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월

단월

$11.01
Type: 현대시
SKU: 9791192651057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삶의 주변과 마음의 갈피들을 쓰다듬는 여실지견(如實知見)의 언어들
신덕룡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단월』이 출간되었다. 1985년 《현대문학》 평론, 2002년 《시와시학》 시부문으로 데뷔한 시인은 ‘낮게 공명하는 풍경’들을 문학이라는 공간 속에서 재현해 왔다. 평론집 『풍경과 시선』을 통해서는 시간과 공간과 사물의 ‘연결’을 기록했고, 시집 『소리의 감옥』부터 『다섯 손가락이 남습니다』로 이어지는 시적 여정을 통해서는 우리 주변의 낯선 것들로부터 낯익은 슬픔들을 발견해왔다. 그가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에는 작고 외로운 하나의 개체가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동력이 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지금은 너무 낮고 아득해서 잘 들리지 않지만, 그러나 결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길”(고재종) 앞에서의 작은 울림들이 신덕룡 시인의 시 세계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떨림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도 그렇고, 인간을 둘러싼 모든 생명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에, 조금씩 다르지만 때로는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밀려드는 ‘바깥’을 받아들인다. 견딤과 설렘이 교차되는 순간에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그 떨림의 순간들이 신덕룡 시인의 시 세계 한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다. 지금 수많은 이유로 분열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에게, 신덕룡 시인의 시집 『단월』은 우리가 다시 연결되어야 할 이유를 바로 이 작은 울림들을 통해 알려준다.
저자

신덕룡

양평에서태어나1985년《현대문학》(평론),2002년《시와시학》(시)으로등단했다.
시집으로『소리의감옥』『하멜서신』『다섯손가락이남습니다』,저서로『환경위기와생태학적상상력』『풍경과시선』등이있다.
〈김달진문학상〉〈발견문학상〉〈편운문학상〉〈백호임제문학상〉〈백호임제문학상〉〈김준오시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3월·15
이쪽과저쪽·16
아련이·17
건너뛰다·18
절정·20
풀독·21
모색(暮色)·22
다퍼주고도남은·24
축분(畜糞)을뿌리며·26
완결(完結)·28
둠벙·29
돈키호테를읽는밤·30
팔을뻗다·32
척·34
왜가리,콕·36

2부

물결무늬·39
먼곳·40
밥상·41
무엇이라해야하나·42
단월·44
다문국민학교·45
비닐봉지무용론·46
복달임·48
숨겨놓은발톱들·50
벌목·52
소리산(小理山)·53
용문천년시장·54
경로당·56
지도에없던길·57
초록이밀려올때·58
접속·60

3부

동행·63
흔적-용문사은행나무·64
슬하(膝下)·65
역공(逆攻)·66
잣나무는잣나무인데·68
바닥·70
블랙리스트·72
까미·74
부드러운혀·75
거미·76
불청객·78
불편한동거·80
발을헛딛다·82
보산정(寶山亭)·84
성대아재·86
입춘·88

4부

가로등·91
가늘고흰팔·92
찔레꽃가뭄·93
투명한지옥·94
근황·95
밥투정·96
모텔,파라다이스·98
봄소풍·100
배후(背後)·101
도둑이야기·102
원조국밥집·103
최저시급·104
나비,날아오르다·106
열려있는무덤·107
칸나·108

해설|고봉준(시인·문학평론가)
공존하는삶·109

출판사 서평

삶의주변과마음의갈피들을쓰다듬는여실지견(如實知見)의언어들

신덕룡시인의네번째시집『단월』이출간되었다.1985년《현대문학》평론,2002년《시와시학》시부문으로데뷔한시인은‘낮게공명하는풍경’들을문학이라는공간속에서재현해왔다.평론집『풍경과시선』을통해서는시간과공간과사물의‘연결’을기록했고,시집『소리의감옥』부터『다섯손가락이남습니다』로이어지는시적여정을통해서는우리주변의낯선것들로부터낯익은슬픔들을발견해왔다.그가문학이라는창을통해바라보는세계에는작고외로운하나의개체가세상을움직이는핵심적인동력이되는순간들이담겨있다.“지금은너무낮고아득해서잘들리지않지만,그러나결코지울수없는마음의길”(고재종)앞에서의작은울림들이신덕룡시인의시세계를창조하는원동력이라고할수있다.
우리는모두떨림을간직하고있다.인간도그렇고,인간을둘러싼모든생명들도마찬가지다.세계와연결되어있기에,조금씩다르지만때로는비슷한방식으로자신에게밀려드는‘바깥’을받아들인다.견딤과설렘이교차되는순간에내면에서울려퍼지는그떨림의순간들이신덕룡시인의시세계한가운데에배치되어있다.지금수많은이유로분열과대립을거듭하고있는우리에게,신덕룡시인의시집『단월』은우리가다시연결되어야할이유를바로이작은울림들을통해알려준다.

