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렘 입숨의 책(큰글자도서) (구병모 미니픽션)

로렘 입숨의 책(큰글자도서) (구병모 미니픽션)

$29.00
Description
거대한 스케일, 세밀한 스케치
오직 구병모만이 구현 가능한
소설의 지상화地上畵
저자

구병모

지은책으로장편소설《위저드베이커리》,《아가미》,《파과》,《네이웃의식탁》,《상아의문으로》로중편소설《심장에수놓은이야기》,《바늘과가죽의시》,소설집《고의는아니지만》,《그것이나만은아니기를》,《단하나의문장》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김유정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화장花葬의도시|신인神人의유배|영원의꿈|동사를가질권리|날아라,오딘|예술은닫힌문|입회인|궁서와하멜른의남자|롱슬리브|세상에태어난말들|누더기얼굴|지당하고도그럴듯한|시간의벽감壁龕

출판사 서평

구병모미니픽션《로렘입숨의책》이안온북스에서출간되었다.200자원고지50장내외의작품열세편을모은이번책에서작가는그간보여준심미적인색채를더욱강렬하게내뱉는동시에눈에보이지않는관념과의식을소설화해내는능력을여지없이펼쳐보인다.모두달라보이는열세가지색감은소설을다읽고서야도달할수있는높은고도에서내려다보아야만비로소그진면모를알수있다.마치나스카의지상화를마주한순간처럼놀랄수밖에없는작품들은살필수록짧은분량안에꼼꼼히덧칠해새겨넣은메시지(또는메시지없음)에숨죽이게한다.‘로렘입숨’은뜻없이셰이프를잡기위해흘려놓은무작위더미텍스트를가리키나,그뜻없는낯설음이우리를완벽하고세련된작품의세계로이끈다.선악을대한관념이든,언어나예술에대한태도이든,세대나시대의위기감각이든작가는자신의의도를쉬이발설하지않고소설화하여그구조로서드러나게한다.이런거대한사고를세밀하게소설화하는능력의탁월함은《로렘입숨의책》에실린다양한작품으로그빛을발한다.이것은소설과세계에대한작가만의면밀한대응이며,비장한다짐으로읽힌다.애써소설의존재의무를따져묻는일이소설을쓰는사람과읽는사람모두에게피할수없는일이라면,여기에모인소설들과함께그먼고도에닿기를기대한다.
구병모소설의너른지평을한권의책으로만나다

재밌게읽고나서야그소설의규모와숨겨진의도를알고감탄하게하는것은여느소설가들도탐내는구병모작가의장기일것이다.손에잡힐것같지않은주제들은언제나작가의몸을통과해이야기와인물을입고그윤곽을뚜렷하게드러낸다.

《로렘입숨의책》에실린첫작품〈화장花粧의도시〉는태어나자마자몸에심겨진‘나노시드’가그사람이죽은이후꽃으로피어나면서그삶을증명한다는어느도시의장례정책을통해인간이가진선과악의양면을드러내는듯하지만,반드시착하기만하거나악하기만한사람이없듯이선악을가르려는일에는또다른사회적모순이숨겨져있음을보여주는레토릭을구현한다.〈신인神人의유배〉는나스카지상화의탄생에대한거대한상상이다.신비한자연현상에숨겨진절대자와신인의대척국면이한편의이야기를쌓는다.〈영원의꿈〉의‘나’는도서관에서뜻밖에매몽買夢을청하는이를만나별다른의미가없는꿈을팔게된다.생활비로도쓰고집세로도쓰면서안락을누릴즈음더는간밤에꾼꿈을기억하지못하게되고,허탕을반복하던중또다른꿈,자신이꿈꾸었으나펼치지못한꿈을말하게되고,그잃어버린꿈에도값을매기는이야기가꿈처럼펼쳐진다.〈동사를가질권리〉는이책의제목‘입숨로렘의책’의힌트를주는작품이다.도무지말이되지않는것같은소설을쓰고싶었지만말이되지않는소설을쓰는사람에대한이야기뿐이었다는작가의말에서작가의소설에대한도전,정형화되지않고잡히지않는소설을좇는의지가엿보인다.

