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농담

엄마 없는 농담

$16.00
Description
코미디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일
슬픔에서 웃음을 길어 올리는 일
쓰디쓴 삶에서 달콤한 한순간을 발견하는 일
그리하여, 너와 나를 위로하는 일
제1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엄마 없는 농담》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SNL코리아〉, 〈코미디로얄〉 등의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김현민 작가는 이 책에서 그의 꿈이자 생계이자 고민이며 자긍심인 ‘코미디’를 ‘농담’이라 부른다. 농담에 심취하느라 사랑하는 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을 느끼지만, 또한 농담으로 그 상처를 보듬고 치유한다.
코미디 작가는 그의 꿈이었고, 꿈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그는 좋은 농담이란 무엇인지, 어떤 농담이 웃기는 데 성공하는지, 그렇다면 웃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작가는 웃음을 ‘쓰는’ 사람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웃음기 없이 진지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를 통해 《엄마 없는 농담》은 농도 깊은 진담으로 깊은 상실감을 겪은 사람, 지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 쉽지 않은 꿈에 조금씩 다가가는 사람 모두를 위한 다정한 농담이 된다.
슬픔과 웃음이 공존하는 그의 농담에서 우리는 “코미디를 한다는 건 참으로 기묘한 일”이라는 걸 깊이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현민

저자:김현민
오랜시간꿈꿔왔던코미디작가의길을걷고있다.‘SNL코리아’,넷플릭스오리지널시리즈‘코미디로얄’,티빙오리지널시트콤‘어른연습생’등의프로그램에서작가로활동했다.쓴맛나는커피와쓴맛나는코미디를사랑한다.□□없는인생의쓴맛도나름대로맛이있다.쓰디쓴농담같은글을쓰고싶다.

목차

프롤로그:농담의탄생X9

1부엄마없는농담

면접첫날에지각이라니X15
엄마없는농담X25
웃자고하는일에죽자고달려들기X31
장미의이름으로X39
미리울어버린아이X42
김정일이죽던날X47
콤플렉스재벌X53
내인생최초의도파민X60
불면증(인줄알았던것)에대해X67
그해겨울X73

2부빌어먹을코미디

빌어먹을코미디X81
막차를향해달려라X86
할머니의만둣국과바퀴벌레X92
종합캔디라미안합니다X97
우리집이라는말이목구멍에걸렸다X103
와르르맨션에서내억장이와르르X110
실제로보니까늙었다!X118
실눈처럼가늘고긴생존법X125
2만원짜리모자X131

3부농담실격

농담실격X141
한국에서고졸로살아남기X146
암걸리겠다는표현X153
엄마의성씨는어디로사라졌나X158
동경과오사카X164
노인을위한낙원은없다X169
이건왜하는거지XX174
주저하는코미디언들을위해X180
다시또만담X188

에필로그:마지막농담X201

출판사 서평

농담은슬픔을처방하는유일한진통제

농담은치유력이있어서상처가깊은사람도꿋꿋이살아갈수있게도와주기도한다.-30쪽

삶은후회와반성의연속일는지도모른다.투병중인엄마의방문을한번도열지않은일,첫월급을받고도엄마에게좋은선물을하지않은일,선물은커녕따스한말한마디제대로나누지않은일…….김현민은‘아픈엄마’가‘없는엄마’가되어버린순간부터지금까지,계속해서엄마를떠올렸다.많은시간이지났고,이제는전보다엄마를자주떠올리지않는자신에게서그는한조각슬픔을발견한다.동시에이토록슬픈자신이코미디를하고있다는게농담같다고생각한다.그러고시시때때로죄책감을느낀다.죄책감에짓눌릴때마다농담을떠올린다.커피처럼쓰디쓴농담을쓰고또쓴다.농담으로엉뚱한꿈을꾸며농담으로현실에발닿는다.작가에게농담은친구이자비상약이며,우주선이자소원인셈이다.작가는언젠가엄마를다시만나해줄단하나의농담을준비하는중이다.자,그게어떤농담이냐면…….