근대적인경계를넘어선새로운삶의방식에대한모색

신덕룡의시는우리를‘인간’이중심인세계너머로데려간다.그의시는인간과자연,인간과비인간의관계를성찰함으로써자연과비인간에대한우리의고정관념을흔들어놓는다.중요한것은이것이사변이아닌일상적차원에서행해진다는것,특히‘양평’이라는공간에서농사를지으면서살아가는생활에서자연스럽게얻은감각이라는사실이다.시인은한지인(知人)을“땅의신자”라고표현하는데,이처럼농사를짓는사람과대도시에서직장생활을하는사람은‘땅’에대한감각자체가전혀다르다.도시인들에게‘땅’은아직건축물이들어서지않은미사용공간이거나평당으로가치가매겨지는부동산일뿐이다.거기에는생명에대한관심이개입할여지가없다.반면“우주적으로모든걸다품고있는이땅에/바칠수있는건땀밖에없다는걸/숨을쉬듯그냥,안다”(「성대아재」)라는표현처럼농사꾼에게‘땅’은지식으로접근할수있는대상이아니다.그것은직관적인이해의대상이라는점에서“그냥,안다”라고말할수밖에없는것이고,그렇기때문에‘정신’이아닌‘몸’을통해감각되는것이다.신덕룡의시에서이러한농경적감각은인간과자연의관계에있어서새로운사유로제시된다.

뒤뜰의풀숲이수상해서
울타리를쳤다

이쪽과저쪽이생겼다이쪽은안쪽이고저쪽은바깥이다촘촘한철망이라바깥이안쪽을넘보거나비집고들어오지못한다입꽉다문채몽둥이를들고서있는것처럼확실해졌다서있는등뒤역시바깥이라는건미처몰랐다오늘아침,처마를받치고있는기둥아래햇볕환한섬돌곁에꽃뱀한마리똬리를틀고있었다말끔하게벗겨진불안의민낯이다처음부터마음먹지말았어야했다안팎을가르고끙끙앓는것보다터놓고지내는게나을뻔했다너무빨랐다
-「이쪽과저쪽」전문(본문16쪽)

신덕룡의이번시집에서가장두드러지는것은‘경계’에대한예민한감각이다.그것은도시적삶이만들어놓은인간(문명)과자연의구분,즉인간이주체이고자연은대상이라는구분이지워지는경험으로구체화된다.가령「아련이」의화자는자신의집에찾아와먹이를요구하는들고양이를보면서“주인과객의경계는벌써넘었다”라고진술한다.또한「건너뛰다」의화자는누군가막아놓은물꼬를터서물길을바꾼후“어디선가쩝쩝거리는소리가나더니/벌컥벌컥물을들이켜는소리까지보태졌다/기갈든어린모들이내는소리였다”라는진술처럼‘모=생명’이물을흡수하는소리를듣는다.전자에서‘경계’가들고양이와인간사이에존재하는‘불신’의문제라면,후자에서그것은논과논사이에존재하는소유권의문제이다.두작품모두에서시인은기존에존재하던분할/경계가해체되는장면에관심을집중하고있는데,전자에서그것이인간과고양이가함께살아가면서상호신뢰하는종횡단적아비투스로이어진다면,후자에서그것은모와물의결합(“기갈든어린모들이내는소리”)이라는공동체적인장면으로연결된다.다만시인은이장면이‘꿈’이라는단서를달아둠으로써경계를횡단하는일이쉽게성취되는것은아님을암시적으로표현하고있다.

