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나 B.로 불린 에르퀼린 바르뱅

알렉시나 B.로 불린 에르퀼린 바르뱅

$20.36
Description
지식의 고고학에서 생체권력의 계보학으로
미셸 푸코의 방대한 지적 여정에서 ‘지식의 고고학’에서 ‘생명관리권력biopouvoir의 계보학’으로 이행하는 결정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책이 마침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1868년 파리에서 한 남자가 회상록을 남기고 자살한다. 1874년 법의학자 앙브루아즈 타르디외가 이 회상록을 《알렉시나 B. 이야기》로 출간한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1978년, 미셸 푸코가 이 놀라운 문서를 역사적 자료와 함께 묶어 출간한다. 이 책은 1980년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이때 1979년 푸코가 아르카디 모임에서 발표하여 1980년 《아르카디》 지에 실은 〈진정한 성〉이라는 글이 서문으로 추가된다. 알렉시나의 이야기를 참고해 쓰였다고 알려진 독일 의사 오스카 파니차의 소설 《수녀원 스캔들》도 이때 추가되었다. 영어판에 수록된 두 텍스트가 프랑스에서 재출간된 1994년판에 다시 수록되고, 에릭 파생의 후기도 프랑스어판에 추가 수록된다. 이 책은 1994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1994년 판본을 완역한 것이다.】
근대 서구 사회는 모든 개인에게 하나의 고정된 성별만을 강요해 왔다. 바르뱅의 수기는 그 강요된 진실이 한 인간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는지를 증명하는 끔찍한 연대기다.

진정한 성이라는 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할까?
이 집요한 물음에 푸코는 〈서문〉에서 이렇게 답한다.
“이런 유의 요청들은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푸코는 “알렉시나 바르뱅의 《회상록》은 이 ‘진정한 성’의 기이한 역사에서 유일하진 않지만 대단히 희귀한 사료”라고 말한다. 19세기의 의학과 사법이, 너의 진정한 성정체성이 뭐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던 그 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남긴 회상록. 양성성이 신화적으로 상징하는 바라든지, 심리적 양성성의 문제라든지, 양성구유 현상이 나타나는 과학적 원인이라든지, 양성구유자의 신체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은 푸코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의 관심사는 양성구유라는 현실이 현행의 인간세계 질서와 충돌한다는 것, 그래서 평소에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법과 질서의 구성 요소들을 교란시키고 그것들의 허술함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푸코는 신화나 문학작품 속의 양성구유자가 아니라, 양성구유자들이 실제로 인간의 법과 질서가 직조해 놓은 사회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권력은 개인의 육체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푸코가 양성구유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푸코는 1975년 1월 22일 강의에서 이 책을 소개한다. 70년대는 흔히 푸코가 본격적으로 ‘권력’에 천착하기 시작하는 사유의 전환기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5년에 《감시와 처벌》을, 그 이듬해에는 《성의 역사 1권: 지식의 의지》를 출간한다. 이 두 권은 모두 권력의 행사 방식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형되어 왔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푸코의 관심은 추상적인 권력 일반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행사되는지다. 그래서 특히 법을 위반한 자와 병자, 그리고 점차 등장하는 ‘위험한 자’들에게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어 왔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각 시대 특유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밝히고자 했다. 푸코는 성을 인간 본성에 숨어 있는 은밀한 진실로 보지 않았다. 그는 성을 권력-지식의 장치로 파악했다. ‘진정한 성’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오래된 전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대의 성과학과 법적 제도가 결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역사적 산물이다. 바르뱅의 《회상록》은 성소수자의 고백이라기보다는, 성의 진실이 요구되지 않았던 관계의 세계와 그 세계의 붕괴에 대한 증언이다. 바르뱅은 하나의 사례라기보다 하나의 질문이다. 성이 진실이 되는 순간, 우리는 어떤 삶의 가능성을 잃게 되는가?
저자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1926년에 태어나 1984년에 사망했다. 고등사범학교 출신으로 철학과 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으며 《광기의 역사》와 《말과 사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스웨덴에서 파리문화원장을 지냈고, 클레르몽페랑 대학과 튀니지의 튀니스대학 등에서 강의하기도 했지만, 1970년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를 역임하며 ‘사유 체계의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푸코는 다양한 사회적 기구에 대한 비판, 특히 정신의학, 의학, 감옥의 체계에 대한 비판과 성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이론들과 서양 지식의 역사에 관한 담론을 다루는 그의 사상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는 대부분의 저서(《정신병과 심리학》,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 《담론의 질서》,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등)와 짧은 글이나 인터뷰 일부(《미셸 푸코: 구조주의와 해석학을 넘어서》, 《미셸 푸코의 문학비평》, 《헤테로토피아》, 《권력과 공간》, 《거대한 낯섦》, 《마네의 회화》, 《감옥의 대안》 등) 그리고 콜레주드 프랑스 강연록 일부(《비판이란 무엇인가?/자기 수양》, 《담론과 진실》, 《자기해석학의 기원》,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광기, 언어, 문학》,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안전, 영토, 인구》,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주체의 해석학》 등)가 번역되어 있다.

목차

푸코의 서문 _ 진정한 성

옮긴이 해제 _ ‘진정한 성’이라는 폭력

알렉시나의 《회상록》 _ 나의 추억

관련 자료
타르디외의 보고서
정체성의 문제; 외부 생식기 구조의 결함; 요도하열; 성별에 대한 착오
남성의 불완전한 양성구유 사례 연구
신문 기사
문서들

소설 _ 수녀원 스캔들

후기 _ 진정한 젠더

출판사 서평

이 책에 대한 평가

“푸코는 바르뱅의 수기에서 법적 성별이 강요되기 이전의 ‘행복한 양성구유Happy Hermaphroditism’를 읽어 내려 한다. 그러나 이는 푸코 자신의 이론적 전제와 충돌한다. 바르뱅의 쾌락조차 이미 당대의 의학적 담론과 범죄적 카테고리 안에서 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바르뱅은 성별 이분법의 바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이분법이 파편화되는 지점에 있었다.”_주디스 버틀러, Gender Trouble

“에르퀼린 바르뱅의 비극은 신체의 기형 때문이 아니라, ‘진정한 성True Sex’에 대한 집착 때문에 발생했다. 19세기 의학은 더 이상 신체를 신비로운 경이로 보지 않고, 해부학적 진실을 강요하는 수사관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 수기는 현대적 성 정체성이 어떻게 의학적 ‘고백’과 ‘검사’를 통해 발명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고통스러운 증거다.”_아널드 데이비슨, The Emergence of Sexuality

“푸코가 이 수기를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성별’이라는 분류 체계가 사실은 얼마나 연약하고 인위적인 것인지를 폭로하기 위해서다. 바르뱅의 목소리는 제도의 틀에 박히기를 거부하는 모든 신체의 저항을 대변한다.”_제프리 윅스, Sexuality and Its Dis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