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런한 끼니 (홈그라운드에서 전하는 계절의 맛 | 안아라 산문집)

바지런한 끼니 (홈그라운드에서 전하는 계절의 맛 | 안아라 산문집)

$18.00
Description
내 곁의 존재들과
더 다정하게, 더 건강하게
푸드디자인 스튜디오 ‘홈그라운드’를 운영하며 맞춤 케이터링, 팝업 매장과 각종 강연 등으로 대안적 먹을거리를 탐구하고 제시해온 안아라 요리 연구가의 산문집 《바지런한 끼니》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안아라의 산문은 계절을 탐색하는 데 진심이다. 우리의 몸은 계절을 기억한다. 계절의 순환은 몸의 순환과 다름없다는 믿음으로 안아라는 제철 식재료를 다루고, 시절에 어울리는 끼니를 만든다. 그렇게 삶의 날씨를 음식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인생의 날씨가 언제나 맑음일 수는 없다. 우리는 함께 살던 동물을 잃을 수도 있고, 팬데믹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로 앞날이 캄캄해질 수도 있다. 그때마다 정성을 다해 만든 끼니는 우리를 위로해줄 것이다. 《바지런한 끼니》에는 계절과 요리가 담겼다. 그의 정갈한 글과 다정한 요리법은 독자에게 “한가로운 마음을 선물”(장기하)해주고, “갑자기 집밥을 먹고 싶”(노석미)게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를 더 다정하고 더 건강하게 할 것이다.
저자

안아라

저자:안아라
생물학을전공하다그만두고시각디자인을공부해디자이너로짧게일했다.2013년경리단의‘장진우식당’에서식당운영의걸음마를배웠다.2015년푸드디자인스튜디오‘홈그라운드’를시작했다.맞춤케이터링,팝업,강연,프로그램개발등다양한식문화행사를만들고여러사람을위해밥짓는삶을이어가고있다.음식이주는기운과즐거움을오래도록기억하고경험하며쓰고말해나누고싶다.

목차


프롤로그이계절에무얼먹을까5

1부일의맛
시급한봄15+두릅피클22
개와나24+개와함께먹는채소고기찜32
불안을없애는방법35+영양잡곡밥42
김밥인생46+감태흑임자김밥51
국물은얼마든지53+아욱표고감자된장국60
남에게끼니를맡기다62+버섯피클냉국수67
덩어리로돌아가는시간71+핑크후무스76
일의맛80+카레쳐트니와렌틸요거트카레86
살림,우리가사는방법94+엄마의감자된장국98
바쁨의얼굴101+정원초밥106
시장으로부터111+봄나물보리비빔밥117

체크리스트122+콜리플라워수프125

2부살아갈기운

고향음식131+매생이보리리소토138
밥잘차려주는언니들140+후다닥프리타타146
선선한바람이불어오면150+채소고기와인찜156
정령대이동160+라임바질캐슈마요네즈와샐러드166
훌륭한유부초밥170+보경의유부초밥176
내친구에이코181+에이코의감자샐러드188
국수격전지192+매실고추장비빔국수196
복숭아언니199+복숭아홍차시럽207
만두만두만두209+보경의만두214
함께식사218+헤니의사과타르트226

에필로그음식과자세230

출판사 서평

계절과일상

요리의시작은고향과부모님을떠올리는것이다.계절에맞는식재료와음식들을작가는집에서부터배웠다.봄이면쑥을캐고나물을무친다.철마다맛난걸먹기위해진지하게이야기를나누는어른들을보며자란작가는이제남의끼니를바지런히차려주는사람이되었다.상대가누구건‘당신은내가한밥먹는사람’이라생각하며용기를내는사람이되었다.사업을시작하며숱한어려움을겪고,전염병의시대를온몸으로통과하며좌절에빠지기도하지만결국작가는끼니를만드는이로남았다.함께일하는동료를챙기고같이사는동물과사람을위하는사람으로살았다.어떤날은따스한봄날이고또어떤날은차가운겨울이겠지만,계절은결국순환한다.사람의몸과입맛도날씨와계절에맞게순환한다.《바지런한끼니》는순환하는계절과일상을통과하는자세를담는다.그자세는오롯이제철음식이되어책의모양으로,당신의밥상에놓인다.

