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두고 왔나 봐

몸을 두고 왔나 봐

$17.00
Description
생의 곳곳에 남겨두고 와버린 몸에게
몸을 그곳에 둔 채 그저 견디던 나에게
비로소 전하는 회복의 이야기
“이 글은 울컥하고 올라온 무언가에서 시작됐다. 농담의 뒷면이자, 사적인 경험이다. 속에서 딱딱하게 굳은 돌덩이다. 느껴야 했는데 채 느끼지 못하고 두고 온 무언가를 이제야 알아보는 뒤늦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9쪽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로 독보적인 매력을 선보인 작가 전성진의 두 번째 산문집 《몸을 두고 왔나 봐》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에서 작가는 먼 타국에서 낯선 이와의 공존을 건강한 ‘정신’으로 이어갔다. 맑은 정신과 끈질긴 집중력은 세상 모든 일을 가능케 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다. 정신 하나를 믿고 여기저기 방치하고 내버려둔 ‘몸’이 갑자기 망가진 것이다. 팔의 인대가 파열되고 발목의 뼈가 부러진 몸에게 작가는 비로소 말을 건다. 저도 모르게 유체 이탈을 해온 그간의 일을 되돌아보며 자기 자신으로서의 몸을 깨닫는다. 평생에 걸친 재활이 될지도 모를 이 과정이 회복과 완치의 유일한 처방임은 작가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몸과 마음, 그 어디든 상처 입은 모든 이에게 《몸을 두고 왔나 봐》는 웃음과 눈물이 범벅된 진짜 회복의 용기를 전할 것이다.
저자

전성진

저자:전성진
음식잡지기자로일하다베를린으로거처를옮겼다.금방돌아갈줄알았는데문득남기로결정했다.곧10년차를맞는다.일주일의반은카페에서일하고,반은글을쓴다.산문집《베를린에는육개장이없어서》를썼다.

목차


프롤로그─7
기억─13
유체이탈─25
몸─43
회복─65
위로─99
관계─121
재활─143
후유증─177
완치─197

출판사 서평

어머,내정신좀봐

오늘아침에도누군가는이렇게말했을것이다.“정신이나갔나봐”,“정신이하나도없네”.호랑이굴에잡혀가도정신만차리면산다는말이있다.스포츠에서든학업에서든실력이상의정신력을강조하고는했다.전성진작가도그랬다.작가는죽음이두려운이유가정신이사라지기때문이라고말한다.몸은죽어도정신만남아있다면괜찮지않을까생각하기도했다.이러한믿음은실제몸이부서지는사고후에온전할수없었다.정신을가다듬고마지막홀드에도전했던실내암벽등반에서몸은정신이알아차릴새도없이추락해버렸다.팔꿈치인대가파열되고발목이부러졌다.사고의순간에도작가는정신을차리려노력하지만,그를덮친건난생처음느끼는통증이었다.작가의회복기는곧몸에게말을거는일이었다.몸에게말을걸면걸수록작가는몸을생의곳곳에두고왔음을깨닫는다.그곳에방치되었던몸을이곳에데려올수있을까?몸과정신은함께살수있을까?《몸을두고왔나봐》는어딘가를다치고무언가에상처받은모두가품었을법한질문에찬찬히다가선다.

거기,몸이있었나봐

《몸을두고왔나봐》의시작은팟캐스트〈영혼의노숙자〉였다.전성진작가가출연해사고후생긴농담을말한회차는그해‘대한민국에서가장많이공유된에피소드’2위에올랐다.아픔을웃음으로승화시키는작가의능력은많은이에게공감받고사랑받았다.작가의전작《베를린에는육개장이없어서》에서도작가만의탁월한유머는빛을발한다.그는책곳곳에웃음보따리를꾸려놓고독자를기다렸다.그곳에서만난독자와작가는함께웃었고,웃음뒤에코끝이시큰한경험을했다.이번책에서전성진작가는한걸음,아니여러걸음더나아간다.웃음만으로는닿지못할이야기에용감하게진입한다.이책은그리하여작가가풀어놓은농담의뒷면이자,속에남은딱딱한돌덩이다.책에쓰인경험은작가에게분명크나큰사고였고기나긴치료였으며더딘회복이었다.그것을말로다표현할수없는노릇이지만,그것을글로쓰지못한다면완전한회복은불가능할것이었다.《몸을두고왔나봐》는이렇듯회복기가필요한모든이에게글쓰기의단단한사례가되어준다.

책속에서

추락할때는시간이고무줄처럼늘어났다.시간의틈에서나는왜인지호랑이굴에서도정신만차리면된다는옛말을떠올렸다.머리를다치지않게허리를수그리면서떨어져야겠다고생각할때쯤‘텅’하면서왼쪽팔꿈치에서뭔가터지는소리가났다.왼발에서는부러지는듯한느낌과함께찢어지는소리가났다.난생처음인통증이숨통을조였다.-23쪽

미뤄둔후회와수치심,죄책감이매서운목소리가되어나를덮쳤다.이리저리멋대로굴려서쓰더니결국에는몸의반을부쉈구나.고마워하지는못할망정염치도없지.이제만족하니?다시는사고전으로돌아갈수없는몸으로만들었잖아.부끄러운일이야.탓할곳도없고,숨을수도없으니.이제와머리굴려봐야아무소용없어.-41쪽

이제너를마주하기로했으니까더는두고가지않는연습을할게.괴로워도같이느끼도록해볼게.순간을함께몰입하고느껴볼게.힘들다고너에게고통을던지고도망치지않을게.누구보다네편이될게.외로웠지?늦어서미안해.-63쪽

살면서팔꿈치를인식한적은중고등학생시절때밀이수건으로거뭇거뭇한팔꿈치를빡빡밀때말고는없었다.이렇게나자세히들여다본일은평생처음이었다.팔꿈치는종일움직여펴지는각도를5도정도늘려놓아도자는동안다시굳어아침에는7도가줄어있었다.사우나를가거나뜨거운물로샤워하면씻기전보다인대가이완되어서훨씬더펴졌다.대신추우면반대로굳었다.팔꿈치안에는정말인대가있었다.-157쪽

후유증에익숙해지는과정은과거를인정하는방식과닮았다.되돌릴수없음을인정하고더이상집착하지않는,미련없이현재를받아들이고다가올일에집중하는,결국에는자유로워지는여정이었다.묘한감각도,폭력의기억도결국지나간자리에남은흔적이다.나에게더는영향을끼치지않는,이미소화한문제가주는관성에더는밀리고싶지않다.관성에쓸힘을앞으로다가올수많은고통을위해기꺼이아끼겠다.이건남은삶을기가막히게잘살아보겠다는거창한선언이다.-195~196쪽

글을쓰면서나는볼더링스튜디오에누워비명을지르는내옆에누웠다.수술대에누워서몸을떨며두려워하는나의머리를쓰다듬었다.트람바닥에넘어져발버둥치는나를안았다.감각이없는새끼손가락을깨물며불안에떨던나를달랬다.가끔은본의아니게어린시절로돌아가잊고있던나와만나기도했다.모두두고온나를데리고오기위함이었다.-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