인용시는이러한‘경계’에대한사유를‘이쪽’과‘저쪽’의관계로변주하고있다.추측건대시인은풀숲저편에서이쪽으로넘어오려는온갖짐승들의공격을막아내기위해울타리를쳤을것이다.알다시피울타리를치는행위는특정한구역을방어하는것이지만,또한‘이쪽’과‘저쪽’이라는경계를만드는일이기도하다.경계의논리안에서‘저쪽’과‘이쪽’은이미-항상동시에만들어진다.이경계는공간적으로표현하면‘이쪽’과‘저쪽’,‘안’과‘바깥’이되고,존재론적으로표현하면‘우리’와‘그들’로표현된다.여기에서알수있듯이경계의논리는그내부에타자성에대한배제와동질성에대한긍정을함축한다.그런데다음순간시인은자신이“서있는등뒤역시바깥”이라는새로운사실을깨닫는다.이러한인식의전환을가져다준것은처마기둥아래에똬리를틀고있는“꽃뱀한마리”이다.정리하자면시인은‘뱀’으로대표되는짐승들의침입을막기위해‘안’과‘바깥’을구분하는울타리를쳤으나,어느순간‘바깥’에있어야할뱀이‘안’에있는장면을목격한것이다.‘뱀’은‘바깥’에속하는것이니시인은‘뱀’이있는곳,즉자신이서있는등뒤역시‘바깥’이라고인식한것이고,그순간뱀이위치한공간은‘안’이면서‘바깥’인곳,‘안’과‘바깥’의경계가무너지는혼종적(hybridity)공간이라고말할수있다.

그런데이장면은공간이아니라주체의관점에서다시해석할수도있다.즉‘나’라는중심은‘너’가선행하지않으면성립되지않는다.‘나’는‘나아닌것’과의구분을통해서만성립되는인칭대명사이기때문이다.그리고‘나’와‘너’의이러한존재론적얽힘은각존재의위치에따라재규정할수도있다.즉‘너’의위치에서는‘나’가곧바깥이라는것이다.시인의의도가이러한존재론적상호성에있는것인지는분명하지않다.하지만두가지방식의해석모두에서우리가상식적으로갖고있는‘이쪽’과‘저쪽’,혹은‘안’과‘바깥’의구분은위태로워진다.시집전체로확장하면이러한경계의해체는‘인간’과‘자연’의이분법이무화되는현상의변형태라고말할수있다.가령‘봄’이되어찾아온새를가리켜“함께놀아나자는수작이니어디서왔냐고묻지않는다”(「3월」)라고말할때,여기서의‘묻지않음’은‘나’와‘너’,‘인간’과‘자연’을구분하지않겠다는태도의표현이다.또한“내가사는집은/담장이없어까치발로기웃거릴일없고/대문조차없으니걸어잠글것없다/훤히내다보이는산야또한내집안마당이다”(「척」)라는진술에등장하는‘담장’과‘대문’이없는집역시‘인간’과‘자연’의경계를해체하려는의지의산물이라고말할수있다.그런데이러한태도는“사람들의태생을구별하는경계는돌고개마을앞명성천인데구불구불경기도와강원도를넘나들며흐른다”(「소리산(小理山)」)라는진술에서확인되듯이자연의질서에맞춰살아가려는태도에서비롯된것으로읽힌다.‘자연’에도일정한경계는존재하지만그것은“산천에무슨금그을일”같은인위적방식의경계와는확연히구별된다.시인은석산리주민들이‘다리’를놓고경기도와강원도를넘나드는모습을“경계를지우며산다”라고표현한다.이처럼시인은유독‘경계’에대해예민한감각을갖고있기에그는태풍에쓰러져죽은나무와산나무가뒤엉켜있는풍경에서도“생사의경계가말끔하게지워진자리”(「무엇이라해야하나」)에시선을집중한다.

