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돌아가기 (반양장)

사랑으로 돌아가기 (반양장)

$16.80
Description
아름다움을 염원하는 글을 쓰고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문장을 지으며
사랑으로 돌아가다
장편소설 《공기 도미노》, 소설집 《수초 수조》, 연작소설 《연인을 위한 퇴고》 등으로 개성 있는 주제 의식과 미려한 문장을 보여준 소설가 최영건의 첫 산문집 《사랑으로 돌아가기》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사랑으로 돌아가기》의 많은 이야기는 기차에서 떠오르고 이어지며 완결된다. 기차가 역에 도착해 잠시 멈췄다 다시 출발하듯 최영건의 이야기는 또다시 사랑으로 돌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사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오로지 ‘쓺’이다. 작가는 집에서, 가족에게서, 함께 사는 고양이와 개에게서 사랑을 발견한다. 그의 사랑은 오래전 마당에 있던 나무에도 있고, 낯선 여행지의 바람과 파도에도 있다. 그것은 뜻밖에 발견한 작가의 병증에도 있으며, 읽고 쓰며 살아가기로 한 다짐에도 뚜렷하게 있다. 우리의 모든 것이 사랑이기에 우리는 모든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소설가뿐 아니라 미술평론가로도 활약하는 최영건의 아름다운 문장과 사유가 담긴 이 책은, 사랑이 기다리는 역들을 도착지로 하는 작고 빛나는 기차표가 될 것이다.
저자

최영건

저자:최영건
문학과미술을엮고꿰는사람.숲에서콜라주‘별바다물고기’를오래들여다본사람.《문학의오늘》소설신인상,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크로스로드프라이즈,《쿨투라》미술평론신인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공기도미노》,소설집《수초수조》,연작소설《연인을위한퇴고》,공저《키키스미스―자유낙하》등을썼다.

목차


열차에서쓰는일기7
차표와고양이와개27
여행자의모습63
노래와예감97
시골아이125
나무왕의방157
비밀의마을SecretVillage185
작은겨울파티217

출판사 서평

열차를타고아름다움을바라보다

작가는자주열차를탄다.고향익산에서학교가있는서울까지통학했다.학교를졸업하고는역시고향익산에서일터가있는파주까지다녔다.효율과가성비를중시하는세태에교통에많은시간과노력을들이는일이일견비합리적으로느껴진다.그러나작가는기차를타고달아나도다시돌아오며,돌아왔다다시떠나는일이무척기껍다.작가는누군가에게는기이한열정으로보일이기꺼움을글로써야하리라예감한다.그러고왜기차를타며지내온건지,수년을골똘하며몇가지단서를추렸다.그리움,불안,사랑,애도,용기…….온갖감정이기차를타는작가에게내재해있었고그것들은비밀이었다.모든감정은비밀이고,글을쓰기위해서는결국비밀을발설해야한다.최영건은자신의감정을,다시말해비밀을하나하나풀어놓는다.시간이흐를수록비어가는익산의허전함을,그곳에남은사랑을떠올린다.사랑을두고떠나온옛집을기억해낸다.집에머물수밖에없게만든고양이와개를말한다.기차에서만난인연들을헤아린다.그리고그모든일에스며있는아름다움을바라본다.그렇게최영건은《사랑으로돌아가기》를통해아름다움을염원하는글쓰기를보여준다.

매듭을지으며,살아있음을쓰다

통학이든출근이든,혹은휴가든모험이든기차를타면곧여행이시작된다.여행은공간에서공간으로자신을이동시키는일이고,이동후다른공간에닿아서야이전의공간은기억이라는이름의구체성을갖는다.최영건은자신이사랑하는집의안팎을,복도와베란다와마당을,그곳에걸려있던그림과한포기풀과풀사이사이의생명들을모두기억하고쓴다.그공간을사랑했기에그공간을최대한자세히떠올릴수있다.사랑하는공간에서산다는것은나로서살겠다는다짐이기도하다.나로서살기는집이아닌여행에서도이뤄진다.작가는샌프란시스코와시드니를다녀오고,군산과서울을오간다.샌프란시스코여행후작가는뜻밖의소식을알게된다.이윽고최영건은커다란병을치료하며매듭을떠올린다.삶의매듭,사랑의매듭존재의매듭…….그매듭은글로이뤄져있다.최영건은글이라는매듭으로땅과바다를잇고항구와철로를연결한다.작가는그만의매듭으로이렇게말한다.사랑하고있기에조금슬프지만,잘웃고상냥하고행복하게살고싶다고.살아있듯이살고싶다고.달아나고돌아오길되풀이하며여기에살아있고,살아있고,살아있다고.