음식과자세

작가는시급한봄을두릅피클로가둬둔다.함께사는개의건강을고민하며같이먹을수있는채소고기찜을만든다.고향음식을기억해자신만의방식으로매생이보리리소토를개발한다.아끼는친구의만두레시피와감자샐러드레시피를섬세하게기록한다.안아라는밥을짓는사람이다.요리를연구하고조리하여내어놓는다.또한안아라는이야기하는사람이다.좋아하는사람을오래기억하고싶어하고,오랜기억을따스하게담아낸다.백반을좋아해냉장고에있는반찬으로자유로운식사자주하지만,필요할때는공들여카레를끓이고핑크후무스나프리타타를만든다.일이바쁠때는김밥으로동료와끼니를때우지만김과밥,채소의완벽한조화를이루는김밥의위대함을알며세상모든김밥요리사에감사의인사를올린다.이렇듯《바지런한끼니》는삶의자세가하나의끼니로완성되는과정을보여준다.우리가원하는삶의자세는오늘저녁밥상에서비롯될수있다.이책을읽은후에그것은전보다더건강하고따스한자세가될것이다.

책속에서

정신을못차리고산더미처럼짊어지고온나물을펼쳐놓고심호흡한다.나물다듬기만큼묵은생각을정리하기좋은일이없다.사이사이낀흙을털고잔뿌리와질긴섬유질을벗겨내반짝반짝해진나물을가지런히할때면이런저런시답잖은생각들은풋풋하고싸한풀내음에금세잊힌다.풀맛이궁금해져고운연두색을툭툭털어입에넣는다.보기보다씁쓸하고고소한맛이나는이것을어떻게요리할까,시급한봄에하는느긋한고민이다.-19~20쪽

‘무엇을만들어야할까’하는고민은늘‘무엇을먹고싶은가’에대한생각까지나아가게한다.먹고싶은것은체면과격식없이기분좋은‘온기’와‘인상’을남기는식사다.산,들,바다의재료를적절히배합해맛을끌어낸음식도좋고그것을맛보며느낄수있는상쾌함과명쾌함,균형있는풍미도좋지만매일의식사는우리에게분명온기와인상을남긴다.내게온기와인상을남기는음식은단연김밥이다.심지어김밥과닮은음식을만든다면,요리의목적에절반이상부합한다고생각한다.차에서든길에서든식탁에앉아오물거리든김밥이라는일상식은우리에게한결같은편안함과따스함을준다.매일이어지는고된노동으로일상을기꺼이채우고있을김밥요리사들에게진심으로감사의인사를드린다.-49쪽

각종나물과갓볶아짠참기름이지천인시장이야말로맛있는비빔밥이탄생하기적합한곳이다.국수가유명하지만,실은보리비빔밥이더맛있는집을찾아냈다.주방을중심으로네모나게놓인바형태의식탁에사람들이둘러앉았다.가게에는손을뒤집개삼아전을굽는등이굽은어르신이있다.그의두툼한손을구경하며밥을기다린다.보리밥에콩나물,부추,도라지무침,상추,오이절임,무생채등을잔뜩얹고노른자가살아있는달걀프라이를올리고,깨와참기름을휘휘두른다.특별할것없는재료인데모두모이면기똥찬맛이난다.맛의일등공신은고소한참기름이다.잘볶아고소한향이살아있는것으로보아착즙한지얼마되지않은참기름이다.-117쪽

아침은냉장고안재료들을간단히조합해요기했다.선택하기쉬운음식은단연샐러드다.새것으로채우기위한비움은냉장고에서가장가열차게일어나는일이다.냉장고문을열어보니,두부,상추,올리브,치즈,몇가지소스가살아남아있다.차가운두부를꺼내작은사각형으로썰고,시든상추를찬물에헹궈물기를털어뜯고,올리브와치즈도툭툭썰고,찬장에남은참치통조림을따기름을버린뒤,도예가동거인이만든커다랗고고운사발에모두털어넣었다.소금,올리브오일,식초,후추를넣고살살버무리면재료들이가진각각의맛이오일,소금,식초와함께섞인다.두부의도화지같은맛과상추의푸릇함,참치의쨍함,치즈와올리브의깊은짭조름함이입안에서조미료와어우러진다.-164쪽

팬데믹을통과하며균형에대한감각을익힌듯하다.부딪히고껴안고멀어지길반복하는삶의자세를균형감있게잡고싶다.글을쓰는동안애써모르는척무심히넘겨버린사람과음식그리고마음을다시들여다보았다.숨고싶을때가더많았지만,멀찍이밀어놓은관계와시간에글의힘을빌려악수를청한다.우리가함께버무린음식과음식에대한자세를무작정미화하지않고또렷이상기하고싶다.그안에서유머를잃지않고앞으로바지런히나아가고싶다.더많은이와맛있는걸먹으며다정하게이야기를자주나누고싶다.그이야기를기억하고싶다.-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