약주기를늘려가며요양을하는사강은괴롭고정신이혼미한상태에서도아폴리네르와보들레르를,셀린과프루스트와랭보를읽는다.“나는나도모르게,어떤일이벌어지든,문학적으로생각하거나글을쓴다”라고말하는사강은어떠한정신에도어떠한건강상태에도그저쓰는자아로삶을살아낸다.평범한일상못지않게죽음에대해서도익숙해져야했던통증의시간에더해중독치료를하며써내려간이짧은일기는“한사람이,한작가가문학과글쓰기에의지해고통의강을건너가는여정을목도”하게한다.
“나는내안에있는다른짐승을감시하는짐승이다”라는사강의말처럼사강의삶은충동적이고거침없이내달리지만이일기를통해만난사강은어떤고통속에서도자기자신과대면하고스스로를끊임없이관찰하며글쓰는일을멈추지않은진정한작가였다.약물에중독된몸을치료하며보여주는생을향한의지는다름아닌쓰기를향한의지였던것이다.넉달의치료기간동안사강을잠식한두려움을곁에두고끊임없이문학에대해서말하며끈질기게버텨내는고통속의인간을담은이책은사강의내면을훨씬내밀하게보여주고있다.사강을사랑한독자라면이책의무한한매력을느끼게될것이다.

조금더뜨겁게살아보고싶게하는열정의기록

“나는아무것도포기하지않았다.”

1954년강렬한데뷔작으로주목을받던사강은1957년,이십대초반의나이에자동차전복사고를당한다.이책은마약성진통제에중독돼치료를받던중에쓴‘해독일기’이다.이책을번역한백수린작가는고통에빠진인간을담아낸이글은“고통과불안,쇠약해져가는정신과죽음에대한공포를직접적인어조”로말하면서도사강“특유의유머와재치를잃지않기때문에”절망스럽게느껴지지않는다고말한다.이때의사강은자신을작고두렵게만드는통증의포로상태에서끊임없이책을읽고새로운작품을떠올린다.그리고계속해서일기를쓴다.문단과대중의찬사를받던자신이지만,약에취해보잘것없는해독일기를쓰면서그녀는그렇게스스로를구원해간다.이짧은일기를번역한후백수린작가는“언뜻두려움과고통의절규처럼읽히는문장들사이사이,심연처럼깊고어두운밤하늘에박힌자그마한별처럼섞여있는이런문장들에서사강의생(生)을향한의지”를읽는다.그리고“이것을읽기전보다조금더뜨겁게살아보고싶어졌다”고말한다.

중력을거스르듯자유분방하고,탐닉과충동으로점철된삶을산듯한사강이지만,이일기를읽다가나는사강이1954년강렬한데뷔작으로등장한이래,1998년까지거의1,2년에한번꼴로책을출간한작가라는사실을다시한번상기하게됐다.소설가가되어버렸기때문에나는그것이얼마나경이로운성실함인지를이제는안다.그것이얼마나선언적인사랑의실천인지를._백수린,〈옮긴이의말〉에서

■책속에서

1957년여름,교통사고를당하고난후석달동안나는‘875’라고불리는모르핀대용약제,팔피움을매일처방받아야할정도로불쾌한통증의포로로지냈다.석달뒤에는약물중독증세가심해져전문의료시설에입원할수밖에없었다.입원기간은짧았지만그동안일기를썼는데,며칠전나는그일기를발견했다.p.8

속이지않으려안간힘을쓰지만생각하는것만으로도속이려는마음이시작된다.유일한해결책은정말고통스러울때까지기다리는것이다.지금처럼신경을거슬리게하는정도가아니라.나는나를감시한다.나는내안에있는다른짐승을감시하는짐승이다.p.19

나는남은할일이무엇인지알고있다.내게반하고,나를돌보고,햇볕에몸을그을리고,근육을하나하나다시키우고,옷을차려입고,끝없이내신경을달래고,나에게선물을하고,거울속의나에게불안한미소를지어보여야한다.나를사랑해야한다.틀림없이1958년의어느행인이정신분열로이렇게천천히추락하는걸막아줄것이다.그리고틀림없이그렇게있을것이다.p.43

언제쯤이면내게애스턴을몰힘이생길까?포르트마요교차로를속력을좀더내서달릴힘이…….도로와광장들이모두그립다.
돌진하는그검은보닛,믿음직스럽고정겨운그소리,약간길쭉한재규어,약간묵직한애스턴.너희때문에죽을뻔하고나니너희가죽도록그립구나.p.66

이일기를완성하기위해서는나자신에게한가지를더짚어두어야할것같다.그것은내가평범한생각에그러듯이죽음에대한생각에조금씩익숙해졌다는사실이다.이병이낫지않는다면염두에둘하나의흔한해결책처럼.나를두렵게도하고혐오스럽게도하지만죽음은일상적인생각이되었고,만약의경우직접실행에옮길수있다는생각이들기도한다.슬픈일이지만필요한일일것이다.내몸을오래속이는일은불가능하다.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