〈날아라,오딘〉의‘나’는전쟁에동원될개를훈련하며그들에게어떤감정도갖지않으려노력한다.잔인한생체실험용으로쓰이거나대전차폭탄으로쓰일녀석들을굳이사랑할필요는없다는다짐은‘오딘’의출전을앞두고위기를맞는다.지금도세계곳곳에서진행중인전쟁의참화를그대로이입하게하는생생한소설적전치술이숨겨져있다.〈예술은닫힌문〉은오늘날미디어를휩쓴각종오디션예능의비정함을극대화시킨소설이다.현실의오디션과는달리이작품에서의오디션은생과사를다투는전장이다.그들에게주어진시간은90초.게다가예술적성취에는별로관심이없어보이는심사위원들과의소설적대치가인상적이다.〈입회인〉은중세시대의결투제도가부활한미래를그린다.절차가복잡하고결과를장담할수없는법정이아닌사적인처벌을원하고행하는사람들.‘나’는그러한결투의당사자만큼중요한역할을행하는‘입회인’으로딸에게마지막편지를남긴다.〈궁서와하멜른의남자〉는오랫동안수리하지않은24평짜리구축아파트를밀착묘사한다.세입자인‘나’는아이가태어나육아와집안일을온전히맡게되었고이곳에서벗어나기위해집을내놓은지한참되었지만계약은성사되지않고한겨울을맞았다.그러던어느날낯선남자가집에찾아와그는집에쥐가득시글하다고주장한다.실재하는것과그것을숨기려하는관리는여느행정력이면의폭력성을눈앞에그려낸다.

〈롱슬리브〉는남들보다눈에띄게팔이길어놀림감이되거나불편을감내해야하는특성을가진친구가‘나’를위기에서구해주는이야기다.잠시잠깐신의실수로태어난것같지만그것은두팔로큰그늘을만들어낼수있는엄청난능력의현현인것이다.〈세상에태어난말들〉의주인공‘원’은“신의사전을훔쳐서나온천사”다.원은거대한사전에서어떤단어를지워버려더나은세상을인간에게주고자한다.공격,고독,오염과같은단어를신의사전에서지워내그단어가없어진다면인간은,더나은삶을영위할수있을까,더좋은공동체가될까를생각하게한다.〈누더기얼굴〉은투명인간이다.은유로서의투명이아닌물리적투명인간인‘나’는남에게피해를주지않고살아가려하지만쉽지않다.자신의특성을활용해정의와공익에보탬이되려고도하지만돌아오는건냉대뿐이다.나는이제남들과같은얼굴을갖고싶다.하지만본래나의얼굴을아는사람이세상에없으므로가능하지않다.〈지당하고도그럴듯한〉의‘나’는소설가다.출간작업을하며소설을고쳐나가는,픽션이분명한이이야기에서우리는작가구병모가소설을대하는태도와가치관을엿볼수있다.그것은우리가지당하고그럴듯하다고믿는모든것에대한역설이기도하다.〈시간의벽감壁龕〉은시간을통과하여공간처럼이동할수있는펜던트가개발되었고100년뒤의참담을목도하였지만,인간은미래의절망을엿보았다고해서자신의현재를반성하거나조율하는존재가아님을목도하게한다.

이렇게구병모작가는미니픽션이라는한계가분명해보이는규격에도불구하고영토와시간,인간과신의경계를무참히가로지르고단숨에제압해소설한편의완성도와가능성은규모로결정할수없음을증명해낸다.그렇기에짧은소설이라고해서그품이덜드는게아니라고말하는것이다.또한거대하고도세밀한이야기들과더불어이책에는작품의시작점과쓰고난후의소회등을담은작가노트가작품마다더해져있다.우리는구병모작가가가진소설적역량을이해하면서도때론오해했고지당하고도그럴듯하다고믿는근거로부당한요구를더하기도했다.이제우리는작가구병모의너른지평을한권에담아낸《로렘입숨의책》과함께짧음위로켜켜이더해진구병모만깊이를한껏누려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