책속에서

시간이흐르면서나는비로소내가읽어온편지가나로부터쓰인것임을고백할수있게되었다.거리는메타포이고미결의기호였지만미결로남는슬픔이있는가하면예상하지못한선물들도있었다.한낮처럼떠나고되돌아오는온기들이있었다.전혀달라지지않는건없었다.한때는분명달라지지않을것처럼보이기도했었다.하지만순간뒤에는순간이,시절뒤에는시절이이어지기마련이다.쇠락한거리는쇠락뒤의모습들로연결되었다.나는체념과고집사이를오가면서끈질기게먼곳과먼곳을이었다.
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건아니었다.나는계속해서나였고,점점더내가되었고,그건겪을수록생각보다아늑한일이었다.나는아름다운것을염원한다.글을쓰는건그사실을끝내믿는일이다.-17~18쪽

기다림에대해쓰기위해나는사랑을떠올린다.사랑에대해쓰기위해기다림을떠올린다.쓰기위해나를보고있다.잊히지않는다는말이과장처럼들리던때도있었지만,지나고보니잊히지않는기억들은정말로있었다.그중에는계절너머로기울어지는혼자만의밤들이존재한다.고양이에게로,개에게로,가족에게로돌아가기위해탔던새벽과밤기차의순간들이거기에있다.
나는영원히변하지않을듯찬란하고다정한여름의기억으로부터달아나기위해기차에몸을실었다가,간절히돌아가고싶어다시기차에몸을싣는다.-61쪽

이런기억들은지금도나와그곳을연결하는듯싶다.그곳은여행자의밤안쪽에있다.
우리가메타포라면열차는연결의메타포이자소멸의메타포.이곳에있던것이열차의속도만큼빠르게사라지고,그다음이,다시그다음이사라진다.그렇다면그것은다음으로,그다음으로이어지는탄생의메타포이기도할것이다.연결,사라짐,태어남,연결,태어남,사라짐,연결,사라짐,사라짐,사라짐,태어남.-89~90쪽

나는삶을서사로바라보며이사랑의서사를가장적절한순간에결말짓고싶다는충동을느끼곤했다.그게바로지금일수도있다고매순간떠올렸다.어린시절부터습관이었다.나는애도하고싶었고,애도의이야기를나의의지로완성하고싶었다.아마도사과나무과수원곁을달리던자전거뒷자리에서,여름자두가열린나무그늘아래서,매일다가왔다가모퉁이너머로사라지는나무들을만났을때부터였을것이다.매일자전거뒤를따라짖으며달려오다가언제부턴가더는만날수없게된개들을만났을때부터였을것이다.
나는내가겪은찬란함과그리움,그로인한사랑에서비롯된순수한슬픔,그게너무긴시간으로희석되어버리기전에오롯한결말까지를그러쥐고싶었다.문득내가나의결말을쓰는일을어느밤어느새벽홀연히상상했다.하지만바다로가득한먼곳으로의여행에서어떤분기점이주어진순간,결말은터져나갔다.그리고새로워졌다.-142쪽

살아있다는건모르던앞날을계속알아나갈수있다는것.달리는기차창밖으로보이는풍경,그뒤의풍경을시간의흐름속에서기다릴수있다는것.
살아있다는사실이물크러지는동안촘촘하게기쁨을느끼고싶었다.촘촘한환희,되새기고싶은환희,그리고계절뒤에찾아오는계절.밤10시가가까워지면엷은잠이밀려든다.밤이지나면아침이온다.살아있다는건아침을기다리는일이었다.내가써내려가는문장,그뒤의문장을기다리듯이.-176쪽

그건여느때와다름없는풍경이었다.내가사랑하는것들에는끈질김이있었다.자생하며끈질기게하루를여는소망같은것이있었다.그걸사랑이라고불러본다.그사랑은살아있음,살아있음,살아있음이라호소되는모든것이기도했다.내가왜이글을쓰기시작했는지떠올랐다.나는살아있기위해글을썼다.나를위해서,사랑을위해서,어쩌면내가닿을수있을이들을위해서이글을쓰기시작했다.글을쓰다내게죽음이얼굴을내비쳤고,내가진심으로나를돌아볼수있어모든게한층또렷해졌다.나는나를붙든보이거나보이지않는열차에올라수없이달아나고돌아왔다.나는나를믿었다.죽음을기억해내며내가쓰는것을믿을수있었다.-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