지속가능한코미디를꿈꾸며

뿌리없는농담은‘왜’라는질문에처참히휘발되니까.뿌리없는농담은자신을보호하지못한다.-178쪽

“이건왜하는거지?”,“이건왜웃긴거지?”막내작가시절,자신뿐아니라팀원모두를괴롭게했던질문을작가는끌어안고있다.이걸왜해야하며,만약웃긴거라면무엇이어떻게웃긴건지생각한다.코미디작가김현민은미리계획세우는걸선호하고,달력의빈칸은휴식이아닌일로채워야직성이풀린다.자연스럽게그의경력과계획은모두농담과관련된다.더좋은코미디,더웃긴농담을위해그는끊임없이고민하고회의하고써낸다.누군가를불편하게하는농담을경계하지만,과도하게경직되어자유롭지못한농담은코미디가아니라고생각한다.기가막히게엉뚱하고발랄한아이디어가있는농담을꿈꾸지만현실에기반한스케치코미디의잔잔함에도영감을얻는다.《엄마없는농담》은‘꿈’을찾는취업준비생의간절함에서부터‘일’의의미를찾고,‘일’에최선을다하는직장인의애환이담겼다.작가에게꿈과일은코미디다.우리에게꿈과일은무엇일까?《엄마없는농담》을읽으며둘을모두되새길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요란한서울여행을정신없이마친나는허무하게다시파주로향했다.엄마없는집에돌아와힘이쭉빠진채로침대에누웠다.황금같은기회를이렇게허무하게날려버리다니.목숨걸고콩트를쓰면뭐하나.목적지에제대로찾아가지도못하는길치인걸.그러고보면나는항상늦었다.학업도,연애도,그무엇도남들과는동행하지못한것이다.남들이공부하든,놀든,뭔가를하는시기에혼자방황했다.그어디에도소속되지못했던내가농담을좋아한이유는웃음의순간그사람들과소속감을느꼈기때문이아니었을까.운명인줄로만알았던코미디작가로의길은허무하게끊겼다.길치가늘그렇듯또다시길한가운데덩그러니놓인것이다.슬퍼할체력도남아있지않았던나는새우처럼몸을돌돌만채로잠들었다.얼마나시간이지났을까.개운하지못한상태로깼는데핸드폰에부재중전화가와있었다.SNL작가님의번호였다.
---p.22

농담으로먹고사는내모습을보지못한채죽은엄마.이젠없는엄마.이것은나에게실패한농담(弄談)처럼뼈저린고통이다.내몸에채워지지않을커다란구멍이있다.나는이아픔을외면하는대신똑바로응시하기로했다.하물며이용할때도있다.

[엄마없는게임]
상대:ㅋㅋ게임존X못하네.엄마없으심?
나:위암으로돌아가셨는데요.장례식장에서있었던일들려드릴까요?
상대:아...님ㅈㅅ
-OO님이퇴장하셨습니다.-

농담이다.사실요즘게임안한다.나이가들어자연스레흥미를잃은것같다.슬픈건엄마가죽었다는사실도이와비슷하다는것이다.시간이흐를수록자연스레옅어진다.나도의식하지못하는사이,서서히,조금씩……
---pp.28~29

새벽은우주처럼텅빈시간이었다.집은멀고,막차는없고.그때하루가가장길었다.생방송을준비하는동시에,도시락도챙기고,선배에게혼나고,회식도참여하고,막차시간에쫓겨뛰거나집까지걸어가고…….단언컨대TV프로그램으로만든다면지금의나보다그때의내가시청률이압도적으로높을것이다.지금의내삶은그때보다단순명료하다.막차를향해달려본적도,택시비를아끼기위해어둠속을걸어본적도최근엔없다.재방송을보듯예상되는하루가반복된다.그때의예측불가능한불안감과지금의예측가능한안정감,둘중어느것이더행복한일일까?오늘은오랜만에두시간정도천천히걸어봐야겠다.잃어버린나의막차를위해.
---p.91

인생에서크게행복했던기억이많지않은것같습니다.저는행복한순간에도문득다음의일을걱정하곤합니다.스스로불행해지는능력을타고났다고나할까요.이제는불행이행복이란녀석보다더친근할정도입니다.아이러니하게도저는희극을쓰는일을합니다.나자신은불행한데남을행복하게해주는것이지요.저는그일이진심으로좋았습니다.훈련소에입소하기며칠전까지도희극을쓸정도였으니까요.불침번을서거나행군할때도계속아이디어를적곤했습니다.그것이저의유일한낙이었습니다.
---p.141

“이건왜하는거지?”

언뜻철학적이기까지한이문장은그의유행어였다.웃기자고하는프로그램에서왜하느냐니.당연히웃기려고하는거죠,라는표정이역력한작가들이었다.국장님은이어서아이템을낸당사자(작가)와심층면접에들어간다.이런아이템을낸이유를말해보라는것이었다.막내작가의경우에는우물쭈물하거나,아니면‘요즘유행해서’,‘시의성이있어서’와같은말로자신의아이템을보호했다.만약에납득이된다면“그래”라고짧게대답하고회의실을나가는그였지만,어떨때는자리에앉아말없이고개를끄덕이기만했다.그러면또회의실에는잠시정적이흘렀고,좀처럼그의속을알기힘들었던나는‘그런질문하지말고그냥아이템을정해줬으면!’싶었다.하지만‘이건왜하는거지?’질문말고도하나가더남아있었다.

“이건왜웃긴거지?”
---pp.176~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