간밤에무언가다녀갔다
솔솔재미붙여가며
애써가꾼땅콩밭을몽땅파헤쳐놓고

늦봄에땅을갈아엎고
두세알씩정성들여씨앗을묻은뒤
텃새들눈을피해
종이컵까지씌워싹을틔우고여름내보살폈는데

깊이잠든사이
일궈놓은살림이거덜난것처럼허망했지만
태연과무심을가장하면서
치솟아오르는분노를꾹꾹눌러담았다

따지고보면같은산자락에울도없이얹혀살면서
주인이니도둑이니하는말
도대체어울리지않는것같아
짐짓불편한동거일뿐이라고다독일수밖에없다

길위에서온몸으로비와바람을맞고
이편과저편을나누고
상처받을때마다결의를다지고살았던
짐승의시절은아니라고스스로위로하는것이다

봄여름을잊고가을한철목빼고기다리다가
허기진놈부터배불리먹었다면
다행이다,먹고남긴것들
추려담을그릇또한클이유가없겠다
-「불편한동거」전문(본문80~81쪽)

신덕룡의시에서‘자연’은균열도없는이상적세계가아니다.그의시에서인간과자연의관계역시무갈등상태가아니다.‘안’과‘밖’,‘이쪽’과‘저쪽’,그리고‘인간’과‘자연’의경계가해체되는순간을사유하는것은‘자연’을갈등이존재하지않는이상적세계로표상하는것과다르다.‘자연’이인간의특정한관념이투사된객관적상관물로전락할때,그것은관념적인언어적표상에불과하게된다.하지만신덕룡의시에서자연과의관계는관념이나신념의차원을벗어난지점에서사유된다.농사에의해매개되는자연과의관계는결코추상적일수가없다.실제로“버릇처럼신념을앞세우던때가있었다//신념과손잡은결기란타오르는불꽃이나시퍼렇게날을세운칼날같아서/가까이하면//데이거나피흘린다는걸몰랐다”(「돈키호테를읽는밤」)라는진술에서확인되듯이시인은대도시를벗어나농사를지으면서‘신념’과는다른삶의방식을체득해나가고있다.“농약없이텃밭의채소를가꾸고/소식하며살겠다는/내의지또한수시로흔들리는걸붙잡지못한다”(「역공(逆攻)」)라는말처럼현실에서의농사는인간에게의지나신념이상의무엇을요구한다.시인이‘자연’과의관계를‘불편한동거’라고표현한이유도여기있다.

인용시에서시인은자연의타자성,즉타자로서의자연에대해주목하고있다.밤사이‘무언가’가나타나시인이애써농사지은땅콩밭을몽땅파헤쳤다.농사꾼에게이러한경험은결코예외적인것이아니다.처음에시인은이타자의침입에대해분노한다.애써가꾼농사가한순간에헛수고가되었다는생각때문이다.이때의‘자연-동물’은“오랫동안쌓인불신의뿌리가뽑혀버린거기,등대고누워봄볕을희롱하는놈의뺨이참뽀얗다”(「아련이」)라고말할때의그것과는층위가다르다.여기서의‘자연-동물’은‘나’가제어능력을벗어난다는점에서,‘나’의무능력을고스란히확인시킨다는점에서절대적인타자이다.이러한자연의타자성은“사납게돌아가던예초기의날앞에대책없이”(「풀독」)쓰러진풀들이시간이지난후시인의몸에“도대체참을수없는가려움과쓰라림”을남기는“은밀한복수”를하는장면이나여름날한바탕소나기가내리면예초기가훑고간자리에서“숨겨놓은발톱들/우우우,새파랗게날을세”(「숨겨놓은발톱들」)우고다시성장하는잡초의형상등에서분명하게드러난다.신덕룡의시에서‘자연’은결코무력하고순응적인대상이아니다.

잠깐사이
한세상이뒤집어졌다

폭탄이라도맞은듯갈가리찢겨나간집과바람에흩날리는검부러기들방금전까지입벌리고짹짹거리던붉은살덩어리들

둥지의적요와주검이한껏숨죽이며내쉬는숨결사이로바람보다빠르게하나둘스쳐가는,마냥의심할수밖에없는용의자들

곱씹어되새기는오목눈이의눈망울에
수만가지의표정들이맺혔다

나락에떨어졌다가바닥을치고올라왔다는말은더이상믿을수없는,그건근처에도가보지못한이들의허언일뿐이라는듯

제안의울음통을다비워버린어미새는,작은발로꾹꾹제가슴을눌러가며바닥을만들고있다
-「바닥」전문(본문70~71쪽)

신덕룡의시에서인간에대한자연의관계를‘타자성’이라고말한다면,‘자연’그자체는‘공존